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necromancer villain in a game novel RAW novel - Chapter (275)
275화
“뭐야?”
몽둥이를 든 복면 남자는 손목의 주인을 바라보며 말했다.
“너 뭔데 방해야? 놔.”
손을 잡은 건 같은 복면의 남자였다. 손에 창을 들고 있다는 게 특이 사항이라면 특이 사항이었다.
“뭐 하는 거야? 어디 소속이길래 이딴…….”
말을 잇던 몽둥이 복면 남자의 머릿속이 서늘해졌다.
잠깐만, 시설 관리조에 이런 녀석이 있었나?
“잠…… 컥!”
“크악!”
푸욱, 다음 순간 복면 남자의 가슴팍에서 칼날이 솟구쳤다.
땅 밑에서 해골병들이 창을 뻗어 찌른 거다.
“컥…….”
복면인이 쓰러지고.
파프닐은 벌벌 떠는 꼬맹이를 향해 물었다.
“괜찮아?”
“네? 네…….”
“안전한 곳으로 가 있어.”
“하, 하지만 엄마랑 동생이…….”
“괜찮을 거다.”
진짜 괜찮은지 아닌진 모른다.
그래도 꼬맹이는 그 말에 용기를 얻었는지 고개를 끄덕이고 가장자리로 향했다.
“저거 뭐야!”
“잡아!”
이변을 감지한 복면인들이 각자 무기를 꺼내 들었다.
그 순간 파프닐이 번개를 쏘았다.
“아아악!”
창수일 거라 생각했기에, 복면인들은 번개에 대해 미처 대응하지 못했다.
파프닐은 그 틈을 노려 또다시 창을 휘두르며 다른 인원들을 처치했다.
“막아!”
“잡아!”
다른 사람들도 일제히 행동을 시작했다. 임꺽정의 환두대도가 신상과 시설들을 부수고, 칠흑의 사신은 스킬을 쓰려던 성직자와 마법사들만을 기가 막히게 끊었다.
“잠, 잠깐……. 컥!”
“이 저주받을 놈들……!”
콰앙, 쾅! 임꺽정의 환두대도가 달려드는 사람들을 쓰러뜨렸다.
“다들 어서 도망치십시오! 어서!”
“하아, 이거 일이 이상해지는데…….”
칠흑의 사신은 투덜대면서도 복면인들의 공격을 막고, 납치된 NPC들을 석실 밖으로 이동시켰다.
킨도르한과 악튜러스도 일을 마쳤는지 멀리서 술렁이는 소리가 들려 왔다.
“이 새끼들……!”
복면인들의 리더로 보이는 남자가 이를 갈았다.
“감히 여기가 누군 줄 알고……. 네놈은 잠자는 사자의 코털을 건드린 거다.”
“누군데?”
“플레이어한테 알려 주겠냐? 게시판에 올라오면 손해 보는 건 우린데.”
다음 순간 리더가 씩 웃었다.
“그러고 보니 차라리 잘됐군. 플레이어는 지침상 금지긴 하지만……. 침입자라면 상관없겠지?”
말을 마친 리더의 몸에서 검붉은 불길과 오라가 피어올랐다. 일전 보았던 화성 길드 잔당들과 비슷하면서도 약간 달라 보였다.
동시에 일전의 기억이 떠올랐다. 저 불을 쓰는 녀석이 분명…….
“하압!”
리더는 곧바로 검을 부딪쳐 왔다. 부딪친 순간 뜨거운 폭발이 파프닐을 강타했다.
“지금이다! 대화투연무!”
리더는 마스터 스킬을 쓰며 파프닐을 연달아 공격했다. 그때마다 푸른 불길이 파프닐을 뒤엎었다.
승리를 확신한 리더가 미소 지었다.
지금 쓴 것은 레전더리급 검술 마스터 스킬 콤보.
길드 내에서도 최상위의 위력인데, 고대신의 힘까지 받아 더욱 강해진 상태다.
추측이긴 하지만, 이 공격을 받으려면 검노인급은 되어야…….
“너희들 말이야…….”
폭발의 여운이 가신 자리에 은빛 강철 구체가 드러났다. 철옥. 강철의 주인에게 새로이 받은 스킬이란 걸 리더 남자가 알 리 없었다.
공격을 받아 낸 구체가 열리고, 그 안에서 파프닐이 나타났다.
손에는 검게 빛나는 목검을 든 채로 말이다.
“대체 뭐냐? 왜 파이브스타 길드가 고대신 스킬들을 쓰고 있는 건데?”
***
“원정 선단의 준비가 완료되었습니다. 선단 35척 전부 내일이라도 출발 가능합니다.”
“캐러밴들의 수장과 협상을 타결했습니다. C급 해도를 확보해 숙지 중입니다.”
“선원과 준사관, 선장들도 전부 배치 완료됐습니다. 총원 1,442명. 전원 항해술, 배 조종 및 해상 관련 스킬 숙련도를 40% 이상으로 끌어올렸습니다.”
