Beat the Hero Party RAW novel - Chapter 128
〈 128화 〉 출장 왓서오, 악몽이애오(2)
* * *
북부의 사람들은 언제나 실용성과 담백함, 그리고 간결함을 추구한다. 그런 가치가 가장 잘 반영된 곳이 바로 백야성의 별궁이다.
백야성으로 향하는 길목에 놓인 별궁.
귀한 손님을 받기 위해 만들어진 접견실.
그곳은 통상적인 별궁과는 다르다. 좋게 말하자면 꾸밈이 없고, 나쁘게 말하자면 황량하다. 별궁의 접견실에는 정말 최소한의 것 밖에 없다.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끔 소파만 두 개가 놓여있을 뿐이다.
‘넓디넓은 방에 놓인 거라곤 두 개의 소파뿐.’
없던 어색함도 불러올 환경이다.
그런 황량하기 짝이 없는 별궁에서 손님을 맞을 준비를 해야만 했던 인물이 있다.
백색 마탑주, 셀리 드벨라.
“휴우.”
그녀는 이마에 맺힌 땀을 닦아내며 별궁의 안을 쓱 둘러본다. 며칠 전부터 그녀의 손으로 ‘직접’ 꾸민 별궁이다.
‘물론, 아랫것들을 시켰으면 빠르고 편하긴 했겠지만···.’
그래선 안 될 일이다.
이곳에서 마주할 귀한 손님, 앞으로 백색 마탑의 발전에 큰 이바지를 해줄 인재를 영업하기 위해선 강렬한 첫인상을 남겨 줄 필요가 있었다.
‘무엇이든 첫인상이 중요하지, 음. 그렇고말고.’
안타깝게도, 왕도에서는 좋은 첫인상을 남기지 못했다. 그러니, 북부에서의 인상이라도 좋게 남겨야 한다. 그건 몹시 중요한 일이었다.
그리고, 중요한 일은 자신이 직접 해야 한다. 그래야 후회가 없는 법이다. 그 결과가 바로 지금, 셀리가 보고 있는 별궁의 풍경이었다.
별궁을 장식한 최고급 마력석.
오랜만에 손대본 연금술로 만든 장신구.
비싼 돈을 들여 공수해 온 장인의 가구.
왕가의 접견실에 견주어도 전혀 꿇리지 않는다. 그것을 제 손으로 직접 꾸몄으니 그 만족감도 배가 된다. 셀리는 만족스레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연신 끄덕였다.
“아직 안 죽었네, 셀리 드벨라.”
마탑주나 되는 자신이 이런 허드렛일을 하고 있자니··· 만감이 교차하긴 했지만, 이건 그럴만한 가치가 있는 일이었다.
‘라니아 반 트리아스.’
그 재능 넘치는 소녀를 섭외하기 위해서라면, 이 정도 수고로움은 얼마든지 감내할 수 있다.
“완벽한 계획이야.”
셀리는 테이블에 놓인 찻잔을 기울였다.
라니아 교수가 왕도에서 자주 들린다는 카페에서 직접 공수해 온 커피였다. 그윽한 커피향을 음미하며 셀리는 고개를 끄덕인다.
‘백야성에 들리기 전에 치러야 할 ‘환영 인사’, 그러니까··· 전사들의 시험은 결코 쉽지 않지.’
지금껏 수많은 전사가 시험에 도전했다.
그들 중 시험에 통과한 이들은 한 줌에 불과했다.
북방 전사들의 시험은 거칠다.
날것의 시험은 왕도의 평화로움과 규칙에 익숙해진 이들에겐 낯설다. 낯섦은 당황으로, 당황은 실패로 이어진다.
‘그리고, 그건 마법사를 위한 시험이라기보단 전사를 위한 시험이야.’
마법사에겐 전사와는 다른 가치가 있다.
‘마법사는 당연히 마법으로 가치를 증명해야지.’
