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ack Corporation: Joseon RAW novel - Chapter (1131)
1131화 중동전쟁. (9)
레이스의 결과는 1승 1패였다.
파트노스 지역은 오스만 군이 먼저 도착했고, 마르딘 지역은 이란군이 먼저 도착했다. 경주의 승패는 정해졌지만, 진짜 승부는 지금부터였다. 마르딘에 주둔하고 있던 소규모의 오스만군을 축출한 이란군은 곧장 참호를 파고 들어앉았다. 물론, 이를 놓고 제국군과 명국군, 일본군 장교들 사이에 설전이 벌어졌었다.
“기회가 있을 때, 더욱 전진해야 하오! 지금 여기서 주저앉아서는 안 돼!”
계속 전진을 이어가자고 주장하는 일본군 장교를 바라보던 명국 장교가 조용히 물었다.
“보급은? 보급선은 아직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 상황인데?”
“…….”
그리고 뒤를 이어 제국군 장교가 질문을 던졌다.
“그렇게 밑도 끝도 없이 전진하다가 오스만군과 조우하면 어떻게 할 것이오? 준비 안 된 조우전만큼 망하기 딱 좋은 전투는 없다는 것을 모르는 것은 아니겠지?”
“……”
그렇게 일본군 장교의 주장을 꺾어버린 제국과 명국 장교는 이란군 지휘부와 협의해 참호 구축에 들어간 것이었다.
* * *
반면, 정반대의 결과를 맞이한 파트노스 방면에서는 일본군 장교가 펄펄 날아다니고 있었다.
“오스만보다 늦었지만, 진짜는 이제부터요! 파트노스 주둔 오스만군이 더욱 늘어나기 전에 파트노스를 공략해야해! 지금 당장이라도 공격 명령을 내려야 하오!”
속공을 주장하는 일본군 장교의 말에 이란군 지휘관들은 모두 제국과 명국군을 바라봤다.
“화포의 배치가 곧 끝나니 조금만 기다리시오. 오스만군이 속속 도착하고 있다지만, 아직 포병대를 발견했다는 보고는 없으니 여유를 조금 가져도 될 것이오.”
“지금 반 호수를 가로지르는 수상 보급선을 연결하는 중이오. 조만간 첫 번째 보급선이 도착할 것이오. 그때가 되면 마음 놓고 공격해도 될 것이오.”
제국군과 명국군 장교들의 이야기를 들은 이란군 사령관은 잠시 숙고하다가 결론을 내렸다.
“포병대의 준비가 끝나는 대로 공격을 시작하겠소.”
사령관의 결심이 정해지면서 이란군은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어서 방열을 끝내라!”
“예비탄과 화약을 준비해!”
“안전거리 확보는 잊은 거냐! 한방에 다 죽을 거야!”
최대한 발리 방열을 마치기 위해 포병대 병사들은 아등바등 움직였다. 부지런히 삽질과 망치질을 하고, 포탄과 화약을 나르는 병사들 사이에서 이란군 장교들과 제국군 장교들이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돌아다녔다.
포병대가 그렇게 바쁘게 돌아가는 동안, 다른 이란군 병사들은 제국제 건량을 끓인 식사로 배를 채웠다.
“배를 곯으며 싸울 수는 없는 법이니까.”
맞은편, 파트노스를 둘러싼 목책 위에서는 오스만 병사들이 이를 보며 마른침을 삼키고 있었다.
“저 녀석들이 다 처먹으면 전투가 시작되겠지?”
“그렇겠지…..”
점점 다가오는 전투에 대한 긴장으로 병사들이 마른침을 삼키고 있을 때, 오스만 장교들이 병사들 사이를 돌아다니며 주의를 환기시켰다.
“저놈들의 포격이 시작되면 바로 목책을 내려가 참호로 뛰어든다!”
“정신 바짝 차리고 훈련받은 대로 움직이면 산다! 멍청하게 겁에 질려 날뛰는 녀석이 가장 먼저 죽는다는 점을 잊지 마!”
장교들의 말을 들으며 오스만 병사들은 한눈으로는 저 너머의 이란군을 노려보고 다른 눈으로는 가장 가까운 사다리의 위치를 확인했다. 만약, 이란군의 포격이 시작되면 사다리를 타고 내려가 근처의 참호로 뛰어들어야 했기 때문이었다.
물론, 상황이 급박하면 목책에서 뛰어내릴 수도 있었다. 지면에서 적당한 높이로 목책의 발판들이 위치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것도 전쟁의 방식이 바뀌면서 나타난 변화였다.
