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necromancer villain in a game novel RAW novel - Chapter (17)
17화
반헤임 고원에서 사냥을 시작한 지 세 시간째.
파프닐은 손을 털며 외쳤다.
“할 만큼 했다!”
퀘스트 완수 조건도 달성했고.
해골병들의 실력 테스트도 마쳤다.
결과는 나쁘지 않았다.
고원의 핏빛 늑대들을 상대로 여유롭게 몰이사냥을 할 수 있을 정도!
“이 정도 스펙이면 좀 더 고레벨 몬스터를 사냥해도 문제없겠어.”
일반 유저라면 이런 생각을 하지도 않을 것이다.
미지의 몬스터를 찾아 공략하는 데 시간을 할애하기보단.
익숙한 사냥터에서 빠르게 사냥하는 게 가장 효율적이었으니까.
‘하지만 그러면 재미도 없고……. 주연급 인물들의 성장세는 절대 못 따라가지.’
결국 이건 대기업이나 길드를 등에 업은 네임드들의 행위를 작게 하는 것에 지나지 않았다.
‘정점이 되려면 그 정도 배포로는 어림도 없지.’
새로운 사냥터를 찾자!
그런데 그 전에 일단 받을 것들부터 받고.
“여기 부탁하신 가죽입니다.”
파프닐은 도시로 돌아가 퀘스트 완수를 보고했다.
“덕분에 살았네! 이제 마감 기한을 맞출 수 있겠어.”
-경험치를 획득했습니다.
-붉은 염료 다섯 개를 획득했습니다.
-두꺼운 가죽 코트(매직)를 획득했습니다.
“핏빛 늑대 50마리를 퇴치하다니. 굴드가 그리 자랑을 늘어놓더니만, 수고했네!”
-경험치를 획득했습니다.
-30실버를 획득했습니다.
-바이론시 경비대의 호감도가 +5 상승했습니다.
같은 사냥을 해도 세세한 것까지 챙기는 게 빠른 성장의 비결이었다.
“무기나 갑옷이 적잖게 상했을 텐데, 경비대 직속 대장간이 있으니 거길 이용하게.”
-바이론시 경비대 초소에 허가증 없이 입장할 수 있습니다.
-바이론시 경비대의 제식 장비를 구입할 수 있습니다.
거기다 생각지도 못한 혜택까지.
‘이거 뭔가가 더 있군.’
공짜 밥 같은 좋은 말이 있을 리 없다.
엮이면 귀찮아질 것 같은 예감!
“그럼 전 이만…….”
“잠깐만 기다리게.”
슬쩍 물러나던 파프닐을 경비대장이 불러 세웠다.
“자네가 나간 사이 정찰대가 새로운 정보를 입수했네. 이번 핏빛 늑대들의 폭주에는, 검은 숲에 있는 늑대왕이란 이름의 라이칸슬로프가 연관되어 있는 것 같더군.”
파프닐의 눈앞에 영상이 나타났다.
늑대 떼 한가운데에 두 발로 서 있는 늑대 인간의 모습.
컹컹컹!
아우우우!
늑대 인간이 소릴 내자 주변에 모인 늑대들이 일제히 하울링을 내지른다.
검은 숲속을 지배하는 늑대왕의 세력!
경비대장이 말을 이었다.
“내버려 두면 훗날 큰 후환이 될 테니, 지금 싹을 잘라야 해. 혹시 그 임무를 자네가 맡아 줄 수 있겠나?”
“지금은 제가 조금 바빠서…….”
“이번 임무를 잘 해내면, 영주님께도 자네의 공적을 잘 말씀드려 봄세. 어떤가?”
역시나 이어지는 연계 퀘스트!
‘이거 제대로 코가 꿰였군.’
그래도 내용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
검은 숲은 새 사냥터로서도 나쁘지 않은 데다, 연계 퀘스트의 후한 보상까지 생각하면 손해 보는 장사는 아니었다.
“어쩔 수 없군요. 한번 해 보겠습니다.”
-퀘스트 ‘늑대왕 퇴치(매직)’를 수락했습니다.
