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mythical shepherd slave RAW novel - Chapter 194
가장 눈에 띄게 돌아다니며,
나와 함께, 또는 나와 따로 떨어져 전장 한복판을 휘젓고 다녀야 한다. 인원수도 펜테실레이아의 족장들과 똑같이 맞췄다.
펜테실레이아는 족장들과 다만 호흡이 잘 맞으면 그만이었겠지만, 나는 다르다.
나는 기병이다. 따라서 나와 함께할 이들도 내 기동력에 맞춰 움직일 수 있는 이들이어야 한다.
기병대.
가장 위험한 위치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이들이다. 내게 가장 큰 충성을 바치는 이들이고.
“너희가 잘 따라올 수 있으리라 믿는다.”
“저기··· 주군?”
“왜 그러지?”
“분명 저희에게 말씀하시길, 자원한다면 ‘그것’을 보여주시겠노라 하셨는데···.”
“···.”
아.
그래, ‘그거’.
“후···.”
“다른 이들은 아마존 여왕이 일으킨 모래 폭풍 때문에 가려져서 못 본 것 같지만 철쇄대원들은 이미 다들 암암리에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펜테실레이아 여왕을 ‘그것’으로 막아내셨다고요!”
“···.”
“아. 당연하지만 나도 봤다, 파리스. 그런 걸 감춰두고 있었다니.”
···이걸 일반 병사들 눈에 안 띄었으니 다행이라 해야 하나.
“···망치.”
-화르륵!
“우오오오오!!!!”
“추, 충성을··· 충성을 다하겠습니다.”
“헤파이스토스 님께서 필멸자들 사이에서 사도를 한 사람 내시어 그분께 가르침을 내리시나니 양치기 사이에게서 길러짐받고 대장장이들에게서 배우사···.”
마지막.
마지막, 뭐야. 기도문이야?
···.
‘유달리 충성심이 강한’ 놈들을 골라뽑다 보니 그렇게 됐다.
“아무튼 이제 잔말 말고 모두들 말 위로 올라탄다. 일전에 잠시 연습했던 대로,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털썩 주저앉으면 말 허리 다치니까 조심하고!”
“알겠습니다!!”
“너희들은 거기서 구보하는 연습이나 하고 있는다! 알겠나!!”
“예!!!!”
“헥토르 형님은 따로 오십시오. 제가 여기서 잠깐잠깐 말 타는 법을 가르쳐 드리겠습니다.”
“그래? 그런데 혹시 너처럼 그렇게 말 위에 올라 싸우거나 할 수도 있을까? 안키세스 님께서도 그런 묘기는 힘들어 보이시던데.”
“그거야, 한번 해보면서 가늠해보죠.”
여기서부터 시작해보는 거다.
듣기로는 아이깁토스의 파라오에게 메넬라오스가 압도당했고, 아킬레우스의 도움으로 겨우 탈출했다 한다.
그렇다면 하투샤의 대왕 역시 그 정도는 되리라고 생각하는 게 맞겠지. 닥쳐올 위험에 대해서는 최대한 보수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그런 것과 맞서 싸울지 모른다면···
내가 강해져야겠지.
경기병 (2)
“이랴!!!!”
역사적으로, 유목민족은 정주민족에 비해 적은 인구로 압도적인 무력을 보유했다.
인구 대부분이 일상 속에서 훈련받은 기병으로서, 보병 중심의 정주민족들을 쓸어버릴 수 있으니까.
그렇게 평소의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기마술을 익히는 게 아니라면, 원래 기병의 훈련과 재생산은 오랜 시간과 어마어마한 자원이 든다.
고대부터 근현대에 이르기까지, 전투를 목적으로 하든 단순 취미용이든 기마술은 지배자들의 전유물이었다.
특히 근대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기마술을 익히고 병마를 보유했다는 건 막강한 무력을 보유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졌다.
고로 고대 로마, 중세, 근세 등 고금을 막론하고 기병대는 시간과 돈을 쏟아 키워진 부유한 정예병들이었다.
