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Leader of a Girl Group Destined To Fail RAW novel - Chapter (25)
25화.
김려유는 전혀 미안해 보이지 않는 얼굴로 사과했다.
그 뒤로 팀 B가 비웃음 가득한 얼굴로 웃고 있는 게 보였다.
이주선은 그 사이에서 약간 난처한 얼굴이었다.
저 피해자인 척하는 얼굴을 보니 복장이 뒤집어졌다.
그러나 화를 내선 안 된다.
“주선아.”
“!”
이주선은 내가 부르자, 움찔 놀랐다.
“주선이 말고 나한테 얘기해.”
김려유가 이주선과 나 사이를 막아섰다.
“주선이한테 하고 싶은 얘기가 있는데. 잠시 얘기할 수 있게 자리 비켜 주면 안 될까?”
“안 돼.”
김려유는 뒤틀린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왜 안 되는지 말해 줄래?”
“분명히 너네가 또 주선이에게 상처 될 얘기를 할 게 뻔하니까.”
“우리가 주선이에게 상처가 될 만한 말을 했어?”
나는 김려유를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우리는 전후 상황 모두를 듣고 꼭 사과하고 싶거든. 우리가 상처를 줬다면, 사과하는 게 맞잖아.”
“….”
우리가 이렇게 나올 줄은 몰랐는지, 김려유는 잠시 대답하지 못했다.
당연하지.
우리가 대체 무슨 말을 했는데?
자기가 혼자서 도망친 거면서.
“단순히 어떤 말을 해서 상처받은 게 아니라, 지금 상황이 그렇잖아. 너네끼리 주선이가 상처받을 상황을 만들었으니까.”
“그렇구나. 그러면 우리가 상처받을 만한 말을 한 건 아니란 거네?”
“아니, 그게 왜-”
“우리도 진심으로 사과하고 풀고 싶어서 이러는 거야. 려유 너는 우리가 주선이랑 안 풀고 넘어갔으면 좋겠어? 우리가 이렇게 영원히 대화도 못 하는 사이로 남는 게, 려유 네가 원하는 거야?”
“….”
“우리는 대화로 풀고 싶어. 주선이 마음도 들어 주고 싶고. 왜 그걸 막는 건지 잘 모르겠다. 아니면 혹시, 우리 사이가 계속 안 좋길 바라?”
김려유는 결국 아무 말도 못 했다.
“려유 언니.”
그때, 이주선이 김려유의 옷을 붙잡았다.
“그냥 잠깐… 얘기할래요.”
“주선이 너, 진짜 괜찮겠어?”
“네. 그냥… 얘기 좀 하고 말래요.”
이주선의 말에, 김려유와 팀 B는 어쩔 수 없다는 듯 연습실을 나섰다.
“어떤 얘기… 하고 싶으신 건데요?”
“주선아.”
나는 이주선을 앉히고, 마실 것을 주었다.
“우린 너랑 좋게 풀고 싶어. 주선이 너는 좋은 사람이고, 우리는 너랑 좋은 사이로 오래 보고 싶으니까.”
“….”
“주선이도 우리랑 풀고 싶지 않아?”
이주선은 눈을 데굴, 굴렸다.
여기서 풀겠다고 하면, 또 너무 쉽게 용서하는 느낌이겠지.
일은 크게 만들었는데 이렇게 쉽게 풀면 오히려 자신이 이상한 사람 되는 기분일 테니까.
그렇다고 여기서 풀지 않겠다고 해도 문제다.
손을 먼저 내밀었는데, 그 손을 쳐 내 버린 거니까.
명분을 잃어버리는 셈이다.
“…모르겠어요.”
역시나.
모호한 대답으로 피해 갈 줄 알았다.
그러나 나는 이주선이 마음대로 굴게 둘 생각이 없었다.
“입장이 참 난처하지. 주선아.”
“네?”
“너도 이렇게 일이 커지길 원한 건 아닐 거잖아.”
“…그렇죠.”
이주선은 정말로 일이 이렇게 커질 줄은 몰랐던 것 같다.
그래, 원래대로라면 이주선의 예상처럼 흘러갔을 것이다.
내가 끼어들지만 않았다면.
하지만 이쪽도 그냥 가만히 당해 줄 정도로 사정이 여유로운 건 아니라서 말이야.
그렇다고 해서 너무 가혹하게 대하고 싶진 않았다.
아직 어린애다.
주변에 휩쓸리기 좋은. 그러니 기회를 주는 게 맞았다.
“속상했던 것들 모두 말해 줘. 어떻게 된 건지도. 전부 들을게.”
이주선은 떨떠름하게 눈만 깜빡였다.
