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ack Corporation: Joseon RAW novel - Chapter (1132)
1132화 중동전쟁. (10)
전투가 끝나고 파트노스를 완전하게 장악한 이란군은 전장을 정리함과 동시에 방어 진지 구축에 들어갔다. 전투가 끝나면서 피난을 떠났던 주민들이 돌아왔지만, 이란군은 이들의 출입을 엄격하게 막았다.
주변 지역에 거주하는 부족들 대부분이 시아파였지만, 파트노스는 수니파였다.
거기에 더해 오스만에 충성하는 곳이었다. 거기에 상당한 규모의 오스만군이 주둔하면서 그들의 식솔들도 머무르고 있었다.
이런 정보를 미리 알고 있었기에 이란군은 주민들의 귀환을 강하게 막은 것이었다. 그나마 쉽게 들어온 이들은 병사들을 대상으로 술과 음식, 또 다른 무엇인가를 제공하는 업소의 주인과 종업원들이었다. 해가 지자마자 남녀의 웃음소리가 끊임없이 흘러나오는 업소들을 본 제국군 장교 한명이 동행하던 이란군 장교에게 물었다.
“믿음과 관련된 문제라 그동안은 참고 있었네만, 궁금한 것이 있네.”
“무엇인가?”
“자네들이 따르는 율법에서는 술을 먹지 말라고 하지 않았나?”
제국군 장교의 질문에 이란군 장교는 바로 대답했다.
“위대한 선지자께서 말씀하시기를 ‘독주에 취해 쓰러지지 말라.’고만 하셨다네.
포도주는 독주가 아니지 않은가?”
“저기서 파는 술들은 독주 같은데?”
“쓰러지지는 않았잖아?”
“저기 뻗어있는데?”
“피곤해서 저런 것뿐이야. 요즘 피곤한 일들이 어디 한 둘인가?”
대답을 들은 제국군 장교가 실눈을 뜬 채 바라보자, 이란군 장교는 제국군 장교의 어깨를 가볍게 두들기며 말을 이었다.
“형제여…. 세상살이는 어디나 다 똑같다네.”
* * *
재미있게도 제국 조정에서도 이와 관련한 대화가 이어졌다.
종교에 대해서는 여전히 냉소적인 제국 대신들이 이를 화제로 놓고 이야기를 나누었기 때문이었다. 당시 답변을 위해 나온 이슬람 율법가-재미있게도 이학 연구소가 아니라 화학 연구소에서 연구에 매진하고 있었다.-도 이란군 장교와 비슷한 대답을 했고, 이렇게 덧붙였다.
“물론, 믿음이 독실한 이들은 금욕적인 삶을 살지만, 사람 사는 것이 어디 전부 그렇겠습니까?”
대답을 들은 대신들과 우는 크게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했다.
이야기를 전해들은 향은 21세기의 기억을 떠올리며 피식 웃었다.
배를 만든답시고 가출해 미국까지 갔던 문제의 시기, 향은 조선소에서 아랍 친구를 사귀게 되었었다. 민감한 문제가 될 이야기-남북문제, 이스라엘 문제-도 스스럼없이 농담으로 던질 정도로 사이가 각별해졌을 때, 향도 비슷한 질문을 던졌다.
질문을 받은 아랍 친구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형제여, 인간의 역사와 언제나 함께 해왔던 것이 술이라네.”
“그래서 마신다는 거야, 안 마신다는 거야? 아니지, 너는 마시잖아? 그것도 주유소에서 기름 넣듯이 마시잖아?”
“사람 사는 것은 다 똑같아.”
“하지만, 대놓고 편하게 마시지는 못하잖아? 술은 또 어떻게 구하고?”
향의 지적에 아랍 친구는 손가락으로 동그라미를 만들어 보이며 다시 한 번 의미심장하게 웃었다.
“그래서 위대하신 알라께서 사막과 석유를 주시지 않았는가?”
“….너는 변호사가 아주 적성에 맞을 것 같아.”
* * *
파트노스의 전투가 끝나고 이란군 장교들과 동방 삼국의 장교들은 모두 보고서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이란군 지휘관들이 알라와 샤한사 이스마일을 칭송하는 온갖 수식어들이 가득한 전투 보고서를 작성하고 있을 때, 동방 삼국의 장교들은 본국에 보낼 보고서를 작성하고 있었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직접적인 전쟁 당사자가 되어 총력을 다해 싸웠던 전쟁이 없었던 동방 삼국에게 있어서 이번 전쟁과 전투는 매우 훌륭한 참고 자료였다.
동방 삼국의 장교들이 본국에 보내는 보고서들은 같은 사실을 놓고 제각각의 결론을 내리고 있었다.
