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ing a Hunter Killer RAW novel - Chapter 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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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9. 일하는 자와 싸우는 자
에런은 살짝 고개를 돌려 걸어 나오고 있는 여울을 보며 말했다.
“어이, 그쪽 친구들이야?”
“아니다.”
그들의 복장을 보니 에런이 왜 도적이라고 했는지 알 것만 같다. 맞은편에 사내 한 명이 그녀를 향해 창끝을 겨누었다.
“제법이네. 얼굴도 반반하고, 팔아먹으면 돈 좀 되겠어?”
“크흐흐흐.”
“억세서 길들이기는 힘들어 보입니다.”
그들을 가만히 바라보던 에런이 검을 휘적거리며 말을 끊었다.
“다짜고짜 화살부터 날리기에 행동파인 줄 알았는데, 말이 많네? 비킬 거 아니면 얼른 덤벼.”
“억센 년이 역시 싸가지도 없네, 그 주둥이 먼저 다물어 줘야겠다!”
창을 든 사내가 소리치며 달려들었다.
그 모습에 에런도 바닥을 박차며 그에게 마주 달려 나갔다. 그녀는 교묘하게 스텝을 밟더니 찔러 오는 창을 아슬아슬하게 피하며 안쪽으로 훅 들어가 사내의 목을 찔렀다. 그 속도는 화살을 쳐낼 때보다 더 빨랐다.
푹!
“컥!”
사내가 목을 부여잡으며 그 자리에서 쓰러졌다. 그 모습에 뒤에 있던 사내들이 당황하며 외쳤다.
“뭐, 뭐야, 쳐!”
대장이 속절없이 죽어 버리자 이성적인 판단을 잃은 부하들이 한 번에 달려들었다. 에런은 손속에 사정을 두지 않고 빠르고 간결한 움직임으로 모두의 목줄을 끊어 냈다.
서걱, 서걱, 슥!
부드럽고 정확한 힘의 배분, 적의 공격을 모두 예상한 듯한 움직임이다.
전쟁이 끊이지 않고 검이 필수인 이 세계에는 검술이 발달한 것이다. 눈으로 직접 보는 여성의 검술은 여울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본연의 실력을 모두 내보이지는 않았겠지만 지금 속도로 예상했을 때는 5레벨, 그런데 저런 검술을 지니고 있다면 6레벨도 제압할 수 있을 것만 같다.
에런은 1분도 되지 않아 열댓 명의 도적들을 모두 처리했다.
마차 뒤에 숨어 있던 사내들은 이런 일이 익숙한지 조르르 나와서 시체들의 품을 뒤져 돈이 될 만한 것을 꺼내고, 숲속으로 모두 치운 후에 말을 끌었다.
에런은 다시 마차에 타며 말했다.
“진짜 친구들 아닌가 보네.”
여울은 가만히 있다가 그녀를 보며 입을 열었다.
“여긴, 너처럼 검술을 배운 사람들이 많은가?”
“멀리서 왔어? 어디서 왔어?”
“저기…… 동쪽 섬에서 왔다.”
그녀는 그제야 이해가 간다는 듯이 말을 이었다.
“아아, 섬 촌뜨기구나? 검술을 배우는 사람들은 많지. 그런데 나처럼 하는 사람들은 없어. 내가 최고니까.”
“그런가…… 그럼 마나에 대해서는 알고 있나?”
“응? 마나? 뭐…… 여기저기 다 널려 있는 게 마나잖아.”
그녀는 이곳저곳을 가리키며 말했다. 마치 공기를 말하듯이 그것을 묻는 행동 자체가 이상하다는 것처럼 쳐다보고 있다.
“그게 다인가? 마나를 모으지는 못하나?”
“마나를 모아? 아, 너 마법사 되고 싶어서 그래? 그렇구나?”
여울은 얼떨결에 고개를 끄덕였다.
“와, 누가 섬 촌뜨기 아니랄까 봐 꿈도 크시네, 나이도 있어 보이는데…….”
그녀는 위로하듯이 어깨를 두드리며 말을 이었다.
“아무튼 뭐, 지금 우리가 가는 마을에 작은 도서관 하나 있으니까 거기에나 가 봐.”
“도서관…… 알았다.”
마을이 저 멀리에 보일 때, 에런은 마차에서 내리며 말했다.
“그럼 난 이만, 옆문을 즐겨서. 아저씨들, 이따 봐요!”
“네, 아가씨! 요정숲 여관에서 머물고 있겠습니다.”
에런은 바로 어딘가로 사라졌다. 여울은 고개를 돌려 마을을 바라보았다.
높이 3미터가 넘는 울타리가 쳐져 있고, 입구에는 창을 든 병사들 네 명이 지켜서고 있다. 그들은 한 사람 한 사람마다 무언가를 검사하고 있었다.
그게 무엇이든 간에 자신은 없는 것이다. 여울도 에런을 따라 마차에서 내리며 사내들에게 고개를 살짝 숙였다.
“신세를 졌습니다. 그럼.”
“어? 아, 알겠소.”
사내들은 여울의 뒷모습을 보며 중얼거렸다.
“저 남자도 당당하지는 않은가 보네.”
