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Leader of a Girl Group Destined To Fail RAW novel - Chapter (128)
인터넷 반응이 완전히 뒤집힌 건 당연한 결과였다.
슈가드림의 팬들만이 문제가 아니었다.
[탑 오브 아이돌>을 보는 모든 시청자들이 분노하고 있었다.‘김려유는 [탑 오브 아이돌>에 나오질 말았어야 했다’며, 여론이 점점 변하기 시작했다.
원래도 김려유에 대한 반감이 크긴 했지만,
이번에는 뭔가 다른 게 있었다.
김려유의 밑천이 슬슬 드러나기 시작하면서, ‘코어팬’들의 마음에 의심이 깃들기 시작한 것이다.
★
다 좋은데 솔직히 라이브를 안하는 건 심하지 않았니..
ㅁㄴㅋ 때도 삑사리 냈지만 그래도 감싸줬던 건 라이브를 너무 열심히 하다가 그런 거라고 생각해서였어 근데 아예 라이브를 안하는 건 좀 아니잖아
빠순희를 부끄럽게 하지마… 인성은 오해가 있었을지도 모른다고 희망회로 돌려보겠는데 실력은 뭘로 희망회로 돌리냐ㅋㅋㅜ
난 너 인성 보고 입덕한 게 아니라 실력 하나만 보고 입덕한 거라서 그간 흐린눈 해줬어 그런데 자기관리도 못하면 뭐 어쩌자는 거야
‘성격은 좀 앙칼질지 몰라도 실력 하나는 확실한 아이돌’.
그런 김려유의 수식어에 미쳐 있었던 코어팬들이, 조금씩 뒤로 물러서기 시작한 것이다.
지금 남아 있는 김려유의 코어팬들은, 사실 김려유의 인성 부족을 ‘소악마’라며 오히려 더 좋아했기에 남아 있는 거였다.
영화 속 악당을 좋아하듯, 나쁘지만 매력 있는 캐릭터를 좋아하듯 김려유를 좋아한 것이다.
또, 대부분의 코어팬들은 김려유의 악행들을 그저 ‘야망’이라며 감싸 주었다.
‘야망돌’, ‘독기돌’ 같은 수식어까지 붙여 주며.
애가 아직 어리고 꼭 뜨고 싶어서 좀 실수한 거지, 그걸 갖고 뭘 그렇게 트집 잡냐는 게 그들의 논리였다.
그러나 이 모든 건 김려유가 ‘아이돌’로서 매력이 있어야만 가능한 일이었다.
‘아이돌’로서 매력이 없다면- 그냥 인성이 부족한 일반인과 대체 뭐가 다르단 말인가?
이를 눈치 챈 김 이사는 부랴부랴 바이럴로 김려유에 대한 여론을 돌려 보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이미 여론은, 끝장나 버린 후였다.
‘포기하고 있으려나.’
이게 끝이라고 말이야.
나는 김려유에 대한 여론 반응을 찬찬히 모니터링했다.
‘하지만 난 여기서 끝낼 생각 없어.’
아직 마지막 하나가 남아 있거든.
이번에야말로 정말 완전히 끝을 내야 하니까.
***
“세 번째 미션까지는 좀 텀이 있어서 다행이네요!”
“다른 분들은 연말 스케줄이 꽉 차 있으니까. 그거 때문에 지금껏 몰아서 촬영한 건데 좀 쉬어도 괜찮지.”
“…쉰다면서 온 게 여기라고요?”
이른 아침.
우리는 다 같이 헬스장에 모였다.
전적으로 내 의지 때문이었다.
얘넨 몸이 너무 종잇장이야.
김금이나 서백영은 기본적으로 건강 체질이라 안심이 됐다.
특히 서백영은 오랜 춤꾼 생활 때문에 그런가, 근육이 확실하게 잡혀 있었다.
하지만 연주홍과 류보라는?