“고맙네, 혹시 지원이 필요하면 우리의 이름을 대고 모험가를 모으게.”
동료들을 모아 보스를 사냥하는 단체 토벌 퀘스트.
물론 파프닐은 사람을 구하는 건 진작부터 선택지에 두지 않고 있었다.
‘혼자 사냥할 수 있는데 굳이 보상을 나눌 필요는 없지.’
파프닐은 성 아래로 향했다.
‘그 빈자리는 이렇게 해결하면 되고.’
도착한 곳은 성 근처의 경비대 상점.
경비대 NPC에게 인정받은 유저들만이 들어올 수 있는 곳이었다.
-경비대 상점에 입장했습니다.
상점 안엔 여러 장비와 소모품 들이 널려 있었다.
경비대원들이 자릴 지키고 있었지만, 파프닐을 보자 살짝 물러나 주었다.
“파는 장비들을 보고 싶습니다.”
“못 보여 드릴 것도 없지. 여기 있소.”
대장장이가 장비들을 차례대로 펼쳤다.
[바이론시 경비대 제식 갑옷 상의]-등급 : 노말
-레벨 제한 : 40
-물리 방어력 : 75
-힘 +3
-체력 +3
-2세트 효과 : 피해 감소 10
-4세트 효과 : 피해 감소 20
-6세트 효과 : 피해 감소 30
-가격 : 30실버
‘괜찮은 장비 세트군.’
시 경비대는 영주의 직할 부대.
착용하는 장비도 같은 급의 노말 아이템 중에선 상등품에 속했다.
‘세트 효과까지 생각하면 이만한 가성비가 없지.’
배를 채우고 싶을 때 따끈한 국밥과도 같은 느낌!
“이 장비 세트 세 벌만 주세요.”
“상, 하의에 부츠랑 장갑까지……. 세 벌이면 5골드 25실버일세.”
세 마리의 장비 세트를 한꺼번에 사다 보니 지출이 상당했다.
파프닐이 거기서 덧붙였다.
“참, 그리고 남는 화살이나 못 쓰는 창 같은 걸 조금 얻어 가고 싶습니다.”
“얻어 가다니? 그것도 다 파는 거요.”
공짜로 달라는 말에 대장장이가 정색하려 할 때였다.
“대장님께서 큰일을 맡기셨거든요. 뭐가 필요하면 여기서 말하라 했는데…….”
“……그렇지만 공무상 집행이면 진작 말하지 그러셨소. 몇 개나 필요하오?”
경비대 부대장의 권위를 등에 업고 쓸 만한 장비들을 공짜로 획득!
‘역시 출세하고 봐야 한다니까.’
준비를 마친 파프닐이 생각했다.
‘그러고 보니 늑대 세트도 슬슬 팔고 장비를 새로 맞춰야겠는걸.’
레벨 제한 10의 장비를 아직 착용하고 있으니, 서서히 방어력에서 문제가 생기고 있었다.
직접 전투는 해골병이 한다지만.
그래도 아직은 모르니 말이다.
“그럼 슬슬 사냥을 시작해 볼까?”
파프닐은 경비대장이 가르쳐 준 늑대왕의 출몰 장소로 향했다.
-검은 숲 외곽에 진입했습니다.
-현재 레벨에 비해 몬스터의 레벨이 과도하게 높은 지역입니다!
바이론시에서 완전히 멀어진 외곽 지역.
어느덧 주변에 진한 나무 냄새가 드리워졌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어둠에.
먼발치에서 들려오는 짐승 울부짖는 소리까지!
절로 소름이 돋는 분위기 속에서 파프닐은 태연했다.
‘공포 영화에 나오는 귀신보다 벌쳐 놈이 쓰는 탑 챔프가 몇 배는 더 무섭지.’
과거 프로게이머 시절 경쟁자들의 주특기들!
떠올리다 보면 지금도 등골이 서늘해진다.
몰래 등 뒤를 점하고 타워로 뛰어드는 적들!
그때의 공포에 비하면 이 정돈 애교 수준이었다.