“그러게. 별 사고 안 치고 가서 다행이구만.”
여울은 그들의 시야에서 벗어나자마자 은신을 쓰고 바로 마을 안으로 들어갔다.
“회복제 팔아요, 회복제! 오우거, 트롤, 오크, 리자드맨 종류별로 다 있습니다!”
“몬스터 가죽 매입합니다! 옆집보다 1실버 더 쳐줍니다!”
“튼튼한 검 팝니다! 튼튼하고 날카로워요!”
여울은 몇 발자국 들어가지 않아 그 자리에 그대로 멈춰 섰다.
대부분 2층에 높아 봐야 3층밖에 되지 않는 벽돌집들, 거리에 나와 자신들의 물건을 내보이며 장사를 하는 사람들, 천천히 걸어 다니며 거리를 구경하는 연인들, 마치 중세시대에 와 있는 듯했다.
이렇게 평화로운 풍경을 얼마 만에 맞이했는지 모르겠다. 지구도 게이트의 습격이 멈추면 전보다 더 평화로워질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울은 골목 어귀로 들어가서 은신을 풀고는 도서관을 찾아다녔다.
마을은 대략 2,000가구가 사는 곳으로 그렇게 작은 곳은 아니었다.
도서관은 마을의 중앙에 성당처럼 생긴 커다란 건물 맞은편에 있었다.
병사들이 눈에 불을 켜고 지키고 있는 성당과는 달리 도서관은 한적하고 조용한 분위기였다.
여울은 도서관을 들어가는 어떤 사내의 뒤를 따라 걸어 들어갔다. 그런데 입구에 서 있던 주근깨 소년이 앞서가는 사내는 그냥 보냈으면서 여울은 붙잡았다.
“주민증 보여 주세요.”
여울은 안을 살짝 둘러보고는 은신해서 다시 들어오려고 대충 둘러댔다.
“주민증을 놓고 온 것 같군, 가지고 다시…….”
그때 주근깨 소년이 한 손을 휘적거리며 말했다.
“아아, 됐어요. 그냥 들어가시고 다음에는 가져다주세요.”
“아…… 고맙군.”
소년의 표정을 보니 책을 보기 위해 온 사람을 검문하는 것 자체에 불만을 가진 듯했다. 여울은 고개를 한 번 끄덕이고는 도서관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마나의 이해와 고찰’이라는 책을 찾았다. 많은 사람들이 읽었는지 끝부분이 헤져 있었다.
[마나의 이해와 고찰] [마나는 로디스의 태초부터 함께 존재했다. 생기가 있는 모든 생물, 나무, 대기 중에도 어디에든지 마나는 존재한다.마나를 볼 수 있게 되면 그 마나를 다룰 수 있다. 대기 중에서 불과 물, 바람과 흙을 만들어 낸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고, 영향을 끼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다. 그들을 사람들은 마법사라고 한다.
모든 생물에는 마나가 담겨 있고, 그 대상의 생명을 취하면 자신에게 마나가 축적된다. 일정 이상 축적될 경우 마나를 알맞게 활용할 수 있는 몸으로 변화된다. 그것이 바로 레벨이다.
개체마다 한계, 즉 그릇이 정해져 있다. 한계 이후에는 마나를 담은 총용량이 1.1배밖에 늘어나지 않으며, 달이 두 번 접히는 기간에 한 번씩 마나가 줄어든다……]
“흠…….”
이 책은 마나를 경험치라고 정의하고 있다.
마석을 보면 마나가 에너지가 분명한데 소모성이 아닌 것처럼 적혀 있는 것이 의문이다.
분명 지구보다 수백, 수천 배는 오랫동안 마나와 함께 있었으니 신빙성이 더욱 클 것이다.
마법사 이외에는 마나 소모와 채워지는 부분이 연구를 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미미하거나 문제가 없기 때문인가?
전에도 지구에서 있을 때 그렇게 지칠 때까지 움직여도 마치 체력처럼 하루 이틀이면 멀쩡하게 움직일 수 있었다.
차원 이동을 하면서 자신만 특이한 상황에 놓인 것일까?
중요한 건, 마나를 사용하고 다시 채우는 것에 관해서는 나와 있지 않은 것이다.
몬스터를 잡는 방법 따위는 이미 알고 있다. 즉, 헛걸음이다.
갑자기 마법사가 되어 레벨을 복구해도 모자란 판에, 2년 안에 게이트를 여는 존재를 처단할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잠깐, 마법사……?
철컥! 철컥!
그때, 갑자기 무장한 병사들이 도서관 안으로 들어왔다. 대략 10명에 가까운 인원.
그중에는 초원에서 봤던 자들처럼 전신 갑주를 한 자도 한 명 있었다.
“뭐야?”
“범죄자가 나타났나?”
“마인?”
철그렁! 철그렁!
전신 갑주를 입은 자는 여울에게 다가와 멈춰 섰다.
“주민증을 보여라.”
여울은 자연스레 그의 어깨너머에 있는 소년에게 눈이 갔다. 그는 두 손을 들어 교차시키며 자신이 신고한 것이 아니라고 어필했다.
