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ack Corporation: Joseon RAW novel - Chapter (575)
575화 출전(出戰)! 돌격귀선(突擊龜船) (7)
다음 날, 경상 우수영과 왜국의 선단은 조선의 연합함대와 조우했다.
대대적인 수리가 필요한 전선들을 빼면서 연합함대의 규모는 10척이 줄었지만, 여전히 기세는 등등했다.
크고 당당한 조선의 전선들을 본 왜인들은 자신들이 탄 배들을 살폈다. 그렇게 자신들의 배와 조선의 전선들을 비교하는 왜인들의 반응은 둘로 나뉘었다.
“견명선(遣明船)도 크다고 했는데···.”
“볼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조선의 배는 참 단단해 보여.”
예전에 쓰던 배들보다 덩치를 키운 견명선이었지만, 조선의 전선들에 비해서는 손색이 있었다.
이를 보며 반성하는 왜인들-대부분 오우치 가문 휘하-도 있었지만, 그동안 바깥에 대해 등 돌리고 살아왔던 왜인들의 반응은 정신승리였다.
“저렇게 큰 배가 왜 필요해? 조선과 일본 사이의 바다가 얼마나 좁은데! 거기만 그런가? 명과 조선 사이의 바다도 손바닥만 한데 저건 낭비야! 낭비!”
“저 덩치를 보아하니, 움직임도 둔하겠군! 모름지기 전선이란 빠르고 경쾌해야 해! 그래야, 재빨리 적선에 달라붙어 백병전을 벌일 수 있지!”
“그렇지! 백병전이 최고지! 뭐니 뭐니 해도 이 바다에서는 화선(和船)이 최고야!”
자신들이 탄 화선이 조선과 명, 왜국 사이의 바다에서는 최고라고 주장하는 왜인들의 모습에 오우치 가문 소속의 무사들은 한심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선대 주군께서 우물 안의 개구리들이라고 하셨는데, 정확히 보셨군.’
‘해전의 흐름이 어떻게 흐르는지 알지도 못하고, 알 생각도 없는 것들.’
오우치 무사들의 생각처럼 이미 해전의 양상은 적의 선박에 올라 벌이는 백병전이 아니라 포격전으로 바뀌고 있었다.
하지만, 눈앞에 저 촌뜨기들은 자신들이 뒤떨어졌다는 것을 인정하는 대신, 여전히 백병전이 최고라고 주장하는 것이었다. 이미 고려 말엽 진포해전에서 화포의 위력을 경험했음에도 말이다.
하지만, 그렇게 자신들이 최고라고 박박 우기던 왜인들도 눈앞에 맹진호가 지나가자 입을 다물었다.
“도대체 무슨 배가···.”
“저게 배야, 괴물이야?”
이는 경상 우수사의 배에 타고 있던 노리히로도 마찬가지였다.
“저것이 정말 사람이 만든 배옵니까?”
“당연히 사람의 손으로 만든 것이오.”
“어떻게 저런 거대한 배를···.”
노리히로는 감탄을 연발하고 있었고, 옆에 있던 나이 많은 무사는 공포에 질려 있었다.
‘저런 거선이 멀쩡하게 떠 있다니! 도대체 어떤 재목을 용골에 쓴 것인가!’
* * *
출병하기 직전, 노무사는 모치요에게 밀명을 내렸다.
“쿠로다, 자네가 배에 익숙하니 조선의 전선에 올라 잘 살펴보게.”
“핫!”
그리고, 쿠로다는 자신이 받은 명령을 충실히 따랐다. 한성을 처음 구경하는 촌뜨기 같은 표정을 한 채 도전자급 전선의 여기저기를 구경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속으로는 최선을 다해 분석했다.
‘흐음··· 이런 구조로군··· 그런데 삼나무로 될까?’
화선을 만드는 주요 재료는 삼나무였다. 높고 곧게 자라는 특성을 가지고 있어서 왜국에서는 집을 짓거나 배를 건조할 때 가장 많이 쓰이는 재료였다.
