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necromancer villain in a game novel RAW novel - Chapter (18)
18화
미쉐린타이.
김영철은 태어나면서 온갖 부귀영화를 놓쳐 본 적이 없는 남자였다.
중소기업 사장의 아들로 태어나, 과보호 속에서 그걸 당연한 것이라 여겨 왔다.
요람에서 회사까지.
레드 카펫이 깔린 위만을 걸어온 인생인 셈이다.
실패라고는 한 번도 겪은 적 없는 순탄한 삶.
어느 순간부터 김영철은 그걸 자신의 능력 덕분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불평 없이 열심히 산 결과지. 난 아무것도 거저 받은 게 없는걸.”
그런 김영철이었기에 카타콤에서의 사건을 겪은 뒤에 반성보다 분노할 수밖에 없었다.
‘으아아아! 죽었잖아! 내 경험치, 내 장비!’
머리를 감싸 쥔 김영철이 이를 갈았다.
“그놈들 때문이야!”
자신은 잘못한 게 없었다.
이건 전부 사사건건 잘못만 해 대는 네크로맨서와 그런 네크로맨서를 감싸는 몽크.
그리고 제대로 보스를 막지 못한 파티원들의 잘못이었다.
‘애초에 사사건건 말하는 것부터 마음에 안 들었어.’
김영철은 곧바로 일 처리에 나섰다.
일단 실력 부족으로 파티를 전멸시킨 부하 직원 베인을 매장했다.
방법은 간단했다.
후임들 눈앞에서 대놓고 면박을 주며 일에서 제외시켰고.
회사 간부들에게 언질을 줘 각종 행사에도 나오지 못하게 했다.
‘저 녀석, 사장님 눈 밖에 났다는데.’
‘김 대리 보조를 잘 못 했던 모양이야, 쯧쯧.’
작은 회사인 만큼 소문은 금방 퍼졌다.
그뿐만이 아니다.
아버지인 사장의 지시로 시골 물류 창고 관리직으로 전격 좌천시키기까지!
사실상 알아서 그만두라는 압박이었다.
‘말 안 듣고, 실력도 안 되는 놈을 내버려 둘 이유가 없지.’
꼴도 보기 싫은 베인을 없앴으니.
그다음은 손해를 만회하는 시간.
미쉐린타이는 천만 원을 추가로 현질해 스펙을 올렸다.
장비는 전부 레어급에.
적잖은 돈을 내고 레어급 연계 퀘스트의 정보를 구했다.
검은 숲은 그 연계 퀘스트의 마지막 종착지였다.
“여기가 검은 숲이 맞단 말이군.”
“네네.”
“그런데 왜 이렇게 늦게 도착했어? 너 설마 일부러 돈 더 받으려고 뺑뺑이 돈 거 아냐?”
“그럴 리가요. 확실하게 최단거리로 왔습니다.”
“그래야 할 거야. 네 전에 베인이란 녀석처럼 되고 싶지 않으면 처신 잘하라고.”
도적 유저는 미쉐린타이에게 연신 굽신거렸다.
베인, 송형준이 당한 꼴을 눈앞에서 봤으니 그럴 수밖에 없었다.
“좋아, 안내해.”
“네, 잠시 스태미나랑 MP를 좀 채우고…….”
“기다려? 야, 네가 고용비 대신 낼 거야? 돈도 안 내는 게 어디서…….”
막 미쉐린타이가 노호를 내지르려 할 때였다.
“뭐, 조금 정도 기다린다고 보스 몹이 어디 가겠습니까? 괜찮으니까 기다리죠.”
등 뒤에서 시원시원한 목소리의 미청년이 걸어 나왔다.
“그 정도야 기다릴 수 있습니다.”
“아, 휴온 님.”
미쉐린타이의 반응이 갑자기 점잖아졌다.
상대는 그럴 만한 유저였다.
휴온은 레벨 130의 상위 유저이자, 유명 길드 ‘순수악동’의 중견 간부였으니까.
‘고용비가 시간당 50만 원이나 되지만, 그럴 가치가 있지.’
잠시 후.
도적의 스태미나가 차자 휴온이 고갯짓을 했다.
“가시죠.”
“그럴까요? 야, 레이다!”
“갑니다요!”
