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necromancer villain in a game novel RAW novel - Chapter (515)
515화
“……10분 13초인가.”
초시계를 확인한 홍길동이 흐뭇하게 미소 지었다.
주변에는 천마신교 흑풍대원들이 떨어뜨린 아이템이 가득했다.
수백, 수천 명에 달하는 천마신교 흑풍대의 진법을 단신으로 뚫은 것이다.
엄청난 일이었다.
흑풍대원들은 하나하나가 700레벨대의 정예.
진법으로 강화되면 개개인이 700레벨대 후반의 초고수가 된다.
그런 흑풍대의 진법을 깨뜨리고 도착했으니 말이다.
한국 서버 최상위 랭커들이 모인 활빈당에서도 독보적인 강함.
평소 파프닐을 분신이나 변신술로 돕기만 했지만, 홍길동의 진정한 힘은 고작 그 정도가 아니었다.
‘파프닐 녀석도 강하긴 하지만……. 아직은 아니란 말이지.’
파프닐의 해골병들은 적을 지치게 하는 장기전에 적합하다.
이런 시간제한이 걸린 내기에서는 힘을 내지 못할 터.
특히 자신을 보조 계열이라고 생각한다면 더욱 허를 찔릴 것이다.
‘자, 그럼 해달 친구의 친구를 구하러 가 볼까.’
자신만만하게 안쪽으로 걷던 홍길동의 발걸음이 어느 순간 점차 느려지다가 멈췄다.
눈앞에 펼쳐진 풍경에 홍길동은 저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말도 안 되는……. 어떻게 자네가 여기에…….”
“아슬아슬했군요.”
파프닐은 그 말과 함께 옆에 있는 동물을 가리켰다.
“보로리의 친구는 여기 있습니다.”
“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인간님들……. 저는 마르모트……. 마멋이라는 종족입니다.”
통통한 갈색 털의, 어디선가 본 듯한 쥐 형태의 모습은 한 때 유해 조수로 여겨졌던 뉴트리아와 닮았다.
“마멋…….”
웹사이트를 검색해 본 홍길동이 질문했다.
“마멋이라면 그……. 아아악! 하고 우는 동물인가?”
“아아악이요?”
파프닐이 고개를 갸웃하는 순간, 갑자기 마르모트가 이를 드러냈다.
“……당신도 저들과 같군요!”
“응? 뭐가…….”
“죽으십시오!”
설명할 새도 없이 마르모트가 쇄도해 왔다.
홍길동은 가볍게 분신을 만들어 앞을 막았다.
다음 순간.
“어헉!”
분신이 곧바로 부서지고, 뒤이어 공격을 막던 홍길동의 HP가 순식간에 떨어졌다.
3% 아래까지 떨어진 HP.
홍길동은 눈앞이 깜깜해졌다.
만약 파프닐이 곧바로 막지 않았다면 허무하게 죽었을 것이다.
“그만하십시오. 이분은 그럴 의도는 없었을 겁니다.”
“하지만……!”
“제가 잘 설명하겠습니다.”
마르모트를 말린 파프닐이 홍길동에게 회복 포션을 부어 주었다.
정신을 차린 홍길동이 어처구니없어하는 표정을 지었다.
“이게 무슨 짓인가?”
“사정이 있습니다.”
“사정?”
“예, 구체적으로는 이 중국인들 때문이죠.”
중국인들 때문이라니.
순간 홍길동은 무언가를 깨달았다.
“설마 중국 놈들이…….”
“이 녀석을 잡은 다음에, 아아악! 하고 울어 보라면서 잠도 안 재우고 때렸다고 합니다.”
“울어 주지 않았나?”
“도저히 목소리가 안 나온다고 하더군요.”
“아.”
마멋의 울음소리는 삐이이이익에 가깝다.
호루라기를 부는 듯한 높은 고성.
그런데 흑풍대원들은 마르모트를 잡은 뒤, 현실의 밈처럼 울어 보라며 온갖 학대를 일삼았다.
수일 동안 잠도 안 재우고 때리거나, 물과 음식을 강제로 배 터질 때까지 먹였다.
당연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소리가 나올 리 없었다.
“그렇게 학대를 당하던 와중 제가 구해 준 겁니다. 그러니 그 말에 그렇게 반응한 거고요.”
“마음고생이 심했겠군…….”
홍길동은 고개를 숙였다.
“진심으로 미안하네. 그런 일이 있을 줄은 상상도 못 했어. 처음 본 정보가 그것이다 보니 그만……. 내 사과를 받아 주겠나?”
“괜찮습니다. 저야말로…….”
마르모트도 본질적으로는 착한 마멋이었기에 선뜻 사과를 받아 주었다.
“그래서, 자네가 끝인가?”
“제 친구……! 맞아요. 제 친구도 구해 주세요.”
“친구?”
