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swordsmanship instructor at the Fantasy Academy RAW novel - Chapter 43
아카데미의 검술 강사가 되었다 (43)
이제 악플을 넘어 조롱까지 하는 건가….
도대체 어떤 놈들이 이런 질 나쁜 장난을 하는 건지 글을 클릭했는데, 정말 깜짝 놀랐다.
클릭하자마자 우리 학교 교복을 입은 낯익은 여고생과 팔짱을 끼고 있는 내 사진이 나왔으니까.
B 조에 있는 민하다.
배경을 보니 검술 훈련장인데… 아, 그땐가?
위튜브 촬영해서 한창 유명세에 시달릴 때 애들이 SNS에 올리고 싶다며 같이 사진을 찍어 달라고 해서 몇 장 찍어 준 적이 있는데, 그때 사진인 것 같다.
평소에도 장난기 많고 활발한 녀석이긴 하지만… 상황 파악이 안 되나?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런… 어?
[저는 제1 헌터 학교 검술반에 재학 중인 박민하라고 합니다.선생님이 은서와 팔짱을 낀 사진이 은서가 선생님의 연인이라는 증거면 저도 선생님의 애인입니다.
어그로 끌어서 죄송합니다.
하지만 말도 안 되는 허위 기사로 저희 선생님과 은서가 욕먹는 걸 지켜보기만 할 수가 없었습니다.
저희 선생님은 엄할 땐 엄하시지만 평소에는 이야기도 잘 들어 주시고 간식도 자주 사 주시고 장난도 잘 받아 주시고 항상 친근하게 대해 주셔서 저도 그렇고 저희 검술반 학생들 모두 선생님을 좋아합니다.
제가 올린 사진처럼 팔짱 정도는 검술반 학생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다 해 봤을 겁니다.
그래서 기사를 처음 봤을 때부터 절대 그럴 리가 없다고 생각했고 저희 검술반 학생끼리 단톡방이 있어서 은서에게 직접 사건의 진실도 들었습니다.
저희 조 대표인 진수의 삼촌이 운영하는 펜션이 제주도에 있어 같은 검술반이자 평소에 같이 학생회 활동을 하며 친했던 은수와 은서, 진수와 민희 이렇게 넷이서 제주도에 갔다고 합니다.
방학식 때 아이들이 선생님께도 혹시 시간 되시면 같이 가자고 권유했는데 안 된다고 하셨습니다.(애들이 선생님께 권유하는 건 저도 실제로 봤고 본 친구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마침 선생님께서도 애들이 놀러 간 시기에 제주도에 계셔서(원래 방학 때 서울에서 사냥 중이셨는데 같이 사냥하시는 분 친척이 운영하는 길드가에 사고가 나서 사람이 부족하다고 해 도와주러 가셨다고 합니다.) 연락이 닿아 선생님께서 토요일 일정을 끝내고 저녁을 같이 먹으러 펜션에 오셨습니다.(이날이 몬스터 탈주 사건이 있던 날입니다.) 기사에 나온 사진은 다음 날 모두 같이 펜션 앞에 있는 해수욕장에 가서 놀다가 찍힌 겁니다.
당시 팔짱을 낀 건 선생님이 지갑과 휴대폰을 가지러 가셨는데 안 오시고 웬 여자랑 이야기하고 있어서 가자고 잡아당기려고 팔을 잡은 거였다고 합니다.
팔짱을 끼면서 애들이 기다린다고 말했는데 선생님께 접근하던 여성분이 ‘유부남이셨어요?’ 하면서 혼자 착각하신 채 가 버리셨다고 합니다.
같은 호텔을 이용한 건 은서가 받은 용감한시민상 시상식이 금요일에 있는데 아이들이 숙박하던 펜션의 이용 기간이 끝나 다음 손님이 예약되어 있어 더 묵을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미성년자는 예약이 안 되니 선생님이 머무르는 호텔에 선생님이 방을 잡아 준 겁니다.
방이 2인실이었던 건 은서와 쌍둥이 자매인 은수도 같이 머물렀기 때문이고 호텔을 예약할 때 선생님께서 직접 은서 어머님과 통화도 하셨다고 합니다.
오늘 아침엔 선생님께서 법적인 처벌은 받지 않더라도 학교를 그만두게 될지도 모른다는 기사를 봤습니다.
선생님을 존경하고 좋아하는 학생으로서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선생님을 믿습니다.
은서에게 듣기론 선생님도 지금 백방으로 뛰어다니며 결백을 증명하기 위해서 노력하고 계신다고 하는데, 이 글이 도움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제대로 알아보지도 않고 자기 멋대로 망상을 있는 그대로 써서 내보낸 기자와 데스패치가 꼭 처벌받았으면 좋겠습니다.]
가슴이 먹먹해진다.
장난기 많은 말괄량이로만 생각했었는데….
다른 글들도 클릭해 보니 전부 내가 가르치는 학생들이 쓴 글이었다.
인증샷이라고 올린 사진들은 전부 나와 팔짱을 끼거나 어깨동무를 하는 사진이고.