마법사의 가치를 무식한 전사의 방식으로 재단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는 일이다. 그러니, 유능한 마법사인 그 소녀가 고를 길은 이미 정해져 있다.
“바로 여기로 오겠지.”
모든 건 계획대로다.
이곳에 온 소녀와 몇 마디 이야기를 나누고, 곧장 백야성으로 올려보낸다. 시험은 필요 없다. 그 소녀의 가치는 이미 잘 알고 있으니.
‘올려보내기 전에 좋은 인상도 심어주고 말야!’
그야말로 완벽한 계획이다.
좋은 첫인상을 남기고, 어려운 시험을 ‘쉽게’ 통과 시켜줌으로써 일종의 빚마저 만들어둔다. 한 번에 두 마리의 토끼를 잡는 계획이다.
“흐흥.”
머잖아 열릴 접견실의 문.
그 문을 뚫어져라 바라보며 셀리는 미소를 지었다. 여유 가득한 승자의 미소였다.
2.
백야성으로 향하는 길은 결코 순탄치 않다. 날것 그대로의 설산은 그 자체로 요새가 된다. 그 길을 올라 백야성을 손에 넣은 위대한 전사가 바로 그레이스 가문의 시초다.
지금이야 백야성으로 오르는 길은 정비되었고, 설산은 전사들의 사냥터가 되었지만··· 적어도 오늘만큼은 아니다.
‘그래서야 시험이 되질 않을 테니까.’
정비된 길은 닫아 두었다.
설산에 퍼진 전사들은 오롯이 시험의 ‘감독’ 역할을 맡을 뿐이다. 오늘만큼은 그 누구도 설산을 오르는 이를 돕지 않을 것이다.
설산의 양 끝단.
서쪽의 끝단에는 라니아가, 동쪽의 끝단에는 라크가 서 있다. 그들은 전사의 신호에 맞춰 산을 오르기 시작한다.
“흠.”
시험의 총감독관, 오야칼은 가장 높은 나무에 걸터앉아 라니아의 모습을 관찰했다. 그는 라크에게는 시선을 두지 않았다.
‘도련님이야 걱정할 필요가 없다.’
도련님에게 있어 설산이란 앞마당과도 같다. 일류 전사의 기질을 타고난 도련님은 능숙히 설산을 오를 것이다. 문제는, 손님 쪽이다.
‘···평범한 귀족 집안의 아가씨였다.’
오야칼은 최소한의 분간은 할 줄 아는 전사다.
단순히 싸움만 잘하는 것으론 대공 휘하의 ‘열세 전사’에 들 수 없다.
‘유사시에는 개입을 염두에 둬야겠지.’
오야칼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소녀를 관찰하고 있었다. 그가 미간을 좁혔다. 크게 뜨인 눈동자에 핏발이 섰다. 이윽고 오야칼의 시야가 확장됐다.
대공의 열세 전사.
그렇게 불리는 전사들은 저마다 하나 정도는 특기를 가지고 있다. 오야칼의 경우는 시력이었다.
매의 눈, 오야칼.
그렇게 불리는 오야칼의 시야는 먼 곳에 있는 소녀의 모습을 정확하게 포착한다.
그리고, 그 순간이다.
휙.
앞을 보고 걷던 소녀가 갑자기 고개를 돌렸다.
마치 무언가를 쫓는듯한 모습이다. 주변을 둘러보던 그녀가 고개를 비스듬히 위로 들었다.
그 시선이 오야칼에게 닿는다.
둘 사이의 거리는 멀다. 매의 눈이라 불리는 오야칼이기에 볼 수 있는 거리다. 그러나, 소녀의 눈동자는 정확하게 오야칼이 앉은 방향을 향하고 있다. 그 눈동자에 흔들림은 없다.
푸르스름한 눈동자.
마치, 먹잇감을 노리는듯한 맹수의 눈.
오야칼의 등골이 곤두선다. 살기를 느낀 오야칼은 숨을 헛삼키며 움찔, 하고 몸을 떨었다.
“···설마.”