신대륙이 본격적으로 알려진 후.
한국 서버의 이름깨나 알려진 모든 길드는 일제히 신대륙 원정의 준비를 시작했다.
실패한 해적 유저들을 선원으로 받고, 항구도시와 조선소를 앞다퉈 인수한 뒤 배를 건조했다.
당연한 일이다.
오크제국이 침공해 온 순간, 그 이전의 장비나 아이템들을 능가하는 새로운 장비와 사건, 스킬들이 기다렸다는 듯 세상에 풀렸다.
운영진이 만들어 놓은 성장의 요소가 바로 시나리오.
이번에 나타난 2막.
신대륙 메인 스트림에서도 똑같지 않으리라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새로운 콘텐츠를 가장 먼저 얻는 순간, 기존의 요소들은 더 이상 쓸모가 없게 되리라.
이 때문에 각 길드는 신대륙 탐사에 모든 것을 올인하기 시작했다.
여유분의 자금뿐만 아니라, 기존에 관리하던 영역에서 뽑아낼 수 있는 모든 것들을.
그중에는 사람도 있었다.
-살려 주세요!
-으아아악!
이계신, 고대신. 악마까지.
각 길드는 어떤 세력이건 가리지 않고 NPC들을 끌어모아 바쳤다.
파이브스타 길드도 마찬가지였다.
“분노의 고대신 이그나이트와의 거래는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계신 데스 핸드와의 거래도 성공적입니다. 최선의 제물 취향을 분석 중인데, 이것만 성공한다면 좀 더…….”
“신규 작업장 완성 기한에 조금 늦을 것 같다는 연락이 왔습니다. 웬 흑기사 놈이 민간인 NPC랑 고윈 대공 측 NPC들을 도와 저항을 하고 있어서…….”
보고를 듣던 이시우가 질문했다.
“고윈 대공은 아직입니까?”
“예, 지금 상태에서는 조금…….”
썩어도 준치라고 고윈 대공은 네임드 NPC.
특무대, 그중에서도 이시우나 검노인급이 아닌 이상 쉽게 꺾을 수 없었다.
“신대륙 출정 준비 중인 부대를 빼낼 순 없습니다.”
“하지만…….”
“시간에 맡기지요. 어차피 이곳은 이미 효용을 다했으니.”
순수하게 게임을 즐기는 일반 유저라면 모를까, 지금은 다르다.
“아, 그리고 생산부에서 건의가 왔습니다.”
“건의?”
“예, 저희도 플레이어를 제물로 삼으면 안 되냐고…….”
“플레이어를…….”
“다른 길드들은 이미 하고 있는데 저희만 하지 않으면 효율 면에서 밀릴 것 같다고 합니다.”
이계신에게 바칠 수 있는 건 NPC뿐만이 아니다.
플레이어 캐릭터도 선택 여하에 따라 제물이 될 수 있고, 심지어 NPC보다 효율이 1.5배 가까이 좋았다.
신들이 더욱 좋아하는 제물이라는 설정!
보다 PK와 PVP를 장려하기 위한 운영진의 기획이지만, 대형 길드들은 일반 유저들을 속이거나 신규 캐릭터를 만들어 바치게 하는 ‘부캐작’ 등을 통해 공헌도를 얻고 있었다.
“아무리 그래도 플레이어는 안 됩니다.”
“하지만……!”
“NPC들은 어디까지나 자원이지만, 플레이어는 진짜 사람. 언론에 오르는 순간 길드 이미지가 땅에 떨어질 겁니다.”
비록 호라이즌의 출시로 전 세계가 게임 열풍이지만, 선정성을 이유로 검열을 외치는 계층도 분명 있다.
“그리고 NPC만으로 충분하다는 게 제 결정입니다.”
“알겠습니다.”
쓰는건 어디까지나 NPC.
파이브스타의, 이시우의 신념이었다.
그렇게 회의가 진행되던 중이었다.
-긴급 사항입니다!
“무슨?”
-엘리온 숲 기지가 파괴되었습니다. 생존자는 없고,이그나이트와의 연결도 완전히……. 끊겼습니다.
“대체 누가.”
-그게……. 보고에 따르면.
“말해요.”
장내가 싸늘하게 얼어붙은 가운데, 이시우가 말했다.
“누가 그랬는지 말하라고.”
-그…….
“당장!”
-파프닐입니다, 파프닐 놈이 쳐들어왔습니다!
이시우의 숨이 턱 막혔다.
***
“강한데.”
이계신과 고대신을 상대해 본 적은 이번이 다섯 번째다.
첫 번째는 사도 벨제크와 크로스파이어 길드.
이계신의 힘을 받은 화성 길드와 봉인된 고대신의 분령이었던 오딛.
거기에 검붉은 불꽃을 피워 대던 플러시에 지금 이 녀석까지.
바퀴벌레까지 합치면 여섯 번째지만, 그건 빼기로 했다.