* * *
대포가 전장의 중심이 되면서 전통적인 성벽, 특히 평야 지대에 만들어진 요새의 석조성벽은 유명무실해졌다. 아무리 높고 두껍게 만들어도 대포의 집중 포격에는 무너졌기 때문이었다. 덕분에, 각국의 군대는 성벽을 위로 올리는 것이 아니라 아래로 내렸다.
‘성벽의 시대’에서 ‘참호의 시대’로 바뀌게 된 것이었다.
파트노스와 같은 군사적 요충지와 같은 경우에는 참호의 앞뒤로 목책을 둘렀다. 제대로 된 무장을 하지 못한 반란 부족이나 도적들을 상대로는 목책만으로도 충분했기 때문이었다.
그나마 고색창연한 성벽들의 명맥이 남은 곳은 콘스탄티니예나 파리 같은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수도와 대도시 정도였다.
* * *
방열을 끝낸 이란군 포병들은 교대로 휴식을 취하며 식사를 진행했다.
“좋아! 비구 올려!”
제국군 교리에 충실한 이란군은 바로 비구를 하늘로 띄웠다. 하늘로 둥실등실 올라가는 비구를 본 병사들은 오스만과 이란군을 막론하고 모두 같은 생각을 떠올렸다.
“이제 시작이다!”
적절한 위치까지 올라간 비구는 곧 지상을 향해 발광신호를 보내기 시작했다.
“오스만군의 대포 소수 확인. 그 수를 파악중…..”
비구에서 보내는 신호를 해독하던 제국군 장교는 피식 웃으며 옆에 선 명국 장교와 이란군 장교를 돌아봤다.
“나 같으면 우리가 도착했을 때, 미리 몇 방 때려서 정신을 빼놨을 텐데 말이지. 그렇게 하지 않았다? 이러면 답은 둘 중 하나겠소이다. 오스만군 포병대 지휘관이 멍청이거나 오스만군 대포가 생각보다 수도 적고 사정거리도 짧다.”
“보유한 재고탄이 적을 수도 있고.”
명국 장교가 덧붙인 말에 고개를 끄덕인 제국군 장교는 같이 자리한 이란군 보병 지휘관에게 조언했다.
“교리대로만 준비했다면 포격전에서 밀릴 일은 없을 것 같소이다.”
제국군 장교의 말에 이란군 지휘관은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걱정 마시오. 그럼. 이제 시작합시다.”
이란군 지휘관은 옆에 선 기수에게 명령을 내렸다. 지휘관의 명령을 확인한 기수는 신호기를 이리저리 휘둘렀고, 잠시 후, 후방의 지휘 본부에서도 신호기가 펄럭였다.
본부에서 보낸 신호를 해독한 이란군 지휘관은 전령을 불렀다.
“중포대에 전달! 포격을 시작하라!”
“포격을 시작하라! 알겠습니다!”
명령을 복창한 전령은 곧장 말에 올라 사라졌다.
퍼엉
잠시 후, 중포대의 기준포가 불을 뿜었다. 탄착을 확인한 비구는 부지런히 발광신호를 깜박였고, 중포대의 지휘관들은 이에 맞춰 포각을 조정했다. 기준포가 발사한 3번째 포탄이 목책에 명중하자, 이를 확인한 나머지 중포들이 일제히 불을 뿜었다.
콰콰쾅!
30문이 넘는 중포들의 일제 포격에 파트노스의 목책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기준포의 첫 번째 포격을 받자마자 목책을 내려온 오스만 병사들은 참호에 웅크린 채 이란군의 포격을 견뎌야 했다.
“우리 대포는 어디서 뭐 하는 거야!”
병사들의 불평에 근처에 있던 장교가 작게 중얼거렸다.
“그래서 비싸도 제국제를 사자고 했다던데…. 프랑스제를 샀으니…..”
프랑스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았지만, 이는 절대 공짜가 아니었다. 프랑스에게 돈을 받은 이상 필요한 무기의 대부분은 프랑스제를 구입해야 했다. 콘스탄티니예와 인근의 주요 항구에만 제국에서 판매하는 고성능 대포가 배치된 상황이었다.
그랬음에도 오스만은 아직 대포가 부족했다. 아니, 이란에 비해 대포 보유 수량과 성능에서 밀렸다.
* * *
중포대가 파트노스의 목책과 그 주변을 난장판으로 만드는 모습을 확인하던 제국군 장교와 명국 장교는 열심히 전황을 분석했다.
