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chef of the constellations RAW novel - Chapter 68
68화. 쌈 많이, why?
“더 없나? 아니면 다른 요리를 가져오도록.”
100인분이나 되는 샐러드를 순식간에 해치워놓고 아쉬운 듯 입맛을 다시는 식신(食神)의 모습에 나는 할 말을 잃었다.
아니, 아무리 코끼리라지만, 이건 너무 하잖아?
“잠시만 기다려 주시겠습니까?”
하지만 당황하고 있을 수만은 없다.
코스 요리를 대접할 때 제일 중요한 건 요리 사이의 텀이 길지 않게 하는 것.
요리 사이의 시간이 길어지면 그사이 배가 불러서 뒤의 요리를 다 먹지 못하거나 맛을 제대로 느끼지 못하게 되니까.
나는 서둘러 주방으로 돌아갔다.
“미야, 만들어놓은 월남쌈은 몇 개예요?”
두 번째로 나갈 요리는 바로 월남쌈.
현지에서는 고이 꾸온이라고 불리는 베트남 요리로 라이스 페이퍼를 따뜻한 물에 적셔 각종 재료를 싸 먹는 요리였다.
나와 미야는 가네샤가 올 걸 대비해 미리 라이스 페이퍼와 재료를 대량으로 준비해 놓았다.
그리고 ‘연성이네’ 낮 장사를 하는 동안 미야가 틈틈이 월남쌈을 말아놓았다.
원래 월남쌈은 본인이 직접 말아먹는 요리지만, 성좌한테 그걸 시킬 수는 없었거든.
그래서 레스토랑에서 파는 스프링롤처럼 미리 말아서 내놓을 생각이었다.
“30개요.”
“이런, 그걸론 턱없이 모자라겠네요.”
“네?”
내 말에 눈을 동그랗게 뜨는 미야를 보며 나는 짧게 한숨을 쉬었다.
보통 평범한 사람은 한 끼에 월남쌈 10개만 먹어도 배부른 편.
그래도 혹시나 몰라서 30개를 미리 말아놓고 예비용 재료도 만들어놓은 건데, 샐러드를 먹는 가네샤를 보니 양이 턱없이 모자랄 거 같았다.
“일단 만든 거는 제가 가지고 나갈게요. 미야는 계속해서 월남쌈을 말아줘요.”
“네. 서둘러 볼게요.”
미리 준비해 둔 재료는 월남쌈 100개 분량.
하지만 그것도 모자랄 것 같다는 불길한 예감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천오야.”
“응?”
“너도 일하자.”
“나 일하고 있는데?”
막 홀에서 넘어온 샐러드 그릇을 설거지하려던 천오가 불만인 듯 입을 삐죽였다.
나는 삐진 천오에게 상황을 설명해주었다.
“설거지는 나중에 하고 지금은 너도 주방 일에 들어와야 할 거 같아. 천육, 천칠, 천팔도 같이.”
재료를 준비하고 미야와 함께 월남쌈을 말아야 하니 천오 혼자만으로도 부족했다.
에녹 씨는 가네샤의 시중을 들어야 하고, 나는 가네샤를 상대해야 하니, 천오 형제의 도움이 꼭 필요했다.
“부탁 좀 할게. 넌 못 하는 게 없는 제천대성이잖아?”
삐진 천오를 달래는 아부도 곁들여줬더니 그의 얼굴에 씨익 미소가 떠오른다.
“그래? 그러면 이 몸이 나서주지! 후욱!”
천오는 당장 머리털을 뽑아서 훅 불었다.
식당 주방에서 할 일은 아니었지만, 머리털들은 바닥에 떨어지는 일 없이 모두 천오의 형제 천육, 천칠, 천팔로 변했다.
“다들 오랜만이야.”
“오! 사장 반갑!”
“우리가 필요하다고?”
“뭐든지 말해!”
나는 천오 형제에게 반갑게 인사를 건네곤 서둘러 일의 지시를 내렸다.