검은 숲에 들어가자 곧바로 집주인들의 환영 인사가 시작되었다.
대형, 굶주린 등의 수식어를 줄줄이 단 핏빛 늑대들이 무리 지어 덤벼들었다.
컹컹컹!
“우왓!”
일반 유저들이라면 아차 하는 순간 로그아웃될 상황.
그러나 미쉐린타이에게는 든든한 히든카드가 있었다.
-영웅 출현.
-회전 창.
콰과과곽!
미쉐린타이 앞에 나타난 휴온이 창을 앞으로 내질렀다.
창날에서 일어난 회오리가 핏빛 늑대들을 쓸어버리자 양옆에서 탄성이 나왔다.
“우와아아!”
“저걸 한 번에 다 쓸어버리다니!”
압도적인 힘 앞에선 어떤 기교나 기술도 필요 없었다.
거의 장난처럼 핏빛 늑대 떼를 쓸어버리는 기사.
캥캥!
도망치는 늑대를 향해, 미쉐린타이가 힘껏 검을 휘둘렀다.
HP가 거의 다 빠져 있던 늑대는 공격을 버티지 못하고 쓰러졌다.
-경험치를 획득했습니다.
“그렇지!”
득의양양한 미소를 띤 미쉐린타이가 생각했다.
‘역시 이 중엔 나밖에 쓸모가 없구만.’
방금 그가 아니었다면 저 늑대는 분명 도망쳤을 것이다.
실제로 다른 둘은 열심히 피하며 스킬을 쓰느라 늑대는 안중에도 없었고 말이다.
‘쯧쯧, 못난 놈들.’
미쉐린타이는 양옆을 바라보며 혀를 찼다.
‘휴온 님이 저놈들 몫까지 해 줘서 망정이지, 아니었으면 여기 초입도 못 들어가고 죽었겠네.’
물론 늑대들을 학살하는 건 이번에 초빙한 휴온이다.
하지만 그 휴온을 데려온 건 바로 자신.
즉, 여기에서 가장 활약 중인 건 바로 미쉐린타이 본인이라는 공식이 성립한다.
두 사람의 레벨이 미쉐린타이보다 높고.
휴온의 보호 스킬 효과도 받지 못한 채 적들을 피해 다니고 있는 건 생각지도 않는 모습이었다.
-레벨 업!
휴온이 늑대들을 학살하자 세 사람의 경험치도 빠르게 쌓였다.
그때마다 미쉐린타이는 더욱 어깨를 으쓱대며 앞서 나갔다.
“어라.”
그렇게 한창 사냥하던 중, 미쉐린타이의 표정이 묘해졌다.
“어째 늑대들 수가 좀 부족해지지 않았어요?”
다른 건 한없이 둔하지만.
들어오는 경험치가 줄어든 것엔 더없이 민감한 그였다.
“야, 몰이 똑바로 안 해?”
“똑바로 했습니다, 대리님!”
“그럼 왜 이러는데?”
“늑대들이 다른 곳으로 몰려갔군요.”
미쉐린타이의 물음에 휴온이 대신 대답했다.
“아마 다른 사람이 사냥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럼…….”
“쫓아내야지! 우리 자리에서 어딜 감히…….”
쿵, 미쉐린타이가 발을 굴렀다.
“하지만 그거 비매너 아닙니까? 자리라니…….”
“너 진짜 머리에 든 게 없냐?”
도적에게 면박을 준 미쉐린타이가 되물었다.
“늑대왕 잡고 있을 때, 그놈이 뒤치기나 스틸하고 가 버리면 그땐 ‘아, 뺏겼구나.’ 하고 얼 타고 있을래?”
“아, 아닙니다.”
“아니면 빨리 찾아!”
이 숲에서 늑대왕은 한 마리뿐.
인스턴스 던전과 달리, 리젠되는 일도 없다.
혹시 저쪽도 늑대왕을 잡으러 왔다면, 그것만큼은 양보할 수 없었다.
“저쪽입니다! 저기서 자취가…….”
잠시 후 도적 유저가 연락을 했다.
그쪽으로 가까이 가던 사람들의 발걸음이 일순간 딱 멈췄다.
“아닛…….”
“엄청나게 처잡으셨네.”
사방에 가득한 수많은 늑대의 사체.
