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ack haired oil tycoon RAW novel - Chapter 44
044 전구 사업(2)
1851년 9월에 창간된 유서 깊은 어떤 신문사의 첫 이름은 뉴욕 데일리 타임스였다.
얼마 지나 그 이름은 뉴욕 타임스가 된다.
태선은 뉴욕에 온 이후 정세 파악을 위해서 뉴욕 타임스를 꾸준히 읽어온 터였다.
“자, 태선. 오늘도 기다리던 뉴욕 타임스가 왔어요.”
그렇기에 샬롯은 어김없이 오늘도 사무실에 뉴욕 타임스를 가져다줬다.
“오! 안 그래도 기다렸는데 고마워요, 샬롯.”
다만 오늘은 그 의미가 더 특별했다.
〈 뉴저지주 멘로 파크에서 전구 십여 개가 40시간 넘게 환하게 빛나다! 〉
왜냐하면···멘로 파크에서 한 전구 쇼? 그래, 솔직히 그건 쇼라고 봐도 무방하겠지.
아무튼 그게 기사 나오기로 되어있어서였다.
〈 ···이번 공개 실험을 통해 태선 킴과 조셉 윌슨 스완 씨가 개발한 전구는 그 실용성을 증명하였다. 〉
기사는 전구에 호의적인 반응이었다.
하기야 달리 사고도 없었고 당연한 일이었다.
〈 이미 고든 뉴욕중앙우체국장과 협의도 끝나 가까운 시일 내에 뉴욕중앙우체국에 전구가 설치될 예정으로······. 〉
거기에 태선이 미리 정보를 흘리고 기사화해달라고 언급한 덕분에.
바로 실전 적용 예정이라는 내용도 기사에 같이 언급됐다.
‘예나 지금이나 관공서에서 쓴다고 하면 혁신은 몰라도 안정성은 보장되는 거니까.’
〈 ···사업가 태선 킴 씨는 영국에서 온 조셉 스완 씨와 동업하여 스완 제너럴 일렉트릭을 설립하였으며 이후 미국 전역에 전구 조명을 보급한다는 포부를 본지에 밝혔다. 〉
또한 기사 말미에는 회사도 언급됐다.
“···스완 제너럴 일렉트릭이라.”
태선이 중얼거리자 커피를 따라주며 샬롯이 넌지시 물었다.
“아쉽지는 않으세요? 원래는 태선이 이름도 회사명에 같이 들어갔어야 하잖아요.”
“그러면 킴 앤 스완 제너럴 일렉트릭이겠네요. 그러면 너무 길지 않아요?”
“에이, 그게 뭐가 길어요.”
푸어 법률사무실에 있을 적 숱하게 많은 회사 이름을 봤고 얼마나 긴 것이 있는지 샬롯이 설명해줬다.
태선은 그녀의 말을 들으며 그저 옅게 미소만 띠었다.
‘뭐 솔직히 이름 길다는 건 핑계였지.’
태선은 자기 성과 이름은 석유회사 외에는 가급적이면 넣지 않을 생각이었다.
지금은 없지만 원래 역사에 따르면 1890년대에 셔먼법이 제정된다.
공격적 인수합병, 시장 독점 강화 행위, 관련 업계 담합, 카르텔, 트러스트 등을 처벌하기 만들어진 법이었다.
‘지금이야 그게 없지. 하지만 내가 이 시대에 있게 되면서 역사의 진행이 빨라졌으니 셔먼법이나 반독점 움직임 같은 게 더 빨라질 가능성이 높아.’
참외밭에서는 신발끈도 묶지 말라고 했다.
괜히 회사에 자신의 성이나 이름을 붙였다가 구설수에 휘말리느니 애초에 이름부터 관련 없어 보이도록 하려는 뜻이었다.
‘겸사겸사 조셉의 성씨를 넣어주면서 인심도 챙기고.’
“벌써 와있었군. 역시 태선 자네는 부지런하구먼.”
그때 조셉이 활짝 웃으며 사무실에 들어오더니 한창 태선과 샬롯이 대화를 나누고 있던 걸 보고는 물었다.
“무슨 이야기를 그리 즐겁게 하고 있었나? 오, 그거 뉴욕 타임스로구먼.”
“예, 우리 기사가 났습니다. 회사 언급도 있어서 그 이야기 하고 있었습니다. 보실래요?”