“천육은 월남쌈 안에 들어갈 재료들을 썰어줘.”
“알았어.”
“천칠은 아직 쌀 반죽이 남아있을 테니, 저 찜기로 라이스 페이퍼를 만들어주고.”
“아, 그 쌀 종이?”
“천팔은 미야랑 함께 월남쌈을 말아줘.”
“맡겨둬!”
그렇게 일을 지시하고 나니, 천오가 기대에 찬 눈빛으로 나를 보았다.
“사장, 나는?”
“천오, 너는······.”
재료를 썰고, 라이스 페이퍼를 만들고, 월남쌈을 만들었으니 다음에 할 게 뭐지?
생각해보니 없다.
나는 멋쩍게 웃으며 싱크대를 가리켰다.
“설거지.”
“우쒸! 결국 설거지잖아!”
투덜거리면서도 그래도 순순히 고무장갑을 끼며 싱크대로 향하는 착한 천오.
나중에 좋아하는 요리라도 해줘야지.
그렇게 주방에서 직원들에게 일을 분담시키고 나는 미리 말아진 월남쌈을 들고 다시 오픈 키친으로 나왔다.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월남쌈, 스프링롤입니다.”
“오, 반가운 요리로군.”
따뜻한 물에 적신 라이스 페이퍼는 반투명하게 변하기 때문에 그 안의 내용물이 비친다.
그래서 월남쌈은 안의 내용물을 확인하면서 그 색과 모양을 즐기는 재미로도 먹는 요리기도 했다.
가네샤가 익숙한지 반가운 표정을 지었다.
“가네샤 님은 인도의 신인데도 알고 계시는군요?”
“정확히는 힌두교의 신이지. 이러한 요리는 힌두교가 퍼진 곳에서도 볼 수 있다.”
아, 힌두교가 한때는 동남아에서 굉장히 유력한 종교였었지?
“이 요리의 본고장이라고 할 수 있는 베트남도 한때 참파 왕국이라는 유력한 힌두교 국가가 있었다. 그곳에서도 나를 지극정성으로 섬겼었지.”
“그랬군요.”
“그때는 정결한 기름으로 튀긴 ‘짜조’라는 음식을 바치곤 했다.”
스프링롤을 기름에 튀기면 마치 튀김만두처럼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요리가 되는데 그걸 짜조라고 한다.
가네샤는 짜조를 주로 먹은 모양이었다.
“이 월남쌈은 짜조보다는 신선하고 재료 본연의 맛을 즐길 수 있는 요리입니다.”
“기대하겠다.”
어우, 기대하겠다는 손님의 말이 왜 이렇게 무섭지.
맛있다면 끝없이 먹겠다는 소리처럼 들렸다.
그래도 만드는 게 두려워 맛이 없길 바라는 건 요리사의 수치.
나는 월남쌈을 가장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조합을 제시했다.
“이 소스들에 찍어 드셔보시겠습니까?”
내가 내민 소스는 두 가지.
전분물에 마늘과 홍고추를 다녀 넣고 설탕과 던전 레몬즙을 섞어 끓인 후 식힌 스위트 칠리 소스.
그리고 땅콩을 갈아 만든 피넛버터에 마찬가지로 설탕과 던전 레몬즙, 다진 마늘에 간장을 살짝 섞어 만든 땅콩 소스였다.
“이건 처음 보는 소스이실 겁니다.”
왜냐면 두 소스 모두 현지에서도 먹는 소스지만, 땅콩이랑 고추 모두 대항해시대 이후 신대륙에서 유래한 거니까.
“그런가? 한 번 먹어보도록 하지.”
가네샤는 내 설명에 흥미를 보이더니 손으로 미리 말아진 월남쌈, 스프링롤을 들어 각각 소스에 하나씩 찍어 먹었다.
