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Leader of a Girl Group Destined To Fail RAW novel - Chapter (156)
“…협박 편지가 왔다고요?”
간신히 컴백 무대를 끝낸 날 새벽.
나는 매니저의 다급한 말 한마디에 바로 회사로 소환되었다.
멤버들은 걱정할까 봐 일단 재웠고, 나만 몰래 빠져나온 것이었다.
“그래. 어제 회사 앞으로 한 장, 그리고 너희 숙소 우편함으로 한 장 와 있었어.”
“무슨 협박 편지인데 그러세요?”
사실 협박 편지라는 홍 사장의 말에도, 나는 크게 놀라지 않았다.
백녹하 시절에도 하루에 100장씩 받아 본 게 협박 편지이다.
종류랑 내용도 아주 가지가지다.
딱 한 번 예능 같이 출연한, 얼굴도 제대로 기억 안 나는 남돌 옆에 붙어 있으면 칼침 놓겠다는 협박.
자기랑 안 만나 주면 죽이겠다는 협박.
돈도 많아 보이는데 1억을 주지 않으면 자기가 죽겠다는 협박까지.
솔직히 말해서 조금이라도 인지도가 있는 연예인들에게는 매우 흔한 일이었다.
SNS DM으로 보내는 건 기본, 좀 정성스러운 놈이거나 아날로그를 좋아하는 놈들은 편지를 보냈다.
그리고 그중에서도 악질인 놈들은 택배.
택배 안의 내용물은 굳이 언급하지 않겠다.
그렇게 끔찍한 건 나만 알아도 되는 거잖아?
아무튼 골고루 다 겪어 봤기에 사실… 스틸블루가 되어서도 별 타격은 없었다.
다만 멤버들은 그런 꼴을 아직 많이 접하지 못했기에, 나나 회사나 멤버들이 그런 것을 못 보도록 철저하게 보호 중이었다.
그런데 이제 와서 협박 편지 하나 때문에 새삼스레 내게 알린다고?
컴백 1주 차, 이 바쁜 시기, 이 새벽에?
뭔가 보통 잘못된 게 아니었다.
“이번 협박 편지는 상당히 구체적이야. 타깃도 명확하고.”
“타깃이 누구죠?”
타깃이라는 말에, 가슴이 서늘하게 굳는 것 같았다.
멤버들이 위험해졌다는 건가.
“류보라.”
“…이유는요?”
대체 왜 그 애를?
우리한테야 깡패 토끼에 막 나가는 사슴 이미지지, 대외적으로 류보라의 이미지는 완벽했다.
우리 다섯 중에서 제일 이미지 좋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걸.
천사 같은 얼굴에 천사 같은 강철 멘탈.
어렸을 때부터 온 국민이 사랑한 국민 여동생, 국민 아기 공주 마마.
그게 대중들이 알고 있는 류보라였으니까.
그런 류보라를 타깃으로 삼았다고?
차라리 나를 노리면 몰라.
“얼마 전, 테라바이트 사건 기억나지?”
“…설마 테라바이트 팬이 보낸 거예요?”
“그것보다 더 심각해.”
홍 사장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비서에게 손짓했다.
그러자 비서가 내게 어떤 종이를 건넸다.
검은색 종이에, 빨간색으로 타이핑된 편지였다.
네가우리를망쳤어.
그많은사람들의목숨줄밥줄다끊어놓고너는잘산다이거지
반드시복수할거야
그렇게잘난네얼굴을완전히망가뜨려주면너도좀느끼겠지
죽이진않을거다
네가지금내심정을,내한을평생느끼며살아야하니까
띄어쓰기 하나 제대로 되지 않은, 미친놈이 쓴 게 분명한 편지였다.
보기만 해도 불쾌해지고 혐오감이 올라오는, 악감정만이 배어든 편지.
이딴 걸 편지라고 불러도 되나.
어떤 쓰레기가 배설해 놓은 악(惡) 정도로 치는 게 맞지 않을까.
“내용이 뭔가 팬이라기보다는….”
“우리는 미드블레스 관계자 중 하나라고 추측하고 있어.”
내가 봐도 내용만 봤을 땐 그랬다.
물론 확신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지만.
하지만 그쪽은 지금 경찰 조사를 받고 있는 중 아니었나?
한참 정신없는 와중일 텐데 우리한테 이런 편지를 보낼 여유가 있어?
“미드블레스 사장이 지금 경찰 조사를 받고 있긴 하지만, 우리는 그 사람이 바지 사장이라고 의심하고 있어. 진짜 실세는 따로 있을 거라고.”
