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ack haired oil tycoon RAW novel - Chapter 45
045 전구 사업(3)
뉴욕우체국장 고든은 오늘 발간된 뉴욕 타임스를 오전 내내 손에서 놓지 않았다.
그의 눈을 사로잡은 건 다름 아닌 멘로 파크의 전구 실험을 다룬 기사였다.
“후후, 이 전구가 이제 우리 우체국에 설치된다는 거구만.”
사실 고든 국장도 그날 멘로 파크에 있었다.
“거리의 가스등보다 더 밝았단 말이지. 빛의 밝기도 안정적이고 오래 가기도 하고.”
그 전구를 달아 밤에도 불을 밝힌다면 업무 효율도 확실히 높아질 터였다.
다만 고든이 전구 설치에 이렇게까지 적극적이었던 게 그 이유만은 아니었다.
솔직히 그에게 본심은 따로 있었다.
왜냐하면 뉴욕우체국장까지 올라왔지만 여기서 자신의 커리어를 멈출 생각은 없었기에.
“이제부터 사람들은 우편물 받을 때마다 우체국의 빛을 생각하게 되겠군. 그리고 내 이름도 떠올릴지 모르겠어.”
즉 그건 자신의 출세를 뒷받침해줄 치적이 되리라.
물론 이건 자신에게만 좋은 일은 아니었다.
사람들은 더 좋은 우편 서비스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태선이나 스완도 관공서로부터 계약을 따냈으니 나쁠 것은 없을 터.
그는 윈윈이라고 생각했다.
“국장님, 스완 제너럴 일렉트릭에서 손님 오셨어요.”
그때 직원 하나가 사무실에 들어와 보고했다.
“오, 어서 오시라고 하게.”
고든은 급히 옷매무새를 가다듬으며 일어섰다.
이내 태선과 샬롯 그리고 조셉에 사무실에 들어왔다.
뒤이어 조수로 보이는 둘도 따라왔다.
고든 국장은 반갑게 그들을 맞이했다.
“어서 오시지요, 태선 그리고 스완 씨.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뉴욕 타임스에 벌써 기사가 났더군요, 허허!”
“예, 저도 봤습니다. 우체국 계약도 같이 기사로 떴더군요.”
덕담을 주거니 받거니 하며 태선 일행이 소파에 앉자 곧 직원이 차를 내왔다.
“크흠, 제가 두 분을 딱히 독촉하려는 건 아닙니다만 전구 설치는 늦더라도 이달 내로 들어간다고 하셨지요?”
알고 있는 사실이나, 다시 한 번 되새기고 싶었는지 새삼 물어보는 고든 우체국장.
“예, 물론입니다. 인력만 구해지면 바로 시작할 겁니다.”
이를 말이겠냐는 듯 태선이 원하는 대답을 해주자 고든의 표정이 한층 더 밝아졌다.
“그렇군요. 그 인력은 언제쯤 구해질까요.”
“나가는 대로 신문사에 구인 광고를 낼 겁니다. 인근 주의 신문사에도 낼 예정이니 오래는 안 걸릴 겁니다.”
“역시 킴 씨가 일처리가 시원시원하십니다, 하하핫! 내 도울 일이 있으면 뭐든 말해주십쇼. 최대한 돕겠습니다.”
“전구 설치를 권유해주신 것만으로도 제게는 충분합니다. 앞으로도 그런 방면으로 많이 도와주시지요.”
“하하핫, 예! 알겠습니다.”
은근히 앞으로도 계속 권유해달라는 여지를 남기며 태선은 시선을 스완 쪽으로 옮겼다.
“아, 이쪽은 스완이라고 합니다. 오늘 전구 설치 견적을 볼 건데, 좀 도와주시지요.”
“멘로 파크에서도 뵀지요. 견적뿐 아니라 공사에 들어가면 우체국에 직접 드나들며 제가 진행하게 될 겁니다.”
“오, 그러시군요. 새삼 잘 부탁드립니다, 스완 씨.”
새삼스레 둘은 소파 위로 상체를 기울여 악수를 나누었다.
기실 이 두 사람은 오늘로 두 번째 만남이었다.
솔직히 저러는 것이 조금 어색하지만 비즈니스가 그렇지 않겠는가.
“그리고 이쪽은 조수인 조지 웨스팅하우스와 토마스 에디슨이라고 합니다. 스완 씨의 작업을 도와줄 겁니다.”
그리고 겸사겸사 아랫사람도 챙겨주면 더 좋고.
“조지, 에디슨. 너희도 멘로파크에서 고든 국장님을 뵀지. 인사드리거라.”
“안녕하십니까, 국장님. 조지 웨스팅하우스입니다.”
“저는 토마스 에디······.”
