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ing a Hunter Killer RAW novel - Chapter 93
93
빛나는 은서를 바라보며 창문틀에서 내려왔다. 그녀의 치마는 그 잠깐 내려올 때 속옷이 보일 정도로 짧았다.
“별 미친년을 다 보네. 넌 오늘 뒈졌어.”
빛나는 교복 주머니에 한 손은 집어넣은 채로 다른 손으로 의자를 들어 은서에게 휘둘렀다. 과연 헌터가 맞는지 의자는 바람을 가르는 소리와 함께 날아왔다.
콰앙!
은서는 한 발을 쭉 뻗어 의자를 쳐 냈다. 그것은 그저 튕겨 난 것만이 아니라 뒤쪽 사물함에 깊게 박혔다.
“의자가…….”
“박혔어?”
“대체 얼마나 세게 차면 저런 일이 벌어지는 거야?”
“쟤도 헌터였어?”
사물함에 박힌 의자를 쳐다보며 빛나는 주머니에 넣었던 손을 뺐다. 그러고는 머리를 고정시켰던 핀을 뽑아 역수로 쥐었다. 그 끝은 꽤 날카로웠다.
“믿는 구석이 있어서 까불었구나? 이 언니가 헌터끼리도 격이 존재한다는 걸 보여 줄게.”
빛나는 주말마다 삼촌을 따라다니면서 사냥을 해서 최근에 D랭크 헌터증을 받았다. 그녀는 또래에는 자신의 적수가 없다고 확신했다.
쉭!
빛나의 머리핀을 든 손이 은서의 얼굴을 향했다. 은서는 살짝 옆으로 고개를 기울여 피하며 지나가는 그녀의 손목을 잡고 다른 손으로는 겨드랑이를 받치고 그대로 메쳤다.
콰아앙!!
메치면서 손을 놨기에 빛나의 몸은 책상들을 부수고 교실 입구 쪽으로 미끄러졌다. 빛나는 처음 느껴 보는 충격과 고통에 한동안 정신을 못 차리고 그대로 누워 있었다. 그녀의 귓가로 구경꾼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뭐야, 보이냐?”
“빨간색이다, 야.”
“저 누나가 섹시하기는 해. 다리 쫙 빠진 거 봐, 어우.”
“너네는 지금 그게 눈에 들어오냐?”
빛나의 얼굴은 수치심으로 물들어 얼굴이 울긋불긋해졌다. 다리를 오므리고 상체를 일으키려는 순간, 고개가 뒤로 확 젖혀졌다.
“꺄악!”
머리칼을 잡아당기는 강한 악력이 느껴졌다. 머리 가죽이 찢겨 나가거나 목이 뒤로 꺾이거나 둘 중 하나의 사태가 일어날 것만 같은 고통이었다.
은서는 그녀에게 얼굴을 가까이하고 속삭였다.
“왜 그랬어?”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빛나는 정신이 번뜩 들었다. 눈앞의 이 아이는, 사람을 진짜로 죽여 본 애가 확실하다.
“자, 잘못했어…….”
빛나는 은서가 무엇을 묻는지 몰라 그저 최대한 불쌍한 표정으로 용서를 구했다. 그녀에게 이 정도 원한을 가진 사람들은 많았다.
“잘못했으면 벌을 받아야지.”
드르르륵.
은서가 그녀의 눈앞에서 커터 칼을 꺼내어 날을 드러냈다. 그것을 본 빛나의 눈동자가 미친 듯이 흔들렸다.
“제발…… 꺄아아악!!”
은서는 그녀의 머리채를 잡고 교실 구석으로 끌고 갔다. 그러고는 의자에 강제로 앉히고는 정면에서 그녀를 비스듬히 바라보며 물었다.
“목을 잘라 줄까? 머리를 잘라 줄까?”
“제, 제발…… 미안해, 내가 다…….”
“늦었어.”
은서는 서슴없이 그녀의 머리채를 잡고는 커터 칼을 올려쳤다.
“꺄아악!!”
“흐억!”
“이런 미친!”
“꺄아아악!”
