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necromancer villain in a game novel RAW novel - Chapter (620)
620화
파프닐이 잠지함 개발을 기다리던 동안.
중국 서버와 유럽 서버 간의 전쟁은 소강상태가 되긴커녕 더욱 크게 타올랐다.
이유는 간단하다.
천마신교의 진격을 보고 있던 일반 중국 유저들이, 유럽 서버가 무너지자 일제히 몰려온 것이다.
처음 천마신교가 원정을 갈 때, 일반 유저들 대부분은 상황을 지켜보았다.
만약 천마신교의 원정이 지지부진하거나 실패로 돌아갔다면.
그 유저들은 곧바로 반란을 일으켜 천마신교를 공격했을 것이다.
그러나 원정은 단순 성공을 넘어 대박, 그것도 초대박을 터뜨렸다.
고대신의 부하인 거신족과 악마들을 해방시키고.
레벨 800이 넘는 비버들이 가득한 비버 연합을 무너뜨리며.
유럽 서버의 주력을 당당히 격파한 뒤 진격을 거듭하고 있다.
주식으로 치면 그야말로 상한가를 연달아 달성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금 가지 않으면 안 되지!
-공격, 공격!
기존 수백만의 원정군을 뒤따라, 1천만 명가량의 중국 유저가 유럽 서버로 넘어와 공격을 시작했다.
다른 서버들 모두가 주의 깊게 바라보고 있는 상황.
그러나 단 한 곳, 일본 서버만은 그럴 수 없었다.
그것도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이유 때문에.
-저쪽 집이 무너졌다고 해서 구경하러 갔죠. 그런데 보고 오니 우리 집이 무너진 거예요.
-보자마자 눈물이 났어요.
얼마 전, 일본에 큰 재해가 닥쳤다.
태평양과 일본 근해에서 진도 9.3이 넘는 지진이 일어나고, 10미터의 쓰나미가 도쿄와 해안가 도시들을 덮쳤다.
규모로만 보면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이상.
하지만 피해액은 당시에 비해 1/10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야마모토 사부로.
일본의 젊은 사업가가 수개월 전부터 대부분의 재산을 투자해 지진 대비를 해 온 덕분이다.
만약 그 작업이 없었다면 일본 열도는 동일본 대지진 때보다 더 큰 피해를 입게 되었으리라.
후쿠시마 지역은 물론, 도쿄나 교토 등도 범위 안쪽이었기 때문.
그전까지 호들갑 떤다고 인식되던 야마모토 사부로의 이미지는, 순식간에 일본의 영웅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지금.
그 영웅 ‘사부로’는 가상 전뇌세계 속에서 보고를 받고 있었다.
“뭐?”
보고 내용은 다름 아닌 파프닐에 대한 것이었다.
“파프닐이 유럽 서버에 있다고?”
“예.”
보고를 들은 사부로.
게임 닉네임 오다 노부나가는 입맛을 다셨다.
“거참, 또 그 녀석의 이름값만 올라가겠군.”
유럽 서버의 상황은 그야말로 바람 앞의 등불.
각 서버에서 모인 여러 랭커들이 유럽 서버를 돕고 있지만, 수적, 질적 차이가 너무 심했다.
일단 병사의 수만 열 배 이상 차이가 나고.
동물 반란군과 달리 시스템상의 이득을 공정하게 보면서 움직일 수 있다.
하지만 파프닐이라면 그런 적들을 맞이해서 누구보다 성가시게 만들 수 있으리라.
직접 당해 본 사람만이 할 수 있는 확신이었다.
‘데스 드래곤……. 그 신분으로 내 계획을 망가뜨린 걸 생각하면 당장 찢어 죽여도 모자라긴 하지.’
만약 파프닐이 없었다면 지금쯤 한국 서버는 일본 서버의 식민지나 준식민지가 되어 있으리라.
그래도 파프닐에게 그렇게 큰 증오가 있는 건 아니었다.
파프닐은 한국 유저고, 해야 할 일을 한 것뿐.
게다가 그가 준 정보 덕분에 수많은 일본인의 목숨을 구하고 재산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
이 때문에 오다 노부나가는 감정을 내려놓고 편하게 파프닐의 행적을 감상할 수 있었다.
“그래서, 유럽 서버에 간 다음은 어떻게……?”
“예. 파프닐은 홍길동과 헤어지고 난 뒤…….”
과연 어떤 식으로 중국 서버의 공격을 막고 있을까.
기대하고 있던 오다 노부나가의 표정은, 설명이 이어질수록 미묘하게 변했다.
“……그러니까 웬 발명가들 연구에 몰두해서 드래곤 모양 요새를 만들고 있다고?”
“예.”
“중국 서버의 공격은?”
“근처에 오는 중국 유저들만 막을 뿐, 딱히 그 이상의 행동은 하지 않고 있습니다.”
