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swordsmanship instructor at the Fantasy Academy RAW novel - Chapter 113
아카데미의 검술 강사가 되었다 (113)
수학여행
“슬슬 갈 시간이네.”
―벌써?
“벌써는 무슨, 일주일도 넘게 있었는데. 아! 나랑 있으니까 시간이 너무 빨리 가?”
―뭐, 뭐래! 얼굴도 못생긴 게 조금 어울려 주니까 우쭐해져선….
“흐음, 그래? 그럼 다음에 올 땐 초코바 없다!”
사부랑은 약간 다르게 라면이나 여타 음식은 별로 안 좋아하는 루시엘 녀석이 유일하게 좋아하는 게 바로 초코바다.
―아니, 그런 게 어딨어? 내가 마법 얼마나 열심히 가르쳐 줬는데.
“네가 지금까지 먹은 초코바가 얼마인지 알아?”
―벼, 별로 안 비싸지 않아?
“별로 안 비싸다니, 엄청나게 구하기 힘들고 비싸거든! 내가 너 생각해서 정말 열심히 일해서 사 오는 건데….”
―그, 그런… 거였어? 알았어. 너 안 못생겼어.
기껏 눈치를 줬는데 고작 안 못생겼어라니….
“됐다. 내가 말을 말아야지.”
―아, 알았어. 너 잘생겼어.
완전히 옆구리 찔러 절 받기네.
“이제야?”
―아, 진짜 잘생겼다고. 강신혁이 최고로 잘생겼다!
얼굴이 잔뜩 빨갛게 돼서 말하는 걸 보니 상당히 분한 것 같다.
“좋아. 다음에 올 때 가져올게.”
―진짜지? 그럼 나 츠윅스랑 스나커즈, 쿨브레이크, 프리타임이랑 아, 크란키는 색깔별로 전부.
초코바 제품명까지 줄줄이 다 외우고 있네.
알았다고 말하고 마계수의 나뭇잎을 찢었다.
시야가 캄캄해지더니 이내 낯선 천장이 보인다.
어제 민하를 치료하고 바로 퇴원 수속을 밟았다.
지금 민하가 회복됐다는 걸 아는 사람은 나와 김 선생 그리고 민하 부모님, 이렇게 넷뿐이다.
민하의 팔이 회복됐다는 게 알려지면 병원은 물론이고 언론에서도 귀찮게 할 게 안 봐도 비디오니까.
논문 발표도 수학여행 이후에 할 예정이라 병원에서도 팔을 가린 채로 퇴원 절차를 진행하고 나왔다.
이미 수술은 다 끝났고 병원에서도 어떻게 할 수 없는 상태라 들키지 않고 퇴원할 수 있었다.
그러곤 바로 백화점에 갔다.
차에서 모자와 선글라스, 마스크까지 챙겨 쓴 후에 내렸고, 민하와 민하 어머님과 함께 다니며 쇼핑을 했다.
수학여행은 사복으로 가는지라 옷도 여러 벌 사 줬고 캐리어도 예쁜 거로 사 줬다.
학교에 가면 옷이랑 가방 있다며 괜찮다고 했지만 내가 사 주고 싶었다.
민하가 아니었다면 원래 내가 담당하기로 했던 6조는 전부 죽었을 테니까.
그랬다면 아마 나는 평생을 죄책감 속에서 살았겠지….
나를 믿고 기다려 준 녀석에게 옷 몇 벌 사 주는 건 문제도 아니다.
명색이 S 랭크 헌터에 강남 건물주니까.
만약 민하가 명품 가방을 가지고 싶다고 해도 사 줬을 것 같다.
물론 우리 민하는 그런 부탁을 하지 않았다.
오히려 계속 괜찮다고, 너무 비싸다고 해서 자꾸 그러면 여기부터 저기 끝까지 다 사 줘 버린다고 협박(?)을 해야 했다.
쇼핑을 마치고 근처에 있는 호텔에 민하와 어머님 방을 잡고 나도 옆방을 잡았다.
