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ack Corporation: Joseon RAW novel - Chapter (740)
740화 비수 (10)
현지인들이 간절히 알라를 찾고 있을 때, 제국군 지휘관들은 난감한 표정들을 하고 있었다.
“정리하는 것이 문제로군.”
그들을 난감하게 만드는 것은 눈앞에 넘치는 시체들이었다.
“전투는 한 시진 정도 걸린 것 같은데, 치우는 것은 적어도 이틀은 걸리겠군.”
“그것도 공사장에서 일손을 빌려야 가능한 숫자지.”
눈이 닿는 곳마다 널린 시체를 치울 생각에 암담해하던 지휘관들은 주변에 선 병사들의 표정을 보고는 눈살을 찌푸렸다.
“너희들은 또 왜 그러냐?”
“누가 보면 너희들이 송장인 줄 알겠다.”
“아, 아무 것도 아니… 우웩!”
“송, 송구… 우웩!”
사막에 널린 시체들만큼이나 창백한 얼굴을 하고 있던 제국군 병사들은 대답도 제대로 못 하고 구토를 해대기 시작했다. 한두 명이 토하기 시작하자, 곧이어 주변의 병사들도 평판차 밖으로 고개를 내밀고는 구토를 하기 시작했다.
“우웨엑!”
“우엑!”
노란 위액까지 토하는 병사들의 모습을 보며 지휘관들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거참, 송장 좀 봤다고 토악질을 해대다니, 저렇게 유약해서야….”
젊은 지휘관들의 불평에 뒤에있던 고참 지휘관들이 피식 웃으며 한마디했다.
“너희들도 요동에서 저랬어.”
“개구리가 올챙이 시절 모른다고 하더니….”
고참 지휘고나들의 타박에 젊은 지휘관들은 머쓱한 표정이 되었다.
그렇게 젊은 지휘관들은 타박하던 고참 지휘관들은 병사들의 모습이 이해가 간다는 표정이었다.
“우리가 어렸을 때만 해도 송장을 보는 일이 낯설지 않았는데 말이오. 요즘 친구들에게는 참으로 낯선 일이 되어버린 것 같소이다.”
“동감이오. 상전벽해(桑田碧海)라는 말이 참으로 와닿소이다.”
* * *
고참 지휘관들의 말처럼 제국인들의 일상에서 죽음의 존재감은 많이 옅어진 상황이었다.
여말선초에는 잦은 왜구들의 침입으로 인해 사방에 시체들과 유민들이 넘쳐나는 상황이었다.
세종이 즉위할 때만 하더라도, 잦은 흉년으로 매년 수천 단위로 아사자가 조정에 보고되었다. 거기에 전염병이라도 한번 돌면 많은 백성들이 때죽음을 당하기 일쑤였다.
때문에, 이 시기에 어린 시절을 보낸 이들은 죽음과 시체에 익숙한 이들이었다.
하지만, 경장이 성공하면서 이런 비극적인 일은 자휘를 감추기 시작했다.
수리시설의 확충과 정비, 유민들의 정착 유도, 곡물 수입 등의 정책을 적극적으로 진행하면서 아사자들이 줄어들기 시작했다.
또한, 목욕과 같은 기본적인 위생문화를 전파함과 덩시에 공중보건과 공공의료를 과감하게 지원하면서 전염병의 유행도 서서히 줄어들었다.
이렇게 상황이 나아지면서 당시 조선인들에게 죽음은 서서히 일상에서 멀어지게 되었다.
이는 군인들도 마찬가지였다.
기유 반란과 먼터무의 난과 같은 대규모 유혈사태가 사라지고, 여진족들이 귀부하면서 동북 지역이 안정화되면서 피를 볼 일이 크게 줄어든 것이었다.
물론, 바다에서는 해적들과 드잡이질을 하면서 피와 시체를 보는 일이 많았지만, 이는 일반 백성과 군인들에게는 와닿지 않는 일이었다.
그렇게 서서히 평화에 익숙해지던 군인들은 제1차 조명전쟁을 통해 피와 죽음에 다시 익숙해졌다.
하지만, 조선이 제국으로 바뀌고 10년이 넘게 지난 지금, 젊은 병사들에게 피와 시체는 다시금 낯선 존재가 되어 있었다.
덕분에, 전투의 흥분이 가라앉자 사방에서 토악질을 하는 것이었다.
* * *
“이해는 가지만, 문제는 문제요. 그동안 실전경험이 거의 없었지.”
“실전을 치르기는 했어도 주로 해군이었고 말이오.”