먼저 제국군의 경우를 보자면.
-방어자의 방어 태세를 분쇄하고, 공격자의 공격로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포격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것도 대량의 포격이 선행되어야 한다.
-하지만, 포탄의 살상범위 문제로 인해 막상 보병의 돌격이 시작되면 포격이 중지되는 것은 여전히 해결이 필요한 문제다.
-그 시간 간격을 통해 방어자가 다시 태세를 정비해 방어에 나서기 때문이다. 이는 돌격하는 아군의 피해를 더욱 크게 만든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포격의 정밀도를 향상시켜 간격을 줄이는 방법의 궁리가 필요하다.
-또한, 제국군이 장비하는 돌격차의 기동성과 돌파능력을 더욱 강화하는 것도 바람직하다.
-돌격차 집단이 보병에 선행하여 방어선을 돌파하거나 보병을 호위해 방어선을 돌파하면 저 시간 간격 문제를 좀 더 효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본다.
일본군과 명국군 역시 사전 포격의 중요성과 간격 문제를 지적하는 것은 똑같았지만, 대안은 비슷한 듯 달랐다.
-사전 포격으로 붕괴된 방어태세를 복구한 방어자의 주력 화기는 화차가 대부분이다.
여기까지는 명국군과 일본군이 동일했다. 하지만, 이어진 대안은 많이 달랐다.
우선 명국의 경우는.
-화차의 화력과 살상력은 매우 강력하지만, 문제는 지속 시간이다.
-화차의 탄띠를 교체하는 과정에서 상당한 공백이 발생하며 이를 이용해야 한다.
-그렇다면 동원 가능한 최대한의 병력, 다시 말하자면 화차를 비롯한 적의 화력이 감당하기 힘들 정도의 규모로 돌격하는 것이 좋다고 본다.
-물론, 상당한 피해를 감수해야 하나, 전체적으로는 오히려 더욱 적은 손실로 끝낼 수 있다.
그리고, 일본의 경우는.
-화차의 화력과 살상력이 강력한 것은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다. 하지만, 이는 왕성한 감투정신으로 극복할 수 있다.
-죽을 때 죽더라도 적진에 한발이라도 더 가깝게 돌격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적은 기세에서 눌리게 된다.
-화차를 비롯한 화력의 공백기의 활용에 왕성한 감투정신이 더해진다면 적 방어진의 장악과 돌파는 성공한다.
-이는 이번 전투만이 아니라, 지난 합스부르크와 헝가리 전투, 합스부르크와 프랑스의 전투에서도 검증된 것이다.
‘적의 살상력을 초과한 병력을 투입해 목표를 달성한다.’,
‘왕성한 감투정신으로 적의 기세를 제압해 승리한다.’라는 것이 파트노스의 명국군과 일본군 장교들이 내린 결론이었다.
하지만 마르딘으로 향한 명국군과 일본군은 다른 결론을 내리고 있었다.
* * *
파트노스와 달리 마르딘에서는 이란군이 오스만군보다 먼저 장악에 성공했다.
마르딘 주둔 오스만군을 제압한 이란군은 바로 방어 준비에 들어갔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제국군이 두각을 보였다.
“자루에 흙과 모래를 채워 진지를 구축한다! 자루가 없다고? 민가에서 징발해! 아, 영수증 발급 잊지 말고!”
“참호의 벽은 나무로 보강해! 나무가 없으면 모래 자루로 보강해!”
“야! 지금 뭐 하는 거야! 누가 참호를 파라고 했지, 네놈 묫자리 파라고 했냐!”
“내가 몇 번이나 말했어! 여기는 화차를 놓을 자리 저기는 완구를 놓을 자리! 이걸 거꾸로 놓으면 어떡해!”
“이걸 교통호라고 판 거야! 어린아이도 이 길로 지나가면 다 보이겠다! 더 깊이 파! 어떤 놈은 너무 깊이 파서 문제고, 어떤 놈은 또 너무 얕게 파서 문제고!”
달달 볶아대는 제국군의 닦달에 이란군의 방어선은 천을 짜듯이 촘촘하게 짜여졌다. 제국군이 단지 방어선 구축에만 매달린 것은 아니었다. 이란군 지휘관을 닦달해 부지런히 정찰대를 내보냈고, 명국 장교들을 들들 볶아대며 보급을 점검했다.
“누가 보면 자기들이 전쟁하는 줄 알겠네…..”
사방에서 이런 불평들이 튀어나왔지만, 제국군 장교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날뛰었다.
“이건 우리 자존심 문제야!”
‘공격의 성패는 도박이지만, 방어의 성패는 지휘관의 능력이다.’
이것이 제국군 사이에 도는 통념이었다.