보다가 기가 질리는 광경에 셋은 말을 잃었다.
그때였다.
늑대 사체들 한가운데에 있던 남자가 이쪽을 향해 고갤 돌린 것은.
“아니.”
“그때 그 네크로맨서 아니야?”
미쉐린타이는 파프닐을 보자마자 웃음을 터뜨렸다.
“지난번에 보니까 레벨도 한참 낮던데, 여기서 뭐 하고 계시나. 또 버스 타고 있으신지?”
안 그래도 감정이 안 좋은 상대다.
혼자 있는 걸 보자 절로 비아냥거림이 튀어나왔다.
“저 혼자 사냥 되니까 그만하시죠.”
파프닐은 굳이 상대하지 않으려 몸을 돌렸다.
그러나 미쉐린타이는 집요하게 따라다니며 시비를 걸어왔다.
“보아하니 이번에도 누구한테 들러붙어서 공짜 경험치 받고 있는 것 같은데, 파티원한테 부끄럽지도 않아요?”
정작 자신도 같은 처지라는 건 생각도 하지 않는 모습!
옆에 있던 마법사와 도적도 같이 비위를 맞췄다.
“그러게나 말입니다.”
“저기요, 민폐 주지 말고 여기 저희 사냥터니까 좀 빠져 주시죠.”
셋 모두 긴장 따윈 눈곱만큼도 하지 않았다.
당연한 일이다.
레벨도 한참 낮은 ‘네크로맨서’ 한 명이 상대다.
일단 싸운다면 셋 쪽이 일방적으로 파프닐을 능욕할 수 있었다.
“버스 맞지. 이것도 못 피하잖아요?”
시전 시간이 긴 마법을 아무렇지도 않게 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다.
“허이챠!”
마법사가 파이어 애로우를 던졌다.
“그만하시죠.”
일부러 맞지 않도록 각도를 조절한 공격.
보자마자 눈치챘기에 파프닐은 일부러 움직이지 않았다.
예상대로 파이어 애로우가 맞지 않자, 미쉐린타이가 웃음을 터뜨렸다.
“아하하, 너무 놀라서 반응도 못 한 건가.”
“…….”
“뭐, 어쩔 거예요? 늑대도 버스 타시는 분이 PVP라도 하시게?”
베인에 이어 이자에게도 파티 전멸의 책임이 있다.
그걸 지금 일부나마 갚는다 생각하자 속이 뻥 뚫리는 기분이 들었다.
“이번엔 제가 해 보겠습니다.”
도적 유저가 표창을 들었다.
그때였다.
막 손을 놀리려던 도적 유저가 일순 휘청거렸다.
“어?”
“모, 목에!”
어느새 도적 유저의 목에 피로 된 창이 꽂혀 있었다.
HP가 낮은 클래스였기에 단숨에 HP가 0으로 치달은 도적이 그대로 쓰러졌다.
“이, 이런 미친!”
“누구야!”
경악한 미쉐린타이의 앞으로 흑발 소녀가 내려섰다.
“적으로 판단함. 배제하겠음.”
호문쿨루스는 해골병과 달리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할 줄 안다.
그 판단의 기준 중 가장 중요한 것이 다름 아닌 주인의 안전!
“자, 잠깐!”
“컥!”
미쉐린타이가 급히 검을 드는 사이, 마법사도 도적처럼 목에 피의 창이 박혔다.
“이 개자식이 진짜!”
뿌드득, 이를 간 미쉐린타이가 파프닐에게 달려들었다.
‘파티원부터 죽이고 막는다! 해골병도 덤으로 줄이고!’
틀린 판단은 아니었다.
가장 약한 네크로맨서 본체부터 노리는 건 PVP에서의 정석이었으니까.
이 때문에 미쉐린타이는 파프닐의 검에 맺힌 빛을 보고서도 별다른 경계를 하지 않았다.
대가는 컸다.
정확히는 미쉐린타이가 들고 있던 레어급 검과 방패만큼 컸다.
-치명적인 일격에 당했습니다.
-단 한 번의 공격에 무기와 방패가 파손되었습니다.
-새로운 업적 ‘무기가 깨진 자’를 달성했습니다.
“커헉!”
와장창창. 단숨에 무기가 깨진 미쉐린타이가 뒤로 넘어갔다.