“음, 새콤달콤매콤한 맛이 신선한 채소랑 잘 어울린다. 고소한 땅콩 소스는 자칫 채소로만 이루어져 가벼울 수 있는 요리에 진한 맛을 안겨주는군.”
이야, 많이 먹는 것만이 아니라 맛을 즐길 줄도 아는구나.
나는 가네샤의 미식 평에 감탄을 터뜨렸다.
“크, 드실 줄 아시네요.”
“나는 가네샤. 성좌 중에서 식도락에 관해선 둘째가라면 서러운 신이다.”
내가 보기엔 푸드 파이터, 혹은 대식가 같지만 말이야.
자칭 으뜸가는 식도락가인 가네샤는 소스 말고도 스프링롤의 내용물에도 관심을 가졌다.
“요리는 익숙하지만, 내용물은 색다르군.”
그럴 수밖에.
현지에서 먹는 채소는 마철성이 구하기가 힘들고, 쌀면은 내가 만들기가 힘들었다.
그리고 고기는 가네샤가 비건이라 넣을 수가 없었고.
그래서 한국식 월남쌈으로 어레인지를 좀 해봤지.
“무순, 당근, 오이, 데친 버섯, 깻잎으로 속을 채우고, 3색의 파프리카, 단무지로 알록달록한 색을 돋보이게 했습니다. 던전에서 얻을 수 있는 향신료도 조금씩 넣었고요.”
“그것만 들어간 건 아닌 거 같은데?”
“맞습니다.”
보통은 모양과 색을 돋보이게 하려고 작은 칵테일 새우를 데쳐서 넣기도 하지만, 가네샤는 비건이라 뺐다.
그리고 상큼한 맛을 위해 넣는 파인애플 대신으로는,
“던전 레드망고를 넣었습니다.”
파인애플을 대체할 과일이 뭐가 있을까 하다가 [남국의 해안]에서 종종 천오가 따 먹는 던전 레드망고를 넣어보았다.
레드망고는 애플망고처럼 새콤달콤한 맛이 특징으로 파인애플이랑 맛이 비슷했거든.
“좋다. 쓴맛을 내는 다른 재료의 맛을 과일의 상큼한 맛이 잘 잡아줘서 더 즐겁게 먹을 수 있군.”
다행히 과일이 들어간 월남쌈도 가네샤의 입맛에는 잘 맞은 모양이었다.
그가 푸륵푸륵 거리며 코의 근육을 푸는 게 보였다.
제대로 먹어보겠다는 건가? 안 돼!
“자, 그러면 본격적으로 먹어보도록 하······.”
“가네샤 님, 잠시만요.”
“무슨 일이냐?”
한참 시작할 먹부림을 방해받은 가네샤가 눈을 찌푸리며 나를 보았다.
어우, 허튼소리라도 하면 당장이라도 천벌을 내릴 기세네.
하지만 나도 어쩔 수 없었다.
이대로 놔두면 가네샤가 순식간에 월남쌈을 한입에 넣을 기세였거든.
지금 분주하게 주방에서 월남쌈을 준비하고 있을 미야와 천오 형제들을 위해서라도 내가 위험을 각오하고 시간을 끌어야 해!
“샐러드는 원래 그냥 드레싱에 버무려서 같이 먹는 거라 괜찮았지만, 월남쌈은 소스에 찍어 그 맛을 음미해야 하는 음식입니다.”
“그렇군. 그래서?”
“한입에 다 드시는 것보다는 하나하나 소스와의 궁합을 즐기면서 드시는 게 어떨까요?”
“······.”
윽, 가네샤의 눈빛이 무섭다.
당장이라도 고작 그런 이야기를 하려고 자신의 먹부림을 멈춘 거냐고 소리칠 것 같네.
“네 말에도 일리가 있군. 그렇게 먹도록 하지.”
하지만 놀랍게도 가네샤의 입에서 나온 말은 긍정의 말이었다.
고개를 끄덕인 가네샤는 근육을 풀던 코를 얌전히 내려놓고 손을 들었다.