“좋아. 다음!”
“철쇄대원, 아미코스가 달리겠습니다!”
“저도 따라 달려보겠습니다!”
“고삐에서 한 손을 놓고, 창을 흔들면서 해보게!!”
“알겠습니다!!!!”
그러나 여기서는, 내가 있는 안탄드로스에서는 아니다.
돈은, 많이 쏟았다.
그러나 시간은 길게 필요하지 않았다. 원래대로라면 누군가의 반평생을 쏟아부어야 하겠지만···
이들은 내가 엄선한 초인들이고, 후발주자니까.
각종 운동경기에서 우승한 이들, 그리고 전투와 패싸움에서 두각을 드러낸 이들, 그냥 돈과 명예를 준다는 소문을 듣고 온 이들을 모두 내가 뽑아왔다.
일단 돈을 뿌릴 수 있을 만큼 뿌리고, 시간을 들일 만큼 들이자 트로이아와 그 너머 소아시아 곳곳에서 몰려온 인재들이다.
여기 선 이들은 개중에서도 가려뽑은 이들이고.
그리고 내게는 케이론의 가르침이 있다.
고작해봐야 어깨너머로 배운 교습법이지만, 승마 교육 매뉴얼도 없는 세상에서 누군가가 먼저 발굴한 정답은 얼추 비슷하게 따라만 해도 무수한 시행착오를 줄여줬다.
케이론에게서 배웠던 바를 떠올리며 얼추 비슷하게 훈수를 두자, 철쇄대원들은 곧잘 말 위에 올라 구보하고, 곧 뜀박질까지 칠 수 있게 되었다.
사실 말도 안되는 성과다.
내가 직접 시간을 내어 가르치지 않는다면, 내게 가르침을 받는 이들이 철쇄대원들이 아니라면 절대 얻을 수 없는 성과다.
그렇기에 나는 이 성과에 고무되면서도 빠르게 현실을 파악하고 기백 명 단위의 기병대를 양성하려던 계획을 접었다.
그 많은 말을 구하는 것부터, 말과 사람을 동시에 훈련시키고 관리하는 일까지 생각하면 애초부터 불가능하다.
대신, 나는 이 12명에게 집중했다.
그리고 애초에 생각했던 목표의 수준을 끌어올렸다.
원래는 그저 얼추 말을 타고 나를 따라다니며 창이나 대강 던지면 만족했겠지만···
“자네, 거기서 활을 쥐고 조준해보게.”
“예, 주군!!”
이제 기사(騎射)까지 익히는 걸 목표로 한다.
내 곁에서 함께 말달리며 일제사격을 가할 수 있게 될 때까지 연습시키는 거다.
기마술에 있어서는 장애물들을 피해다니며 변칙적인 환경에서도 능숙하게 움직이는 법을 집중적으로 훈련시킨다.
이들은 이제 어지간한 서커스단원들보다도 더 능수능란해야 하고, 21세기의 유명한 기수들보다도 빠르게 질주하는 법을 알아야 한다.
이들은 목숨이 왔다갔다 하는 전장을 오가야 하니까.
말들이 무서워하는 날카로운 날붙이 사이를 뚫고, 썩은내 나는 시체가 쌓여 온통 울퉁불퉁한 언덕을 밟고 다녀야 하니까.
“거기! 평정을 유지해라!! 말에게 잘못된 신호가 가면 말 역시 혼란을 느끼지 않겠나!!”
“아, 알겠습니다!”
말 위에서 적당히 칼과 창을 쥐고 휘둘러 일신의 안전을 지키고, 그러면서도 민첩하게 움직여 몸을 피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피한다’라는 부분이다.
나는 땀흘리며 여기저기서 바닥을 구르는 철쇄대원들을 다시 한번 죽 둘러본다.