하지만, 삼나무는 상당히 무른 재목이었기에 쿠로다는 상당히 회의적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 쿠로다의 눈앞을 지나가는 맹진호는 그가 알고 있던 모든 관념을 송두리째 날려 버리는 존재였다.
* * *
맹진호를 보면서 경악을 금치 못하던 쿠로다는 옆에서 들려오는 노리히로와 경상 우수사의 대화를 들으며 공황에 빠졌다.
“배가 참으로 단단해 보입니다.”
“참으로 뛰어난 눈썰미를 가졌구려. 저 배는 단순한 배가 아니라 선체는 물론이고 저 지붕까지 철로 둘렀다오.”
“정녕 철이옵니까?”
“그렇소이다. 철, 그것도 질 좋은 강철이오.”
“도대체 어떻게 만드는 것이옵니까?”
노리히로의 물음에 경상 우수사는 어깨를 으쓱했다.
“나야 뱃놈이니 무엇을 알겠소? 단 하나만 말하자면 세자께서 큰일을 하셨다고 하오.”
“아···.”
경상 우수사가 향은 언급하자,노리히로는 그제야 알겠다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향의 소문은 이미 오우치에도 파다하게 퍼진 상황이었다.
경상 우수사의 말처럼 맹진호, 그러니까 돌격귀선의 제작에는 향이 한몫하고 있었다.
하지만, 실제를 들여다보면 이순지를 시작으로 연구소의 조선인 연구원들과 51구역 장인들의 피, 땀, 눈물로 만들어진 물건이었다.
* * *
철마를 시작으로 증기기관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갈 무렵, 향은 이순지를 비롯한 연구원들과 51구역의 선박 관련 장인들을 불러 모았다.
“주변의 어느 나라가 점점 강력한 화포로 무장하고 있으니, 단단한 장갑으로 선체를 감싸고 수군의 선두에 서서 적진을 분쇄할 전선이 필요합니다. 해서 내가 생각해 본 것이 있는데···.”
향의 말에 연구원들과 장인들은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국방의 핵심인 51구역의 장인들이었던 만큼 다른 나라의 무기에 관한 정보도 잘 알고 있었다. 연구소의 연구원들 역시 비슷했기에 향이 말한 것을 바로 이해할 수 있었다.
연구원들과 장인들의 반응을 본 향은 가지고 온 커다란 종이 두루마리를 책상 위에 펼쳤다.
“호오?”
“돌격귀선이라···.”
“선수에 거포를 장착하고, 2중 선체에 철갑을 추가하고, 지붕에도 철갑? 그럼 돛은?”
“증기기관만으로 움직인다라···.”
향의 설계도를 본 장인들과 연구원들은 쑥덕거리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한참 설왕설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순지가 향에게 물었다.
“저하께서 궁리하신 대로 만들면 매우 강력한 전선이 될 것이 확실하옵니다. 하지만, 문제가 하나 있사옵니다. 반드시 기록되어야 할 주요 구성부의 수치들이 하나도 없사옵니다. 이래서는 성공이 가능할지조차 알 수가 없사옵니다.”
“그래서 여러분들을 소집한 것입니다. 이제부터 그 부분에 관해 궁리해 보세요.”
“예?”
21세기부터 이어져 온 향의 전매특허가 튀어나온 것이었다.
‘난 문과야, 그 부분은 이과인 너희들이 해야지.’
* * *
향은 가능성을 궁리해 보라고 했지만, 향은 세자였다. 거기에 이 말도 안 되는 제안서를 내민 향의 이력도 문제였다. 다들 망상이라 여기던 것을 실제로 만들어 낸 이가 향이었다.
결국, 연구원들과 장인들에게는 ‘반드시 성공시켜라.’와 같은 말이었다.
수치 계산에 신난 이순지와 몇몇 괴물들을 뺀 대부분의 개발진들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하기는 해야 하는데···. 문제가 한둘이 아니야.”