실제로도 그동안 제국이 끼어들어 치른 전쟁과 전투에서 방어에 실패한 전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때문에, 마르딘 방어에 제국군은 진심이었다. 마르딘 외곽으로 진출한 정찰대가 가져오는 오스만군 정보를 기반으로 제국군은 더하고 빼고를 반복해가면서 방어선을 강화했다.
그리고, 오스만군이 반나절 거리에 들어설 무렵, 제국군 장교들은 이란군 지휘관들에게 조언했다.
“이제 비구를 띄울 차례요!”
조언을 받아들인 이란군은 바로 비구를 띄웠고, 비구가 보내는 정보에 따라 제국군은 최종조율에 들어갔다. 마침내 전투가 벌어졌을 때, 제국군 장교들이 제일 먼저 없애라고 조언한 것은 오스만의 중포대였다.
제국군에게 단련 받은 이란군 중포대는 빠르게 오스만군 중포대를 격멸시켜 버렸다. 비구가 보낸 정보를 확인한 제국군 장교들은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눈엣가시들을 치웠으니 이제부터는 쉽게 가겠군.”
그리고 전투의 흐름은 제국군의 예상대로 흘러갔다. 중포대를 잃었음에도 물러설 수 없었던 오스만군은 전력을 다해 돌격할 수밖에 없었다. 아직은 살아남은 경야포들의 엄호 속에 오스만군이 돌격하자, 이란군의 중포대는 오스만군 경야포 진지들을 두들겼고, 이란군의 경야포들과 완구들은 돌격하는 오스만군을 두들겼다.
마치 소나기 처럼 쏟아지는 포탄 속에 오스만군은 필사적으로 돌격했다.
“돌겨! 돌겨 억! 이 정도의 포격은 결코 오래 갈 수 없다! 돌격하라!”
오스만군 지휘관들은 피를 토하듯이 고함을 지르며 병사들을 독려했다. 그들의 판단은 나름 합리적 이었다.
-이 정도로 포탄을 쏘아대면 대포들이 견디지 못한다!
-대포의 내구성도 문제지만, 포탄도 한계가 있을 것이다!
그동안 자신들이 겪었던 전쟁과 전투, 그리고, 프랑스 장교들이 가르친 것을 기반으로 내린 것이었다. 문제는 그들의 상대는 제국군에게서 배운 이란군이라는 점이었다.
‘만약 한 사람이 들고 다닐 수 있는 대포가 나오면 모든 병사들이 들고 다니게 할 나라가 제국이다.’
‘총탄보다 포탄.’
‘밥은 모자라도 포탄은 모자라지 않는다.’
이것이 제국군이었다. 거기에 이란군이 보유한 대포 대부분은 제국에서 만든 것들이었다. 내구성에서는 오스만군에게 익숙한 프랑스제 보다 우수한 놈들이었다.
악전고투 끝에 오스만군이 참호선에 가까이 다가오자 기다리고 있던 화차들과 완구들이 일제히 불을 뿜기 시작했다. 살상지대는 물론이고 탄띠의 교체시기까지 꼼꼼하게 따진 배치로 인해 이란군의 십자포화는 지독하리만큼 치명적이었다.
결국, 마르딘을 공격하던 오스만군은 치명적인 손실을 입고 뒤로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이 전투를 관전한 일본군과 명국군 장교들은 이렇게 보고서에 적었다.
-만전을 다한 방어선을 경시한 공격은 필패한다.
-포병의 가치를 경시해서는 안 된다.
-방어자가 대포를 제대로 활용할 줄 안다면 정면공격은 무조건 피해야 한다.
-압도적인 물량 앞에서 왕성한 감투 정신은 무의미하다.
“….물량에는 역시 물량으로 상대해야만 하나? 다른 답은 존재하지 않는 것인가?”
보고서를 작성하던 일본군 장교는 쓴웃음을 지으며 중얼 거렸다. 고국인 일본의 형편을 생각한다면 이런 물량전은 쉽지 않았다.
“….한두 번의 전투는 가능하겠지만, 전쟁 전부는 힘들어… 후우,”
한숨을 내쉰 일본군 장교는 천막을 나와 밖의 풍경을 살폈다.
모든 것이 사라지고 시체만 남은 전장을 정리하는 이란군들을 바라보던 일본군 장교는 몸을 돌렸다. 그가 몸을 돌린 곳에선 이란군 지휘관과 제국군 장교, 명국 장교가 머리를 맞대고 보급을 점검하고 있었다.
“식량보다는 총탄! 총탄보다는 포탄과 화약을 우선해야 하오!”
쩌렁쩌렁 울리는 제국군 장교의 말에 일본군 장교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좌우지간 제국놈들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