“그럼 고든 씨, 뭔가 이 두 녀석에게 격려라도 해주시지요.”
다만 에디슨이 자기 소개를 하려다 태선의 말이 끼어들여 말허리가 잘리자 흠칫했다. 그냥 기분 탓이란다.
“하하, 그래 자네들도 모쪼록 잘 부탁하네.”
“걱정 마십쇼. 스완 씨도 대단하시지만 이 둘의 재능도 특별합니다. 제가 괜히 직접 고른 아이들이 아니거든요.”
“오, 태선이 그렇게까지 보장하면 당연히 그렇겠지요.”
이후 뉴욕중앙우체국 도면을 가운데 놓고, 발전기와 전압기를 둘 장소라거나 전선의 경로라거나 전구 위를 어디로 놓을 것인지 논의를 진행했다.
“저기, 태선 씨. 슬슬 다음 스케줄을 하셔야 해요.”
샬롯이 넌지시 귀띔해주자 그제야 태선은 허리띠에 단 회중시계를 열어봤다.
‘벌써 이렇게 됐네.’
사업 이야기에 몰입했더니 이렇게나 됐는지 모르고 있었다.
“그럼 고든 국장님, 실례지만 저는 이만 먼저 일어나겠습니다.”
“어, 벌써 가십니까? 점심시간이 다 됐는데 같이 식사라도 하고 가시면 좋을 텐데.”
태선이 외투를 걸치고 나갈 채비를 하자 고든 국장은 아쉬워하며 몸소 일어났다.
“저도 그러고 싶지만 아까도 말씀드렸듯 오늘 남은 일정이 빡빡해서요.”
“하긴 아까 제가 소개해준 사람들과 전구 계약 관련 미팅을 한다고 그랬지요.”
“것도 그렇고 신문사 구인 광고도 내고요.”
“오, 그러셨지요. 하하, 그럼 어서 가보셔야 하겠습니다.”
구인 광고 이야기를 꺼내자 고든 국장은 우체국 밖까지 배웅이라도 해줄 기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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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를 타고 가면서 태선은 샬롯과 함께 오후 일정을 다시 점검했다.
“···우선 들를 곳은 뉴욕항의 관세청이고요, 다음으로 월가의 증권거래소로 가셔야 해요.”
전구 설치 관련 미팅은 어딜 들러야 한다거나.
“신문사는 맨해튼 트리뷴이 유명하니 거기는 무조건 내고, 워싱턴은······.”
이후 신문사는 어디어디를 들러야 한다거나 하는 이야기들.
“그런데 이제 시작했는데 사업을 이렇게 빠르게 확장해도 괜찮으려나요?”
뿐만 아니라 앞으로 사업 계획에 대해서도 의논했다.
“뭐 그만큼 가성비가 좋은 장소로 잘 골라야죠. 우리는 전구 사업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사람들에게 홍보하는 거잖아요.”
“···전구의 시대가 왔고 이제 등유는 예전만 못하다, 그거 말씀이시죠?”
“네, 그런 의미에서 멘로 파크에서 전구 실험도 장소를 옮겨 계속하면서 신문에 광고도 내면 좋을 듯 해요.”
“흠, 사실상 쇼네요. 제 생각에도 홍보가 목적이면 좋은······.”
“···아!”
그러다 문득 태선은 뭔가 떠올랐는지 탄성을 토했다.
때때로 갑자기 훌륭한 아이디어를 꺼내놓는 사람.
이제는 익숙해졌는지 샬롯이 물었다.
“괜찮은 아이디어라도 떠오르셨나봐요?”
태선은 씨익 웃으며 고개를 가볍게 끄덕였다.
“거창한 건 아니고요, 전구를 기차나 역, 배에도 설치하면 괜찮을 것 같아서요.”
“역이나 배···어?! 생각해보니 그거 괜찮네요.”
잠시 생각해보더니 샬롯은 정말로 그렇다는 듯 호응했다.
“선내는 밤만 되면 사방이 캄캄한데 말인즉 이 세상 다른 어디보다 밤에 불빛이 필요한 장소잖아요!”
애초에 에디슨이 최초로 상업적으로 전구를 설치한 곳도 컬럼비아호였다.
태선의 의견을 듣자 샬롯의 머리도 빠르게 돌아간다.
“그런데 철도나 역은···음, 밴더빌트 씨와 다시 협상을 해야 하는데 그 사람이 과연 전구를 어떻게 볼지 관건이네요. 윤활유만큼 자기한테 이득이 된다고 판단해줄지.”
마침 샬롯은 철도나 역에 대해서는 우려를 표했지만.
가지에 가지 치며 떠오르는 아이디에는 그에 딱 카운터로 써먹을 것도 있었다.
“괜찮습니다. 그쪽은 체이스 장관님이나 스탠튼 장관님 끼고 진행할 거예요.”