가장 큰 문제는 향이 최소 요구 성능이라고 적어놓은 것들이었다.
– 현재 성능을 시험 중인 대구경 화포를 선수에 설치할 것.
– 선체 좌우현에 설치할 화포의 수는 최소 80문.
– 선체를 보호할 강철 장갑판의 두께는 최소 1치 6할(약 5cm).
이렇게 적어놓은 향의 요구 성능을 만족시킴과 동시에 제대로 떠서 움직이는 전선을 만들기 위해 연구원들과 장인들은 미친 듯이 노력해야 했다.
그 극명한 사례가 맹진호의 용골이었다.
선수와 선미 부분을 제외한 중심부 용골의 길이는 25장(약 75m). 길이도 엄청난 것이었지만, 더욱 무서운 사실은 이 용골이 단 하나의 강철 구조물이라는 것이었다.
“선수에 거포를 싣고 선체 좌우에 최소 80문의 화포를 탑재, 거기에 돛도 없이 증기기관만으로 움직이니 엄청난 크기의 증기기관이 들어가야 할 것이고···.”
“거기에 좌우에 설치할 화포 포대는 2층으로만 구성한다는 조건도 있지.”
“그러면 최소 25장은 넘어가야 해. 그렇다면 문제는 용골이지.”
연구원들과 장인들은 이 부분을 해결하기 위해 고심에 고심을 거듭했다.
증기기관을 비롯해 실리는 온갖 장비들의 엄청난 무게 때문에 목재 용골은 아예 처음부터 제외되었다.
“강철로 만들어야 하는데··· 2개나 3개를 접합하는 것은···.”
이순지의 말에 장인들은 모두 고개를 저었다.
문제는 지금 조선이 가진 용접기술로는 절대 불가능한 일이었다. 가장 익숙한 방식인 대갈못(頭釘, 리벳)을 사용해 연결한다 해도 버틸 것이라는 자신이 없었다.
결국은 25장의 길이를 가진 거대한 강철 기둥을 뽑아내는 것만이 답이었다.
거기에 철제 장갑판도 문제였다. 기존의 목재늑골에 접합시키는 것이 불안하다 여긴 개발진들은 아예 철재 늑골과 목재 늑골을 교대로 용골에 붙이는 식으로 설계를 변경했다.
철제 장갑판들은 철제 늑골에 결합하고, 목제 늑골에는 목제 판재들을 부착해 선체의 부력을 더욱 강화하는 방식을 채용한 것이었다.
이 방식을 취하면서 필요해진 것은 적어도 25장 길이를 가진 용골용 강철기둥, 그리고 이 용골에 연결되어 철제 장갑판을 붙들고 버텨야 하는 강철제 늑골들, 그리고 두께 1치 6할에 최소 2장의 길이와 1장의 폭을 가져야 할 강철판들이었다.
그리고 이 숙제를 떠맡은 안주의 제철소에서는 곡소리가 흘러나왔다.
이렇게 관련 부분에서 흘러나오는 곡소리를 배경음으로 삼은 채 계획은 계속 진행되었다.
최대한 가능성이 높은 수치들을 뽑아낸 개발진들은 이를 기반으로 1/10의 모형 선박을 만들어 냈다. 하다못해 철갑을 고정시킬 두정도 1/10로 축소해 실제 들어갈 수량과 똑같은 수만큼 박은 초정밀 모형 선박이었다.
그리고 이 모형선박의 실험결과를 확인한 개발진은 향에게 보고했다.
“원하시는 그대로 만들 수 있사옵니다!”
이렇게 해서 탄생한 것이 돌격귀선 맹진호였다.
결과론적인 이야기지만, 이 무모한 도전을 통해 조선의 기술은 다시 한번 크게 발전하게 되었다.
* * *
왜국의 선단과 조선의 함대가 산동 반도를 향해 움직이고 있을 때, 북경의 선덕제에게 비보(悲報)가 전해졌다.
