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at the Hero Party RAW novel - Chapter 41
〈 41화 〉 닮은 두 사람(2)
* * *
찢어진 셔츠.
식은땀을 뻘뻘 흘리는 라니아 교수.
“······.”
아일라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찢어졌네요?”
아일라 자신도 놀랄 만큼 낮은 목소리가 울린다. 낮게 깔리는 스산한 목소리. 그 목소리에 흠칫, 하고 라니아 교수가 어깨를 떨었다.
아일라는 고개를 들었다.
이리저리 움직이는 라니아의 눈동자를 따라 고개를 기울였다. 눈을 마주한 채 질문했다.
“왜 찢어졌을까요?”
아일라의 눈매가 가늘게 휜다. 라니아는 필사적으로 아일라의 시선을 회피하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 그게 전투 중에···.”
그 목소리가 떨린다.
아일라는 딱 잘라 말했다.
“거짓말.”
“네?”
“제 직감이, 교수님께서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어요.”
물론, 거짓말이다.
뛰어난 직감이 예지의 영역에 닿았을 뿐, 그녀에게 타인의 이면을 읽는 형편 좋은 능력은 없다.
그러니, 그냥 한번 떠본 것이지만···.
“딸꾹.”
저 반응을 보아하니, 거짓말인 게 분명했다.
“흐응.”
아일라는 눈웃음을 흘렸다.
눈은 웃고 있지만, 그 입가가 딱딱하게 굳어있다.
‘찢어먹었다 이거죠?’
“딸꾹.”
연신 딸꾹질을 하다가, 결국 가슴팍을 두들기기 시작하는 라니아의 모습에, 아일라는 입가를 가리고 쿡쿡, 웃음을 흘렸다.
‘놀리는 맛이 있네요.’
숨을 한번 고르곤 입을 열었다.
“거짓말이에요. 제가 감이 좋긴 하지만, 거짓말을 하는지, 안하는지 까지는 파악하지 못한답니다?”
“···그렇습니까?”
“네, 그래도 뭐···. 방금 반응으로 보니 거짓말을 하신 건 맞는 것 같네요.”
아일라는 눈을 가늘게 떴다.
“제 선물이 마음에 안 드셨나 봐요? 이렇게 노골적으로 막 찢어버리시고?”
움찔, 라니아의 어깨가 떨렸다.
“아닙니다. 세탁하다가 실수해서···.”
“네? 마력을 엮은 실로 만든 거라 어지간해선 안 찢어질 텐데? 또 거짓말하시는 거 아니에요?”
“······.”
이제는 아예 입을 꾹 다물어 버린다. 아일라는 한참 동안 그녀를 바라보다, 이내 한숨을 내쉬었다.
“뭐, 그럴 수도 있죠. 그래서, 이거 보여주시려고 찾아오신 거예요?”
“예, 일단은 왕실에서 준 선물이니···.”
그렇게 중얼거리며 어깨를 잔뜩 움츠린다.
혹시 불경죄 같은 걸 걱정하는 걸까?
그 모습이 묘하게 아일라의 가학심을 자극했다. 장난기가 든 아일라는 미소를 흘렸다.
“흐응.”
아일라는 셔츠를 매만지며 말했다.
“새 걸로 보내 드릴게요.”
“···예?”
“기왕 이렇게 된 거, 맞춤 제작을 해드리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서요?”
“맞춤 제작··· 말씀입니까?”
“네, 치수가 좀 크게 나왔잖아요? 뭐, 그것도 나쁘진 않지만··· 딱 맞는 옷도 한 벌 있어야 하지 않겠어요?”
짝, 하고 아일라가 박수를 쳤다.
이윽고 문이 열리고 메이드들이 문 앞에 늘어선다. 그들을 가리키며 아일라가 말했다.
“나가실 때 치수 한번 재고 가실래요?”
“···꼭 해야 됩니까?”
“네? 뭐라고요?”
