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mythical shepherd slave RAW novel - Chapter 102
102화. 근위대
기다랗고 두꺼운 장대가 휘둘릴 때마다 공기 중으로 육중한 붕붕 소리가 울려퍼진다.
마치 커다란 새가 날개짓을 하는 것 같기도 하고, 아니면 벌떼가 날아다니는 것 같기도 하다.
뭐, 어떻게 보면 비슷하기는 하다.
“똑바로들 봐둬라! 나중에 적 앞에서 죽기 싫으면!”
지금 저 모습을 보면 곧 공중으로 날아오르지 않을까 싶으니까.
테오가 창대의 끝쪽을 붙잡고서 할버드 날을 빙빙 돌리니, 자연스럽게 그 위압감에 사방 3~4미터 정도에는 사람이 접근할 수조차 없게 된다.
날이 휘둘리는 데서 풍압이 느껴지는지, 겁 먹은 이들은 몇 걸음씩 더 물러나서 테오의 비웃음을 사기도 했고.
“이렇게 하면 지금처럼 다수의 적이 접근해오는 일을 차단할 수 있다!
어차피 여깄는 놈들은 반수 이상이 일반인들보다 키도 크고 어깨도 벌어져 있으니까 상대에게 줄 수 있는 압박감도 크겠지! 그걸 잘 활용하도록!!”
테오가 사방으로 휘둘리던 창날을 빠르게 멈춰세우며 창대를 잡는 손의 위치를 옮긴다. 순식간에 빙빙 돌리며 주위를 견제하는 동작이 베기와 찌르기 동작으로 이어진다.
“오··· 대단하네. 저 긴 걸 무슨 자기 팔처럼 다루잖아?”
“내가 아까 들어봤을 때는 무슨 애라도 안고 있는 것처럼 무겁던데. 젠장, 저걸 뭔 수로 따라하라는 거야?”
“방금 어떻게 따라하냐는 놈, 나와.”
그 기예에 주위 사람들이 감탄하자 테오가 한심하다는 듯 한 번 혀를 차고는 투덜대던 사내 하나를 콕 찝어 일어나게 한다.
떨떠름하고 내키지 않는 표정의 사내가 테오에게 가까워오자, 테오는 그에게 억지로 할버드 하나를 안긴 뒤 등을 떠밀었다. 그러고 자신은 창꽂이에서 창 하나를 뽑아다 들었다.
어··· 아니다.
창이 아니다.
멀리서 구경하니 시야가 가물가물하여 나는 옆에 있던 스클레오스에게 물었다.
“스클레오스, 저게 내가 보는 그대로가 맞나?”
“뭘 물어보시는지 모르겠군요. 저는 시력이 그리 좋지를 않아서 말입니다.”
아, 그렇지. 평생 달궈진 금속과 불꽃을 마주보며 살았던 사람이 시력이 좋을 리가 없다.
내가 무안한 마음에 그 옆에 있던 아노이토스에게 눈짓하자, 아노이토스는 한동안 눈쌀을 찌푸리고 주의를 기울이더니 말한다.
“어, 주군, 맞는 것 같습니다.
창촉이 없군요.”
테오가 집어든 건 그냥 평범한 장대다.
무기는 맞다만, 날붙이는 아닌 그냥 평범한 목제 막대.
심지어 길이도 바닥에 내려놨을 때 테오의 허리께 정도밖에 닿지 않을 정도로 짧다.
우리처럼 할버드를 집어든 사내도 어리둥절한 마음인지 조심스럽게 입을 떼려 하자 테오가 손짓으로 그의 말을 막고 말한다.
“그래. 대련이나 해보자고. 자네는 그 할버드로 내게 덤벼들어보게.”
“하, 하지만 다치실 수 있지 않습니까?”
“상관 없어. 자네가 여기 온 게 투창 실력 때문 아니었나?”
“그렇습니다. 안탄드로스의 군주 파리스 님께서 여신 투창 대회에서 우승하고 근위대로 뽑혔죠.”
“그럼 실력을 증명해 보여야지. 저기, 네 주군께서 지켜보고 계시는데.”
