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necromancer villain in a game novel RAW novel - Chapter (603)
603화
이그나이트.
분노의 신인 그는 신들의 전쟁에서도 수많은 신을 쓰러뜨렸던 최상위 신격이었다.
증오, 용기, 명예, 전쟁, 열정.
분노로 인해 이루어지는 모든 것이 그가 가진 힘이 되었다.
당연히 피와 전쟁, 살육을 주로 삼는 악신들도 이그나이트의 아래에 있었다.
이그나이트가 지반 아래에 봉인되면서, 그들도 힘을 잃고 사라지거나 신들에게 잡혀 봉인되었다.
그중 일부, 전쟁의 악마들이 갇혀 있던 게 바로 이 강이었다.
“위대하신 분께서 우리의 봉인을 풀어 주셨다……!”
“몸과 마음, 혼의 한 조각까지 바쳐 위대하신 분을 따르겠습니다!”
띠링!
-전쟁의 악마들을 수하로 거둬들였습니다.
-경험치를 획득했습니다.
-레벨 업!
-이그나이트의 신격이 보다 강력해졌습니다.
-이그나이트의 힘을 사용하는 스킬들이 보다 강력해졌습니다.
-이그나이트가 현세에 미칠 수 있는 영향력이 보다 강해졌습니다.
-이그나이트의 화신으로서 신관, 수하 들을 임명할 수 있습니다.
-오랜 시간 동안 봉인되었던 전쟁의 악마들은, 그들을 해방시켜 준 주인을 위해 다시 한번 앞장서서 싸울 것입니다.
-전쟁의 악마들의 상태창을 볼 수 있습니다.
-비버 게이트 섬을 정복했습니다.
-천마신교의 원정 시설들을 비버 게이트 섬에 설치할 수 있습니다.
-비버 게이트 섬에서 세금을 받을 수 있고, 섬의 자원들을 채집 및 이용할 수 있습니다.
-나이아스 강 유역을 완전히 정복했습니다.
-나이아스 강의 마력을 활용할 수 있습니다.
-천마신교가 고대의 악마들을 봉인에서 풀어 수하로 받아들였습니다.
-악마들이 풀려나고 탁기가 흐르며, 세계가 보다 어둠에 물들 것입니다.
“…….”
수많은 메시지를 본 플러시는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이러려던 건 아니었는데…….’
단지 적당히 꿀을 빨고 싶었을 뿐이다.
추격에 쫓기고 쫓기다가 다른 서버까지 흘러들어 오고.
그곳에서 정점이 되기까지.
플러시는 매 순간 싸우고 또 싸워 왔다.
암살자들과의 싸움, 강력한 몬스터와의 싸움, 천마신교의 쟁쟁한 랭커, 전전대 교주 같은 네임드 NPC와의 싸움.
그리고 무림맹과의 싸움을 거쳐 이곳에 이르기까지.
‘하필 선택한 비버 연합이 제일 강한 곳이고……. 이런 악마들을 봉인하는 장소였다니.’
그래도 다행인 게 있긴 했다.
‘이 녀석들 덕분에 힘들게 싸웠으니, 그걸 빌미로 정비를 할 수 있겠어.’
가장 어려운 적인 비버 연합을 쓰러뜨리느라 천마신교 군단도 적잖은 피해를 입었다.
회군할 정도까진 아니지만, 이를 명분 삼아 재정비를 하고.
나아가 시간을 계속 끄는 작전도 충분히 가능하리라.
‘이 정도 규모의 대군을 재정비하려면 최소한 한 달은 걸리지. 그동안 나도 좀 푹 쉬고…….’
플러시가 이런저런 생각에 잠긴 사이.
천마신교 무인들은 재빨리 움직여 남은 비버들을 포로로 잡고 마을을 불태웠다.
“여기 아이템이다!”
“가져와라, 교단의 것이다.”
비버 마을들은 고위 NPC들이 있는 곳답게 귀중한 아이템들이 많았다.
흙과 나무로 만든 장신구, 항아리 등도 최소한 레어 이상 등급.
수많은 물건이 차곡차곡 쌓였다.
“천마이시여, 여기 약탈품입니다.”
“전부 천마님의 것이오니, 천마님께서 마음대로…….”
“음?”
정신이 든 플러시가 전리품을 보았다.
비버 연합의 장비들과 비버 가죽, 수많은 생활 도구 사이에 쌓인 고대 유물들.
막대한 가치를 지닌 보물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천마신교의 보물들과 비교해도 전혀 꿀리지 않는 것도 몇몇 보인다.
그러나 플러시는 속으로 입맛을 다셨다.
‘저걸 내가 직접 팔려고 해도 살 사람이 있어야 말이지.’
아무도 알지 못하는 사실이지만.
플러시는 한국 출신 게이머이다.
지금까진 게임 머니 환전 시스템을 통해 들키지 않고 있지만.
만약 저걸 판매하다 정보가 새어 나간다면 플러시가 한국인이라는 이야기가 나올 수도 있을 터.
즉 아무리 아이템이 많더라도, 결국 플러시에겐 구름 위의 떡이란 이야기다.