“아무것도 아닙니다···.”
라니아가 고개를 푹 숙인다.
고개를 숙이고 궁시렁 거리는 그녀는 평소와는 다른 모습이었다.
그 모습은 단상 위에서 당당했던 모습이나, 마수들을 앞에 두고도 거침없던 모습과 대비된다.
‘뭔가 새롭네요.’
새로운 일면을 알게 된 기분이다.
아일라는 은은한 미소를 흘렸다.
‘첫인상은 전혀 달랐는데.’
그녀와 처음 만났던 곳.
왕립 도서관에서 처음 보았던 그녀와, 지금의 그녀는 느낌이 많이 달랐다.
처음 만났을 때의 그녀는 학자 같은 분위기였다.
온종일 연구실에 틀어박혀 있는 마법사들과 비슷한 분위기를 풍겼다.
그러나,지금은 어떠한가.
아일라는 교수로서 단상에서 섰던 그녀의 모습을 떠올린다. 이어서 떠오르는 건, 마수들 사이를 짐승처럼 날뛰고 다녔던 모습이다.
‘색다른 매력이 많으신 분이네요.’
그런 생각을 하며 아일라는 쿡쿡, 웃음을 흘린다.
“어떤 게 좋을까요···.”
아일라는 중얼거리며 눈앞의 여인을 위아래로 쓱 훑어봤다.
“으음.”
그 눈빛에서 라니아는 왠지 모를 섬뜩함을 느꼈다.
* *
나와 왕녀의 나이 차이가 몇이던가.
문득 그런 생각을 한다.
‘일곱? 여덟?’
정확하게 기억나진 않은데, 아마 그쯤 됐던 것 같다. 아무튼, 적은 나이 차이는 아니라는 것이다.
아일라 왕녀.
그 이름을 들은 순간 내 머릿속에 떠오르는 건, 아직 열 살 남짓이었던 어린 소녀다. 내가 가끔 마법을 가르쳐줬던 소녀.
헤실헤실 웃고 다니던 어린 소녀를 떠올리며, 나는 슬쩍 고개를 들었다. 눈앞에는 앳된 티를 벗어가고 있는 소녀가 앉아 있다.
“왜 그러세요?”
그녀는 여전히 웃고 있다.
그러나, 그 웃음은 7,8년 전의 웃음과는 사뭇 다르다. 뭐랄까, 좀 더 사악해 보인다고 해야 할까.
‘세월이 무심하구나.’
이런 데서 내가 늙었음을 체감하게 된다···.
아니, 스물일곱이면 늙은 나이는 아닌가?
“아무것도 아닙니다. 이만 가보겠습니다.”
그렇게 답하며, 나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왕녀님의 호의를 거절할 수도 없는 노릇이니, 치수는 재고 가야겠지.
“······.”
문 앞에 모여있는 메이드들을 보고 있자니 한숨만 나온다. 새어 나오려는 한숨을 참으며 그쪽으로 발걸음을 옮기자니.
“라니아 교수님.”
문득, 왕녀가 나를 불러세웠다.
나는 살짝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봤다.
“음.”
그녀는 잠시 입술을 달싹이더니, 이내 고개를 숙였다. 백금 발의 머리칼이 흘러내렸다.
“도와주셔서, 감사해요.”
짧은 감사 인사와 함께 그녀가 고개를 들어 올렸다. 나는 그녀의 눈을 마주바라보았다.
결심이 느껴지는 금빛의 눈동자.
그 눈동자가 묘하게 낯이 익었다.
‘어디서 봤더라.’
기억을 떠올리는 건 어렵지 않았다.
아마도, 왕도를 뒤흔들었던 궁중 마법사의 변절 사건 당시의 기억일 것이다.
라니엘님.
사건이 마무리되고 나를 찾아왔던 어린 왕녀는 대뜸 고개를 숙였다.
그 누구보다 무거워야 할 고개.