시간이 늦기도 했고 애초에 학교로 돌아갈 생각이 없었다.
민하와 한 약속을 지켰으니 이젠 우리 반 아이들과 한 약속을 지킬 차례니까.
모름지기 선물은 깜짝 선물이 최고지.
이미 김 선생님에게 오늘 공항까지 애들 인솔도 대신 부탁드렸다.
휴대폰으로 시간을 확인하니 이제 6시 반이다.
10시 비행기지만 단체 여행이기 때문에 애들은 학교에서 버스를 타고 공항에 8시 반까지 도착하기로 되어 있다.
지금 있는 호텔이 강남이니 인천공항까진 한 시간 정도 걸릴 텐데 아침이라 차가 막힐 수도 있으니 서둘러야겠다.
민하에게도 어제 미리 말을 해 두긴 했는데 혹시 몰라 연락하려는 참에, 이 녀석, 양반은 못 되는지 톡이 왔다.
벌써 준비를 다 했다니, 수학여행이라 아주 들뜬 모양이다.
[벌써? 7시 5분쯤에나 출발하려고 했는데.] [그럼 제가 로비로 갈까요?] [옆방인데 굳이 그렇게 할 필요 있어? 선생님이 준비하고 들를게.]씻고 옷을 입고 방을 나왔다.
짐은 차에 있어서 휴대폰과 지갑, 룸 키만 챙기면 된다.
벨을 누르자 문이 열리는데 어머님과 어제 산 원피스를 입고 있는 민하가 보인다.
“쌤, 어때요?”
“어떻긴, 우리 민하야 항상 예쁘지. 그런데 어머님도 지금 나가시게요? 조금 더 쉬다 가시지. 여기 호텔 조식도 제법 괜찮은데.”
“어이구, 아닙니다. 민하도 이제 다 나았고 남편이 혼자 있어서 저도 얼른 가 보려고요. 정말 감사합니다. 제가 이 은혜는 어떻게 해서라도 갚겠습니다.”
민하와 어머님과 함께 로비로 내려왔다.
어머님 먼저 모범택시를 불러서 배웅해 드렸다.
“기사님, 강남 고속 터미널까지 잘 부탁드립니다.”
5만 원권을 하나 꺼내 기사님께 드렸다.
호텔에서 그리 멀진 않지만, 시간이 그리 여유가 있진 않아서 직접 모셔다드리지 못해 죄송하기도 하고 지갑에 지폐가 5만 원짜리밖에 없었다.
“이제 우리도 갈까?”
“네!”
주차장에 가서 차를 타고 인천공항으로 출발했다.
아침이라 확실히 좀 막히긴 했지만 서둘러서 그런지 꽤 일찍 도착했다.
김 선생님께 전화해 보니 30~40분 정도는 더 걸린다는데 들어가서 뭐라도 먹으면 딱 맞을 것 같다.
“출출하지? 애들은 오려면 좀 더 걸린다니까 가서 햄버거라도 먹자.”
“햄버거 완전 좋아요. 쌤, 이제 내려도 돼요?”
“잠깐만.”
대시보드를 여니 선글라스와 마스크가 한가득이다.
유명해지고 난 뒤로 항상 차에 선글라스와 마스크를 준비해 둔다.
내가 쓸 것들을 먼저 고르고 민하에게도 고르라고 말했다.
“저도요?”
“서프라이즈 안 할 거야?”
마스크와 선글라스로 단단히 무장하고 먼저 수속을 하기 위해 국제선 터미널로 향했다.
“이러고 공항에 오니까 비밀 작전 하는 것 같아요.”
“박 요원, 이번 작전은 보안이 생명이다. 안 들키고 잘할 수 있지?”
“네? 네!”
수속을 마치고 햄버거를 먹으며 계획을 브리핑했다.
다 먹고 나오니 마침 김 선생님에게서 공항에 도착했다고 연락이 왔다.
“애들 왔다고 하니까 아까 설명한 대로만 하자.”
“네.”