“저 멀리 섬에서 와서 주민증은 없습니다.”
“그럼 이 마을은 어떻게 들어왔지?”
그의 질문에 마을 입구를 삼엄하게 지키고 있던 병사들이 떠올랐다. 그때 그가 말을 이었다.
“불법 침입이군.”
스릉! 스릉! 스르릉!
그가 검을 뽑자 그 뒤에 있던 병사들도 따라서 검을 뽑았다.
분위기가 더욱 살벌해지자 도서관에 있던 사람들이 슬금슬금 밖으로 빠져나갔다. 그는 여울에게 검 끝을 겨누며 말했다.
“마인이 아니라면 순순히 뒤돌아 포박을 받아라. 은신하면 즉시 처단하겠다.”
모든 사람이 레벨을 가지고 있는 만큼 은신에 관한 대비도 되어 있는 듯했다.
열 명, 이들의 레벨이 얼마인지 모르니 섣불리 행동할 수도 없었다.
운 좋게 이들에게서 도망친다고 해도 수배자 신세, 이 마을에서 정보를 얻는 행위는 그걸로 끝나게 된다.
여울은 몸을 돌려 책장 쪽을 바라보며 두 손을 뒤로 뻗었다.
“현명하군, 묶어라.”
여울은 차가운 금속의 질감이 나는 밧줄로 두 팔이 묶인 채 그들에게 끌려 나갔다.
지나가는 중에 주근깨 소년은 마지막까지 두 손을 들어 손사래를 치며 자신이 신고한 것이 아님을 표했다.
* * *
고풍스러운 책장과 촛대, 책상이 어우러진 집무실, 허리까지 오는 노란색 머리를 가지런히 묶은 사내가 종이로 된 서류를 바라보고 있다.
그는 세이에라 영주 바스크의 정보부장 리디였다.
-리예프 초원 서쪽 전장, 칼로 무리 의문의 죽음.
리디는 서류를 덮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창문 밖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어떤 간 큰 놈들이 칼로를…… 응?”
그는 밖에서 두 손이 묶여 끌려오는 여울을 발견하고는 눈을 크게 떴다.
“저놈은 그때 대장이 얘기했던 그놈인데?”
자신이 보기에는 그저 도망치는 놈이었는데 대장은 무슨 대단한 실력자처럼 이야기했다.
리디는 바로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여울을 끌고 오던 정찰조장은 그를 발견하고는 오른 주먹을 왼쪽 가슴에 대며 외쳤다.
“로드.”
“어어, 얘는 뭐야?”
“주민증 없이 마을 안으로 들어와 도서관에 있던 것을 신고를 통해 잡아 왔습니다.”
“아, 그래? 얘 마인은 아닌데.”
리디는 여울에게 가까이 다가와 이리저리 살폈다. 분명 몬스터들과 싸우다가 중간에 도망쳤으니 마인이 아닌 것은 확실하다고 생각하는 리디였다.
“너 그때 도망쳤던 놈이잖아? 자유인이었어?”
여울은 리디를 보며 대답했다.
“자유인?”
그때 정찰조장이 말을 덧붙였다.
“본인 말로는 저 멀리 섬에서 왔다고 합니다.”
“그래? 그럼 그 말이 맞겠지. 조장은 이만 가 봐, 얘는 내가 데리고 갈게.”
“예? 그러면 규정에 어긋…….”
“에헤이, 마인 아닌 거 내가 보장한다니까? 빡빡하게 굴지 말고 얼른 가서 쉬어.”
“알겠습니다. 그럼.”
리디는 여울의 포박줄을 풀어 주고는 자신의 집무실로 데려와 의자에 앉히고 물었다.
“이름이 뭐지?”
“여울…… 입니다.”
“그래, 여울. 진짜로 섬에서 온 거 맞아? 어디 섬인데?”
여울은 잠시 케라브의 기억을 더듬었다. 동쪽에 이르탄이라는 작은 섬이 존재했다. 그 기억이 맞길 바라며 입을 열었다.
“동쪽에 이르탄 섬입니다.”
“아…… 아? 들어 본 적이 있는 것 같군, 아무튼 동쪽이면 진짜 먼 데서 왔네, 그럼 그때 전장에는 왜 있었던 거야?”
“숲에서 벗어났는데 전장 중앙이었습니다.”
“그렇군. 섬에서는 어땠는지 모르지만 여기는 두 종류의 인간만 존재해. 일하는 자와 싸우는 자, 싸우는 자들은 몬스터들의 침입으로부터 일하는 자들을 지켜야 할 의무가 있지.”
“그렇군요.”
“그리고 너는 싸우는 자야.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면 우리 대장이 너를 마음에 들어 해. 자유인이라면 우리 군에 들어와라, 주민증도 만들어 주고 안정적인 봉급도 보장해 주지.”
그때 싸우던 자들처럼 군에 들어오라는 말, 듣던 중 반가운 소리였다.
자신의 신분이 보장되고 아는 사람이 많아지면 정보를 얻는 데에도 훨씬 더 수월할 것이다. 비아느를 찾는 일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필요가 없어지면 이곳을 떠나면 그만이다.
여울은 리디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