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mythical shepherd slave RAW novel - Chapter 433
-휘이이익!!!!
거기서, 마치 무언가 작게 폭발하듯 흙먼지와 나뭇잎이 사방으로 흩어지자 인간의 형상이 드러났다.
[이런 일은 이번뿐이라는 사실을 말이다.]나는 그 말에 즉시 무릎을 꿇었다.
“남풍을 다스리시는 아스트라이오스의 아들, 위대한··· 노토스시여.”
여름철의 뜨겁고 건조한 남풍을 지배하는, 농작물을 말려죽이는 농부들의 공포 노토스.
그러나 지금은 내게 간절한 기도의 대상이다.
“위대한 분이시여, 제가 감히 말씀드리오니··· 잘 압니다. 신들께서 곤궁에 처하신 것은 누구보다도 잘 압니다. 또한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수하는 신들께서는 필멸하는 인간들을 굽어살피신다는 사실 또한 압니다.”
내 말에 노토스는 눈살을 찌푸리며 손가락을 까딱거린다.
[네 혓바닥이 아름답고 달콤한 단어를 그러모아 불쾌한 이야기를 만들어내는구나. 그러나···]그는 내 앞으로 얼굴을 훅, 내밀어온다. 나는 신의 위세에 놀라 뒷걸음질치지 않도록 이를 악물었다.
그러자 노토스는 만족한 듯 웃는다. 합격이었던 모양이다. 그는 내 옆 가까이로 붙어 내 귀를 바람으로 된 혓바닥으로 핥아대며 속삭인다.
“감사합···”
[이는 나보다 훨씬 위대한 분의 의지로 말미암음이니, 나에게 감사를 표하지 말라.]···어, 어어?
한 계절을 지배하는 신보다 위대한 신? 그게 누구지?
[그분께서, 너의 행적을 유심히 지켜보셨다. 오랫동안 힘을 모으셨고, 네게 감사를 표하고 은혜를 베풀고 싶다 하셨다.]노토스는 여전히 여름의 뜨거운 열기로 속삭였다. 신의 숨결이 내 어깨를 간지럽히지만 나는 움직이지 않게 애썼다.
[그분의 은혜를 맞이하라.]이윽고 돌풍과 함께 구름이 걷히고, 나는 내 온몸을 감싸는 열풍에 나도 모르게 눈을 감아버린다. 그 강풍에 견디지 못하고 나는 휘청였고···
-턱.
[넘어지지 않게 조심하거라. 노토스, 그 아이가 조금 거칠었구나.]익숙한 목소리에 눈을 뜬다.
내가 제례를 드리는 모습을 구경하러 모여있던 농부들이 환호하기를 멈추고 일제히 엎드려 절한다.
그야 당연했다.
나를 두 팔로 끌어안으며 넘어지지 않게 지탱해준 신이 그들의 수호신이었으니까.
“대지의··· 어머니시여.”
데메테르가 나를 내려다 보고 있었다.
대지의 축복
천천히, 데메테르는 나를 안은 두 팔을 풀며 내가 꼿꼿이 서 있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 나는 어안이 벙벙해져 그녀를 올려다본다.
“대지를 보살피는 주인이시여, 다, 당신을 감히 뵈옵나이다..”
내 말에 황금빛 머리칼을 반짝이며 대지의 여신은 웃는다.
[그래. 나다. 굳이 두려운 기색을 보이며 경배할 필요 없다. 네가 나와 어떤 사이더냐.]“···.”
나는 침묵하며 데메테르에게 허리를 깊이 숙였다. 그녀는 내 어깨를 잡아 일으켜세우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너희 역시 그러하다.]그리 말하며 데메테르가 손짓하자 주위에 부복하고 있던 농민들이 누군가 잡아다 이끌기라도 한 듯 일제히 기립한다. 황망한 얼굴로 모두가 그녀를 우러르고 있다.
[나를 경외하며 멀리 두는 대신 경애하며 가까이 두라. 그것이 너희가 나를 섬기는 바른 예식이고, 내가 너희를 보살피는 마땅한 방식이니.]“···새겨듣고 반드시 그대로 하겠나이다.”
나는 데메테르와의 짤막한 대화를 끝낸 뒤 천천히 다시 몸을 일으킨다. 그리고 흘깃, 하늘을 치어다보았다.
그러자 하늘은 파랗게 반짝였다. 마치 잔물결 없고 티 없이 맑은 연못처럼.
-[···그리고 이런 은혜는 한 번뿐일 것이다.]
나는 노토스의 말을 떠올리며 침을 삼킨다.
이렇듯, 바람을 바꿔 쉬이 일대의 기후를 조종할 수 있다면 언제든 신들을 부르면 그만이다. 그렇게 겨울 바람을 몰아내고 쉽사리 이 긴 겨울을 끝내버리면 되지 않겠나?
하지만 그런 일은 당연하게도 불가능하다.
저 구름은, 저 바람 역시 위대한 존재들로 인한 현상이었으니까.
저 매섭도록 시린 북풍은 북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다스리는 보레아스조차 그 권능을 발휘하지 못할 북쪽에서부터 불어왔다.