테오가 즐거워보이는 표정으로 입술을 핥으며 내 쪽을 가리킨다. 어정쩡하게 고개를 돌린 사내와 내가 어색한 시선 교환을 마치자 테오가 내게 소리쳤다.
“파리스 님! 파리스 님께서 모집하신 인재가 얼마나 쓸 만한지 제가 좀 시험해봐도 되겠습니까?”
“···죽이지만 말게. 다치는 건 상관 없네. 마침 이노를 안탄드로스에 데려왔으니까.”
“감사합니다.”
“하, 하지만 날이 있는 무기를 쥔 건 제가 아닙니까? 제가 어떻게 감히 그 이름 높은 불사조 근위대장의 몸에 창날을···”
“닥쳐.”
“어, 뭔가 실수했습니까? 불사조 근위대자···”
“닥치라니까. 한 번만 더 불사조 어쩌고 하면 혀를 못 쓰게 만들어버릴 테니까.”
“···.”
테오가 나를 원망 가득한 눈빛으로 돌아본다. 저렇게 본인이 멋진 이름을 마음에 들어하니 작명가로서 뿌듯한 마음뿐이다.
참고로 안탄드로스에 새로 세울 근위대 이름은 헤파이스토스 님께 헌정하며 철쇄대(Ironbreakers)라고 지을 예정이다.
용맹무쌍한 안탄드로스의 수호자들에게 붙을 이름으로서 이보다 더 완벽한 이름이 어디 있겠나?
···아무튼.
테오가 흔들리던 정신을 가다듬었는지, 눈을 잠시 감았다 뜨고는 할버드를 들고 엉거주춤하게 선 사내에게 말한다.
“나를 다치게 해도 상관 없다.”
“그렇지만···”
“심지어 죽여도 상관 없어.”
“어··· 예?”
테오의 말에 그의 수업을 듣던 철쇄대 대원(예비)들이 수근거린다.
“그게 무슨 소린가! 무리하지 말고 돌아오게!!”
당연히 스클레오스나 아노이토스 역시 비슷한 태도.
둘 모두 눈이 동그래져서는 이리저리 외쳐대지만 테오는 미동도 없다.
왜냐하면 내가 아무 말도 안 했으니까.
여기서 책임자는 나다. 그 사실을 생각해낸 스클레오스와 아노이토스가 나를 향해 돌아본다.
“어떻게, 말리셔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렇습니다. 지금 일개 군주의 근위대를 훈련시키는 데 왕의 무사를 데려다 쓴 것도 큰일인데 만일 테오가 부상을 입기라도 한다면···”
“자네들은 테오가 싸우는 걸 제대로 지켜본 적이 없지?”
나는 두 사람의 쓸데없는 걱정에 웃음을 참아야만 했다.
그리고 테오를 거들어줄 겸 나는 몸을 일으켜 외쳤다.
“그래, 자네! 만일 테오를 부상 입히거나 죽이기라도 한다면 잠겨죽을 만큼의 은화를 주고 안탄드로스에 세워질 근위대의 대장으로 삼겠다! 그리고 자네가 질 모든 죄는 내가 대신 지고 가겠다!”
내 외침에 모두의 눈이 휘둥그레진다.
테오만 빼고.
테오는 웃었다.
“자네들은 한번 보기나 하게. 재밌는 구경일 테니까.”
날 만류하려는 스클레오스와 아노이토스를 진정시키며 나는 안락의자에 몸을 던져 앉았다.
일단 명령은 명령.
떨떠름한 얼굴로 두 사람은 다시 자리에 앉아 관전 모드로 돌아가고, 테오는 슬슬 시동을 걸려 하는지 자세를 낮추고 창대를 쥔 손을 들어올린다.
“네게 선공을 주지.”
“···정말 결과에 대해서는 책임지지 않아도 됩니까? 저도 여기저기서 깨나 힘도 쓰고 피도 봤던 사람입니다.”
“당연하지. 안탄드로스의 군주께서 하신 말씀을 못 믿나? 자네가 평생 벌어도 못 벌 돈을 벌고 싶으면 공격해오기나···”
날아드는 묵직한 할버드의 도끼날을 피하며, 테오는 장대로 사내의 정강이를 찍었다.