드래곤 모양의 요새.
외곽 지역에 요새를 만들어 봤자 의미가 없으니, 다른 의도가 있다고 보아야 하리라.
다이야마토처럼 최소한의 이동 기능 정도는 있을 터.
거기까지 생각한 순간 오다 노부나가가 흠칫 놀라 물었다.
“다이야마토가 있을 텐데? 설마 그걸 해체한 건가?”
“그건 아닙니다. 새로 재료를 공수해 만들고 있었습니다.”
“음…….”
다이야마토가 무사하다는 것에 안도의 한숨이 나오는 것도 잠시.
“그럼 대체 무슨……. 설마?”
오다 노부나가의 눈이 커졌다.
파프닐의 의도가 보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 녀석……. 지상형 다이야마토를 만들어 중국 놈들을 공격할 셈이군.”
다이야마토와 같은 대형 병기가 세력전에 미치는 영향은 그야말로 어마어마하다.
그야말로 단 한 척으로 전 서버를 상대한 게 다이야마토.
그런 걸 조종해 보았으니, 지상에서도 다이야마토 비슷한 걸 만들 생각을 할 법도 했다.
“……하지만 쉽진 않을 거다, 파프닐.”
바다와 육지는 많은 게 다르다.
일단 플레이어가 딛고 움직일 수 있는 땅이 있고.
방어 결계나 포대를 설치할 수 있는 지형도 많다.
괜히 해상 대형 몬스터가 육상 대형 몬스터보다 어렵다는 게 아닌 것.
어중간하게 강력한 병기 정도로는 대형 몬스터와 같은 꼴을 당할 것이다.
“어떻게 할까요?”
“일단 계속 정찰을 이어 가도록.”
“하이.”
타케루가 사라진 후에도.
오다 노부나가는 계속 파프닐의 계획이 무엇인지 고민했다.
대형 육상 병기는 해상 병기에 비해 효율이 떨어진다는 것.
과연 파프닐이 그 정도를 예상하지 못했을까?
‘뭔가 더 있을 것 같은데……. 예상이 가지 않는군.’
그나마 떠오르는 건 공중 전함인데, 자신이 아는 파프닐이라면 그런 상식 안의 판단은 하지 않을 것 같았다.
‘대체 뭐지……?’
수일 후.
오다 노부나가에게 한 가지 소식이 전해졌다.
제작 중이던 파프닐의 이동 요새가.
말 그대로 감쪽같이 사라졌다는 내용이었다.
***
유럽 서버의 지하.
단단한 지반 아래에서 윙윙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소리의 근원지는 다름 아닌 거대한 드릴.
드래곤의 입에서 나온 드릴이 속도를 낼 때마다, 거대한 드래곤 형태의 잠지함이 더 깊은 지하로 내려가고 있었다.
“더 내려갑니다.”
“오오…….”
잠지함 어스호.
조종실에는 파프닐과 킨도르한, 그리고 다크 형제가 있었다.
“현재 지하 500m……. 600m로 내려가는 중입니다.”
“발견된 거나 장애물은 없겠지?”
“암반층이 있긴 했는데, 금방 파괴했습니다.”
지구의 평균 지각은 대략 30km.
호라이즌의 지각이 얼마나 두꺼운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지각과 같은 두께라면 사실상 1/60 정도까지 내려온 셈이다.
“시범 운행이니, 일단은 이대로 계속 내려가 보도록.”
“예.”
“맨틀까지 갈 수 있으면 좋겠군.”
지시를 내린 파프닐의 옆에서 킨도르한이 눈을 빛냈다.
“그럼 우리가 지금 땅속으로 내려가고 있는 건가?”
“그렇습니다.”
다크 형제의 대답에 킨도르한은 입맛을 다셨다.
“어쩌면 최초 던전 같은 델 발견할 수 있겠군.”
“던전?”
“왜 있잖아, 지하 같은 곳에 있는 숨겨진 동굴이나 던전.”
“아, 있긴 했습니다. 자연 동굴이.”
“오……?”
킨도르한이 눈을 빛내자, 다크 형제가 말을 이었다.
“몬스터들이 있긴 했는데, 드릴로 갈아 버리니 바로 부서졌습니다.”
“…….”
어스호의 사이즈는 작은 산만 한 크기.
거대한 몸체로 땅을 통과하다 보니, 어지간한 동굴 정도는 통째로 갈아 버릴 수 있는 것이다.
“그럼 사냥은 안 되겠군.”
혀를 찬 킨도르한이 문득 고개를 갸웃했다.
“그러고 보니 지하에는 무슨 몬스터가 있지?”
지하.
보통은 지하 동굴에 봉인된 악마나, 숨어 있는 마수, 도적, 언데드 등의 몬스터를 상대하게 된다.