‘주로 나오는 몬스터들은……. 핏빛 늑대와 곰인가.’
배설물을 비롯한 흔적을 분석하던 파프닐의 표정에 흥미가 어렸다.
‘해골병들을 수련시키기 딱 좋은 곳이군.’
잠시 후 핏빛 늑대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컹컹!
덜그럭덜그럭!
곧바로 이어지는 치열한 전투.
파프닐은 나무 위에서 그것을 지켜보며 메모를 시작했다.
‘2호는 뒤를 잘 보지 않고. 3호는 반응이 조금씩 느리군. 1호는 잘 싸우지만 물러나는 최적의 타이밍을 보는 눈이 살짝 아쉽다.’
몇 차례의 전투를 거치며 세 해골병의 전투 방식 및 장단점을 기록했다.
‘뭐, 그래도 그럭저럭 쓸 만하군.’
평지의 늑대와 숲속의 늑대 간엔 어린아이와 어른만큼의 차이가 있다.
심지어 이곳의 핏빛 늑대들은 ‘대형’, ‘흉폭한’ 등의 수식어가 붙은 상태.
그놈들을 상대로 승리했으니.
파프닐의 기준에도 아슬아슬하게 합격점에 들 만한 실력이었다.
“슬슬 공략을 시작해도 되겠어.”
그는 굳이 먼저 늑대왕을 찾진 않았다.
대신 파프닐은 적당한 분지를 찾아 자릴 잡았다.
“그냥 숲속에서 늑대왕을 상대하는 건 너무 비효율적이지.”
원시시대부터 성채는 보다 많고 강한 적을 상대로 엄청난 효과를 내었다.
물론 여기에 성을 쌓는 건 불가능하겠지만.
간단한 작업만으로도 어느 정도의 효과는 볼 수 있었다.
‘긴 싸움이 될 것 같으니, 준비도 철저히 해야겠지.’
삽을 꺼낸 파프닐이 곧바로 땅을 파기 시작했다.
“뭐 해, 너희도 빨리 파!”
……딸각딸각!
잠시 멍하니 있던 해골병들도 재빨리 파프닐을 도와 땅을 팠다.
‘한가운데는 뭉뚝하고 넓게……. 여긴 바위가 있으니 치워 내고…….’
구덩이 곳곳을 판 뒤, 바닥엔 창날을 꽂아 놓는다.
설치가 끝난 위엔 거적과 흙, 낙엽을 덮어 위장하자 완벽한 함정이 완성되었다.
“이제 이걸 쭉 둘러서 하면 되겠군.”
해골병들과 삽질을 하고 있으려니 옛날 생각이 났다.
군복을 입고 죽어라 땅을 파던 노동의 기억!
“…….”
그다지 떠올리고 싶지 않은 기억이었다.
현생으로 돌아간다 해도 그 시절은 뛰어넘고 싶을 정도로 말이다.
‘나 참, 작업에나 집중해야지.’
다시금 삽질과 함정 설치에 집중하는 파프닐.
그 옆에서는 해골병 1호, 2호, 3호도 같이 땅을 파고 있었다.
정확히는 2호와 3호가 삽을 놀리고.
1호는 둘을 감독하고 있는 모습!
딸그라락.
1호는 팔을 뒤로 낀 채 하늘을 보다가, 지루한 듯 흙을 펐다.
딱딱!
참다못한 2호가 턱을 벌리며 삿대질을 했다.
그 순간 1호가 눈에서 귀화를 일렁이며 2호를 바라보았다.
“…….”
2호는 곧바로 기가 죽은 채 삽을 들었다.
***
“이 정도면 그럭저럭 쓸 만하군.”
임시 요새를 완성한 파프닐이 흐뭇하게 미소 지었다.
“이제 남은 건 놈들을 이쪽으로 끌어 들이는 건데…….”
늑대들도 멍청이는 아니다.
숲 전체에 흩어진 놈들을 여기로 데려온다 해도, 보통 상황이면 들어오지 않을 터.
“간단한 방법이 있긴 하지.”