다들 잘해봐야 천갑옷만 걸치고들 있다. 철쇄대원들이 기본적으로 강철로 된 찰갑을 입고 다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즉, 날붙이가 들어오면 재수 없음 그대로 죽는다. 아킬레우스가 아니라면야, 초인이라고 해서 몸에 칼날이 박히지 않는 건 아니니까.
고로, 여기서 훈련의 목적이 정해진다.
“너희가 받는 훈련의 목적은 근접전이 아니다!
싸우려고 들지 마라! 나와 함께 다닐 게 아니라면 적을 피하고 도망다녀라!!”
그러자 훈련을 받던 철쇄대원들이 눈이 휘둥그레져서는 날 향해 돌아본다. 뭔가 하고픈 말들이 많아 보이는 표정이다.
“하지만 그건···”
“명예롭지 않다고?”
“주군, 저희는 도시와 시민들과 주군을 위해서 목숨을 다 바치겠다고 서약하며 철쇄대가 되었습니다. 그렇게 제 목숨을 아낀다면 사람들이 저희를 보고 무어라 모욕하겠습니까?”
“아마 바보들은 겁쟁이에 비겁자라고 비웃겠지. 자신들이 더 비웃음 살 말을 하고 있다는 건 모르고.”
“그 말이 맞지 않습니까?”
“아니다. 너희는 이미 도시와 시민과 군주를 위하여 가장 위험한 곳으로 달려나갈 의무를 자청했다.”
나는 찜찜해하는 철쇄대원 중 한 사람의 어깨를 쥐고서 말한다. 갑작스레 주군이 자신과 눈을 마주치니 부담스러운 듯 그의 몸이 얼어붙는다.
내가 그에게 미소를 지어보이자 그의 긴장이 살짝 풀린다. 나는 그때를 노렸다.
“자네는 그래, 강철 갑옷을 둘렀기 때문에 날붙이를 피할 필요가 없는 동료들보다 좀 두꺼운 천옷 걸치고 적들을 마주할 자네가 더 비겁하다 생각하는가?”
“아, 그건···”
“바보들은 사라질 걸세. 내가 자네를 비호하는데 누가 자네를 비웃겠나? 자네가 비웃음 받는다는 건 자네를 높이 들어쓴 내가 비웃음을 받아야 하겠다는 소리겠지. 그게 맞나?”
“아, 아닙니다!”
“그래. 아니지.
훗날 자네와 동료들을 일컬어 사람들이 그리 말할 걸세. 시인들도 따라서 노래하겠지.”
그와 시선을 맞춘 뒤 그의 귀에 속삭이듯, 그러나 내가 불러온 다른 철쇄대원들에게도 들리도록 말한다.
“저들은 누구인가? 아, 강철을 부수는 이들이라 하여 철쇄대라 부르네. 프리아모스의 아들 파리스의 곁에서 수많은 전장을 다니며 무수한 적들을 죽인 영웅들일세!
말 위에 오른 이들! 청동을 두른 남자들의 공포!”
“···아, 아아···!”
“자네는 이 훈련 끝에 다가올 영광이 보이는가?”
“보, 보입니다!!”
“끝까지 살아남아 나와 함께 그 영광을 보겠는가?”
“물론입니다!!”
“그렇다면···”
나는 그의 어깨를 놓으며 말한다.
“우선 살아남게.”
그리고 고개를 돌려 훈련받던 다른 철쇄대원들에게 외친다.
“자네들 모두에게 하는 말일세!
따지고 보면 적들은 강철과 청동을 두르고 나타나 자네들에게 온갖 날붙이를 휘두르는데, 자네들은 가벼운 천쪼가리 몇 벌 걸치고서 그 앞에서 싸워야 한다.
그건 불공평하지 않은가?”
“부, 불공평합니다!!”
“그러면 자네들이 위험에서 피신하면서, 적들에게 화살을 쏘는 건 비겁한 짓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아닙니다!!”
“자네들의 군주는 그럼 비겁한 사람인가?”
“아닙니다!!!!”
“그렇다면 전력을 다하게! 그대들은 나와 벗하여 전장에서 무수한 적들을 쳐부술 정예들이다! 그 명예를 간직하라!!”