하나같이 선생님을 믿는다, 우리 선생님은 절대로 그럴 사람이 아니라며 나를 옹호하는 내용이다.
솔직히 처음에는 지금 가르치는 학생들은 엑스트라라고 생각해 별로 관심을 가지지도 않았다.
애초에 내가 선생이 된 이유는 주인공과 친분을 쌓기 위함이었으니까.
물론 생활하다 보니 정이 들어서 이제는 그런 식으로 생각하지는 않지만, 딱히 잘해 준 건 없다.
한창 욕을 먹고 있는 나를 위해 나선다는 게 절대 쉽지 않았을 텐데.
게다가 사진을 올리면 자기들 얼굴까지 노출되는데, 그런 위험까지 감수하면서 이렇게 나서 주다니….
가슴이 먹먹한 걸 넘어 눈가가 뜨거워지는 기분이 드는 게 눈물이 나올 것만 같다.
같이 지낸 시간이라고 해 봤자 겨우 한 학기. 고작 반년도 채 되지 않는데….
세상 모두가 내게 손가락질하고 욕하며 등을 돌렸는데 우리 학생들은 나를 믿어 줬다.
* * *
“괜찮아진 것 같다고 약 안 드시지 마시고 꼭 챙겨 드셔야 합니다. 마음도 굳게 가지시고요.”
“네….”
최대한 힘들어 보이는 표정을 유지하며 자리를 빠져나왔다.
계산하고 병원을 빠져나와 약을 사서 차에 탑승했다.
약은 대충 구석에 던져 버렸다.
어차피 먹을 생각은 없고 전에 받은 것도 먹지 않았으니까.
시동을 걸고 내비에 목적지를 입력했다.
[제1 헌터 학교]내일이 벌써 개학인데 시간이 참 빠르다.
원래 조금 쉬면서 놀러도 다니고 수련도 하려 했는데 수습하느라 정신이 없다 보니 너무 빨리 지나간 것 같다.
그래도 잘 해결됐으니 다행이다.
아이들이 올린 글들은 각종 커뮤니티로 퍼지며 화제가 됐고 결국 기사화까지 됐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은지 씨의 기사도 올라오고, 다음 날 교육청의 공식 조사 결과 발표까지 나오자 여론은 급반전됐다.
언론사들은 태도를 180도 바꾸어 정정 보도를 냈고 처음 기사를 올린 데스패치도 정정 보도를 내고 연락을 취해 왔다.
거듭 미안하다고 말하며 직접 찾아와서 사과한다고 했지만 거절했다.
아무리 봐도 그런 식으로 대충 사과받고 넘어갈 수준은 진작 넘어섰으니까.
교육청 조사를 받은 다음 날 ‘장앤김’이라는 국내 최대 로펌을 찾아가 변호사 셋을 고용했다.
데스패치는 물론 기사 댓글이나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나와 은서에게 심한 말을 했던 악플러들을 특정해 전부 고소를 진행해 달라 요청했다.
대부분은 나를 욕하는 댓글이었지만, 은서에게 달린 악플도 만만치 않아서 은서 어머님께도 이야기 드렸고 로펌에 갈 때 동행했다.
사실 처음엔 변호사를 셋이나 고용할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변호사가 데스패치와 처음 기사를 쓴 기자는 이미 정정 보도까지 내며 잘못을 인정했으니 내가 무조건 승소하겠지만 악플러들은 시간도 오래 걸리고 잡아서 처벌해도 벌금 200이라 그냥 내고 말지 합의 안 하는 경우도 많다며 만류하기에 아예 악플 전담으로 둘을 더 고용했다.
시간이 오래 걸리거나 합의를 안 해 수익성이 떨어지는 건 전혀 상관없다.
시간은 나 대신 변호사가 써 줄 테고 애초부터 합의금 장사 같은 건 할 생각도 없었으니까.
돈은 충분하다.
방학에 번 돈만 5억 가까이 되고 투자했던 화신전자 주식도 꾸준히 상승하고 있으니까.
데스패치와 악플러 누구 하나 봐주지 않고 철저히 박살을 낼 생각이다.
오늘 정신병원에 와서 진료를 받은 것도 그래서다.
변호사가 계약하고 내게 처음으로 물어본 게 정신과 진료를 받았냐는 거였다.
원래부터 강철 멘털인 데다 결백도 증명됐으니 전혀 생각도 안 하고 있었다.
혹시 내 상태가 안 좋아 보여서 이런 질문을 하는 줄 알고 살짝 불쾌했지만 착각이었다.
소송하면 당연히 내가 승소는 하겠지만, 통상적으로 정신적 피해에 관한 손해배상금은 법원에서 인정을 많이 해 주지 않는다고 한다.
정신과 진료를 받으면 그나마 조금 더 쳐준다는데, 병원비와 약값은 물론 일하지 못해서 생긴 손해까지 청구할 수 있을 거라고 해서 바로 그날 정신과 상담을 받았다.
지속해서 치료를 받는 기록이 있으면 재판에 유리하다고 해서 오늘 두 번째 상담을 받았는데 올 때마다 힘든 척하는 게 쉽진 않다.