이 거리에서 봤다고?
오야칼이 그런 의문을 품은 찰나다. 소녀가 다시 고개를 돌렸다. 다시 설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
오야칼은 말없이 소녀의 모습을 살폈다.
‘무언가 있다.’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었다.
오야칼의 눈동자에 흥미가 서렸다.
* * *
‘쟤는 뭘 저리 꼬라보는거지.’
시선이 영 아니꼬웠다.
라니엘은 손가락을 튕기려다 말고 팔을 내렸다.
‘전사를 해치우는 게 목적은 아닌 것 같으니까.’
느껴지는 기척은 있다.
그러나 그들은 어디까지나 자신을 지켜볼 뿐, 길을 막을 생각은 없어 보였다. 대뜸 주문을 날릴 필요는 없어 보였다.
“흐음.”
라니엘은 입가를 매만지며 걸음을 옮겼다.
뽀드득, 소리를 내며 설원에 발자국이 찍히는 것도 잠시다. 그녀가 짧게 주문을 외웠다.
침묵(Silence).
경량화(Lightweight).
설원에 발자국이 찍히지 않는다.
라니엘은 소리 없이 걷기 시작했다. 그녀에게 이런 설산은 낯설지 않았다. 북부 전선에서 작전을 수행할 적, 웃통을 까벗고 설산에서 굴러다닌 적이 있었다.
‘정확하겐 찢어진 거지만.’
해골바가지가 설산에 제단을 심어놨다.
제단을 하나씩 잡아 해체하려면, 설산을 쥐잡듯 뒤졌어야 했다. 중간중간 함정에 걸려 옷이 찢어진 적이 있었다.
‘좆같은 해골바가지.’
인정하긴 싫지만··· 그 해골바가지 덕에 성장한 분야가 많기는 하다. 함정의 발견, 시각의 확장, 마나 감응력 등등.
‘좋은··· 훈련 교재였지.’
특히 스케발이 만든 던전, 그게 참 많은 도움이 됐다. 던전에 학생들을 던져 놓고 배우게 하는 것도 나쁘지 않으리라. 그런 생각을 하며 라니엘은 걸음을 옮겼다.
“······.”
그렇게 몇 걸음이나 옮겼을까.
“오···.”
라니엘은 무심코 걸음을 멈췄다.
나무와 나무 사이로 난 길이다. 얼핏 보기엔 평범한 길이지만, 라니엘의 눈에는 보였다.
‘이거 밟으면 터지는 거구나?’
주문으로 이루어진 함정은 아니다.
수작업으로 만들어진, 마치 동물을 사냥하는듯한 덫이지만··· 라니엘의 시야에는 함정의 틈새가 보인다. 그것이 어떤 식으로 작동하는지도.
툭, 하고 라니엘이 발끝으로 함정을 건드렸다.
투확!
눈발이 튀어 오르고, 눈 밑에 숨겨져 있던 그물이 촥, 하고 펼쳐진다. 튼튼한 와이어로 연결된 그물은 한번 잡히면 벗어나긴 어려워 보인다.
“오.”
라니엘은 손가락을 튕겼다.
강타(Smite).
촤아아아악! 직선으로 꽂힌 강타에 그물이 찢어진다. 라니엘은 허리를 굽혀 찢어진 그물의 조각을 주워들었다.
“오오···.”
찢어진 그물을 이리저리 펼쳐본다.
그리곤 만족스레 고개를 끄덕였다.
‘이거 써먹어야겠다.’
···어디서나 배움의 자세를 잃지 않는다.
그것은 마법사의 기본이요, 성장으로 향하는 지름길이다. 북부 전사들이 공들여 준비한 시험을 분석하며 라니엘은 걸음을 옮긴다.
찢어진 그물을 챙기는 것도 잊지 않았다.
3.
깜빡.
오야칼은 눈을 감았다 떴다.
비벼보기도 하고, 제 눈이 잘못됐는가 싶어 깜빡이기를 반복했다. 그러나 변하는 건 없다.