“패배! 우리 명의 함대가 조선의 함대에게 졌다고! 그것도 궤멸 직전? 사실인가!”
장계를 받아 든 선덕제가 황망하다는 얼굴로 재차 확인하자, 병부상서와 좌우 도독이 바닥에 머리를 박으며 외쳤다.
“폐하! 죽여주시옵소서!”
“도대체 왜 진 것인가! 전선의 수도 우리가 많았다! 그것도 단지 수만 많은 것이 아니라 화포를 탑재한 전선들이 더욱 많았었다! 도대체 왜 진 것인가!”
선덕제의 말에 우도독이 조심스럽게 답했다.
“살아 돌아온 전선의 장졸들이 말하기를, 조선이 흑염룡을 부렸다고 하옵니다.”
“흑염룡? 그 무슨 해괴한 말인가! 그런 해괴한 것을 패전의 핑계라고 대는 것인가!”
선덕제의 일갈에 병부상서가 선덕제의 눈치를 살피며 조심스럽게 설명했다.
“소신들 또한 황망하여 자세히 물어본즉, 조선은 증기기관으로 움직이는 전선을 만든 것으로 추정되옵니다.”
“증기기관?”
병부상서가 증기기관을 언급하자 선덕제는 분노를 삭였다.
‘우리 역시 증기기관을 전선에 얹으려는 시도를 하고 있고, 우리보다 먼저 증기기관을 만든 조선이니 가능하다.’
“후우~. 한발 늦은 것이었군.”
길게 한숨을 내쉬는 것으로 어느 정도 화를 가라앉힌 선덕제는 좀 더 자세하게 상황을 파악했다.
“함대를 지휘하던 오계명은 어찌 되었나?”
“전사하였사옵니다.”
“도망치다가 죽은 것은 아니고?”
“아니옵니다.”
“그렇다면 참으로 아쉬운 이를 잃었군. 함대가 궤멸적인 피해를 입었다 하니 이후가 걱정이다. 대책은 세웠나?”
“군항의 방어를 맡은 요새의 방비를 강화했사옵니다. 또한, 군항 인근에 주둔하는 부대에 경계강화를 명했사옵니다.”
“잘했군. 그럼 중원 전역에 황명을 내려 병사들을 뽑아라! 짐이 알기로 최대 1천만까지 징병이 가능하다 했다. 변동이 있는가?”
선덕제의 물음에 내각수보가 나서서 답했다.
“없사옵니다.”
그동안 수차례 벌어졌던 선덕제의 대숙청 덕분에 명의 행정체계는 매우 튼튼해졌다. 그동안 만연했던 병적과 호적의 부정은 사라진 상태였다.
그렇게 정확하게 기록된 호적에 따르면 명의 인구는 이미 1억을 넘어간 상태였고, 병력 역시 최대 1천만까지는 뽑아낼 수 있었다.
작가의 말.
안녕하십니까?
‘블랙기업조선’을 쓰고 있는 국뽕입니다.
오늘 여러분께 진심으로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자 합니다.
제가 글을 쓰는 과정에서 심각한 오류가 있었습니다.
바로 침엽수 문제입니다.
자료 조사를 제대로 안 했습니다.
그냥 단순히 생각했거든요.
조선 판옥선은 단단하다> 판옥선은 소나무로 만든다.> 소나무는 한반도에서 잘 자란다>일본 세키부네는 약하다> 세키부네는 삼나무로 만든다> 삼나무는 추운 곳에서 자랄 수가 없다> 한반도는 일본보다 추운 곳이다>그렇다면 침엽수가 단단할 것이다.
딱 보시면 아시겠지만, 중간에 몇 군데 에러가 났습니다.
이 부분을 유념해 앞으로 좀 더 충실히 자료를 조사하고, 작품에 적용하겠습니다.
그리고 이 부분을 지적해 주신 에드아인 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독자 여러분께 불편을 드려 죄송합니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국뽕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