학교도 휴직하고 조금 쉬라고 했지만 그건 거절했다.
결백은 충분히 밝혀졌지만, 괜히 이상한 소문이 돌지도 모르고 나를 위해 나서 준 학생들을 더 걱정시키고 싶지 않으니까.
교육청에서 조사받을 때 열릴지도 모른다는 징계위원회도 잘 처리됐다.
교감이 내 편을 들어 주기도 했고 사실 무엇보다 학생들이 나를 위해 저렇게 나서 줬으니까.
징계위원회 없이 교장에게 구두 경고를 받는 선으로 정리됐는데 실제론 경고도 안 받았다.
그저께였나?
교장에게 전화가 왔는데, 말도 안 되는 소문 때문에 고생했다고, 푹 쉬면서 털어 버리고 많이 힘들면 휴직계 제출하면 언제든지 처리해 주겠다는 말도 했으니까.
물론 거절했다.
어느새 학교 앞에 도착했다.
학교 앞에는 평소보다 훨씬 차도 많고 학생과 학부모도 많이 보인다.
내일이 개학이라 학생들은 오늘까지 입소해야 하니까.
차가 너무 많아 한참을 기다리다 겨우 학교 안으로 들어올 수 있었다.
주차장에 차를 주차하고 기숙사 쪽으로 가는데 익숙한 얼굴이 보인다.
“어? 쌤!”
진수 녀석이다.
생각해 보니 이 녀석도 인터넷에 글을 올렸다.
어깨동무한 사진을 올려 놓곤 나도 강신혁 선생님 애인이라고….
일부러 어그로를 끌기 위해 학생들끼리 이야기해서 그렇게 올린 거라고 하는데… 그래도 다른 남학생들은 내 이름만 써서 글을 올렸는데, 진수 녀석은 진짜….
어휴, 지금 다시 생각해도 몸서리가 쳐진다.
“쌤, 오늘 왜 5시까지 학교로 오라고 하신 거예요? 다른 애들도 다 부르셨던데… 설마 그만두시는 거예요?”
“글쎄.”
“쌤, 안 돼요! 헛소문이라는 건 밝혀졌잖아요.”
녀석답지 않게 심각한 표정을 하는 걸 보니 먼저 말해 줄까 싶기도 했지만 요 녀석은 입이 너무 가볍다.
“이따가 애들 다 모을 건데 그때 이야기해 줄게.”
“쌤….”
침울한 표정을 한 진수를 뒤로하고 기숙사에 들어와 애들에게 5시 반까지 학교 정문에 모이라고 메신저를 보냈다.
띠링, 띠링, 띠링.
띠링, 띠링, 띠링.
보내자마자 휴대폰이 쉬지 않고 계속 울려 댄다.
다들 진짜 그만두시는 거냐며 걱정하는 메시지를 보냈다. 진수 녀석, 그새 이야기를 퍼뜨린 모양이다.
짐 정리를 하다가 5시 반이 돼서 정문에 가니 80명이 다 모여 있다.
“쌤, 많이 안 좋으신 거예요?”
“저희가 이제 말도 잘 듣고 더 열심히 할게요.”
“쌤, 그만두지 마세요.”
“저희는 쌤 아니면 안 된단 말이에요.”
몇몇 학생들은 아예 울 것 같은 표정인데? 은서도 그렇고 늘 활발한 은수까지….
어이구 이 귀여운 것들.
다들 내가 마지막 인사를 하려고 불렀다고 단단히 착각하고 있는 모양이다.
“나 그만둔다는 말 한 적 없는데?”
“네? 아니, 진수가 쌤 그만두신다고 했는데…?”
“야! 김진수! 너 뭐야?”
“죽을래?”
“아니, 나는….”
진수를 살리네 죽이네 하며 다들 난리여서 말 좀 하게 진정시키려 했지만 이 녀석들 통제가 안 된다.
어쩔 수 없지.
“오랜만에 다들 구보하고 싶은가 봐?”
순식간에 소란이 멈췄다.
“너희들이 올린 글 누구 한 명 빠지지 않고 전부 읽었다. 전혀 생각 못 했는데 친구를 걱정하고 선생님을 도와주려는 너희들에게 정말 감동했다.”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한 건데요.”
“선생님이 은서랑 그럴 리가 없잖아요.”
“맞아요. 나중에 졸업하면 저랑 결혼하셔야 하는데.”
“무슨 소리야? 쌤은 졸업하면 나랑 결혼하실 건데.”
…나 꽤 인기 많았구나.
나도 모르게 올라가려는 입꼬리를 진정시키며 녀석들에게 말했다.
“모두에게 고맙다는 말을 꼭 하고 싶었다. 그래서 오늘 저녁은 선생님이 사려고 하는데….”
“와! 대박!”
“메뉴는 뭔가요?”
“치킨?”
“피자?”
“아니면 둘 다?”
치킨에 피자라니… 녀석들, 너무 소박하다.
“배달 음식을 시킬 생각이었으면 선생님이 정문에서 보자고 안 했겠지. 다들 나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