“···하게!”
순간 균형을 잃고 자세가 무너진 사내가 급히 할버드의 날부분을 몸쪽으로 당긴 뒤 창날을 앞으로 내민다.
그 판단은 옳았다. 사내의 머리를 정통으로 가격해오려던 테오의 장대가 할버드의 창대에 막혔던 것이다.
그러나 사내에게 한숨 돌릴 틈 따위 주지 않고서, 테오는 빠르게 사내의 몸 가까이로 접근해온 뒤 장대로 사내의 오른손을 때린다.
“끄악!”
짧은 비명과 함께 창대를 손에서 순간 미끄러뜨리는 사내.
자신이 무장해제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 챘는지 허겁지겁 창대를 주우려 들지만 테오가 그의 명치를 찍어버렸다.
“크헉··· 허억···.”
순식간에 숨을 몰아쉬며 쓰러지는 사내.
테오는 사내가 집어들려는 할버드의 창대를 발로 차 멀리 보내버리고는 장대로 그의 얼굴을 겨누었다.
“끝났다.”
“···.”
정적.
스클레오스나 아노이토스 모두 말문을 잃고 어느새 몸을 일으켜 그 광경을 조용히 바라보았다.
누가 봐도 테오의 압도적인 우위였다. 날붙이를 든 상대를, 고작 장대 하나로 2~3분 정도밖에 안 되는 시간만에 제압했다.
테오는 여유롭게 장대와 할버드를 다시 창꽂이에 꽂으며 휘파람을 불었다. 그 뒤 여전히 고통에 끙끙대는 사내를 일으켜세운 뒤 단호하게 말한다.
“이 끝에 창날이 달려 있었으면 자네는 죽었어. 아니, 아까 가슴팍이 찔렸던 그때 피와 내장을 꼴사납게 쏟아냈겠지.”
“···.”
“자네의 실수가 뭔지 알겠나?”
“···테오 님의 수업을 제대로 듣지 않은 것입니까?”
“아니, 그딴 원론적인 소리 말고 실질적인 해답을 내놓으라고.”
“···.”
“하아아, 좋아. 자네가 답하지 못하겠다면 다른 사람들에게 묻지. 여기서, 이놈의 가장 큰 실수가 뭔지 말해볼 사람 있나?”
다시 정적.
“아무도 없어? 이런 새끼들이 안탄드로스의 군주를 호위한다고? 이거 다 쫓아내고 다시 뽑아야 하는 거 아닌가?”
“내가 말해도 되겠나?”
“아, 파리스 님. 얼마든지 말씀하십시오.”
나는 몸을 일으켜 경기장 아래로 내려간다.
콜로세움이랑 비슷한 구조로, 규모만 작게 만들어본 안탄드로스의 신축 원형 경기장은 원본과 마찬가지로 좌석이 계단식으로 되어 있는지라···
경기장 중앙의 선수들에게 닿으려면 꽤나 많은 계단을 걸어내려가야만 했다.
내가 경기장 바닥의 모래에 부드럽게 내려앉자 테오와 다른 예비 근위대원들 모두가 절해 온다. 나는 그 쓸데없는 예의차리기를 손짓으로 거두고는 말했다.
“이 장대의 길이는 기껏해봐야 성인 남성의 허리께 정도밖에 오지 않는다.”
내가 운을 띄우자 테오가 만족스레 웃는다. 정답이란 뜻이다.
“허나 이쪽이 들었던 할버드는 길이가 성인 남자의 키와 비슷하거나 그보다 좀 더 크지. 예컨대 사거리의 차이란 게 있단 말일세.”
나는 창꽂이에 꽂혀 있던 할버드를 다시금 뽑아들은 뒤 테오가 처음에 시범을 보였던 동작처럼 창대를 최대한 길게 빼서, 거의 끝부분을 잡고 머리 위에서 빙글빙글 돌렸다.