‘허 참, 어이가 없네.’
그 앞에 선 파프닐은 입맛을 다셨다.
‘어떻게 갓 만든 엘리트 해골병보다 더 싸움을 못 할 수가 있지?’
***
호라이즌은 완전한 가상현실이다.
특별한 상황이 아니라도 유저 간의 PVP는 얼마든지 가능하다.
하지만 대부분의 유저는 PVP를 잘 하지 않았다.
-명성 아까워서 어지간하면 잘 안 싸우지.
-수배자 되는 것도 무섭고…….
일단 상대를 죽일 시 악명이 높아질뿐더러.
기존에 어렵게 얻어 왔던 명성치가 순식간에 줄어들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유저들은 작정하고 ‘빌런’이 되려는 게 아니라면 되도록 지양했다.
파프닐도 그동안은 딱히 거기에 신경 쓰지 않았다.
‘어차피 PVP야 나중에 하기 싫어도 엄청 하게 될 텐데, 뭐 굳이 지금.’
네크로맨서의 대형 퀘스트에는 PVP가 조건인 것이 상당수다.
당장 성장하기에도 바쁜 지금, 굳이 유저 사냥에 열 올릴 필요가 없는 것이다.
물론, 알아서 대 주는 상대를 보내 줄 이유도 없다는 뜻이다.
“이 씨……. 네가 잘못했잖아! 네가 개같이 못해서 그때…….”
“장비가 떨어지겠네. 그럼 이득이군.”
“자, 잠깐만! 20골드 줄게! 20골드! 그러니까…….”
주저앉은 채 뒤로 도망치는 미쉐린타이.
그 주변을 해골병 셋이 빈틈없이 둘러쌌다.
“그 돈 필요 없습니다. 뒤통수 맞느니 그냥 죽이고 끝내죠.”
파프닐이 칼을 들었다.
그때였다.
“이쯤 하시죠.”
파앗, 어느새 둘 사이에 나타난 미청년 기사가 말했다.
“저분들이 잘못한 건 맞는데, 저도 돈을 받은 입장이라, 일단은 지켜 드려야 해서요.”
파프닐은 기사를 주의 깊게 관찰했다.
‘저 파티의 버스 기사군.’
빛나는 장비와 스킬이 아니라도.
자세에서 기본기가 묻어 나온다.
“휴온 님! 저놈 좀 손봐 주십쇼!”
엎어져 있던 미쉐린타이가 삿대질을 하며 외쳤다.
“PVP로 두 명 죽인 악질입니다, 지금 바로……!”
‘이대로 오나?’
파프닐이 긴장한 순간, 휴온이란 기사가 고갤 저었다.
“죄송하지만 그건 안 됩니다.”
“아니, 방금 보셨잖습니까. 갑자기 공격해서 다 죽여 버리려고 하는 거! 저놈 저거 아주 나쁜 놈입니다. 어서…….”
“몬스터 사냥도 아니고, 개인적인 앙심 때문에 시비 거시는 거 봤습니다.”
휴온을 고용한 조건은 늑대왕 사냥 및 검은 숲에서의 사냥을 대신해 주는 ‘버스 기사’ 역할.
확실히 거기에 PVP까지 대신해 준단 건 없었다.
“하, 하지만…….”
“한마디만 더 하시면 저도 계약 이행 포기하겠습니다.”
칼같이 말을 끊은 휴온이 파프닐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이번 일은 이분들이 실수한 게 맞으니 제가 책임지고 공격 못 하게 하겠습니다. 네크로맨서님도 제 체면을 봐서 이쯤 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보통이라면 여기서 고개를 끄덕이고 끝냈을 것이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일반적인 경우고.
파프닐의 경우는 조금 달랐다.
‘이것 봐라?’
과거, 현생에서 파프닐은 프로게이머로서 이름을 날렸다.
효율적인 플레이만을 해 오며 컴퓨터 같다는 이야기도 들어 왔다.
그런데 그 효율적인 플레이 중에는.
상대방에게 있어 ‘굉장히 짜증이 나는’ 것도 상당히 많았다.
“글쎄요.”
파프닐은 미간을 살짝 찌푸린 채 물었다.
“제가 당신 말을 어떻게 믿어요?”
#게임 소설 속 네크로맨서 빌런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