민하와 살짝 거리를 둔 채로 수속하는 쪽으로 갔더니 학생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뒤를 살짝 보니 민하 녀석 제법 태연하게 잘 따라오고 있다.
마스크를 벗고 우리 반 녀석들에게 다가갔다.
“어? 쌤.”
“다행이다.”
“다행? 왜, 선생님 안 올까 봐 걱정했어?”
“쌤한테 여권 다 있다고 하던데요.”
“쌤 안 오면 우리 수학여행 못 가잖아요.”
나를 걱정한 줄 알고 조금 감동하려는 참인데… 그럼 그렇지.
“지금부터 이름 부르면서 여권 나눠 줄 테니까 한 명씩 나와서 받아 가.”
“네.”
한 명 한 명 이름을 부르며 나눠 주고 드디어 하나만 남았다.
“박민하.”
민하를 부르자마자 들떠 있던 분위기가 순식간에 가라앉아 버린다.
“선생님…?”
하지만 나는 개의치 않고 한 번 더 민하의 이름을 불렀다.
“쌤… 왜 그러시는 거예요.”
“민하는… 올 수 없잖아요.”
단순히 다운된 게 아니라 울 것 같은 표정을 하는 애들도 보여 빠르게 한 번 더 외쳤다.
“박민하!”
“네! 10반 반장 박민하 여기 있습니다.”
드디어 애들 뒤쪽에 있던 민하가 마스크와 선글라스를 벗고 대답한다.
“민하?”
“진짜 민하다.”
“박민하!”
“다들 오랜만이야?”
민하가 싱긋 웃으며 말하자 우리 반 녀석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민하에게 뛰어간다.
“박민하? 너 팔이….”
“내 팔? 완전 멀쩡하지.”
민하가 손을 쥐었다 폈다를 반복하다가 붕붕 돌리며 멀쩡하다는 걸 과시하니 다들 경악을 금치 못한다.
옆에 있던 다른 반 학생들과 선생님들도 깜짝 놀란 표정이다.
이 정도면 서프라이즈는 대성공인 것 같다.
“다들 정말 많이 보고 싶었어.”
* * *
“강 선생, 나는 자네를 믿고 있었네.”
“지난주에 민하 자퇴 받으라고 하셨던 분이 누구더라?”
“끄응…. 아니, 자네랑 우리 선화가 그런 연구를 하고 있을 거라곤 전혀 생각도 못 했지. 미리 언질이라도 줬으면 내가 그런 제안 했겠나?”
“네네, 알겠습니다.”
교감에게 적당히 대꾸하며 일정표를 펼쳤다.
이미 답사를 다녀와서 그런지 다 아는….
“저기, 교감 선생님. 마지막 날 일정… 버스 이동이 왜 그대로인가요?”
답사를 다녀와서 버스로 이동하면 시간도 너무 오래 걸리고 힘들다고 이야기를 해서 바꾸겠다고 하더니 그대로 버스다.
“대체 교통을 알아보니 가격이 너무 비싸더라고. 신칸센은 단체 할인을 받아도 1인당 12만 원이 넘던데, 기존 계획인 버스에 비해 다섯 배나 높아서 어쩔 수 없었네.”
신칸센이 비싼 건 알지만 다시 그 고생을 한다고 생각하니 벌써 피곤하다.
“그래도 그거 빼면 별로 힘든 것도 없지 않나? 대신 다른 선생들 의견대로 일정에 가이드를 줄이고 자유 시간을 많이 넣었네.”
원래 자유 시간이 거의 없었는데 이건 좀 희소식이다.
일정표를 다시 보니 일본의 제1 헌터 학원과 교류가 예정된 2일 차를 제외하면 다 자유 시간이 들어가 있다.
사실 완전한 자유 시간은 아니고 반별로 시간을 보내는 거다.
몇몇 선생님들은 일정 장소만 벗어나지 말라고 하고 자유롭게 풀어 놓을 거라고 하던데 나도 그렇게 할 생각이다.
사고라도 치면 곤란하겠지만 나는 우리 반 애들을 믿는다.
일본 치안도 나쁘지 않은 편이니까.