“그리고 이렇게! 하면! 바로 할버드 특유의 긴 사거리와 묵직한 무게를 활용할 수 있지! 그걸 살리지 못한 게 첫번째이자 가장 중대한 실수였네!”
-쾅!!!
나는 빙글빙글 돌리던 할버드의 도끼날을 근처에 서 있던 대련용 목각 인형에다 찍었다.
목각 인형의 모가지가 반쯤 패여서는 덜렁거린다.
“후··· 모두 알겠나?”
“···.”
“···.”
내가 시연을 보이자 다들 조용히 입을 다문다.
너무 겁을 줬나 싶었을 때쯤 저 뒤쪽에서 속삭임이 들려온다.
“···대체 저 실력으로 호위무사를 왜 뽑는 거야?”
“나도 몰라? 자기과시?”
“크흠. 조용히.”
지방방송은 집어치우고.
나는 할버드를 세워 들고서는 앞으로 자랑스러운 철쇄대의 대원이 되어줄 이들을 돌아보았다.
하나하나 모두 내가 직접 고른 이들이다.
내가 개최한 레슬링이나 권투 등 운동경기에서 메달을 딴 이들부터, 입상하지는 못했더라도 보기에 두각을 드러냈거나 싹수가 보이는 이들까지.
“자네들과 자네들의 일가는 이제 모두 내가 보살핀다. 이전에는 누릴 수 없던 영광과 부를 자네들에게 주고 있지.”
“···.”
“내가 바라는 건 충성만이 아니다.”
충성은 누구든 할 수 있는 게 충성이다. 전사가 아니라 대장장이라도, 농민이라도, 심지어 인간이 아닌 사냥개라도.
“내가 자네들에게 바라는 건 성과일세.
원하는 모든 걸 줄 테니, 실력을 쌓고 그걸 발휘하게.”
그렇게 짧은 연설을 마친 뒤 다시 자리로 돌아오자 스클레오스와 아노이토스가 나를 신기한 눈으로 쳐다본다.
“···나도 여러 번 싸웠으니까. 하다 보면 그렇게 돼.”
“저도 심심할 때 친구들이랑 같이 레슬링을 하는데, 언젠가 대회에서 입상할 수 있을 거라고 누가 말한다면 개소리 집어치우라고 해줄 겁니다.”
“···.”
“오··· 파리스, 나는 지금까지 인어를 학살했다느니 뭐니 하는 게 헛소문인 줄로만 알았는데···.”
“그만하죠. 그게 중요한 건 아니니까.”
나는 허리를 쭉 편 뒤 목과 어깨를 스트레칭했다.
아래를 내려다보니 아까보다는 훨씬 의욕적으로 예비 철쇄대원들이 이리저리 할버드를 흔들어댄다. 물론 교관의 성에는 차지 않으니 테오의 언성은 높아지지만.
뭐, 그래도 훨씬 나아졌다.
“테오의 실력이 대단하더구나. 특히 저 할버드라는 무기를 몸처럼 다루는 걸 보니 감탄만 나오던데.”
“저도 그래요. 자기는 저 무기를 되도록 안 쓰겠다고 선언한 게 가슴이 아플 뿐이죠.”
“어째서지? 자기도 중요한 무기라며 지금 훈련시키고 있지 않으냐?”
“그러게 말입니다. 저도 스클레오스 님이랑 마찬가지로 이해가 가지 않는데요?”
두 사람의 질문이 들어오니 나는 잠시 눈을 굴리다 대답했다.
“아저씨도 저 무기의 구조를 보면 알겠다시피 전차를 상대할 때는 좋아요. 뭔가를 걸고 잡아당기거나 하기에 적합한 구조니까.
일반적인 창보다 묵직한 데다 쓸 수 있는 전술도 다양해지죠.
근데 테오는 전차 위에 올라타요. 왕실 인사들의 근거리 호위를 맡으니까요.”
지난 전투에서도 테오는 이미 전차에 오른 채로 펜테실레이아를 마주했었지.
그때도 할버드는 챙겨만 놓고 제대로 활용하지는 못했었다.