“우와아아아아아!!!!”
말 위에서 뒤뚱거리던 철쇄대원들이 내 연설을 듣고는 환호성을 지른다.
시대적 편견 때문에 ‘씁, 말 타면서 도망다니는 활잡이는 조금···.’이라 수근거리던 이들도 이제는 군말 없이 훈련에 열중하니 모두에게 좋은 일이었다.
지난번에 아마존 전사들과 싸울 때도 그렇고, 일리아스나 그리스 신화에서도 그렇고 궁수의 이미지는 바닥이었다.
심지어 거기다 말까지 타고 다니며 기동전을 벌이면 나올 말은 뻔하다. 비겁, 비열 어쩌고 하는 말이 벌써부터 귀에 들린다.
-“이 개자식이!! 장난질치지 말고 말에서 내려라!!!!”
···아니, 진짜로 들은 적이 있었네?
하여간에 아마존 것들, 해적질로 먹고 사는 것들이라 그런지 정직하게 벌어먹는 나와 다르게 족장씩이나 되어서도 도덕과 명예에 대한 관념이 뒤틀려 있다.
지들은 다구리나 치면서 뭐가 그리 정정당당하다고.
“파리스?”
“아, 형님. 병사들 정신교육 좀 시키고 있었습니다. 스스로의 일에 대해 자긍심을 지니는 일은 좋은 것이죠.”
“너를 숭배하는 병사들이 있다고 들었는데, 이런 식···이었니?”
“···.”
“···.”
“···자, 일단 형님은 말 위에서 칼을 휘두르는 자세부터 다시 연습해보도록 하죠. 그냥 제 발로 땅을 딛고 있을 때와는 완전히 다를 겁니다.”
나는 급히 주제를 틀어 헥토르를 말에 태운 뒤 함께 달렸다.
···아니, 날 무슨 사이비 교주로 보나?
이렇게 선량한 나를?
***
아무튼 그렇게 강도 높은 훈련이 끝나자 이제 실전이 다가온다.
다시 우리는 모의전이 펼쳐지던 그 들판으로 향했다.
“이랴!!”
이번에는 13마리의 말이 우리와 함께했고.
-카드드득···!
철쇄대원와 나의 칼이 서로 부딪히며 불꽃을 튀긴다.
“좋아! 지금 바로 활 꺼내서 쏴 봐! 호흡 조절하고!!”
“흡···.”
-쉬이이이이이이익!!!!
명중···은 아니다. 당연하지. 말달리는 법을 배운 지도 얼마 안 된 병사들에게 빠르고 정확한 마상 사격까지 요구할 수는 없다.
오히려 고삐도 안 쥐고서 상체의 균형을 맞추며 활쏘는 데 능숙해진 점을 칭찬해도 모자라다.
“잘했네! 그럼 이제 13명이 한꺼번에 가보지!”
“알겠습니다, 주군!!”
내 명령에 여기저기 흩어져 있을 뿐이던 철쇄대원들이 내 옆으로 빠르게 합류하여 질주한다. 내가 급작스럽게 방향을 틀거나 가속해도 얼추 비슷하게 따라오며 대오를 유지한다.
“던져라!!!!”
그리고, 내 명령에 나를 포함한 기병대 13명이 일제히 정면을 향해 투창을 던진다.
-콰카칵!!
-콰드드드득!!!!
철쇄대원들의 단련된 완력에서 나온 투척력에, 마력(馬力)이 더해져 가속도를 얻은 13개 투창들이 화망을 형성하며 우리 앞의 표적들을 고슴도치로 만들어버린다.
“커헉, 항복! 항복!! 저는 사상자입니다!!”
좋다.
“서쪽에, 헥토르 님께서 접근하십니다!!”
“산개해!!”
그 즉시 강풍이 불 때의 민들레 씨앗처럼, 기병대는 일제히 흩어져 저기서 접근하는 시커먼 형체로부터 몸을 피한다.