그 사실을 생각하자 절로 어깨가 축 처졌다.
“됐다, 너희가 알아서 가져가라.”
“오……?”
“오오……!”
대수롭잖게 명령을 내린 플러시가 당황했다.
“너, 너희 왜…….”
“그야……. 이런 건 처음입니다.”
“저희가 먼저 배분해 가져가라니…….”
기존의 천마신교에서는 모든 전리품을 교주가 가져간 뒤, 그중 몇 개를 나눠 주는 방식으로 분배했다.
힘의 논리에 따라 강자가 모든 것을 결정한다는 뜻.
그런데 플러시의 방식은 정확히 그 정반대였다.
“천마 플러시 님 만세!”
“만세!”
“플러시 님 만세!”
“만세! 만세! 만만세!”
천마신교 무인들이 일제히 소리쳤다.
“응? 플러시 님 숭배?”
“플러시 님 만세!”
타이란트와 전쟁의 악마들이 끼어들더니 크게 외쳤다.
불멸자들의 함성은 곧바로 섬 전체로 퍼져 나갔다.
곳곳에 있던 무인들이 일제히 외칠 정도로.
‘아……. 씨X…….’
또 상습 숭배인가.
머리가 지끈거린 플래시가 고개를 저었다.
그때 그 모습을 본 타이란트가 소리쳤다.
“그렇군……! 이 정도 재물론 부족하다는 건가!”
“응?”
“재물과 함께 피도 필요하다는 뜻이다……. 여봐라, 비버들을 전부 죽여라!”
“예!”
“비버들을 죽여라!”
타이란트와 악마, 천마신교 무인들이 일제히 비버들의 촌락 쪽, 포로로 잡힌 비버들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미처 말릴 새도 없이 곳곳에서 피 보라가 일었다.
-레벨 업!
“아니……. 잠깐.”
아무리 저 비버들이 온갖 꼼수를 쓰고, 각종 귀찮은 일을 하며 천마신교 무인들을 죽였다지만.
그래도 전부 다 학살할 필요는 없지 않나……?
살짝 고민이 들었지만 그렇다고 이미 일어난 일을 되돌릴 수도 없었다.
“하아아아아…….”
플러시는 재차 한숨을 내쉬었다.
‘어쩔 수 없군. 이러면 정말 모두가 두려워하는 진짜 천마가 되는 수밖에.’
정말 모두가 두려워하는 천마가 된다면, 최소한 필요한 전투가 아닌 전투는 피할 수 있으리라.
왠지 요즘 들어 한숨을 내쉬는 일이 잦아진 것 같았다.
***
“다들 고생 많으셨습니다.”
미스트 섬 서쪽 해안가 근처의 동굴.
파프닐은 그곳에서 비버들을 맞이한 뒤 말했다.
“이제부터는 여기서 댐을 지으시면 됩니다.”
“가…… 감사합니다.”
생존자 비버 중 가장 나이 많은 비버가 나와서 말했다.
“당신의 이름은…….”
“파프닐입니다. 비록 네크로맨서의 길을 걷고 있지만, 그래도 여러분을 돕고 싶은 마음은 진심입니다.”
비버 게이트 섬에 있던 봉인을 지킨다거나.
플러시의 실력을 테스트한다거나.
여러 가지 목적이 있긴 했지만 어쨌건 비버 연합을 도운 건 사실이었다.
다만 그 도움은 결실을 맺지 못했다.
노약자 비버들이 탈출한 후.
남은 비버들은 섬 안쪽으로 후퇴하며 마지막까지 저항을 이어 갔지만, 그것도 무색하게 결국 전멸당하고 만 것이다.
“그러고 보니 비버 게이트 섬은……. 어떻게 되었는지 혹시 소식이…….”
“음……. 그게…….”
어떻게 할까.
아직 모른다는 말로 적당히 둘러댈까.
아니면 얼마 전 입수한 섬의 소식을 말해야 할까.
잠시 고민했지만, 답은 뻔했다.
어차피 금방 알게 될 사실.
지치고 상처 입은 비버 생존자들에게는 슬픈 말이지만, 이럴 때일수록 진실을 말해야 믿음을 살 수 있었다.
“아쉽지만……. 비버 게이트 섬은 지금 천마신교에 완전히 점령당했습니다.”
“그런……!”
“소문을 듣기론 남아 있던 비버 중 생존자는 없다고 하더군요.”
“뭐라고?”
“거, 거짓말하지 마시오! 그들이 그렇게 쉽게 당할 리가……!”
“천마신교의 교주 플러시가 직접 나섰습니다. 고대의 악마들도 마찬가지고요. 비버 게이트가 아무리 잘 싸워도, 그들을 상대로 무너지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아쉽지만 이건 사실이다.
애초에 플러시가 아니라도, 천마신교의 원정군에 비버 게이트가 무너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플러시가 천마신교에 합류하지 않았던 원작에서도 비버 게이트는 천마신교에 의해 무너졌기 때문.
‘생각해 보니 플러시 녀석도 꽤 강해졌군.’
김철과 칠흑의 사신, 적기사 모드레드 등.