왕가의 인물임에도 그녀는 고개를 가볍게 숙여 보였다. 그것이 그녀가 남을 존경하는 방식인듯싶었다.
그때도, 그 소녀는 이런 식으로 말했었다.
도와주셔서, 감사해요.
지금과 같은 결심이 느껴지는 올곧은 눈동자로, 나를 바라봤었다.
‘이것 하나는 같네.’
7년이 지났음에도, 변치 않은 것은 분명 있었다.
입가에 자연스레 미소가 번졌다.
‘그때 내가 뭐라 답했더라.’
아마, 이렇게 답했던 것 같다.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내 대답에 왕녀가 두 눈을 크게 떴다.
나는 그녀를 바라보며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다음 수업에 만나 뵙겠습니다. 그리고, 숙제는 열심히 해주세요.”
“잠깐··· 네? 뭐라구요?”
나는손가락을 뻗어, 책상 위에 올린 종이를 가리켰다. 내가 지난번 강의에서 나눠준 학습지였다.
“다 빈칸이잖습니까.”
“아니, 저건···.”
“숙제입니다. 다 채워서 수업 때 뵙죠.”
왕녀가 무어라 말을 덧붙이기 전에, 나는 방을 빠져나왔다. 등 뒤에서 그녀가 궁시렁대는 목소리가 들린 것 같기도 하다.
2.
아플리아에 테러를 감행한 변절자, 켈트.
그에 대한 심문이 한동안 이어졌지만, 얻은 정보는 얼마 없다. 그가 끝까지 입을 열지 않은 까닭이다.
그것이 켈트의 의지였다면, 짓뭉개 입을 열게 만들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건 켈트의 의지와는 무관한 일이었다.
계약한 마족이 손을 썼다.
켈트의 정신은 이미 파괴된 상태였다.
아무리 심문을 해보아도 켈트는 ‘선지자가 그대들을 벌할 것이다.’ 따위의 알 수 없는 말만을 늘어놓을 뿐이다.
결국, 그렇게 심문은 끝이 났다.
성교회에 켈트를 넘긴 후, 기사들은 선지자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켈트가 말한 ‘선지자’란 누구인가?
그에 대한 힌트가 몇 가지 있다.
하나는, 그가 아플리아에 속한 인물일 것.
왜냐면, 하루의 휴일도 없이 아플리아에서 일을 하던 켈트가 다른 인물과 접촉했을 리는 없으니까.
둘은, 상당한 실력자일 것.
왜냐면, 그만한 마기를 줄 수 있는 마족과 계약하기 위해선 상당한 기량이 필요할 테니까.
그런 증거들을 토대로 기사들은 용의자를 추렸다. 그 결과, 가장 유력한 용의자로 뽑힌 인물이 하나 있다.
켈트와 접점이 잦았으며.
상당한 실력을 갖춘 인물.
전투 마법학의 조교수로 일했던 켈트가 모셨던 교수이자, 전(?) 켈트의 직속 상관.
‘전투 마법학 본 교수, 맥하트.’
그에게 기사들의 시선이 쏠린다.
교수들 또한 그를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바라본다.
평소에도 평판이 썩 좋지 않았던 교수다. 그의 편을 들어줄 교수는 없었다.
그에 대한 조사가 시작된 것도.
그가 기사들의 주둔지로 불려가게 된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한 흐름이었다.
*
“그러니까, 그놈과 나는 연관이 없다고 몇 번을 말하지 않나! 지금 자네들, 날 의심하는 건가!”
맥하트가 언성을 높였다.
그의 목울대에 핏줄이 도드라졌다.
“자네들이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가 있나!”
“목소리를 낮추시오, 맥하트 교수.”
“내가 낮추게 생겼나? 이보게, 내가 이 나라의 기사로서 전장에도 섰던 사람이야. 이 부상이 안 보이나?”
그가 팔뚝을 걷어붙이며, 길게 난 흉터를 가리키며 소리친다.