‘뭘··· 하는 것이지?’
오야칼은 오묘한 표정을 지은 채, 설산을 오르는 소녀의 모습을 보았다. 처음 눈이 마주쳤을 때는 소녀의 비범함을 느꼈다. 기척을 지우고, 발자국조차 남기지 않고 산을 오를 때는 감탄했다.
‘설산에 능숙하다. 실전을 겪은 전사의 움직임이다. 보이는 게 다가 아니다.’
그렇게 처음 한두 번에야, 소녀에 대한 판단을 고쳤다. 그러나, 지금에 와서 오야칼이 느끼는 것은··· 그저 당황함이다.
“대체··· 뭐지?”
설산에 가득 깔아둔 함정이 있다.
소녀는 그곳에 함정이 있다는 것을 한눈에 꿰뚫어 본다. 그러나, 함정을 뛰어넘진 않는다.
툭, 하고 발끝으로 함정을 건든다.
발동되는 함정을 보며 오오, 하고 감탄한다.
투확!
그리곤 찢어발긴다.
함정을 정면으로 뚫어내고, 함정의 잔해를 주섬주섬 챙겨간다. 주변의 눈치를 쓱 보는 게, 꼭 무언가를 훔치는 것 같기도 하다.
‘이래서는···.’
저 소녀가 시험을 치른다기 보단, 마치 이쪽이 시험을 받고 있는 것 같지 않은가···?
“이게··· 맞나?”
오야칼은 당황함을 느낀다.
오랫동안 시험을 감독한 그지만, 이런 경우는 처음이었다. 대체 어떤 식으로 반응해야 할지 감이 안 잡혔다.
‘일단 함정을 좀··· 고쳐봐야 하나?’
오야칼은 나무에서 내려왔다.
그리곤 소녀가 걸어올 방향을 짐작하며, 앞으로 놓여있을 함정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손속을 둔 함정이었다.’
혹시나 손님을 다치게 해선 안 되니, 살상력은 전부 죽이고 그물 같은 함정만을 준비해뒀다. 그마저도 줄을 느슨하게 묶어 위험성을 줄였다.
‘그런 거 따질 상황이 아닌 것 같군···.’
최선을 다해 만들어도 저 손님에게 긴장감을 줄 수 있으리란 생각이 들진 않는다. 오야칼은 쓰게 웃으며 함정을 깔아둔 위치에 섰다.
스릉.
허리춤에서 검을 뽑아 들곤 함정의 줄을 자르고, 새로운 줄을 묶는다. 이번에는 아주 팽팽하게 묶었다. 함정이 덮치는 속도가 배는 빠를 것이다.
“읏챠.”
그렇게 함정을 개조하고 일어선 순간이다.
“···어.”
오야칼은 맞은편에 서 있는 소녀와 눈을 마주쳤다. 어느새 여기까지 온 지는 모르겠지만, 그녀는 자신을 바라보고 있다. 오야칼은 소녀의 시선을 따라 고개를 내렸다.
‘···내 손.’
소녀의 시선은 오야칼의 손에 향해있다.
오야칼의 손에는 검이 들려있다.
“오, 여기서부턴 전사와의 결투···.”
소녀가 음, 하고 고개를 끄덕인다.
이윽고 상황을 이해했다는 듯 그녀가 걸음을 옮긴다. 오야칼이 보기에 그것은 오해였다.
“아니, 그거 오···.”
그거 오해입니다.
그렇게 오해를 풀려다 말고··· 오야칼은 입을 다물었다. 그는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소녀를 본다.
‘가늠할 수 없는 상대.’
맹수와 같은 눈동자.
보이는 것 이상의 무언가를 가지고 있는 상대.
‘그러니까, 흥미로운 존재.’
오야칼이 꿀꺽, 마른침을 삼켰다.
걸어오는 싸움은 마다하지 않는다. 그것이 설령 오해에서 비롯되었다 한들··· 흥미로운 상대와 싸울 기회를 놓치기는 아쉽다.