빛나의 비명에 이어 구경을 하던 구경꾼들의 비명도 연이어 들려왔다. 교실 바닥에는 빛나의 머리카락 한 뭉텅이와 함께 기괴하게 생긴 고깃덩어리도 떨어져 있었다.
그녀는 초점 없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로 손을 들어 자신의 귀를 매만졌다. 그곳에는 있어야 할 것이 없고 뜨겁고 끈적거리는 피만 흘러나오고 있었다.
눈앞에서 은서는 눈동자도 흔들리지 않은 채 피 묻은 칼을 다시 들어 올리고 있었다. 빛나의 치마는 극한의 공포에 축축하게 물들고 있다.
“아, 으, 어…….”
그녀가 두 손을 휘적거리며 커터 칼을 막으려고 했다. 은서는 손쉽게 그 손을 물리며 칼을 휘두르려고 했다.
그때.
“꺄아아악!”
“끄아아아아!!”
“도, 도망쳐!!”
“으아악!”
비명의 정도가 빛나의 귀를 잘랐을 때와는 수준이 달랐다. 앞으로 있을 일을 상상하며 내지르는 비명이 아니었다. 귓가로 무언가 부서지는 소리도 들려온다.
뒤를 돌아보니 학생들이 무언가에 홀린 듯이 바라보고 있고, 몇몇은 미친 듯이 도망치고 있다.
콰광 콰앙! 와장창!!
교실 창문이 동시에 깨져나가며 갑자기 복도가 마치 밤이 된 듯이 어두워졌다. 복도의 반을 채우는 그것은 어둠이 아니라 검은 비늘이다. 은서는 저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고 있다.
‘블랙다콘…….’
아직 케라브 밖에서는 본 적이 없는 몬스터였다. 놈의 최소 레벨은 3, 조금만 높아도, 아니 세 마리만 모여도 자신이 처리하기 힘들 수도 있다.
놈이 지나오는 방향은 예서가 있는 2학년 쪽이다. 은서는 바로 품에서 개단의 뿔을 꺼내 들며 교실 밖으로 달려 나갔다.
“크흐윽.”
“흐으…… 흐으…….”
“아, 아파…….”
“누가 좀 살려 주세요…….”
놈이 지나간 복도는 공포 영화의 한 장면처럼 빨갛게 물들어 있었다. 마치 빨간 페인트를 들고 휘휘 돌면서 아무렇게나 뿌려 놓은 것 같다.
놈에게 먹힌 것으로 추정되는 주인 없는 팔다리가 나뒹굴고 있고, 몇몇은 놈의 몸통에 짓눌려 내장이 터져 나간 채 쓰러져 미세한 신음을 흘리고 있었다.
은서는 인상을 찌푸리며 그들을 훑어보고는 바닥을 박찼다.
피비린내만 가득한 텅 빈 교실, 한쪽 벽이 터져 나가고 그 사이로 2미터가 넘는 높이에, 길이는 측정이 불가한 검은 뱀 한 마리가 대가리를 들이밀고 있다.
“쒸이쒸이-.”
뱀은 끝이 갈라진 길고 붉은 혓바닥을 날름거리며 고개를 두리번거리다가 몸을 천천히 뒤로 뺐다.
“쉭.”
대가리를 살랑거리며 뒤로 빠지던 뱀의 움직임이 멈췄다. 놈의 눈은 커튼 밑에 있는 가는 다리에 가 있다.
“캬학!”
“꺄아악!”
커튼 뒤에 숨어 있던 여학생, 예서는 자신을 향해 다가오며 쩌억 벌린 입을 보며 비명을 내질렀다. 그 크기는 교실 천장이 좁을 정도였다. 예서의 몸이 놈의 입으로 인해 그늘이 드리워졌다.
콰악!
어둠이 덮쳐 옴과 동시에 눈을 감았는데 생각했던 죽기 직전의 고통이 느껴지지 않는다. 실눈을 떠 보니 뒤에서 빛이 아직 새어 나오고 있다.
눈을 똑바로 떠 보니 자신의 앞에 같은 교복을 입은 아이의 뒷모습이 보였다. 그 실루엣이 꽤 익숙하다.
“으, 은서?”