“내가! 전장에서 마족을 몇을 죽였는지 알고는 있나? 자네들이 수도에서 하하 호호 떠들고 있을 때 나는 전장에서 마수들을 베었단 소릴세!”
“알겠으니, 제발···.”
“그건 내가 할 소릴세!”
맥하트는 기사로서 자긍심이 높은 인물이다.
당장은 기사를 그만두고, 아플리아의 교수로서 일하고 있지만 그의 마음 한구석엔 ‘참전 기사’라는 자부심이 자리 잡고 있다.
‘그런데, 내가 마족의 편에 섰다고?’
말도 안 되는 모함이다.
맥하트는 그 모욕을 참기 힘들었다.
“매우 불쾌하군!”
“아직 자네가 변절자라 확정하진 않았소, 맥하트 교수. 진정하고 조금 말을···.”
“애초에, 나는 자네들과 함께 마수를 때려잡았단 말일세. 그런데, 내가 변절자라고?”
그건 사실이었다.
맥하트는 주문 훈련실에 가서 학생을 보호하라는 기사들의 제안을 한사코 거부하고, 기사들을 따라 마수를 소탕했다.
“더 할 말 있나!”
기사들은 완고하게 나오는 맥하트에게 진땀을 뺐다. 교수이기 이전에, 맥하트는 명문가 출신의 기사이다.
‘더럽게 시끄럽군.’
속으로는 그렇게 생각하지만, 이렇게 몰아세워 봐야 좋지 않다는 건 기사들도 알고 있다.
“이만 가보겠네!”
당장 확실한 증거는 없다. 결국 기사들은 맥하트를 놓아주는 수밖에 없었다.
‘웃기는 소리야.’
주둔지를 빠져나온 맥하트는 이를 갈았다. 그는 이 상황 자체가 썩 마음에 들지 않았다.
‘앞장서서 마수를 소탕한 건 나이거늘.’
정작 자신에게 돌아오는 찬사는 없다.
주문 훈련실에서 변절자를 제압했다는, 웬 신임 교수의 이야기만이 들려올 뿐이다.
‘분명, 라니아 반 트리아스라 했던가?’
그 이름은 맥하트도 들어본 적이 있다.
‘대강당에서 강연했던 신임 교수.’
그 강연은 맥하트도 보았다.
확실히, 이론에는 뛰어난 마법사였다. 하지만, 전장을 경험한 맥하트는 이론이 전부가 아니라는 걸 알고 있다.
마왕군과 맞부딪치는 곳.
인계와 마계가 맞닿은 전선.
그곳에선 완벽한 이론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믿을 수 있는 건 자신의 직감과 임기응변 뿐이다.
“쯧.”
맥하트는 짧게 혀를 찼다.
전장을 경험한 마법사와 그렇지 않은 마법사는 하늘과 땅만큼의 차이가 있다. 적어도, 맥하트는 그렇게 생각한다.
‘그런데, 전장도 경험하지 않았을 애송이가 변절자를 제압했다고 떵떵대고 다녀?’
그런 맥하트가 보기에, 라니아라는 소녀는 전장은커녕 제대로 된 실전도 한번 경험해보지 못한 애송이에 불과했다.
그 가느다란 팔다리를 보아라.
전장에서 트롤 한 마리만 만나도 울며불며 바닥을 길게 분명했다.
“그런 애송이가 뭐? 변절자를 한 방에 제압해?”
웃기는 소리다.
당시, 주문 훈련실에 없었던 맥하트는 그 소문을 믿지 않았다. 본디 소문이란 과장되기 마련이므로.
‘보나 마나, 주변 교수들의 도움을 받은 것이겠지.’
그리 생각하며 복도를 걷던 맥하트의 눈에, 불현듯 학사 게시판이 눈에 들어왔다.
참관 수업 신청.
조교수들이 본 교수의 수업의 참관을 신청한다는 지원서들이 붙어있다.
“흠.”