고급 관리들은 심각한 얼굴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10여 년 전, 제1차 조명 전쟁, 특히, 압록강 방어전의 그 아수라장을 겪었던 초급 간부들은 지금 중급간부다 되어 있었다. 그런 그들을 보좌하면서 제국군의 내일을 맡아야 할 초급 간부들과 병사들은 지금 저렇게 구토를 하면서 상급자들의 놀림거리가 되고 있었고.
“역시 실전 경험만이 답인데… 그렇다고 벌이지 않아도 될 전투를 벌일 수도 없고….”
“동감이오.”
실전 경험의 중요성을 통감하지만, 이를 해결할 방법이 없다는 것에 골치가 아파진 고급 지휘관들이었다.
잠시 고민하던 고급 지휘관들의 선택을 ‘떠넘기기’였다.
“서울로 보고서를 보냅시다. 서울에서 답을 찾겠지.”
“그럽시다. 지금 급한 일은 이 난장판을 정리하는 것이오.”
* * *
어쨌든, 전투가 끝나자마자 제국군은 인부들까지 동원해 전장 정리에 들어갔다.
우선 제국군 병사들이 죽은 맘루크 기병들의 몸을 뒤져 문서라던가 돈이 될만한 물건들, 그리고 총과 화약을 챙겼다.
기병들의 몸만 뒤진 것이 아니었다. 맘루크 기병들을 태웠던 말에 올려진 말안장은 금과 은으로 만든 온갖 장식들이 달려 있었고, 병사들은 이 안장들까지 빠짐없이 챙겨 한쪽에 모았다.
그렇게 필요한 것들을 챙긴 군인들이 빠지면 인부들이 다음을 맡았다.
“얄라! 얄라!(빨리! 빨리!)”
공사를 담당하는 제국인들의 독촉을 받으며 인부들은 땅에 널린 사람과 말의 시체들을 들어 수레에 실었다.
“이러! 이러!”
“히히힝!”
“음머~.”
소와 말, 나귀가 끄는 수레들은 공사현장에서 한참 떨어진 곳으로 향했다.
“철로 옆에 파묻자고? 귀신 나놀라….”
왠지 께름칙함을 느꼈던 공사 담당자들이 아예 멀찍이 떨어진 곳을 매장지로 선택한 곳이었다.
그렇게 수레들이 향한 곳에는 이미 제국의 굴착기들이 크고 깊은 구덩이들을 파 놓았다.
수레들이 도착하면 구덩이들 앞에 대기하고 있던 인부들이 수레에서 시체들을 내려 구덩이에 집어 던졌다.
* * *
공사에 투입되었던 인부들을 동원했음에도 전장 정리는 이틀이나 소모되었다.
이틀이나 시간이 걸린 이유는 시체들을 뒤지는 데 시간이 많이 소모되었고, 비격진천회에 당해 조각난 시체들을 수습하는 과정에도 시간이 많이 소모되었기 때문이었다.
덕분에 밤에는 사방에 모닥불을 피워놓고 경계를 서며 짐승들이 다가오는 것을 막아야 했다.
굴착기가 흙을 퍼 구덩이를 덮는 것을 마지막으로 정리가 끝나자, 제국군과 인부들은 다시 철마에 올랐다.
“돌아가자!”
* * *
수데즈에 도착한 제국군들은 바쁘게 움직였다.
전투를 겪은 화기들을 내려 요새 안으로 옮기고, 부상병들과 전사자들도 안으로 옮겼다.
한편, 근처에서 동맹군 지휘관들이 그 광경을 바라보고 있었다.
“생각보다 피해가 적소.”
“아마도 습격한 도적들의 규모가 작았나 보오.”
예상보다 적은 제국군의 피해에 소규모 전투라고 예상했던 동맹군 지휘관들은 다른 화차에서 내려지는 엄청난 양의 전리품에 눈이 있는 대로 커졌다.
“도대체 얼마나 많은 거지?”
끊임없이 내려지는 말안장과 화려한 장식의 곡도, 그리고 화승총들을 바라보던 지휘관들은 곧 같은 결론을 내렸다.
“적어도 1천 이상….”
“1천이 넘는 기병이 단 300에게 당했다고? 그것도 확 트인 개활지에서?”
자신들이 가진 상식을 벗어난 결과에 경악하던 동맹군 지휘관들은 곧 같은 생각을 떠올렸다.
‘설마? 그 병식 화차?’
* * *
그날 밤, 인부로 위장해 투입되었던 병사들이 돌아왔다.
“수고했다. 그래, 제국군의 전력은 확인했나?”
“예.”