파프닐이 보낸 인원들, 유럽 서버가 보낸 지원군들 모두 어디 가서 꿀릴 사람들은 아니다.
심지어 이번엔 파프닐이 마력을 공급해 준 카라미트가 직접 싸우지 않았었나.
그런 그들을 모두 쓰러뜨리고, 쉬지 않은 채 마스터 쿵푸 비버, 에인션트 비버 등까지 연달아 싸워 이기며 비버 게이트 섬을 정복했다.
아무리 운빨이 있었다고 해도, 그 정도 실력이라면 충분히 이레귤러급이었다.
‘역시 플러시……. 나도 최종 계획을 서둘러야겠어.’
플러시가 다른 봉인들을 풀고, 그놈의 운빨로 계속 강해지면 그때는 정말로 감당할 수 없다.
생각을 마친 파프닐은 앞을 보았다.
“내 아들 저스틴이……!”
비버 연합 비버들은 모두가 울고 있었다.
늙은 비버들의 눈가로 맑은 물이 흘러내렸다.
“으흐흐흑!”
“모두 죽다니……. 어떻게 그런…….”
가족이 죽었으니 보통 슬픔이 아니리라.
파프닐은 그런 비버들을 하나씩 돌아다니며 위로했다.
“아드님과 다른 분들은 모두 영웅적으로 싸우셨습니다.”
“고맙소…….”
“그놈들은 천벌을 받을 겁니다.”
“복수할 거야! 반드시……!”
그렇게 진정시키다 보니 알림이 나타났다.
-비버 연합의 호감도를 +10 획득했습니다.
-비버 연합의 공식 퀘스트를 받을 수 있습니다.
비버 연합과의 호감도가 올랐다는 내용.
동시에 비버 연합 사이에서 백발이 성성한 늙은 비버가 걸어 나왔다.
“감사합니다……. 저는 엘크 저스틴이라고 합니다.”
“엘크 저스틴?”
“이쪽은 팔콘 저스틴…….”
“…….”
알고 보니 비버 연합의 비버들은 모두 저스틴이라는 이름을 쓰고 있었다.
구분이 필요할 땐 몸의 특징이나, 과거에 사냥한 무언가의 이름을 붙여 구분해 부르는 식.
“다시 한번 저희를 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뇨, 비버 연합은 악마들을 봉인하며 세계를 지켜 왔으니까요.”
“그렇다 하더라도, 그렇게 원군도 보내 주시고……. 새로운 땅에 저희를 데려와 주신 파프닐 님의 덕이지요.”
엘크 저스틴이 품속에서 씨앗 하나를 꺼냈다.
“이걸…… 가져가십시오.”
“이건?”
“저희 비버들의 선조로부터 내려오는……. 세계수의 씨앗입니다.”
“세계수라면 이그드라실인가?”
“그럴 수도 있고……. 그보다 더 오래된 것일 수도 있습니다. 저희가 아는 건 이 씨앗이 저희 비버들에게 있어 무엇보다 가치가 있다는 것이지요.”
“……!”
엄청난 아이템을 얻은 파프닐의 눈이 커졌다.
‘이건 원작에 없었던 건데.’
세계수의 씨앗이라면 갓급 아이템이라 봐도 되고.
다른 나무라고 하더라도 최소한 비버 게이트 섬에서 공허의 강을 막던 댐의 나무 정도는 될 것이다.
‘대박이군…….’
식물 사역을 이용해 부린다면 해골병들의 능력이 한층 더 강해질 수 있을 것이다.
기본적으로는 엔트 해골병에, 나무의 광합성, 흡수 능력을 이식한 특수 해골병들까지.
“……감사히 받겠습니다.”
“저희야말로…….”
“그럼 지금은 여기서 쉬십시오. 조만간 여러분께서 할 일을 가져다드리겠습니다.”
“예에.”
비버들이 긴장을 풀고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다행이군…….”
비버들은 섬의 물을 정화하고, 물길을 트는 데 천부적인 재능을 가지고 있다.
잘만 된다면 기존 동굴의 우물이나 일부 남은 샘에서 나오는 물이 아니라, 대량의 맑은 물을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을 것이다.
어둠의 마나가 가득한 미스트 섬에서 그건 굉장히 중요한 것 중 하나였다.
‘이대로 안정적으로 거점을 강화한다면……. 굉장히 유용하게 되겠군.’
그때였다.
섬 안쪽으로부터 드워프 한 명이 해변가에 모습을 드러냈다.
“파프닐 님! 여기 계셨군요.”
“무슨 일이지?”
“그게……. 어르신들께서 파프닐 님을 찾으십니다.”
“나를?”
파프닐이 고개를 갸웃한 순간, 드워프가 말을 이었다.
“말씀하신 게…… 준비되었다고 합니다.”
“말한 거라면……. 설마?”
“예. 그게…….”
“가 보자고.”
파프닐은 곧바로 드워프를 따라가기 시작했다.
저 말이 사실이라면.
드디어 플러시를 막기 위한 최종 계획을 실행할 수 있었다.
게임 소설 속 네크로맨서 빌런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