그것을 쓱 훑어보던 맥하트의 눈에, 문득 한 조교수의 이름이 들어온다.
라니아 반 트리아스.
수업 참가 희망.
그 칸에는 이미 많은 교수들이 자신의 수업을 써놓았다. 맥하트는 코웃음을 치며 팬을 꺼내 들었다.
전투 마법학 / 맥하트.
그리곤 다른 교수들의 이름 위에 자신의 이름을 떡하니 적어 넣는다.
‘전장의 전(戰)자도 모르는 애송이에게, 전장의 배틀 메이지란 무엇인지 보여줘야겠군.’
맥하트는 비릿한 웃음을 흘렸다.
3.
이른 아침.
“·····.”
“·····.”
나와 스승님은 탁자에 올려진 상자를 바라봤다. 왕실의 문양이 각인된 상자다.
“스승님.”
“뭐냐, 라니엘.”
나는 상자를 가리켰다.
“···어째, 저번보다 요란한 거 같지 않아요?”
“왕가의 문양에 대고 요란하다니. 말조심하거라, 라니엘.”
말은 그렇게 하시지만 스승님도 진열장에 놓인, 저번에 받았던 상자를 힐끗 바라보셨다. 그리곤 다시 책상에 놓인 상자를 바라보신다.
“······.”
아마,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신 듯싶었다.
“후우···.”
스승님이 한숨을 내쉬며 중얼거리셨다.
“···왕녀님이 널 굉장히 마음에 들어 하시는 것 같구나.”
“그러게요···.”
왜 인진 모르겠지만, 아일라 왕녀는 유난히 내게 관심이 많은 것 같긴 하다.
“그럼 열어보자꾸나.”
“네.”
나는 조심스레 상자를 열었다.
상자 안에는 곱게 접힌 옷가지가 들어 있었다. 그것을 차례로 꺼내 본다.
“이건 케이프 같고.”
남색의 망토.
척 보기에도 고급스러운 재질이다.
“이건 조끼··· 같네요?”
망토와 비슷한 재질의 조끼다.
황금빛 단추가 여덟 개 달려 있다.
“거기에 바지 하고···.”
바지를 들어 올리자, 상자의 맨 아래 깔린 옷가지가 있다. 나는 그것을 꺼냈다.
곱게 접힌 새하얀 셔츠.
셔츠를 펼치자 작은 쪽지 한 장이 팔랑이며 떨어졌다.
“음.”
쪽지에는 한 줄의 문장이 적혀 있었다.
이번엔 찢어먹지 마세요.
아무래도, 왕녀님이 남긴 편지인가 싶었다.
나는 쓰게 웃으며 편지를 탁자에 올려두었다.
“로브는 아니네요.”
“정장에 가까워 보이는구나.”
스승님은 옷가지를 바라보며 고개를 살짝 끄덕이셨다. 썩 만족스러워하시는듯한 눈치였다.
“안 그래도, 교수로서 위엄을 살리고자 정장 한 벌쯤은 맞춰줄까 생각하고 있었는데 잘됐구나.”
툭, 스승님이 테이블을 건드렸다.
“강의할 때는 이걸 입으면 되겠구나.”
“전 로브가 편하던데요···.”
“당연히 로브가 더 편하겠지. 하지만, 학생들의 앞에 설 때는 적당한 긴장감을 가질 필요가 있다.”
저번에도 비슷한 말씀을 하셨던 것 같았다.
“그런 사소한 것들이 모여 좋은 교수가 되는 것이다. 이번에는 잘 관리하거라.”
“네, 그럴게요.”
“만에 하나라도 이번 것도 찢어먹는다면···.”
스승님이 눈을 가늘게 떴다. 툭, 테이블을 두들기는 손가락에 푸른 번개가 맺힌다.
“말 안 해도 잘 알 거라 믿는다.”
꿀꺽.
나는 마른침을 삼키며, 고개를 끄덕였다.
“···조심할게요.”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