할버드 같이 무겁고 긴 무기를 쓰기에 전차는 공간이 좁은 데다가, 휘두를 때 마부가 다치지 않게까지 신경 써야 하는 만큼 더욱 활용이 애매해진다.
투창처럼 그냥 던지는 무기라면 모를까 할버드는 찌르기와 휘두르기 등 다양한 동작이 가능한 게 메리트인 만큼 주위 공간이 어느 정도 확보되어야 한다.
차라리 창이나 활 같이 전차 위에서도 사용에 용이한 물건들이 테오에게는 조금 더 알맞으리라.
하지만 저 보병들에게는 아니다.
영웅들을 상대하기 위해서, 적어도 영웅의 전차를 부숴뜨리고 그를 엄호하는 전차부대를 무너뜨리기 위해서라도 할버드의 운용은 필수적이다.
저 수백 명이 테오의 반만큼이라도 능숙하게 할버드를 활용할 수 있게 된다면···.
“저는 저들의 힘으로, 반신을 죽일 겁니다.”
영웅의 빈틈을 노릴 수 있게 되지 않을까?
나는 곧 엉덩이를 털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안탄드로스에서 쓸 시간은 많지 않다. 머지 않아 안탄드로스의 사정에 대해 프리아모스에게 보고해야 할 테니 말이다.
내가 몸을 일으키자 내 양옆에 앉아 있던 두 사람도 엉거주춤하게 일어나 내 뒤를 따를 채비를 마친다.
그리고 스클레오스가 묻는다.
“···반신을 죽인다니, 그게 무슨 이야기냐.”
“그 말 그대로입니다. 곧 전쟁이 닥쳐올지도 모르니까요.”
“하투샤와 말이니? 멀리서 다가올 대왕의 군대에 대응하려고 이렇게 조급하게 움직이는 거라면 굳이 그럴 필요는 없지 않겠느냐?”
“저는 모든 경우에 대비하는 것뿐입니다. 도시를 지키기 위해서요.”
그래, 그런 거지.
나는 대강 예비 철쇄대원들에게 경기장 5바퀴를 돌게 시킨 뒤 이쪽으로 올라오는 테오를 마주한다.
그에게 땀을 닦을 수건을 던져준 뒤 근처로 다가가 물어보았다.
“그래서, 얘네는 얼마나 훈련시켜야 제대로 된 병사가 될 것 같아?”
한참동안 목덜미와 콧잔등의 땀을 꼼꼼히 닦아내던 테오는 근처의 시종에게 수건을 던진 뒤 되물었다.
“얼마나 훈련시켜야 할 것 같느냐 물으신다면··· 언제까지 훈련시켜야 하는지 먼저 말씀해주십시오.”
테오가 스클레오스와 아노이토스의 눈치를 보며 경어로 말하자, 나 역시 뒤늦게 격식을 차려 말한다.
“최대한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생각하시는 구체적인 시점을 말씀해 주십시오.”
“···.”
나는 잠시 하투샤와 트로이아의 거리를 생각했다. 아직까지도 별 소식이 없는 돌론과 그 수하들을 떠올리며 히타이트와의 전쟁이 언제쯤 다가올지를 가늠한다.
아카이아와의 전쟁은 이제 가늠할 수조차 없게 되었으니.
“한··· 1년.”
“1년? 1년 안에 저 400명, 500명을 정예한 병사로 만들어 놓으면 되겠습니까?”
“힘들지는 않겠나?”
“당연히 힘들겠지요. 그런데···”
테오는 흘끗 내 심각한 얼굴 표정을 보더니 다시 고개를 돌려 어기적대는 운동선수들을 지켜보았다.
“해야죠.”
분명한 목소리.
다짐이나 계획이 아니라 아니라 마치 당연한 일을 말하는 듯한 말투.
어떻게 신분도 낮은 테오가 왕의 신임을 받는 위치까지 올랐는지 나는 그 전사(前史)를 전혀 모른다. 물어본 적도 없다.
하지만 대강 그 이유는 알 것 같았다.
나는 테오를 믿었다.
테오가 1년 안에 된다고 했다면, 1년 안에 근위대가 완성되리라.
영웅들에 맞서싸울 무기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