“저는 항상 친구와 같이 다녔습니다. 그런데 인간들에게 잡힐 때 제 친구도 같이 잡혔고, 이렇게 서로 다른 곳에 갇히게 되었습니다…….”
말하던 도중 감정이 북받친 마르모트가 파프닐의 옷을 붙잡고 외쳤다.
“제발 부탁드립니다……. 제 친구를 살려 주세요!”
띠링!
-새로운 퀘스트 ‘마르모트의 친구’(레어)가 생성되었습니다.
-퀘스트를 수락하시겠습니까?
퀘스트 진행 도중 나타난 새로운 퀘스트.
“물론 해야지.”
파프닐은 고개를 끄덕였다.
중국 서버와는 계속 전투를 해야 하는데, 그냥 전투도 좋지만 퀘스트가 있는 게 보상까지 얻을 수 있을 테니까.
게다가 보로리의 친구의 부탁을 들어준다면, 신수인 보로리에게서 또 다른 아이템을 받을 수 있을지도 모르고 말이다.
“가, 감사합니다!”
속을 모르는 마르모트가 연달아 고개를 숙였다.
그렇게 분위기가 화기애애하게 이어지던 도중.
갑자기 파프닐이 화제를 바꿨다.
“그러고 보니 홍길동님.”
“음?”
“내기를 하기로 했었죠.”
“어……. 그랬었지.”
마르모트를 더 빨리 구하며, 더 많은 중국 유저들을 처치한 사람이 승자.
“아무래도 내가 이긴 것 같네. 한 1천2백 명 정도를 잡은 것 같거든.”
“1천 명이나요?”
“그렇다네. 흠흠.”
홍길동은 헛기침을 했다.
정확히 세어 보진 않았지만, 최소한 1천 명 이상은 된다.
“위험했군요.”
“그래, 역시 내가……. 응?”
“저는 2천 명이 좀 넘게 처치했습니다.”
외차원의 버섯 포자, 그리고 지고의 낙뢰를 마구 쓴 덕분이다.
사자왕의 심장이 공급해 주는 마나 덕분에, 파프닐은 그런 스킬들을 마구 쓰면서도 해골병들을 전진시킬 수 있었다.
“……즈…… 증거가…….”
파프닐이 대답 대신 가리키는 방향을 본 홍길동은 말문이 막혔다.
수많은 시체가 널브러져 있는 그곳은, 대충 봐도 자신이 뚫고 온 곳보다 훨씬 더 격렬한 전투가 있던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도, 도망친 녀석들이 아니었다면…….”
“저도 그것 때문에 미리 해골병들로 도주로를 막았습니다. 그게 차이인 것 같군요.”
“……으으으으음!”
빠르게 돌파할 계획이다 보니 도주로를 막을 생각을 미처 하지 못했다.
한참 고민하던 홍길동이 한숨을 내쉬었다.
“율도국의 왕이 발을 뺄 수는 없지……. 그래, 내가 졌네. 소원을 말하게나.”
“감사합니다.”
“미리 말해 두겠네만, 활빈당을 내놓으라거나 게임을 접으라거나 하는 것 같은 불합리한 제안은 무효일세.”
“걱정 마십시오. 저도 억지 부릴 생각은 없었습니다.”
파프닐은 생각해 둔 내용을 말했다.
“홍길동 님은 도술을 쓰시지요?”
“음……. 그러네만.”
“그럼 혹시 제 해골병에게 도술을 가르쳐 줄 수 있으시겠습니까?”
홍길동의 도술.
마법이나 주술 스킬과는 또 다르지만, 앞의 둘보다 더욱 다양한 효과가 있으며 여러 방면으로 쓸 수 있는 유용한 스킬이다.
부족한 해골 마법사는 얼마 전 불깍이를 통해 보충했지만, 도술이 있어서 손해 볼 것은 없으리라.
“흠……. 설마 내 비전 도술까지 바라는 건 아니겠지?”
“그럴 리가요. 그냥 평범한 도술이면 충분합니다.”
“그건 어렵지 않지. 조만간 준비해 올 테니, 그때 봄세.”
“알겠습니다.”
파프닐은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다행이군. 도사의 시체를 억지로 구할 필요가 없어졌어.’
도사 클래스는 한국 서버에서는 히든 클래스다.
유용한 도술 스킬을 받고 싶어도 시체를 구하기 힘든 게 문제.
그 점을 해결해 준다 했으니 짐 하나를 덜어낸 셈이었다.
“참, 그리고 부탁이 하나…….”
“부탁?”
“예, 최고의 실력을 가진 감정사를 한 명 찾아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뭐……. 그 정도야.”
홍길동은 고개를 끄덕였다.
감정사를 찾는다는 건 곧 감정을 해야 할 물건이 있다는 뜻.
그 정보를 공유할 수 있다면 나쁜 건 아니었다.
“감사합니다.”
파프닐은 남은 흑풍대원들을 마저 처리한 뒤 안전한 장소로 이동했다.