일리 있는 말이다.
그 정도로 악질인 사람이 그렇게 티 나는 자리에 앉아 있을 리가 없으니까.
분명히 대리인을 내세우고, 자긴 쏙 빠져 있겠지.
“아마도 그 사람이 지시한 건 아닐까 생각 중이야. 꼭 그 장본인이 아니더라도 주변 사람일 수 있으니까.”
“이건 경찰에 신고하셨나요?”
“했지.”
홍 사장은 여전히 어두운 얼굴이었다.
“하지만 솔직히 말해서 이걸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느낌은 들지 않아. 너도 알겠지만 연예계에서 협박 편지는 정말 흔한 일이니까.”
“…아무래도 그렇죠.”
“범인을 잡아 보겠다곤 했지만…. 사실 이 정도 편지 가지고는 무거운 형벌을 기대하기도 어려워.”
그것도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다.
나도 전생에서 이런 협박 편지에 대한 법적 처벌을 열심히 알아봤었다.
그러나 협박 편지 자체는 큰 법적 처벌을 받기 어렵다는 게 정론이었다.
그 협박을 실행에 옮기면 달라지겠지만….
피해자 입장에선 그게 더 끔찍한 상황이니까.
“결국 보라를 계속해서 보호하는 것밖엔 답이 없다 이거군요.”
“그래. 회사 측에서도 경호 인력을 두 배로 늘릴 거야. 숙소에도 상시 인력을 둘 거고, 너희를 평소에 따라다니면서 경호하는 인력도 늘릴 생각이야. 하지만….”
홍 사장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내가 너희에게 이런 말을 해야 하는 게 너무 싫지만, 어쩔 수가 없구나.”
“…일단 저희가 조심해야 한다는 말씀이시죠.”
“그래. 돌발 행동은 하지 말고, 꼭 경호원들과 붙어 다녀야만 해. 알겠지?”
“그럴게요.”
“멤버들에게… 겁을 줄 것까지는 없지만. 현재 상황을 인지는 하게 해야 해. 위험하니까.”
“보라 외에 다른 멤버들에게도 말해 두겠습니다.”
홍 사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 일은 류보라만 위험한 게 아니다.
멤버 전원이 위험하다.
“부디… 범인을 어서 잡아 주셨으면 좋겠네요.”
“우리도 경찰 측에 최대한 호소해 볼 생각이야.”
그게 최선이라니.
씁쓸하기 짝이 없는 현실이었다.
그러나 가만히 있을 수만은 없었다.
나는 조용히 회의실을 빠져나와, 숙소로 돌아가는 내내 솜 뭉탱이 놈의 상점을 둘러보았다.
혹시나 이 상황에 도움이 될 만한 건 없을까 하고서.
그러나 특별히 쓸 만한 건 없었다.
‘…어쩌지.’
그렇다고 해서 류보라가 위험에 처한 것을 그냥 두고 볼 수만은 없었다.
‘…그렇다면.’
솜 뭉탱이를 채찍질해 없는 물건이라도 새로 만들라고 하는 수밖에.
***
오늘은 영상통화 팬 사인회 날.
류보라가 최애인 한 팬은, 목욕재계를 한 뒤 핸드폰을 고이 모셔 놓고선 경건한 자세로 기다리고 있었다.
드디어 최애를 영접하는 날이 온 것이다!
비록 화면 너머이긴 하지만….
스틸블루의 이번 신곡, [Paper Dol> 가사에서도 말하고 있지 않나.
화면 너머에 있어도 꿈을 이뤄 주고 싶다고.
딱 지금 이 팬의 심정이었다.
아, 이 팬이 누구냐고?
혹시 예전에 [메이크 어 뉴 컬러> 방청객 중, 프리즘 홈마와 함께 왔던 류보라의 덕후가 기억나시는가?
이른바.
펖프였다.
띠리리롱, 띠리리롱.
‘왔다!’
전화 벨 소리가 울리고.
펖프는 머리를 정리한 뒤 녹화 버튼을 누르고선 호흡을 가다듬으며 영상 통화를 받았다.
작은 핸드폰 화면을 꽉 채운 류보라의 얼굴.
‘미친…. 이 작은 얼굴에 이렇게 큰 눈과 이렇게 높은 콧대가 공존한다는 게 말이 되냐.’
내가 아무리 얼굴로 입덕한 게 아니라지만… 우리 보라의 매력으로 입덕한 거라고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보라의 얼굴을 부정하는 건 아니다.
암, 암. 아이돌에게 미모란 큰 매력 포인트가 될 수 있는 것 중 하나인걸.