하지만 동굴이나 던전 등 탁 트인 공간이 아닌, 진짜 흙 속에 있는 몬스터는 거의 없었다.
“아마…….”
그때였다.
막 파프닐이 대답하려던 순간.
레이더에 붉은 경보음이 들어오며, 화면 위로 검은 점 하나가 나타났다.
“저건……!”
“몬스터입니다……. 크기는…… 맙소사, 최소 150m 이상!”
“초대형 몬스터다……!”
길이만 무려 150m 이상에, 두께는 최소 5m가량.
지상이라면 오우거 열댓 마리만큼의 크기를 가진 거대 몬스터다.
“형태는…… 지렁이입니다.”
“온다!”
다크 형제의 경고에 이어 어스호 전체가 흔들렸다.
끼에에에에!
선체 바깥에서 들려오는 괴성.
그 속에서 파프닐은 태연히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저런 유의 몬스터가 나오는군.”
땅속을 자유자재로 다닐 수 있는 몬스터는 얼마 없다.
물 형태나 흙, 바위로 만들어진 지하 마수.
“저건…….”
“맙소사, 기간테스 데스 웜이다.”
혹은 저렇게 생긴 초거대 지렁이가 대부분이다.
“기간테스 데스 웜?”
“오 마이 갓……!”
다크 형제가 경악하는 가운데, 파프닐이 물었다.
“저 녀석을 알고 있나?”
“예.”
“두 달 전 마르고 골짜기에서 나타나서, 당시 최강의 길드 중 하나였던 비스마르크 길드의 레이드에서 살아남은 보스급 몬스터입니다.”
“저놈을 잡는 게 레전더리급 퀘스트라고 알려져 있지요.”
그야말로 움직이는 것만으로 지형을 바꿀 수 있는.
수천 명 이상이 모여 처치해야 하는 월드급 보스.
끼리리리릭! 끼에에에에웨에엑!
데스 웜은 굉장히 화가 치밀어오른 듯한 모습이었다.
그럴 만했다.
자신의 영역을 침범당한 것도 모자라, 그 당사자가 윙윙거리며 이빨(드릴)을 드러내고 이쪽을 보고 있으니 말이다.
“어, 어떻게 하죠?”
“후퇴할까요?”
다크 형제의 물음에 파프닐이 지시를 내렸다.
“다크 형제.”
“예, 마스터.”
“드릴 출력을 올리고 전진.”
“예. 예?”
지시대로 기기를 조작하던 다크 형제가 흠칫 놀랐다.
“잘못 들었습니다?”
“갈아 버리도록. 저 지렁이 몬스터를.”
“……!”
“그, 그거 맞아?”
“의뢰대로 재료를 써 만들었다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아니면 설마 너희가 만든 기계를 의심하는 건가?”
“우리가 만든 기계…….”
메인 다크가 중얼거리는 옆, 마인 다크가 고개를 끄덕였다.
“까짓거 해 보자고.”
출력이 높아지자 드릴이 한층 더 거세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위이이잉!
그대로 토사를 부수며 전진하는 어스호.
꾸웨에에엑!
이에 맞서 데스 웜은 어스호의 몸을 옆에서 감아 조이려 했지만, 드릴이 데스 웜의 몸을 찌르는 게 빨랐다.
끼이이이익! 끼에에에에에!
다음 순간 어스호의 드릴이 그대로 데스 웜을 갈아 버리기 시작했다.
“어스호 전진, 전진합니다. 데스 웜의 몸체……. 10m 파괴, 20m 파괴……. 30, 50……. 100m!”
“어어……. 어어어! 진짜 된다아아아아!”
킨도르한이 환호와 비명이 섞인 소리를 냈다.
동시에 메시지가 도착했다.
-기간테스 데스 웜을 처치했습니다.
-경험치를 획득했습니다.
데스 웜을 처치했다는 알림 메시지.
“정말로 갈아 버렸어…….”
“어메이징…….”
놀라워하는 다크 형제의 옆.
킨도르한이 어처구니없어하다가 곧 씩 웃었다.
“이거 느낌 좋은데?”
“좋다고?”
“대박이잖아……. 전차에 타서 몬스터를 갈아 버리는 것…….”
“좋다니 다행이군.”
“응?”
불안한 느낌이 든 킨도르한의 질문에 파프닐은 대답 대신 레이더를 가리켰다.
그곳에는 방금 갈아 버린 데스 웜과 비슷한 크기의 점들 십수 개가 이쪽으로 오고 있었다.
“아무래도 지하에 있던 다른 몬스터들을 우리가 자극해 버린 것 같으니까.”
“……이런 젠장…….”
킨도르한의 낯빛이 새하얗게 변했다.
게임 소설 속 네크로맨서 빌런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