다른 중국인들이 지원군으로 오면 곤란하니 말이다.
“일도 거의 마무리됐으니 잠깐 쉬어 줘야겠군.”
일단 밥이라도 먹어야겠다.
파프닐이 생각을 마칠 때였다.
그때였다.
둘 사이로 마르모트가 몸을 들이밀더니, 곧 몸을 가까이 붙여 왔다.
“무슨?”
“왜 그러나?”
“……그게…….”
마르모트는 한참 우물쭈물대더니,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쓰다듬어 주세요.”
***
후루룹, 후룩.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냄비.
그 속에 든 건 붉은 국물 속에 든 유탕면.
즉 푸라면이었다.
‘역시 라면은 푸라면이군.’
적당한 맵기에 버섯과 기름의 감칠맛이 더해져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좋아할 수밖에 없는 라면.
심지어 다른 라면이 1,500~2,000원을 넘나들 때, 이 라면은 900원이라는 싼 가격을 아직도 유지하고 있다.
무난한 맛과 가성비, 그리고 간단한 조리법.
특별한 것은 없지만, 수십 년간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비결이었다.
김강한은 면발을 젓가락에 돌돌 만 뒤, 김치를 얹어 입에 넣었다.
아삭거리는 김치와 어울리는 뜨끈하고 매콤한 면발 맛에 절로 침이 나왔다.
“멍멍멍!”
복돌이가 꼬리를 쳤다. 입에서 흘러내린 군침이 방울방울 떨어졌다.
“너도 먹고 싶다고?”
“멍!”
“사료 있잖아. 상추 줘?”
“멍멍! 주인님 먹는 그거 먹고 싶다, 멍!”
투견은 운동선수와 같다.
수면부터 식단까지 철저히 관리해 최적의 몸 상태를 만들어 활용하는 것.
게임 속에서 활동하는 가상현실 투견도 마찬가지.
운동선수나 군인이 초창기부터 강세를 보이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그러니 안 주는 게 맞지만…….’
김강한은 잠시 고민하다가, 면발을 크게 말아 개밥그릇에 담아 주었다.
“자, 여기 있다.”
“멍멍멍멍!”
그대로 개밥그릇에 얼굴을 파묻은 복돌이가, 잠시 후 고개를 번쩍 들었다.
“……아우우~ 뻑예~.”
“……?”
처음 듣는 괴이한 감탄사에 김강한은 어처구니없는 표정을 지었다.
“아 참, 야. 미즈호.”
“네?”
방 안에 있던 미즈호가 고개를 내밀었다.
“너도 좀 먹어라.”
“가…… 감사합니다.”
예전엔 김강한의 기를 잡아먹으려고 하던 녀석이지만.
같이 세이멍과 맞서 싸운 지금은 그래도 식사 대접 정돈 해 줄 정도의 정은 있었다.
다소곳이 앉아 김강한이 주는 라면을 입에 댄 미즈호.
순간 미즈호의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끼야아아아앗!”
미즈호는 곧바로 싱크대로 달려가 입을 가져다 대었다.
인간보다 감각이 뛰어난 만큼 고통도 느끼고 있으리라.
한참 동안 얼굴을 박고 있던 미즈호가 고개를 돌렸다.
“이…… 인간! 나를 독살하려고……!”
“응?”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이런……!”
“독살이라니, 그게 무슨 소리니.”
김강한은 그렇게 말하며 자기 앞의 라면을 한 입 더 먹었다.
“먹기 싫으면 말고.”
“그……. 그걸 먹는단 말인가요?”
“그럼, 나 말고 다른 사람들도 흔히 먹는데?”
“멍멍! 좀 더 달라, 멍!”
“말도 안 돼……. 인간은 어떻게 그렇게…….”
미즈호는 꿀꺽 침을 삼킨 뒤 식탁에 앉았다.
“이게 당신이 강해진 비결이라면……. 저도 도전해 보겠어요!”
여우 요괴로서의 자존심이 걸려 있는 문제다.
숨을 들이마신 미즈호가 힘겹게 라면 한 가닥을 빨아 먹었다.
“으으윽……!”
그대로 엎어진 채 괴로워하는 미즈호.
피식 웃은 김강한이 말했다.
“하는 수 없군. 이거면 좀 괜찮을 거다.”
“이거……요?”
“잠시만.”
김강한은 그대로 냉동고로 향하더니, 청록색 무늬가 있는 흰 상자를 가져왔다.
“이건…….”
“내가 제작을 의뢰한 제품인데, 얼마 전에 완성되었다고 연락이 오더군. 그 시제품이다.”
“어디…….”
상자를 열자 차가운 냉기와 함께 내용물이 모습을 드러냈다.
다음 순간 그녀와 복돌이가 동시에 외쳤다.
“이건 대체 무슨 음식이지요?”
“멍멍! 이게 왜 여기 있냐, 멍!”
#게임 소설 속 네크로맨서 빌런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