“물론이지! 안 그래도 우리 기사 나기로 했다기에 꼭 보고 싶었거든.”
기사를 보는 내내 조셉의 얼굴에서는 덥수룩한 수염으로도 미소가 가려지지 않았다.
“허허, 좋구먼. 스완 제너럴 일렉트릭이라.”
그러다 태선의 눈치를 보다 조심스레 물었다.
“회사에 정말로 자네 이름은 넣지 않으려는 건가?”
“예, 회사 이름에 저 성이나 이름 넣는 게 뭐가 그렇게 중요하겠습니까.”
“그렇기야 해도···떡하니 스완이라고 붙으니 내가 다 한 듯 보여서 민망하군.”
“우리 전구의 기본적인 틀은 조셉이 발명한 데서 따온 거니 민망해하지 않아도 됩니다.”
태선이 사람 좋게 웃으며 말하자 조셉 스완은 오히려 더 미안해했다.
“내 기술도 솔직히 이전에 발명된 전구에서 개량한 거잖나. 그에 비해 자네는 전구 시스템 자체를 완성했지.”
다만 내색은 안 해도 태선은 말을 들으며 자기가 더 민망했다.
‘···그거 사실 제가 아니라 에디슨이라는 사업가가 구상한 거라서요.’
“거기다 자네가 하는 위탁판매였던가? 그 사무실을 빌려서 회사를 차렸고 말이지.”
‘아, 사무실이야 뭐 원래 내 것이 맞으니 내 공은 맞죠.’
그렇지만 사무실도 위탁판매 업체 세우며 빌리기만 했지 안 쓰고 있었다.
쓰더라도 로건 의류회사 관련으로 쓰는 정도일까.
“제너럴 일렉트릭도 자네가 지었지.”
‘회사 이름은···그것도 원래 에디슨이 지은 거였죠.’
“저도 태선이 제너럴 일렉트릭이라고 짓고 나서 뜻을 해석해줬을 때는 감탄했어요.”
태선의 속을 알 리 없으니 샬롯까지 이제 거들고 나섰다.
“통상적인 규격이 없는 이 시대에 일반적인(general) 전구 규격이 되어 시대를 밝히겠다니 대단하지 않아요?”
“이를 말이겠나. 나도 정말 감탄했다네.”
“태선, 커피 더 드릴까요?”
“네.”
“샬롯 양, 나도 좀 주게나. 그런데 태선 자네 커피를 정말로 좋아하는군.”
태선은 그저 커피만 마시며 미소로 일관했다.
‘···너무 추켜세워주니 이거 에디슨한테 괜히 미안해지잖아.’
GE, 에디슨이 세운 제너럴 일렉트릭 회사의 약칭.
에디슨이 제너럴이라 이름 붙인 건 태선이 말한 것처럼 거창한 게 아니었다.
에디슨은 전구 개발에 성공했으니 그 과정에 빚이 워낙 많이 쌓여서 사업을 시작하기도 전에 끝장날 판이었다.
그러던 차에 한 장군이 투자해줘서 차릴 수 있었고, 그것을 기려 회사 이름에 제너럴이라고 붙인 것이었다.
‘시대의 규범이 된다는 건 해석은 록펠러의 스탠다드 오일을 적당히 붙인 거였지.’
뭐 나중이야 어쨌건 의미는 좋지 않은가.
명확한 표준이 없는 시대에 최초의 척도를 제시한다는 것이 말이다.
그리고 그것이 태선이 미래 지식을 빌려서 큰돈을 벌고 편하게 사는 대신.
자신이 이 시대에 돌려줄 수 있는 보은이라고 생각했다.
‘표준이 확립되면 문물은 더 빠르게 발전하고 그만큼 일반 민중들도 점점 더 풍족한 삶을 누리게 되니까.’
“새삼 느끼지만 그때 태선이 스카우트했을 때 응해서 정말 다행인 거 같아요.”
“나도 동감일세. 제너릴 일렉트릭의 뜻을 들었을 때 나는 생각했지. 이 사람이야말로 진정 명예를 안다고 말이야!”
다만 다 좋은데 둘이 주거니 받거니 칭찬 릴레이를 이어가니 감당이 안 된다.
칭찬은 고래조차도 춤추게 한다는데.
‘그게 사실은 너무 창피해서 끝내려고 막춤이라도 춘 게 아닐까.’