그녀는 한쪽 손을 높이 들어 올리고 있다. 그 끝에는 새하얀 검이 들려 있고, 그것은 검은 뱀, 블랙다콘의 입을 찌르고 있었다.
은서가 반쯤 고개를 돌려 예서를 힐끔 보았다가 다시 앞을 보았다. 살짝 비춰진 그녀의 눈빛은 슬퍼 보였다. 그녀는 바로 위로 찔러 넣은 검을 크게 한 바퀴 돌렸다.
촤아악!
“꺄악!”
블랙다콘의 입이 찢어지며 그곳에서 검붉은 피가 폭포수처럼 쏟아져 나와 은서의 몸을 뒤덮었다. 그녀의 새하얀 교복과 검은 생머리는 놈의 피로 붉게 물들었다.
은서는 그 끈적한 피를 한 손으로 대충 털어 내고는 느릿하게 뒤돌아섰다. 피를 뒤집어쓴 그녀의 모습은 매우 공포스러웠다. 예서는 쩍 벌린 입을 두 손으로 가린 채 그녀를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다.
은서는 자신의 손을 교복 치마에 쓱싹 문지르고는 예서에게 조심스럽게 뻗었다.
“잠깐만…… 잡아, 살아야 하니까…….”
예서는 내밀어진 그녀의 손을 잠시 보다가 달려가 확 껴안았다.
“크흥, 흥 흐엉…… 미, 미안해, 고마워, 은서야…… 흐윽.”
갑작스러운 예서의 행동에 당황한 은서는 두 팔을 펼치고 있다가 한 손으로 등을 토닥거렸다.
“뭐, 뭐가…….”
콰아앙!
그때, 커다란 굉음과 함께 창문가 벽이 무너져 내렸다. 동시에 둘이 있던 지면도 내려앉았다. 은서는 바닥이 내려앉음과 동시에 예서의 손을 잡고 몸을 돌렸다.
“꺄아아!!”
교실은 3층이다. 밖에는 다수의 오우거와 블랙다콘이 학교 건물을 둘러싸고 닥치는 대로 부수고 있다. 학교 입구에는 수십 명의 군인들이 총을 쏘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일단 이곳을 벗어난다.
‘환상 소환, 블랙티거’
떨어지는 은서와 예서 아래로 블랙티거가 만들어져 그들을 등으로 받았다. 은서는 그 위에서 익숙하게 자리를 잡고 예서를 앞에 앉혔다.
“가자!”
티거가 한 발을 내딛자마자 옆에서 무언가 날카로운 기운이 느껴졌다. 은서는 고개를 돌려 확인하지도 않고 바로 예서의 허리를 휘어 감으며 티거의 등을 박차고 뛰어올랐다.
콰직!
뛰어오르기가 무섭게 블랙다콘 한 마리가 티거의 허리를 물었다. 놈의 크기는 보통 블랙다콘의 두 배는 넘어 보였고, 속도는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어마어마하게 빨랐다.
“칵, 카흡.”
놈은 블랙티거를 통째로 삼켜 버리고는 은서를 향해 달려들었다. 그녀는 바로 검을 위로 추켜올렸다. 동시에 놈이 고개를 틀어 옆면으로 검을 받았다.
츠르르르릉!
소름 끼치는 소리와 함께 은서의 몸이 뒤로 밀려났다. 개단의 뿔로 잘리지 않을 정도로 강력한 비늘이다. 원래부터 블랙다콘의 가죽은 견고하기로 유명한 데다가 네임드급이니 더욱 단단한 것이다.
은서는 뒤가 벽이니 예서가 깔릴까 봐 온 힘을 다하여 놈의 몸통으로 밀어 넣기를 버텼다.
츠즈즈즈!
놈의 몸이 얼마나 긴지 한참을 지나가도 끝나지 않는다. 이미 은서의 몸과 예서, 그 뒤에 벽과 완전히 밀착되어 있다.
“으, 윽…….”
귓가로 들리는 예서의 신음 소리에 복도에서 봤던 내장이 터진 학생들의 모습이 겹쳐졌다. 무조건 버텨야 하는데, 이미 한계가 다다랐다.
으득!