휴, 다행이다. 이걸로 시간은 벌었······.
다고 생각한 내가 바보였다.
“맛있군.”
가네샤의 손은 무려 네 개.
가네샤는 두 손으로 스프링롤을 잡고 남은 두 손으로 소스 그릇을 하나씩 잡고 빠른 속도로 찍어 먹기 시작했다.
아, 안 돼!
“······.”
나는 가네샤가 요리를 즐기시게 놔둔 뒤 조용히 주방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한참 스프링롤을 말던 미야가 내게 물어왔다.
“마스터, 뭐라고 하세요? 맛은 괜찮대요?”
“너무 맛있다고 하십니다.”
“휴, 다행이다.”
“당연히 맛있다고 하겠지! 우리가 이렇게 고생했는데!”
주방에서 분주히 움직이던 미야와 천오 형제가 내 대답에 뿌듯한 미소를 지었다.
“맛있다고 하시니 더 드시겠네요. 이미 스프링롤 50개 만들었어요. 잘했죠?”
“사장, 재료도 50개 분량을 더 만들었다. 이제 괜찮나?”
“······여러분, 미안해요.”
나는 열심히 스프링롤을 만든 직원들을 향해 고개를 떨굴 수밖에 없었다.
“애써봤지만, 드시는 속도가 너무 빠르네요. 지금보다 두 배는 빨리 움직여야 할 거 같습니다.”
“······마스터?”
“미안해요! 다음 요리는 나 혼자 감당해볼 테니까!”
나는 고생할 직원들을 위한 눈물을 뿌리며 만들어진 스프링롤을 들고 서둘러 오픈 키친으로 향했다.
고개를 돌리기 전에 미야가 왠지 마녀 모드로 변한 것 같았는데, 착각이겠지······?
* * *
그렇게 직원들을 갈갈 갈아서 만들어낸 스프링롤 300개가 소모되고 나서야 가네샤는 만족했다.
“다른 요리는?”
“······.”
맛있게 먹어주니 마음은 좋은데 몸은 좋지 않은 이 기분은 뭘까?
나는 치솟아 오르는 한숨을 꾹 참고 다음 요리를 소개했다.
“지금까지는 다른 나라의 채식 요리를 한국식으로 어레인지했다면, 이번에는 정통 한국 요리를 즐기실 차례입니다.”
샐러드도 월남쌈도 한국인들이, 그리고 채식주의자들이 즐기는 메뉴지만, 정통 K-푸드라고 하긴 힘들지.
그래서 이번에는 중국 황제조차 탐냈던 한국의 요리를 메인으로 삼았다.
“그건 뭐지? 새하얀 것이 마치 치즈 같군.”
내가 꺼낸 재료를 본 가네샤가 눈을 살짝 찌푸렸다.
힌두교의 채식주의자들은 보통 비건들과 다르게 유제품도 먹는 편이었다.
우유를 먹는 것은 생명을 해치는 것이 아닌 데다, 그들이 신성시하는 소의 부산물이니 오히려 더 선호했지.
하지만 유제품 중에서도 치즈만큼은 예외였다.
그 이유는 치즈를 만드는 데 소를 죽여야 얻을 수 있는 렌넷 효소가 들어가니까.
렌넷이 안 들어가는 치즈는 또 먹는다고 하니 좀 복잡한 채식주의자들이었다.
여하튼 나는 가네샤를 안심시키기 위해서 빙긋 웃으며 입을 열었다.
“치즈는 아닙니다. 하지만 비슷하죠. 식물로 만드는 치즈니까요.”
치즈가 우유의 단백질을 응고해서 굳혀 만든 거라면, 내가 꺼낸 ‘이것’은 콩의 단백질을 응고해서 굳혀 만든,
“두부입니다.”
중국의 황제가 조선을 닦달해 바치라고 요구했던 한국의 자랑, 두부였다.
두부, 야채 만두, 잡채, 레츠 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