“전 계속 소외당하는 기분이었단 말이에요. 컨셉도 제가 원하는 컨셉을 하고 싶은데, 계속 그 컨셉 말고 다른 걸 하자고 하고. 저는 그 컨셉 자신 없어요. 그런데 제 얘기는 들으려고도 안 하시니까….”
“그랬구나. 충분히 그렇게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해. 그리고?”
“그리고, 주홍이는 저랑 같이 쇼핑 간 건데, 제 건 신경도 안 쓰고 다른 사람들 것만 사려 하고. 저를 같은 팀원으로 대우하는 느낌이 아니었어요.”
이주선은 한번 입이 트이니, 아주 쉬지 않고 말했다.
…진짜 본인이 피해자라고 굳게 믿는 모양이군.
나는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그래도 기회를 주자.
딱 한 번만.
“네가 속상해하는 거, 이해해. 내가 네 마음 더 챙기고 알아줬어야 했는데.”
“…아니에요.”
“우리가 더 노력할 테니까, 다시 돌아오는 건 어떨까? 주선이 너도 이렇게 다른 팀으로 가는 것보다는… 그래도 원래 팀과 함께하는 게 더 좋지 않겠어?”
이주선은 약간 고민하는 눈치였다.
고민하는 걸 보니, 자기도 진짜 그 팀으로 갈 생각은 없었던 듯했다.
한번 이쯤에서 떠볼까.
“원래 주선이도 그 팀으로 갈 생각은 없었잖아.”
“!”
“지금도 늦지 않았다고 생각해. 원래 팀 미션이라는 게 그런 거잖아. 사람들끼리 부대끼다 보면 조금씩 부딪치는 일은 너무나도 흔해.”
나는 최대한 이주선의 입장에서 생각하려 했다.
“중요한 건 부딪쳤을 때 잘 풀어 가는 거라고 생각해.”
“….”
이주선은 매우 흔들리는 듯했다.
손을 만지작거리며, 우물쭈물하는 것을 보면.
“나도 사정 들었어. 려유가 네게 오라고 했다며. 너도 원래는 갈 생각 없었는데.”
“…! 그건 어떻게….”
“주선아. 려유가 정말 성숙하게 너를 도와주고 싶었다면, 네게 덜컥 팀을 옮기라고 조언하지는 않았을 거야.”
걔는 널 이용하는 것이다.
너도 그걸 알고 있을 거고.
나는 최대한 돌려 말하기 위해 애썼다.
“그럼 려유 언니가 절 이용이라도 하고 있다는 말이세요?”
당연하지.
“아니. 려유의 선의가, 네게 꼭 가장 좋은 결과를 가져다주진 않을 거라는 말이야.”
선의라고 억지로 포장하려니, 입안에 가시가 돋는 느낌이었다.
이주선은 내 말을 듣고, 한참을 뚱한 얼굴로 고민하는 듯했다.
“…언니 말씀은 잘 알겠어요. 고맙기도 하고요.”
그러다 입을 열었다.
“그런데, 전 려유 언니 거스르고 싶지 않아요.”
…갑갑하군.
“그리고… 솔직히 제가 다시 돌아와 봤자, 저는 여기서 그냥 깔아 주는 애나 될 것 같아요.”
“그렇지 않아.”
“그럴 거예요. 적어도 려유 언니는 저한테 센터 자리를 보장해 줬어요. 언니도 저한테 센터 자리를 약속해 주실 수 있으세요? 컨셉도 저한테 맞춰 주시고요?”
그렇게 말하는 이주선의 눈에는 탐욕이 실려 있었다.
카메라가 없다고 생각해서 그런가, 아주 대놓고 거래를 걸어 오고 있었다.
“센터 자리와 컨셉은 공정하게 논의해서 정할 거야. 당연히 주선이 네게도 똑같은 기회가 있고.”
“봐 봐요. 안 준다는 말이잖아요?”
“…그러면 주선아.”
나는 차갑게 식은 머리를 간신히 들어 올렸다.
“최소한 이 일을, 없던 일로 만드는 게 어때? 내가 PD님과 대화해 봤어. 아예 녹화를 처음부터 해서, 팀을 다시 뽑자고 하시더라. 팀 B에서 한 명을 여기로 보내는 식으로.”
“…여태까지 있었던 일을 모두… 지우겠다고요?”
“그래. 방송에는 아무것도 나가지 않게 말이야. 너와 우리 모두를 위해서.”
이주선은 잠시 머뭇거렸다.
“하지만… 려유 언니가 그걸 원하지 않을 거예요.”
“이건 네 의사가 중요한 거야. 려유는 이 일과 아무 상관도 없으니까.”
“….”