은서의 발이 반 발자국 밀려나자 뒤에서 뼈가 부러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필히 예서의 몸에 이상이 생긴 것이다.
‘젠장, 젠장!’
마지막 꼬리 부분이 보인다. 놈의 꼬리가 바깥쪽으로 살짝 떨어져 순간 숨통이 트였다. 그런데 그 행동은 힘을 받기 위한 준비 동작이었다. 뒤로 젖혀진 꼬리가 더욱 힘차게 은서에게 휘둘러졌다.
그녀는 바로 반쯤 실신한 예서를 안고 뛰어올랐다. 동시에 꼬리에도 눈이 달린 듯이 방향을 틀어 그녀를 덮쳐 왔다. 이건 자신의 힘으로 막을 수 없는 공격이다.
은서는 예서를 안고 온몸에 힘을 꽉 주고 눈을 질끈 감았다.
콰아앙!
커다란 굉음이 귓가를 울렸다. 그런데 몸을 강하게 때리는 충격 없이 바닥에 그대로 내려앉았다. 뒤돌아서 보니 놈의 꼬리가 눈앞에 멈춰 서 있었다.
그 위에는 익숙한 얼굴이 허리춤에 손을 얹고는 서 있었다.
“아, 안녕?”
상황에 맞지 않게 수줍은 얼굴로 한 손을 흔들고 있는 청년, 그의 등 뒤에는 여섯 개의 검이 둥둥 떠 있었다.
* * *
콰앙! 콰앙! 콰직!!
한 사내의 몸이 세 개의 콘크리트 벽을 뚫고 다른 건물의 외벽에 깊게 박혔다. 사내의 앞에는 검은 옷을 입은 남자가 왼손으로 그의 목을 잡고 있었다.
“큽, 크흑, 어찌…… 인간이…….”
푸슉!
검은색으로 감싸인 남자의 오른손이 그의 가슴을 파고 들어갔다. 남자는 그에게 얼굴을 가까이하고는 살짝 고개를 기울이고 입을 열었다.
“너희는 항상 레퍼토리가 똑같아, 지루하게…….”
콰직!
남자, 여울은 꽉 쥐고 있던 그의 심장을 터트렸다. 그의 눈동자에 파랗게 이글거리던 불꽃이 사라지며 몸이 축 늘어졌다.
이로써 세 명의 마족들은 모두 처리되었다. 이들은 협동이라는 것은 성립이 되지 않는지 서로 싸우느라 몸을 숨기고 기습하여 어부지리를 취할 수 있었다.
스스스스.
저 멀리 벽에 꽂혀 있던 그의 검은 녹아내려 여울의 몸으로 흡수되었다. 호첸을 끝으로 다크니스 스텐이 전신을 감싸게 되었다. 그 이후로는 더 겹겹이 두꺼워지는지 그 차이는 알 수 없으나 분명하게 달라진 것이 있었다.
스으으으.
여울은 오른손을 들어 바라보았다. 다크니스 스텐으로 감싸인 다섯 손가락이 점점 길게 늘어진다. 그는 그 손을 벽에 휘둘렀다.
촤아악!!
콘크리트 벽에 거대한 괴물이 손톱으로 그은 듯한 검상이 생겼다. 이제 카르처럼 디카르뿐만 아니라 어떤 외형이든지 자유롭게 변형이 가능하게 된 것이다.
드득, 으득!
휘둘렀던 오른쪽 팔뚝이 갑자기 미친 듯이 끓어오른다. 육안으로도 보일 정도로 근육의 부분 부분이 팽창되었다가 수축하며 어마어마한 고통을 주었다.
여울은 팔뚝을 부여잡고 바닥에 주저앉아 뒹굴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느껴 보지 못한, 그리고 상상 이상의 고통과 힘이 느껴졌다.
“카흑!!”
여울은 참을 수 없는 고통에 오른손을 번쩍 들어 올렸다가 바닥에 내리꽂았다.
콰지직!!
그러자 그곳을 중심으로 주변에 잔잔한 파동이 일었고, 그의 팔은 바닥에 어깨까지 쑥 박혔다.
여울은 고통에 몸부림치며 생각했다.
이것이, 이것이 10레벨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