대체 어떻게 그 얇고 근육도 없는 다리와 허리로 살아갈 수 있는지 의문이었다.
공백기 때 조금이라도 체력과 근육을 기를 수 있게 해 주자.
“근데 미션이 너무 어려운 것 같아요.”
김금이 한숨을 쉬었다.
“안 그래도 바빠 죽겠는데 새로운 노래는 언제 만들고 무대는 또 어떻게 만들어 오라는 건지.”
그랬다.
세 번째 미션, 즉 파이널 미션의 주제는.
[한 번도 시도해 보지 않은 컨셉의 신곡 무대>였다.
한 번도 시도해 보지 않은 컨셉이라.
메뉴컬 때 별별 거 다 해 봐서 쉽지 않을 것 같은데.
“이번 건 직접 작곡하지 말고, 곡 받아 오자.”
“!”
김금의 얼굴에 안도와 함께 섭섭함이 스쳤다.
“하지만….”
“아쉬운 마음은 알아. 그런데 너도 좀 쉴 필요가 있어. 지금 스케줄이 너무 빡빡하잖아. 작곡도 물론 중요하지만 일단 무대에 집중하자.”
내 말에, 김금은 결국 수긍했다.
누구보다도 무대를 사랑하는 애라서 그럴 거라고 생각했다.
다들 무대를 좋아하고 사랑하긴 하지만, 김금은 그걸 넘어선 수준이었다.
오로지 무대 위에 서기 위해 태어난 사람 같았다.
왜 유난히 김금만 더 그럴까 생각해 봤는데.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는 유일한 멤버라 그런 것 같다.
무대 앞에 있는 대중들을 전혀 무서워하지 않고, 좋은 반응만 쏙쏙 뽑아 먹는 저 강철 멘탈.
너무 둔하기 때문에 오히려 강한 멘탈이었다.
어쨌든 다른 멤버들은 대중들의 반응을 걱정하고, 또 신경 쓰는데….
김금은 그런 걸로 마음고생 하는 걸 본 적이 아예 없었다.
나보다도 훨씬 더.
어떻게 가능한가 싶어서 물어봤는데, 돌아오는 대답이 인상 깊었다.
‘전 아이돌 덕질해 봐서 알아요.’
‘응?’
‘팬분들은 제가 남들 반응 신경 안 쓰고 오로지 제 길을 가길 원하실 거예요.’
‘…!’
‘정당한 비판은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이되, 악의적인 비난은 듣지 않는 것. 그게 팬분들의 마음 아닐까요?’
김금은 그렇게 말하고 특유의 시원시원한 미소를 지었다.
그럴 때마다 매력적으로 휘어 올라간 눈꼬리가 살짝, 접히곤 했다.
‘그게 제가 아이돌을 좋아했을 때 느꼈던 감정이었거든요. 그러니까 팬분들도 제게 같은 마음일 거라고 믿어요.’
정말이지 누군가를 진심으로 좋아해 본 적 있는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었다.
저 마음과 신뢰만은 부럽다.
난 아직도 잘 안 되는데.
가만 보면 우리 중에서 제일 냉미인인데, 속은 극단의 온미인이란 말이야.
“그럼 누구한테 맡길 거예요?”
김금이 뾰로통하게 물었다.
“누가 좋을까. 네가 추천해 줘 봐. 듣는 귀는 금이 네가 제일 좋으니까.”
“하긴 제가 듣는 귀 하나는 탁월합죠.”
김금은 금세 싱글벙글 웃으며 플레이리스트를 뒤적거렸다.
“사실 솔 선배님이나 희영 선배님 노래 받고 싶은데 요즘 너무 바쁘셔서 그건 힘들 것 같구.”
“어지간하면 컬러즈 내부에서 구하는 게 좋을 거야.”
“화이트노이즈 선배님들께 부탁해 볼까요?! 설희 선배님 작곡 잘하시잖아요.”
“그분들이 더 바쁘실걸.”
“하긴.”