이주선은 잠깐 생각하다가 고개를 저었다.
“죄송해요. 그럴 순 없을 것 같아요.”
“왜? 려유 때문에?”
“….”
이주선은 입을 움찔거렸다.
이 말을 해도 되는지 확신이 안 드는 모양이었다.
“방송… 분량이 중요하잖아요.”
“!”
이주선의 말에, 김금과 연주홍의 표정이 굳어졌다.
“저, 메뉴컬에서 가장 분량도 없고… 묻히는 애잖아요. 그런데 려유 언니가 그랬어요. 이런 일 한번 터트리고 가면… 제 분량도 늘고, 동정표도 받을 수 있을 거라고.”
“대신에 주홍이나 우리는 억울하게 누명을 쓰게 될 거라는 것도 알고 있지?”
“….”
이주선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일어섰다.
“죄송해요.”
그렇게 우리 대화는 끝나 버렸다.
***
“부르셨다고요?”
그리고 그날 새벽.
컬러즈 소속사 내 사무실 중 하나.
조심스레 문을 열고 들어선 곳에는 김 이사와 오 PD, 강 작가가 있었다.
나는 밤중에 갑자기 강 작가의 연락을 받고 오게 되었다.
어찌나 급하신지, 자는 사람 깨우겠다고 전화를 열네 통이나.
물론 일부러 안 받은 거였지만.
“그래. 너 거기 앉아 봐.”
나는 커다란 테이블을 힐끗 보았다.
그리고 김 이사의 맞은편에 앉았다.
할 말이 많은 눈치니, 뭐.
“무슨 일이세요?”
“이 영상, 대체 뭐지?”
김 이사가 거칠게 돌려서 보여 준 노트북 화면에는, 나와 이주선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
그리고, 노트북에선 대화 내용도 명확하게 흘러나오고 있었다.
이주선의 입을 통해서.
…제 분량도 늘고, 동정표도 받을 수 있을 거라고.
“네가 카메라를 설치해 달라고 말한 그곳에서 이런 영상이 찍힌 건, 고의라고밖엔 볼 수 없는 상황이야.”
어찌나 화가 나셨는지, 김 이사의 미간에 주름이 아주 깊게 잡혀 있었다.
“….”
그랬다.
나는 제작진으로부터 약간의 귀띔을 받자마자, 오 PD에게 한 가지 부탁을 했다.
연습실 하나에만 카메라를 더 추가해 달라고.
물론 이걸 다른 사람들이 알 리는 없었다.
내가, 연주홍을 상대로 작은 몰래카메라를 해 보려고 하는 거라고 거짓말을 했거든.
서바이벌에서 같은 연습생들끼리 몰래카메라를 하는 것?
아주 흔한 일이었다.
누구도 의심하지 않을 정도로.
그래서 카메라가 설치된 건, 비밀로 유지되고 있는 상태였다.
“나는 이 회사의 총 책임자로서 너의 이런 행동을 좌시할 수가 없다.”
김 이사는 잔뜩 인상을 쓴 채로 나를 노려보았다.
“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런 짓을 한 거니?”
“….”
나는 김 이사가 아니라, 오 PD와 강 작가를 힐끗 보았다.
두 사람은 과연 어떤 반응일까 싶어서.
역시나 두 사람은 불쾌해 보였다.
그러나 불쾌함의 대상은 내가 아니었다.
“제가 어떤 잘못을 했다는 말씀이신가요?”
“네가 설치한-”
“그 영상을 보셨다면, 제가 다른 연습생들에게 뭔가 잘못한 건 없다는 걸 아실 텐데요. 애초에 제가 그 연습실에 카메라를 하나 더 추가해 달라고 한 건, 주홍이에게 몰래카메라 이벤트를 하려 했던 거고, 그건 오 PD님께 미리 보고한 일입니다.”
“하지만 그 방에 카메라가 설치되었다는 걸 알았으면 경고를 해 줬어야지.”
나는 김 이사를 보았다.
저 사람도 알고 있다. 본인이 말도 안 되는 억지를 부리고 있다는 것을.
그걸 알고 있음에도 그냥 떼를 쓰는 것이다.
본인의 지위가 나보다 높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제가 말할 틈도 없이, 본인이 그렇게 말하던데요. 분명히 저는 말했어요. 다시 한번만 생각해 보라고. 돌아와서 같이했으면 좋겠다고. PD님과 작가님도 보셨죠?”
“….”
“…음.”
두 사람은 특별히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저건 명백한 긍정의 표시였다.
“저는 기회를 분명히 줬는데, 그걸 거절한 건 주선이가 아닐까요?”
그렇다면 나도 한 수를 두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