끝도 없이 이어지는 칭찬을 끝내고자 태선은 서둘러 샬롯을 불렀다.
“그 이야기는 관두고 오늘 일정이나 논의하죠. 애초에 그거 때문에 모였잖아요. 샬롯, 첫 일정은 뭐죠?”
역시 프로페셔널답게 샬롯은 일정을 묻자마자 자료를 챙겨들고는 답을 내놨다.
“첫 일정은 오전 중으로 뉴욕중앙우체국에 가봐야 해요.”
“우체국에 전구 설치를 위한 견적을 보는 거였었죠?”
“네, 발전기나 변압기도 둬야 하고 전선도 깔아야 하니 설계도뿐만 아니라 실제 건물도 봐야 한댔잖아요.”
태선은 고개를 끄덕이며 조셉에게 시선을 옮겼다.
“그건 스완 씨에게 맡겨도 괜찮겠죠? 조수로 아마 조지가 오기로 했던가요.”
“그래, 녀석이 오기로 했지. 슬슬 오겠구만. 헌데······.”
역시 비즈니스 이야기로 들어가니 분위기가 진지하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조셉이 조심스레 덧붙였다.
“견적이야 조지와 나 둘이 보더라도 공사에 들어가면 인부가 있어야 해.”
그리고 조셉의 지적에 납득한다는 듯 태선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 겁니다. 더구나 앞으로는 더 많은 기관에 전구를 설치할 테니.”
아니, 이미 고든 국장의 적극적인 소개로 뉴욕과 주저지주 소재의 관공서 몇 군데의 거래도 따놨다.
입소문이 나면 점점 더 전구 조명 설치 주문이 늘 터.
전구를 발명하고 시스템을 만들고 계약까지 따내더라도 지금 인력을 확보 못 해두면? 밥 다 차렸는데, 숟가락 없어서 못 먹는 꼴이다.
“신문사에 인력 모집 광고를 내야 하겠군요. 샬롯, 오후 스케줄은 뭐죠?”
“고든 국장님 소개로 전구 설치를 고민하는 분들과 미팅 두 건이 잡혀있어요.”
“미팅 두 건··· 뉴욕 근처면 시간 여유는 좀 있네요. 그럼 오후에 제가 신문사 들러 인력 모집 광고를 맡겨두죠.”
이후 태선은 인력은 일단 얼마나 모집할지, 조건은 어떻게 잡을지, 보수는 얼마나 줄지를 논의했다.
그러다 슬슬 오전 일정 뉴욕우체국으로 갈 시간이 됐을 쯤 누군가 문을 노크했다.
“조지인가?”
자신을 도울 조수가 왔나 싶어서 스완이 반겼으나 샬롯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조지는 손님도 아니고 노크 없이 들어왔을 텐데요. 제가 나가볼······.”
“아뇨, 제가 가보겠습니다.”
샬롯 대신 태선이 먼저 일어나서 문으로 향했다.
워낙 벌인 일이 많고, 벌인 만큼 논의하느라 잠시 잊고 있었지만 노크 소리를 듣자 막 떠오른 것이 있었다.
‘왠지 그 녀석 같은데.’
사업은 혼자 할 수 없다. 하물며 스케일이 크면 말할 것도 없고 말이다.
더욱이 그 사업이 시대를 선도하는 분야에서 새로운 기술이 개발되어야 하면 더욱!
그런 의미에서 역사가 보장해주는 SSR급 인재 스카우트는 태선에게 중요했다.
그렇기에 사무실 주소를 일러주면서 일하고 싶은 생각 있으면 찾아오라고 일렀다.
“···안녕하세요, 킴 사장님. 다행히 제가 제대로 찾아왔네요.”
‘맞군, 토마스 에디슨.’
혹시나 싶어 그날 헤어지며 녀석이 사는 곳과 직정도 일단 알아내기는 했다.
다만 공밀레를 시키기 위해 직접 찾아가서 잡아올 필요까지 없을 듯했다.
전생에 발명왕 특집 다큐멘터리를 만들며 질리도록 봤던 흑백사진의 얼굴.
그 젊은 버전이 다시 자신의 눈앞에 있으니 말이다.
“저번에 주소 알려주면서 킴 사장님 밑에서 일하고 싶으면 찾아오라고 하셨잖아요.”
“그랬었지. 그럴 결심이 섰나 보구나.”