해외 투어 돌고 있는 아이돌에게는 작곡 부탁하면 안 된다….
어차피 못 들어주니까….
“그러면 저희 회사 소속 작곡가님들께 부탁해 볼까요?!”
“우리 회사 작곡가님들 중에 김 이사님 권력을 피해 갈 정도의 분은 성 이사님밖에 없는데.”
그렇지.
처음엔 홍 사장을 통해서 작곡해 줄 사람을 구할까도 생각했다.
하지만 곧 생각을 바꿨다.
홍 사장이 굳이 1년 차 아이돌과 2년 차 아이돌을 통해 정보 수집을 하는 이유가 뭐겠는가.
회사 내의 위치가 완전히 절대적이진 않기 때문이겠지.
매니저가 김 이사의 수족이었던 것도 그렇고, 컬러즈 내부에선 그동안 실무를 도맡아 했던 김 이사와 성 이사의 입김이 셀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성 이사에게 맡길 수도 없었다.
그쪽에 대한 정보가 거의 전무하니까.
번애쉬 쪽 얘기를 들어 보면 그 인간도 썩 좋은 사람 같진 않았다.
“아무래도 아이돌 선배들은 본인 이름을 걸고 방송에 나오는 거라, 이상한 곡을 주시진 않을 것 같아요.”
“그렇겠다. 본인 명예가 걸려 있는 건데.”
“그러면… 그레이쉬 선배님들 안 되고. 화이트노이즈 선배님들 안 되면. 올컬러즈 선배님들이랑 번애쉬 선배님들만 남는데요.”
“….”
하필 또 남돌….
“번애쉬 선배님들은 빼. 인간적으로 너무 많이 같이 했어.”
“그렇긴 하죠. 그러면 올컬러즈의 데이 선배님?!”
아 나 김데이 별로 안 좋아하는데.
“그…러자….”
다들 어째 영 마뜩잖아하는 분위기였다.
아마도 다들 데이의 성격을 대강 들어 본 적 있기 때문이겠지.
“근데 그 선배님 되게 푼수라 들었는데.”
“맞아요. 주책에 주접에 푼수에 살짝 헤까닥한 선배라고.”
“이솔 선배님이랑 사이 안 좋대, 그래서.”
“왜요?!”
“이솔 선배님이 약간 그런 푼수 캐릭터 안 좋아하셔.”
“!!!! 그럼 저 어떡하죠?!”
연주홍 너도 네가 약간 푼수끼 있다는 건 아는구나.
“아냐. 주홍이 너와는 다른 종류의 푼수야.”
내 말에 연주홍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떻게 다른데요?!”
“그 양반은 좀 재수가 없어.”
“허거거거걱. 청청 신랄해.”
“데이 선배랑 친해요?”
류보라가 스윽 고개를 들이밀었다.
깜짝아.
“안 친해. 이솔 선배님한테서 얘기 들었을 뿐이야.”
이건 어느 정도 사실이긴 하다.
…백녹하로서 데이에게 들은 거긴 하지만.
“아하.”
“그래도 사람이 나쁜 사람은 아니니까… 부탁해 보자. 매니저 언니 통해서.”
직접 연락하고 싶은 사람은 아니었다.
고로 매니저에게 맡긴다.
“드디어 내일 연말 무대네요!”
“그러게. 부디 안 틀리고 무사히 지나가야 하는데.”
벌써 근심과 시름이다. 근심과 시름이야.
그나마 다행인 건-
윤청(백녹하)
노래: 99/100
※현재 윤청의 성대는 완전히 치유되었습니다!
이제 성대 때문에 고통 받을 일은 없다는 거지.
어젯밤, 포인트 정산이 한꺼번에 된 동시에 내 목도 고쳐졌다.
[성대 쉴드> 아이템을 산 것도 아닌데 말이다.아마도 솜 뭉탱이가 저번에 약속했던 그 보상일 것이다.