북부의 전사란 도전하는 존재.
미지와 맞서 싸우기에 전사라 불리는 것이다.
뚝, 뚜둑.
손목을 꺾으며 소녀가 다가온다.
오야칼은 칼을 바닥에 내려놓고 자세를 잡았다. 상대는 맨손이다. 이쪽도 맨손으로 대응하는 것이 옳을 터.
“오십시오.”
오야칼이 앞으로 뻗은 손가락을 까딱였다.
소녀가 미소 지었다. 무척이나 즐거워 보이는 모습이다. 그녀가 가볍게 한 걸음 내디딘다.
가볍다. 가벼운 걸음이다.
힘은 실리지 않았고, 속도도 빠르지 않다.
제대로 된 자세가 아니니 힘이 실릴 것 같지도 않다. 오야칼의 머릿속엔 소녀를 엎어트릴 방법이 수십 가지는 더 떠오른다. 그만큼 빈틈이 많다.
그러나, 어째서인가.
‘다가갈 수가 없다.’
꿀꺽, 하고 오야칼이 마른침을 삼켰다.
빈틈은 많아 보이나 다가갈 수는 없다. 곤두선 직감이 경고한다. 어설프게 다가섰다간 바닥에 처박힐 뿐이라고.
그리고, 직감은 현실이 된다.
다가온 소녀가 팔을 뻗었다. 오야칼은 그것을 뿌리치려 한다. 그러나 뿌리칠 수가 없다. 소녀의 손이 오야칼의 멱살을 움켜쥐었다.
‘무슨 힘이···?’
놀랄 틈도 없다.
발이 걸렸다. 몸이 붕 떴다. 부유감이 느껴진 건 잠시다. 시야가 빠른 속도로 뒤집혔다.
오야칼은 보았다.
‘메치기? 걸기? 걸렸다?’
보고도 이해할 수 없는 움직임이었다.
끝끝내 이해하지 못한 채 오야칼의 머리칼이 눈밭에 닿는다. 뼈마디가 뚜둑, 하고 비명을 지른다.
“눈밭이니까 괜찮겠지···?”
그게 오야칼이 마지막으로 들은 소리였다.
쿠웅!
충격과 함께 오야칼의 시야가 암전했다.
* * *
“쿠헙!”
오야칼이 고개를 들었다.
눈밭에 파묻혀 있었는지, 고개를 들자마자 새하얀 눈이 우수수 쏟아졌다. 입안에선 눈이 잔뜩 씹혔다.
“으윽.”
등허리가 욱신거린다.
머리는 어지럽고 목뼈가 삐걱거린다. 오야칼은 신음하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기억을 더듬으며 그가 주변을 둘러본 순간이다.
“······.”
오야칼은 침묵했다.
“으윽, 으흡···.”
“나 귀가 안 들려···.”
“팔, 내 팔···.”
눈밭에 전사들이 파묻혀 있다.
그들의 앓는 소리가 설산에 가득하다.
“어···.”
부러진 무기가 바닥을 나뒹굴고 있다.
어느 도끼는 박살 난 채 나무에 처박혀있다. 함정에 걸려있는 전사들도 있다. 그보다 더 많은 전사가 눈밭에 파묻혀 있었다.
“대체 무슨···.”
오야칼은 땅에 박혀있는 전사 하나를 뽑았다. 전사의 뺨을 챱챱 때려 그를 깨운 후, 오야칼은 질문했다.
“내가 기절한 동안 무슨 일이 있었지?”
질문에 전사가 답했다.
“두렵고, 깊은···.”
그가 겁에 질린 목소리로 말했다.
짐승과 같은 전사가 겁에 질려있다. 두려움을 모르는 전사에게 두려움을 깨닫게 해준 존재가 이곳을 지나갔다.
그 존재가 무엇인가?
전사가 말했다.
“···악몽이 지나갔소.”
이해할 수 없는 말이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