“아군과 비교해 어떠한가?”
동맹군 지휘관들의 물음에 병사들은 한목소리로 대답했다.
“제국군은 절대로 적으로 돌려서는 안 됩니다.”
“제대로 방어 준비를 끝낸 제국군을 상대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10배, 아니, 20배의 병력을 투입해야 합니다.”
병사들의 대답에 동맹군 지휘관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우리도 써봤기에 제국군의 무기가 강력하다는 것은 알고 있어. 그런데 20배의 병력이라고? 제대로 확인한 것인가?”
“두 눈으로 똑똑히 봤습니다! 제국군은 단 300으로 2000에 가까운 적을 전멸시켰습니다!”
병사들은 자신들이 몰래 본 것을 동맹군 지휘관들에게 남김없이 이야기했다.
“…지금까지 말씀드린 것이 모두 사실이라고 신의 이름을 걸고 맹세할 수 있습니다.”
기독교도는 물론이고 이슬람교도인 오스만 군 병사까지 맹세하자, 동맹군 지휘관들의 얼굴이 새까맣게 변했다.
-덩치는 을식화차와 비교해 1/5밖에 안 되지만 더 빠른 발사속도.
-적어도 다섯은 달라붙어야 하는 을식 화차와 달리 둘만 있어도 충분한 운영 방식.
이런 이점에 제국군은 물량을 더했다.
방어용 모래포대를 두껍게 쌓은 평판차에 을식 화차를 실으면 1량마다 많아야 좌우로 3문씩 6문이 최대였다.
화차 자체의 덩치, 운용 인원의 규모, 그리고 탄통의 저장공간 때문이었다.
이런 배치라면 전투가 벌어졌을 때, 동원 가능한 화차의 수는 3문이었다.
하지만, 제국군은 평판차 중앙에 한 단 높게 진지를 구축하고 거기에 8문의 병식 화차를 배치했다.
중앙에 한 단 높은 공간에 자리했기 때문에, 적들이 좌우 어느 곳에서 오더라도 8문을 모두 사용할 수 있게 배치한 것이었다.
결국, 선두, 중간, 최후미에 8문식 총 24문의 병식 화차들이 맘루크 기병들에게 십자포화를 퍼부은 것이었다.
문제는 병식 화차만이 아니었다.
제국군이 사용하는 병식 장총도 무서운 무기였다.
수에즈 전쟁 후기에 도입해 사용한 제국제 을식 장총도 압도적인 화력을 제공했었다.
맘루크와 에스파냐의 총병들이 서서 재장전을 하는 동안, 동맹군들은 바닥에 엎드리거나 무릎을 꿇고 앉아 재장전 할 수 있었다.
발사속도 역시 마찬가지였다. 후장식 단발총인 을식 장총은 맘루크와 에스파냐 군이 사용하는 전장식 화승총과 수석총에 비해 압도적인 발사속도를 보장했다.
때문에, 전쟁이 끝난 지금 동맹국들은 을식 장총의 복제시도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었다.
그런데 제국은 을식 장총을 압도하는 병식 장총을 선보인 것이었다.
-한 번에 5발을 장전해 사용하는 장총.
병사들의 보고에 따르면 을식 장총에 비교해 일장일단이 있었다.
장점은 빠른 발사속도였고, 단점은 크게 늘어난 총탄 소모량이었다.
“장총만 그런 것은 아니지….”
병식 장총과 병식 화차는 을식과 비교해 압도적인 발사속도를 자랑하고 있었다.
이를 바꿔 말하자면 을식과 비교해 총탄 소모량도 크게 늘었다는 소리였다.
거기까지 생각한 동맹군 지휘관들은 모두 같은 의문을 가졌다.
‘만약 들여올 수 있다고 해도 나의 조국이 보급을 감당할 수 있을까?’
거기까지 생각하던 동맹군 지휘관들은 등골이 서늘해졌다.
‘제국은 가능하다는 거잖아?’
결국, 프랑스군 지휘관은 자기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이런 미친 제국놈들….”
프랑스군 지휘관의 말에 이어 피렌체군 지휘관이 말을 받았다.
“제국과 붙으면 전쟁으로 지는 것보다 파산해서 망하는 것이 빠르겠군.”
암담한 현실을 마주했지만, 동맹군 지휘관들은 사신들에게 병사들의 보고를 전달함과 동시에 도입하는 것이 좋다는 의견까지 같이 전달했다.
그리고 지휘관들의 이야기를 들은 사신들도 표정이 안 좋아졌다.
“있어도 문제, 없어도 문제라는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