아직 솜 뭉탱이가 말한 2주가 다 되지도 않았는데 고쳐진 걸 보면, 뭔가 여유가 생기긴 했나 보다.
일찍 고쳐 주면 나야 좋지, 뭐.
“그런데 이상해.”
서백영이 물을 마시며 말했다.
“갑자기 신유화 선배 연락이 뚝 끊겼어.”
“그 인간이 웬일이래요?”
“그니까. 오히려 불안해.”
“불안해할 필요 없어요.”
나는 서백영을 안심시켰다.
“왜?”
“그냥. 그럴 필요 없다는 직감이 들거든요.”
왜긴 왜야.
내가 걔를 치우고 있으니까 그렇지.
아마 지금쯤… 사태를 열심히 수습하고 있으려나.
“그것보단, 내일 있을 연말 무대 얘기나 하죠.”
***
“…사진이 찍혔다고?”
한편, 컬러즈 본사 사옥 이사 사무실.
넓은 개인 사무실 안에는, 김 이사와 또 한 명이 있었다.
바로, 신유화의 매니저였다.
“그건 이미 합의 본 거 아니었나? 이제 와서 발뺌할 생각인 거야?”
김 이사는 신유화의 매니저를 보며 인상을 썼다.
이미 전부 합의를 본 사안이었다.
김모경의 집안이 망해 가는 신유화의 소속사에 투자를 거하게 해 주는 대신.
신유화는 ‘모종의’ 사진을 찍기로.
바로, 윤청과의 스캔들 파파라치 사진이었다.
사실 윤청과 신유화는 아무런 관계도 없기에, 약간의 조작이 필요했다.
조작이야 쉬웠다.
사적인 공간에 두 사람이 있는 모습을 포착한 뒤, 기사로 소설 몇 줄만 써 주면 대중들이 알아서 해석해 주었다.
해석만 해 줄까, 퍼다 날라 주고 또 다른 소설을 재생산해 주었다.
그러다 적당한 시기에, 윤청이 신유화를 일방적으로 따라다니며 스토킹한 거라고 신유화가 발표하면 되고.
홍 사장의 반발이나 의심이 거세지긴 하겠지만, 그 정도야 각오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제 와서 사진이 찍혔다고 찾아오는 꼴이라니.
우스웠다.
사실 이렇게까지 빠르게 터트릴 생각은 없었다. 내년에 레이블을 나눈 후에 터트려야지, 생각도 했었다.
그전까지는 그저 야금야금 가짜 증거를 모아 두었다가 마지막에 터트려서 나락으로 보내 버릴 계획이었다.
하지만 야망을, 이성을 이긴 것이 있었다.
바로 모성이었다.
김모경은 요즘 매일매일을 눈물로 지새우는 딸을 떠올렸다.
모두가 그 애에게 손가락질하고, 모두가 그 애를 오해하고 있었다.
딸은 세상이 주는 상처에 점점 깎여 나가고 있었다.
이대로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다.
손가락질의 대상을 바꿔 버린다면.
밀려오는 파도의 대상을 바꿔 버린다면.
아마 려유도 편해지리라.
“그게 아닙니다. 사진이 찍히긴 찍혔는데… 대상이 잘못됐어요.”
“대상이 잘못되었다?”
“이사님께서 시키신 대로, 유화를 숙소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 보내 놓았는데. 온 사람이 윤청이 아니었습니다.”
어제.
김 이사는 스틸블루의 매니저에게 은밀한 지시 하나를 내렸다.
김민아 매니저(스틸블루)
윤청 이 주소로 보내
지하주차장으로
신유화와 마주치게만 해
그런데.
그 주차장에 나타난 게 윤청이 아니었다니.
그럼 대체 누구였단 말인가?
혹시 매니저가 서백영으로 착각했나 싶어서, 김 이사는 눈살을 찌푸렸다.
“그럼 누가 나타난 거지?”
“그게….”
신유화의 매니저는 눈치를 보다, 말했다.
“김려유 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