“중포대는 제대로 밥값을 한 것 같고, 이제 완구와 경포대가 움직이겠군.”
“완구와 경포대가 길을 깔아주면 돌격이 이어질 것이고, 일본군들이 신나겠군.”
명국 장교의 말에 제국군 장교는 영 마뜩지가 않다는 표정을 지으며 작게 투덜거렸다.
“고문으로 왔으면 고문 일만 제대로 할 것이지, 도대체 왜….”
제국군 장교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전선 바로 뒤에 자리한 경포대가 일제히 불을 뿜기 시작했다. 경포대가 맡은 임무는 돌격개시선에 대기하는 이란군을 위한 ‘철의 장막’을 만들어 주는 것이었다.
하지만, 정작 이란군이 돌격을 시작하면 이 장막이 사라진다는 것이 문제였다.
잘못했다가는 돌격하는 이란군마저 포격의 희생양이 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어쨌거나 경포대의 포격에 이어 완구들까지 진천뢰를 쏘아대기 시작했다.
돌격개시선에 만들어진 참호에서는 이란군이 돌격을 준비하고 있었다.
이란군들과 함께 참호에 들어앉은 소수의 일본군 장교들은 검을 굳게 움켜쥐고 신호를 기다렸다.
“신호다!”
돌격을 명하는 뿔나팔 소리가 울려퍼지자, 일본군 장교들은 검을 앞으로 휘두르며 고함을 질렀다.
“도츠게끼(突擊)!”
말과 동시에 일본군 장교는 참호를 튀어나와 앞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곧이어 수많은 이란군이 참호에서 뛰쳐나와 약 150장(약 450m) 떨어진 오스만군의 참호를 향해 돌격하기 시작했다.
“드디어 온다!”
“이제는 우리 차례다!”
이란군의 돌격이 시작되자 포격에서 살아남은 오스만군의 대포들이 매복을 풀고 포격을 준비했다.
“쏴라!”
쾅콰쾅
오스만군의 포격이 시작되자 달려오던 이란군의 선두가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오스만군 포대 위치 확인!”
하늘에 뜬 비구는 살아남은 오스만군 포대의 위치를 확인하자마자 좌표를 파악해 아군 포대에 신호를 보냈다. 잠시 후, 이란군의 중포대가 오스만군 포대를 목표로 포탄을 날리기 시작했다.
이어서 치열한 포격전이 벌어졌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화력에 밀린 오스만군 대포들이 하나둘씩 침묵하기 시작했다. 오스만군의 포격이 약해지자 이란군은 다시 전열을 정비해 돌격을 시작했다.
이란군이 점점 가까이 다가오자 참호 안에서 숨죽이고 있던 오스만군의 화차들이 그 이빨을 드러냈다.
타타타타타타탕!
2겹 3겹으로 사선을 겹친 참호의 화차진지에서 가해진 화차의 십자포화에 돌격하던 이란군은 우수수 무너져 내렸다.
“돌격!”
“돌격하라!”
코앞에서 동료들이 쓰러지는 모습에 돌격하던 병사들이 멈칫하자 이란군 장교들이 계속해서 돌격을 재촉했다.
“돌격하다 재수 없으면 죽는 거지만, 여기서 멈추면 무조건 죽는다! 돌격 !”
“돌격!”
장교들의 말에 이란군 병사들은 이를 악물고 돌격을 이어갔다.
“죽음을 두려워 말라! 이는 순교다!”
“순교를 두려워 말라!”
‘순교’까지 언급하며 계속된 돌격 끝에 이란군은 오스만군 참호선에 진입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오스만군과 이란군 사이에서 치열한 백병전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비구를 통해 이를 확인한 이란군 지휘부는 곧장 2진을 투입했다. 오스만군 역시 예비대를 참호선에 투입하면서 전황은 더욱 격렬해졌다. 하지만, 승기는 이란군에게 넘어오고 있었다.
제국식 교리에 충실한 포병대가 참호에 투입되는 오스만 예비대를 두들겼기 때문이었다. 오스만의 예비대만이 아니라 파트노스의 2/3를 날려버린 이란군 포병대의 치열한 포격 덕분에 결국, 파트노스는 이란군이 점령하게 되었다.
“….그런데 이걸 점령이라고 할수 있을까?”
황폐하게 변한 파트노스를 바라보며 명국 장교는 작게 중얼거렸다.
그 시간, 일본군 장교들은 전사한 동료들의 시신을 찾아 전장을 돌아다니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