“예? 재무부에 전쟁부까지 낀다면··· 이걸 전쟁까지 연관시키려고요?”
“인력이든 물자든 전선까지 실어나르는 건 기차잖아요. 그 때문에 일부 노선은 연방정부가 무리를 해서라도 국유화하기도 했고요.”
“어······아?! 밤에도 밝으면 전선으로 물자를 더 잘 실어나를 수가 있게 된다!”
“네, 바로 그 말이죠.”
샬롯은 입을 벌리고는 말을 잇지 못했다.
확실히 방금 말한 것과 같은 명분을 내세워 전쟁부를 끼고 진행한다면 아무리 밴더빌트라도 뻗댈 수 없을 터였다.
그러하거늘 여기서 끝이 아니라는 듯 태선은 또 입을 열었다.
“그리고 빛이 있으면 밤에 야습을 받을 위험성을 훨씬 줄일 수가 있거든요.”
“이론적으로는 확실히 그렇겠지만··· 설마 태선은 군인도 해보셨어요?”
“군복무··· 하하, 예, 했죠.”
엄밀히 말해서 군대에 간 건 전생이지만 야간에서 빛의 중요성은 과거든 미래든 다를 것이 없을 터였다.
하물며 이건 에디슨이 회사 이름에 제너럴이라고 붙인 그 장군의 발언과도 관련 있었다.
‘그 장군이 에디슨을 지원한 이유가 전구가 있었다면 야습을 받을 때 피해를 훨씬 줄일 수 있었을 텐데··· 라며 가능성을 봐서 그랬다지.’
이건 남북전쟁을 직접 겪은 장군의 말이니, 이 시대의 현장 지휘관이나 병사들에게 전구를 직접 보여준다?
그 즉시 전구가 전선에서 얼마나 유용한지 알 터였다.
“그런데 전구의 내구성이 전선으로 가서··· 아니, 전선에서 버텨낼 수 있어요?”
날카롭게 우려를 표하는 샬롯이었다.
“그리고 전력이나 변압기나 전선이나 그런 건 어떻게 하죠? 제가 전문적으로 아는 건 아니겠지만 옆에서 지켜본 바로 그게 필요하던데요.”
것도 콤보로 이어졌다.
“···뭐 그렇죠.”
순순히 인정하는 태선.
“그러면 역시 무리가··· 아, 그래도 배나 기차에 설치하는 계획만으로도 저는 충분히 좋다고 생각해요.”
혹여 자존심을 긁었을까 염려스러웠는지 샬롯이 급히 밝은 목소리로 덧붙였다.
“그리고 마침 오늘 뉴욕항에 전구 설치 상담하러 가니까 간 김에 배에 대해서도 상담하면 좋겠네요.”
다만 태선은 그녀의 그런 배려에 고마워하면서도 한편으로 조금 미안해졌다.
본의 아니게 또 속내를 다 말해주기가 힘들게 되었기에.
사실 앞서 언급한 애로 사항에도 불구하고, 사실 태선은 장기적으로는 전선에서 전구 쓰는 것이 무리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오히려 지금 당장 기술로는 무리라서 더 잘 됐어.’
위기를 기회로···라는 말이 여기서 적용할 수 있을 터였다.
물론 이건 태선의 전구를 어떻게 개선할지 방향을 알기에 가능한 것이지만.
어쨌든 태선이 그 길을 알고 있다는 사실이 중요했다.
단지 그 외에 아직 불확정 요소가 있기에 아직 샬롯에게 다 말해주기 어려울 따름.
‘···미안합니다, 샬롯. 사업 성공으로 보답하겠습니다. 그때 말해줄게요.’
이런 태선의 속도 모르고.
“그럼 배나 기차 전구 설치 건으로 밴더빌트 씨나 체이즈 장관님 그리고 에드윈 장관님과 약속을 잡아볼까요?”
생글생글 웃으며 비서로서 충실히 보좌해주는 샬롯.
“아뇨, 먼저 준비할 일들이 있으니 아직은 아닙니다. 다시 말씀드릴게요.”
태선은 애써 속내를 보이지 않으며 말했다.
동시에 속으로 잭을 떠올렸다.
‘오늘 일정 끝내고 뉴욕으로 돌아가면 일단 잭에게 그걸 시켜야겠군.’
이번 전쟁에서 전구가 사용되었을 경우 얻을 수 있는 예상 이득과 비용.
그 정도 성능의 전구를 개발하기 위해 소요될 투자금.
‘잭이라면 충분히 그에 대해 설득력 있는 사업 보고서를 만들어줄 수 있어.’
거기부터 시작이었다. 전구 사업 포텐 폭발을 위한 뿌리를 깊게 내리는 것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