[안녕하세요~]“아, 안녕. 보라야…! 잘 지냈어?!”
[아, 언니! 오랜만이에요. 우리 저번 활동 때 공방 퇴근길에서 한 번 뵙고 또 보는 거죠?]“어 맞아, 맞아! 나 기억해 주는 거야…?! 감동이야.”
역시 스틸블루의 다정 전담 아기 사슴….
딱 한 번 스치듯 본 건데도, 류보라는 대부분의 팬들을 기억해 주었다.
팬들 사이에서도 류보라의 팬 사랑은 정말 유명할 정도였다.
“보라야, 나 그 챌린지 하나만 해 주면 안 돼?”
[응, 다 해 줄게요. 뭐 해 줄까요?]“소동물 챌린지라고…! 내가 보여 주는 사진 보고 그 동물을 보라가 표현해 주면 돼!”
[오. 요즘 또 유행하는 건가 보네? 좋아요. 시작해 주세요.]그렇게 시작된 챌린지는.
사슴-토끼-고양이-곰-강아지까지, 다양하게 이어졌다.
‘이거 SNS에 올리면 백만 알티 각인데….’
그렇게 원 없이 레전드 영상을 건진 후.
[언니 요즘 뭐 힘든 거나 말하고 싶은 건 없어요? 다 괜찮아요?]이게 말로만 듣던 역팬싸…?
펖프는 처음 맞이하는 상황에 어버버, 당황했으나 이내 눈물이 고였다.
“사실 나 새로운 회사로 이직했는데… 적응이 좀 힘들긴 해. 업무도 아직 손에 안 익구…. 그래서 요즘 좀 자괴감 오고 그랬었어.”
[원래 처음은 힘든 거잖아요. 언니가 잘 못하는 게 아니라, 다들 처음부터 잘할 수가 없어요. 저도 이번 안무 배우는 데 너무 힘들어서, 백영 언니랑 밤 엄청 샜거든요.]“진짜? 보라도? 우리 천재만재사슴이가 어째서.”
아니, 우리 본투비 아이돌 천재 사슴이가 어려워하는 것도 있어?
펖프는 도저히 믿기 어려워 되물었다.
[천재만재 사슴이도 항상 처음은 힘들어요. 이거 언니한테만 말하는 건데…. 저 메뉴컬 처음 들어갔을 때 진짜 이거… 포기해야 하나… 막 그랬어요,]“진짜?!”
[응. 근데 언니들이 있어서 포기 안 하고 여기까지 왔어요.]류보라는 예의 천사 같은 미소를 지었다.
“헉. 혹시 내가 그 언니…?”
[응. 그 언니죠.]보라야….
나 운다….
“…응. 우리 보라가 있으니까…. 잘할 수 있을 것 같아…!”
그렇게 다시 보자는 인사까지 마친 후.
펖프는 생각했다.
나는….
나는 평생 펖프 해야지.
펖프는 조용히 다짐하며 인터넷을 켰다.
홀린듯이 들어가게 되는 뮤직데이 썸네일(주어: 류보라)
류보라 썸넬 미침ㅋㅋ
조회수 초대박난 류보라 뮤데 썸넬.jpg
인터넷에서는 어제 있었던 뮤직데이 무대 영상으로 반응이 뜨거웠다.
뮤직데이에서 올려 준 류보라 개인 직캠 썸네일이 제대로 대박을 친 것이다.
‘내가 뮤데 PD였어도 이 사진 골랐겠다.’
안 먹어도 배부르다는 게 이런 것일까.
★
하 류펖 내가 낳았어야 했는데 진짜
보라야…. 나 진짜 힘들다…. 이렇개…. 예쁘면… 나 진짜 힘들다고….
2X0312 류펖은 전설이다.. 미모 무침
이 여자를 정말 어떡하면 좋음 아기사슴 류펖을 대체 어떡하면 좋냐고요
펖프는 SNS를 켤 때마다 보이는 류보라의 썸네일 사진에 절로 고개를 끄덕였다.
음.
인정.
‘이번 컨셉 류보라는 정말… 정말….’
류보라 예쁜 거야 유구했지만….
이렇게 대놓고 애를 예쁘게 꾸며 놓으니까 아예 다른 차원에서 온 무언가 같았다.
2D돌, 2D돌 그렇게 부르긴 했지만, 이번 앨범에서 류보라의 포텐셜은 정말 최고였다.
아마도 인형 컨셉이라 더 잘 어울리는 걸지도 모른다.
팬심 빼고.
류보라는 그야말로 ‘인형’, 혹은 ‘아이돌’ 그 자체였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