결코, 귀찮아서 그런 게 아니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보니 어느새 일본에 도착했다.
입국 심사를 받고 짐을 챙겨 나오니 벌써 1시다.
예약해 둔 전세 버스에 반별로 탑승했다.
“쌤, 저희 밥 언제 먹어요?”
“아까 기내식 먹었잖아.”
“쌤, 바로 숙소 가는 거예요?”
“아니, 도쿄타워 들러서 구경하고 숙소로 갈 거야.”
“도쿄타워요?”
“쌤은 가 봤어요? 어때요?”
“답사 때 가 봤는데 별거 없어. 63빌딩이나 남산타워 전망대 가 본 사람 있지? 그거랑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돼. 겉모습은 좀 다르지만.”
초를 치는 것 같지만 어쩔 수 없는 게, 도쿄타워는 너무 많이 갔다.
답사 때 간 것 말고도 전생에서 일본에 워킹홀리데이로 있을 때 지인이나 친구들이 올 때마다 갔으니까.
그래도 뷰도 꽤 좋은 편이고 바닥이 유리로 되어 있는 포토존도 있어서 사진 찍는 거 좋아하는 애들은 좋아할 것 같다.
애들 질문에 답해 주며 공항에서 1시간 정도 달렸을까?
드디어 정면에 도쿄타워가 보인다.
주차장에서 내려 입구로 가자, 단체로 입장하면 일반 입장객들이 불편할 수 있으니 반별로 두 반씩 올라가기로 했다고 한다.
그런데 누가 기획한 건지 모르겠지만 담임들끼리 가위바위보를 해서 진 반은 걸어서 올라가고, 이긴 반은 엘리베이터를 타기로 되어 있다.
물론 최상층까지는 가는 건 아니고 중간 데크까지만 올라가는 거라 천천히 가도 20분 정도면 충분히 도착한다.
하지만 6월의 도쿄는 상당히 덥다.
물론 나는 한서불침(寒暑不侵)이라 더위든 추위든 안 타니 상관없지만.
“쌤, 저희 걷기 싫어요.”
“꼭 이기셔야 해요.”
“선생님, 믿어요.”
우리 애들은 죽어도 걸어 올라가긴 싫은 모양이다.
덥든 안 덥든 걷기 싫은 건 나도 매한가지라 꼭 이기자고 했지만 아쉽게도 운이 따르지 않았다.
“쌤… 뭐예요.”
“실망이에요.”
“어떻게 S 랭크 헌터가 가위바위보를 질 수가 있어요!”
아니, 이 녀석들이 무슨 S 랭크 헌터가 가위바위보를 잘해서 되는 건 줄 아나?
“선생님 최악.”
“우우….”
한국에서 출발할 때 민하를 치료한 것 때문에 다들 나를 우러러봤는데 가위바위보 한 번 졌다고 아주 천하의 역적 취급이다.
그나마 다른 애들은 가벼운 투정인데, 비교적 체력이 약한 마법부 애들이나 고소공포증이 있다는 몇몇 애들은 노려보는 게 진짜 심상치 않다.
“그래도 내려올 때는 엘리베이터 탈 수 있다고 하니까 너무 실망하지 말고. 맞아, 걸어서 올라가면 기념 카드도 준대.”
“그런 거 필요 없다구요….”
“어쩔 수 없잖아. 2층으로 올라가자. 가면 기념품 매장도 있고 그래. 와플에 아이스크림 올려서 파는 데도 있거든. 선생님이 하나씩 사 줄게.”
“선생님 최고.”
“역시 우리 선생님!”
이 녀석들 보게?
간식을 사 준다고 하니 표정이 싹 바뀐다.
고소공포증이라고 하던 녀석들마저, 다른 반에 포함시켜서 보내 준다는 것도 마다하고 간식 먹으면 괜찮을 것 같다며 따라오는데, 진짜 소악마들이 따로 없다.
애들 간식을 사 먹이고 기념품 가게를 둘러보라 하고 차례를 기다리는데 갑자기 비상벨이 울리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