그리고 저 바람을 불러일으킨 존재는 보레아스 ‘따위’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강력하리라.
-[나는 아무것도 아니고··· 동시에 모든 것이다.]
가이아(Γαία).
문자 그대로, 이 ‘세상’ 그 자체.
무엇이 감히 그 존재에 대적할 수 있을까.
나는 천천히 눈을 깜빡이며 눈앞에 선 인간적인 어머니 ‘대지’와, 그 환상 속에서 보았던 거대하고 불가해한 ‘대지’를 비교해본다. 데메테르와 가이아의 차이를 곱씹어본다.
위대하고 강력한 존재를 섬겨 그 힘에 보호를 받으려 한다면, 어째서 인간들은 위대한 가이아가 아니라 데메테르에게 기도를 올리고 보호를 청할까.
무엇이 우리를 그렇게 만들···
[다르다노스의 아이여, 무얼 그리 골똘히 생각하느냐?]“···아. 죄송합니다. 위대하신 분을 기다리게 하였나이다.”
[괜찮다. 나는 너와 네 백성들에게 은혜를 보여주기 위하여 왔나니.]은혜라.
-[이는 나보다 훨씬 위대한 분의 의지로 말미암음이니, 나에게 감사를 표하지 말라.]
-[그분께서, 너의 행적을 유심히 지켜보셨다. 오랫동안 힘을 모으셨고, 네게 감사를 표하고 은혜를 베풀고 싶다 하셨다.]
또 다시 나는 노토스의 말을 떠올린다. 납득이 제대로 가지를 않는다.
하늘을 한 번 더 올려다보았지만 여전히 쾌청하다. 이 정도면 충분히 정성껏 걸러낸 감자전분들을 말리기에 충분하다. 그렇게 나온 하얀 가루를 사실상 영구보존 가능한 식량으로 사용하는 일도 머지 않았다.
그런데, 왜?
어째서 위대한 올림포스 12좌를 차지한 신들 중 하나가 안탄드로스에 강림했다는 말인가?
무엇이 그녀가 그렇게 움직이도록 만들었는가? 이미 데메테르의 은혜가 이 안탄드로스에 내려왔거늘 무엇을 위해 그녀는 이 땅에 발디뎠다는 말인가?
“···데메테르시여, 저희의 정성껏 차린 제물과 마음을 다한 기도에 응답해주심에 감읍할 뿐입니다.
그러나 무언가 오해가 있었으리라 생각합니다. 저희가 마음으로 부른 것은 네 방위의 바람을 지배하는 위대한 아네모이(Άνεμοι, 동풍의 에우로스, 서풍의 제피로스, 남풍의 노토스, 북풍의 보레아스를 통틀어 일컫는 말.) 중 두 분이셨습니다.
저희는 감히 당신을 부른 적이 없사오며, 당신께서 저희를 위하여 그 권능을 뿌려주지 않으셔도···”
[쉿.]데메테르는 가볍게 내 말을 막는다. 그러면서 천천히 나를 이끌고 제단을 걸어내려오더니···
-타악!
땅을 박차고 가볍게 날아오른다. 마치 바람을 내딛어 달려나가듯이.
그새 따스하게 데워진 바람 사이를 통과하며 나는 데메테르에게 매달렸다. 그녀는 근처의 구름을 이끌어 자신과 나의 몸을 감싼 뒤 천천히 활강을 시작한다.
···이윽고, 우리는 아까까지 서 있던 제단에서 멀리 떨어진 어느 땅에 닿았다.
이곳은 겨우내 버려져 있던, 밀과 보리를 심어놓은 밭이다.
죽은 풀과 밀지푸라기, 보리줄기가 노랗게 말라 이리저리 흩어져 있다. 농부들에게는 보기만 해도 끔찍한 광경이 될 것이었다.
농부들이 저 밭을 보며 고통스러워할 이유는 다른 게 아니다.
농부는 자신들이 일군 땅에서 앞으로 살아갈 세월을 벌어들이는 이들이다.
밀 이삭 하나, 보리 이삭 하나하나가 그들의 살아갈 나날이다. 사람은 무엇보다도 먹지 않으면 매일매일을 살아갈 수 없고, 농사를 망치고 사냥에 실패하면 기다리는 것은 그대로 죽음뿐이다.
그렇기에, 끔찍한 광경이다.
[네가 저것을 보고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안다.]“여왕이시여.”
[아마 저들도 같은 생각을 하겠지.]그리 말하며 데메테르는 들판 저 너머를 바라본다. 그러자 우리가 날아온 방향을 어떻게든 파악했는지 오소르콘과 농부들이 급히 달려오고 있다.
[보거라. 이 땅에 죽음의 내음이 가득하다. 나의 친애하는 형제 하데스 또한 이런 식으로 제 왕국의 백성이 늘어남을 기뻐하지는 않을 듯하구나.]그녀는 읊조리듯, 또는 속삭이듯 말을 이어간다. 나는 그녀의 말을 잠자코 듣고 있다가··· 아까부터 미뤄놓았던 질문을 결국 입밖으로 내뱉었다.
“대지의 여왕이시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