함정이나 포위망 같은 것보다도 훨씬 간단한 이야기!
파프닐은 지난번 사냥한 핏빛 늑대 고기를 나뭇가지에 걸었다.
“이 냄새야말로 최고의 미끼니까.”
핏빛 늑대 고기를 나뭇가지에 걸어 놓자, 예상대로 냄새를 맡은 늑대들이 이빨을 드러내며 다가왔다.
커엉!
컹!
적의 가득한 늑대들이 포위망을 만들고 좁혀 온다.
그러던 어느 순간 늑대들이 일제히 땅을 박찼다.
그 순간 놈들의 발아래가 푹 꺼졌다.
구덩이를 파고 창을 꽂아 놓은 부비 트랩!
사람에게 쓰는 건 전쟁범죄지만.
이번엔 사람이 상대가 아니니 거리낌 없이 설치할 수 있었다.
캬앙!
깨애앵!
떨어진 늑대들은 꽂혀 있던 창과 나뭇가지에 꼬치 신세가 되었다.
구덩이 안에 있던 해골병들이 일어나 움직인 건 거의 동시였다.
나머지 늑대들은 해골병이 막고, 그마저 통과한 늑대들에게는 파프닐의 검이 쇄도했다.
그렇게 잡은 핏빛 늑대가 무려 35마리.
“시작이 좋군.”
잠시 후, 또 다른 핏빛 늑대 무리가 출현했다.
함정을 다시 깔 시간이 없었지만, 전투에 익숙해진 해골병들 덕에 오히려 더 수월하게 사냥!
세 번째 무리와 네 번째 무리가 올 즈음엔, 엘리트 해골병들의 움직임도 꽤 익숙해졌다.
“이대로면 밤까지 사냥해도 되겠어.”
백 마리 가까이 잡았음에도 끝없이 몰려드는 늑대들.
“2호는 이리 와서 장비 바꿔! 1, 3호는 계속 싸우고!”
수리할 시간도 없어 장비를 갈아 끼우며 싸워야 했다.
그렇게 서너 시간이 지난 후.
“후우.”
수십 마리의 늑대 사체가 가득한 한가운데서 파프닐이 뒤로 드러누웠다.
“겨우 살아남았군.”
덕분에 파프닐도 레벨이 올라 42레벨이 되었다.
기쁜 일이지만 그걸 축하하기엔 너무 지쳐 있었다.
“주인님.”
“아, 벨이군.”
파앗. 어둠 속에서 벨이 솟구쳐 나와 말했다.
“늑대왕이라는 라이칸슬로프는 숲 북서쪽에 있습니다.”
“숫자는?”
“정예 핏빛 늑대와 핏빛 늑대가 120여 마리 그리고 곰이 네 마리입니다.”
예상대로 엄청난 세력이었다.
“그리고 오크 여섯 마리가 있었습니다.”
“어? 오크라고?”
‘검은 숲은 오크가 나오는 영역이 아닌데.’
파프닐은 고개를 갸웃했다.
“영역 다툼을 하고 있었나?”
“아닙니다. 오크들이 늑대왕을 돕고 있었습니다.”
늑대왕과 오크들이 한편이다.
중요한 정보였다.
“오크들이 늘어나서 영역에서 밀린 늑대들이 침입한 줄 알았는데, 오크들이 늑대왕을 복종시킨 건가?”
파프닐의 표정에 흥미가 어렸다.
“이거 연계 퀘스트가 한두 개가 아닐 것 같군.”
늑대왕 퇴치에 이어서 오크 무리까지 이어지는 커다란 퀘스트 흐름!
그때였다.
숲 저편에서 누군가의 말소리가 들려왔다.
“몬스터가 왜 없나 했더니, 이쪽에 다 몰려가 있었구만.”
“여기다! 여기야. 어?”
슥, 나무 사이로 얼굴을 들이미는 몇몇 사람들.
“아니.”
“그때 그 네크로맨서 아니야?”
그중 두 명은 파프닐과 만난 적 있는 얼굴들이었다.
#게임 소설 속 네크로맨서 빌런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