-쾅!!!!!!
-히히이잉!!
내 코앞으로 뛰어들어온 헥토르의 모습에 부케팔로스가 놀라 앞발을 높이 들어 방향을 튼다. 나는 말등에서 떨어지지 않기 위해 녀석의 고삐와 목을 쥐고 몸을 깊이 숙인다.
헥토르가 빠른 발걸음으로 나를 추격해오자 곧장 뒤돌아 화살을 날린다. 헥토르가 내 화살을 칼로 쳐부수면서 성큼성큼 걸어오자 부케팔로스는 다시 빠르게 선회하여 헥토르를 향해 돌진한다.
-부우우우우우우!!
그와 동시에 나는 허리춤에 달고 있던 나팔을 불었다. 그러자 흩어져서 각개전투를 펼치던 기병대원들이 곧장 내가 향하는 것과 같은 방향으로 달려들어온다.
모두가 투창을 들고서, 헥토르를 향해 곧장 돌격한다.
헥토르는 갑자기 사방에서 들어오는 적들의 기습에 좌우를 돌아보며 상황을 파악한다.
그리고.
“던져라!!!!”
그동안 헥토르는 귀중한 시간을 잃었다.
기병대원들 모두가 헥토르 한 사람을 향하여 사방에서 투창을 날리기 시작한다.
13개의 투창이 동서남북에서 헥토르를 노린다.
이번 대결은 반드시···
***
“졌네?”
“···.”
“왜 그렇게 위험하게 굴었어!”
“아니, 한번쯤은 이겨볼 수 있을 줄 알았지.”
-짝.
“크윽···.”
“가만있어. 등 뒤에 시퍼렇게 멍이 들었잖아!”
이노는 내 헐벗은 등 뒤에 무언가 찐득한 것을 치덕치덕 발라댄다.
아마 등과 어깨, 팔꿈치 뒤쪽에 이르기까지 온몸이 타박상과 열상으로 가득할 것이다.
“설마, 헥토르 형님께서 사방에서 날아오는 투창을 전부 막아낼 줄은 몰랐지. 그것도 훈련 중이라고 힘도 조절하는 상태로.”
나는 아직도 그 순간을 잊지 못한다. 들고 있던 장창에다가 왼손으로 칼까지 뽑아들더니 360도로 돌아 투창 13개를 일격에 쳐내버리던···.
그건 무술보다는 차라리 마술에 가까웠다. 헥토르는 심지어 장창 중 하나를 칼로 툭, 건드려서는 그 궤적을 예술적으로 뒤틀었다.
그 궤적에 끝에는 내가 있었고, 갑작스럽게 아군이 던진 투창을 가슴에 정통으로 처맞은 나는 곧장 거꾸러져 말 아래로 떨어졌다.
대강 나머지 기병대원들도 비슷한 운명을 맞았고.
-똑. 똑. 똑.
“들어오십시오, 형님.”
“파리스? 미안하다. 그리고 두 사람에게 축하한다. 이번에는 그쪽이 모의전에서 이겼네.”
“으으으으··· 이기면 뭐해요! 남편이 이 꼬라지가··· 이러면 나랑 같이 누워서 꼼지락거리면서 놀지도 못하는데···.”
“···그 점에 대해서는 심각하게 미안하군.”
“저, 저는 괜찮습니다. 형님이 말을 타지 못한다니 그게 아쉬울 뿐이죠.”
울먹이는 이노의 등을 토닥여 진정시키며 나는 헥토르에게 말했다.
아예 못 타는 건 아니다. 아니, 웬만한 철쇄대원들보다도 훨씬 습득 속도가 빨랐다. 그런데도 헥토르가 기마술을 포기한 이유는 간단했다.
“그거야 어쩔 수 없지. 말을 탄 채로 창칼을 휘두르니 제대로 버티질 못하던데.”
“···.”
헥토르가 너무 쎄서.
말이 헥토르의 무용을 따라오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