“네! 솔직히 그날 전구를 보자마자 가슴에 뭔가가 꽂히는 느낌을 받았거든요.”
‘가슴에 뭔가 팍 꽂히는···스틸하고 싶은 본능 말이니? 훗, 아쉽지만 여기서는 불가능하단다.’
태선이 피식 웃는 사이 에디슨은 자기 딴에 굳은 결심으로 준비했는지 목을 가다듬더니 당차게 말했다.
“킴 사장님 밑에서 일하고 싶습니다! 허락해주십쇼.”
다만 태선이 답을 주기 전에 다른 목소리가 끼어들었다.
“안녕하세요, 저 왔습니다.”
“조지 왔구나.”
인사하며 에디슨 쪽을 보는 건 조지 웨스팅하우스였다. 앞서 전구 공개하는 날 한 번 봤기에 조지는 바로 알아봤다.
“어, 이 녀석 그 녀석이네요? 태선 사장님께서 일할 생각이 있으면 오라고 했던?”
“그래, 맞다. 그리고 일할 생각이 있다면서 마침 사무실에 찾아왔구나.”
태선의 말에···아니, 그 전에 에디슨을 알아본 순간부터 이미 조지의 두 눈이 빛났다.
“후후, 그럼 조수가 하나 더 늘어나는 거군요. 물론 제가 선임이겠고요.”
하기야 그런 거라면 두 눈을 빛내며 입가에 짙은 미소가 드리울만도 하기야 했다.
“그래, 그렇게 되겠구나. 잘 가르쳐주도록 해라. 잘못하면 엄하게 혼내기도 하고.”
“넵! 그야 제 전공이죠!”
조지 웨스팅하우스가 씨익 에디슨에게 미소를 지어보이고는 사무실로 먼저 들어갔다.
‘이거 조지 웨스팅하우스와 토마스 에디슨의 첫 만남이라.’
세기적인 라이벌의 만남이 이렇게 성사되다니.
에디슨의 앞에서 태선은 입 꼬리가 위로 올라가는 걸 겨우 참았다.
미래야 어찌 되었든 지금 당장으로서는 공돌이로 굴릴 쌍두마차를 얻은 게 아닌가.
‘니콜라 테슬라도 얻으면 삼관왕이겠지만······.’
그건 무리일 것이다.
‘니콜라 테슬라는 지금 일곱 살일 테니까. 게다가 미국이 아니라 크로아티아 출신이니 거기 살고 있겠지.’
하지만 굳이 아직 니콜라 테슬라가 없더라도 에디슨과 웨스팅하우스만으로도 충분하다.
자신이 구현하려는 기계의 구현에 있어서는 이제 큰 시름을 놓았다.
특히 그 기계에 있어서도 석유산업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될 그것에 관해서.
‘저 녀석 조지는 원래의 역사에서 철도의 공기 제동장치를 개발했고 성형엔진도 만들었어.’
앞으로 잘 지원해주면 훨씬 빨리 완성할 것이다.
물론 그 엔진은 원시적인 버전이지만 가운데 축 중심으로 실린더가 돌아간다는 기본적인 원리는 같다.
그러니 실린더의 배치나 크랭크축의 역학 같은 부분에서 조언해주면 조지는 틀림없이 그것을 만들 수 있을 터였다.
‘······내연기관, 즉 엔진을.’
거기에 자신은 석유 산업을 하고 있는데 엔진이 있다면 뭘 만들겠는가.
당연히 자동차를 만들어야지.
‘게다가 에디슨도 말년에 자동차를 만들려고 했거든.’
혹시 에디슨이 런하거나 배신각을 재기 전에 그걸 빼놓을 생각이었다.
그러니 태선이 맞는 길을 잡아주고 에디슨과 웨스팅하우스 둘이 협력만 잘 하면?
무조건 될 일이었다. 시간 문제일 뿐 보다 이른 시기 자동차 개발을 말이다.
그런 생각을 하며 태선은 눈앞에 있는 에디슨의 어깨에 척 손을 얹고는 안으로 데려갔다.
“자, 그럼 들어오거라. 마침 오늘은 전구 관련으로 갈 데가 있었는데 같이 가자꾸나.”
“오, 정말이요! 벌써부터 기대되네요.”
다만 그래도 당장은 전구 사업에 먼저 이 두 녀석을 투입할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