어쨌든 지금까지 상대한 놈들은 공통적으로 신의 힘을 통해 스펙을 올린 채 전투를 하곤 했다.
그런데 이 녀석은…….
“생각보다 실망이군.”
파프닐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힘을 끌어올리니 오히려 더욱 약해질 줄이야.”
복면인의 정체는 파이브스타 특무대 중 한 명이었다.
방송에도 꽤 자주 출연했기에 알아볼 수 있었다.
한 치의 오차도 없는 계산과 정교한 거리 조절, 날카로운 수 싸움으로 유명한 간부.
그런데 검붉은 불꽃을 끌어올린 순간 그 장점이 사라졌다.
분노와 강력한 공격력, 화염의 힘만으로 밀어붙이는 스타일.
사실상 플러시에게서 운빨을 뺀. 녀석의 하위 호환에 가까운 놈이 된 거다.
이미 플러시 놈도 쓰러뜨려 봤는데, 분노에 몸을 맡긴 녀석을 이기는 건 쉬운 일이었다.
“너……. 네놈……. 고작 NPC들 때문에……. 파이브스타와 전쟁을 하자는 거냐……?”
그때 쓰러진 특무대원이 쏘아붙였다.
“뭐.”
“아니면……. 대체 왜……? 파이브스타 길드에게 이런 식으로 선전포고를…….”
“음…….”
확실히 NPC들은 가상의 존재이긴 하다. 싸우기 전에도 임꺽정을 제외하면 모두가 영 내키지 않는 기색이기도 했고.
퀘스트 내용은 이곳에서 일어나는 고대신의 의식을 저지하는 거지, 무리해서 NPC들까지 구하는 건 아니었으니까.
이 때문에 파프닐은 퀘스트라는 말 대신 다른 대답을 했다.
“내 마음.”
아무리 NPC들이라지만, 그 녀석들이 바쳐지는 걸 지나치면 왠지 마음이 편하지 않을 것 같았다.
특무대원은 헛웃음을 지었다.
“젠장…….”
“참, 이시우에게 전해라.”
“……?”
“신대륙에서 기다리고 있을 테니, 어디 최선을 다해 따라와 보라고.”
푸욱! 궁드닐의 창날이 남자의 심장을 꿰뚫었다.
-경험치를 획득했습니다.
그렇게 일기토를 마무리 지은 파프닐이 돌아보자, 장내는 거의 정리가 되어 가고 있었다.
복면인, 아니 파이브스타 길드원들은 3/4 가까이가 땅에 누워 있고.
남은 인원들은 임꺽정 하나도 상대하기 버거워하고 있었다.
“일단 파이브스타 쪽에는 할 말을 마쳤고. 이쪽도 마무리를 지어야지.”
파프닐은 아직 열려 있는 포탈로 향했다.
검붉은 불길이 일렁이는 포탈 너머에서, 거대한 존재의 시선이 이쪽을 향했다.
“하데스와 리리스……. 두 연놈의 냄새가 나는구나.”
“당신의 이름은?”
“내 신전과 제단을 부순 주제에 당당하군.”
“싫다면 저쪽에게서 알아내고.”
파프닐의 대답에 거대한 존재의 마력이 중앙 홀 전체를 진동시켰다.
이건……. 웃고 있는 건가.
“이거 의외로군. 우리는 이미 서로를 알고 있지 않나.”
한참을 웅웅거리던 거대한 존재가 말했다.
“나의 사도를 처음으로 좌절시킨 존재가 네놈이거늘……. 정작 내가 누군지 모르고 있다라? 재미있구나.”
“사도라니? 사도는 벨제크 한 놈밖에…….”
순간 파프닐의 눈이 커졌다.
검붉은 불길이 설마?
‘그 녀석은 행운의 여신 니케의 사도였을 텐데. 그럼 이번엔 억지력이 작동해서 저 신의 힘도 받은 건가!’
행운의 여신과 운빨에 고대신이 추가라니.
원작보다 훨씬 더 빠르게 성장하고 있었다.
‘이대로라면 내가 당하겠군.’
바로 등 뒤까지 칼날이 밀려오는 느낌에 파프닐은 심호흡했다.
‘재미있는데.’
오랜만에 느껴 보는 위기감에 모공의 솜털 하나하나가 곤두선다.
게임 이전, 현실의 세계 대회 결승전에서나 느껴 보았던 감각이었다.
“보아하니 정말 몰랐던…….”
“아무래도 타깃을 수정해야겠군.”
파프닐은 그렇게 말하며 포탈을 유지하는 기둥을 끊었다.
뒤틀리는 포탈 너머에서 거대한 존재가 쩌렁쩌렁 외쳤다.
“나중에 보자! 사도의 적이여!”
파앗, 순식간에 연결이 끊어지고. 잠잠하게 가라앉은 신전.
파프닐은 그 앞에서 작게 속삭였다.
“계획을 좀 더 서둘러야겠어.”
난이도가 한 차례 더 오른 느낌이었다.
#게임 소설 속 네크로맨서 빌런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