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ack-Haired U.S. Army Marshal RAW novel - Chapter (470)
471_두 번째 태양의 도래 (1)
창세기에 이르기를, 일찍이 수십억 년 전 조물주가 E=mc²의 이름으로 빛이 있으라 외치시니 빅뱅이 일어났다고 한다.
그 놀라운 권능의 극히 작은 편린이, 인간의 손으로 같은 인간을 향해 베풀어지고 있었다.
처음 시작은 번뜩이는 불꽃이었다.
불꽃은 순식간에 무럭무럭 자라나며 여느 폭탄과 달리 기이한 섬광을 내뿜기 시작했다.
진홍빛, 황금빛, 분홍빛, 갈빛, 그리고 보랏빛.
지옥의 가장 악랄한 간수들조차 경탄할 섭씨 30만 도에 달하는 불꽃이 인세에 그 모습을 드러내는 데 걸린 시간은 단 0.1초.
그 짧은 순간 불꽃은 지름 30미터 크기의 불덩어리로 진화했다.
아침 바람을 맞으며 담배를 피우고 있던 한 남자는 아무것도 느끼지 못했다.
그의 허파가 들숨과 날숨을 내쉬며 니코틴 섞인 산소를 품에 끌어들이는 순간, 바로 머리 위에서 쏟아진 빛과 열과 감마선과 중성자의 세례가 그의 육신을 통째로 기화시켰기 때문이다.
불덩어리가 내뿜는 열기는 남자를 시작으로 주변 수 킬로미터 범위 안의 모든 것들을 태웠다.
나무로 이루어진 모든 것들이 숯으로 변했다.
구리와 바위가 녹아 부글부글 거품을 토해내다 이내 흐물흐물해졌다.
그 모든 것을 녹이는 열은 고작 가죽에 불과한 인간의 살점 또한 단숨에 날려버리고 그 안에 고이 품고 있던 피와 내장 또한 증발시켰다.
가장 먼저 뻗어나간 열기를 뒤쫓기라도 하듯 초속 약 3킬로미터의 쇼크웨이브가 사방팔방으로 퍼져나갔다.
여기까지 걸린 시간 단 1초.
인류 문명이 이룬 과학과 진보에 경의를 표하며, 무한 시내에 지름 300미터 크기의 두 번째 태양이 도래했다.
우라늄과 중성자가 어우러지며 탄생한 이 태양은 끝없이 끝없이 그 힘을 키워나가며 주변 모든 것들을 파괴했다.
몇몇 사람들은 자신이 있던 자리에 압도적 파괴가 있었다는 그림자를 남기고 소멸했다.
끔찍한 폭압이 빚어낸 화염 폭풍이 섭씨 3~4천 도로 대지를 달구며 자신의 손에 닿는 거의 모든 건물들을 무너뜨렸고, 극히 운이 좋은 철골 콘크리트 건물 몇 채만이 이 인조 신의 심판에서도 그 몰골을 지켜낼 수 있었다.
두 번째 태양이 힘껏 내뿜은 보라색 구름은 거대한 연기의 기둥을 토해냈고, 기둥은 바벨탑이 되어 수천 미터, 1만 미터가 넘도록 치솟은 뒤 사방으로 분출되어 거대한 버섯구름의 형상을 자아냈다.
그리고 끝.
한차례 열과 빛, 폭풍의 향연이 휩쓸고 지나간 뒤, 파괴의 신은 떠나갔지만 여전히 도시는 화염에 휩싸여 있었다.
불행 중 다행이라면 땔감이 될 만한 무언가가 너무나 적게 남아 있었기에 화마가 잡아먹을 연료 또한 없다는 사실뿐.
“으… 으….”
“어, 어어. 어어억….”
“사, 살… 살려….”
시체조차 남지 않고 소멸한 이들은 차라리 호상(好喪)이라 칭할 수 있었다. 온몸의 감각이 통증을 전달하기도 전에 죽음을 맞이할 수 있었으니.
번쩍하는 섬광이 닥치는 순간 온몸이 타들어 가며 죽었다.
어마어마한 방사능에 직격당해 억 소리도 내지 못하고 죽었다.
거대한 폭발에 따른 진공 상태에 휩쓸리며 죽었다.
지진과도 같은 충격파에 온몸이 으깨지며 죽었다.
사방에 휘날리는 물건과 파편에 맞아 죽었다.
건물이 불타고 무너지며 깔려 죽었다.
폭발이 남긴 화염에 휩싸여 불타 죽었다.
숨은 붙었으되 일어나지 못하는 자들은 끔찍한 고통에 시달리며 숨이 끊어질 순간만을 기다려야 했다.
건물에 매몰된 이들은 누군가 제발 구하러 와주기만을 갈구하며 뜬눈으로 기다려야 했다.
시체와 잔재를 비집고 나온 이들이라 하여 절대 멀쩡할 순 없다.
대부분은 심각한 화상을 입었고, 끔찍한 작열감과 통증에 시달리는 이들은 본능적으로든 이성으로든 물을 찾아 헤맸다.
“물.”
“무, 무울….”
장강은 도도히 흐르고 있었다.
온몸이 불타 살색 대신 시뻘건 색과 분홍색으로 얼룩덜룩해진 이들이, 팔을 내릴 수 없어 양팔을 앞으로 쭉 뻗은 채 어기적대며 장강을 향해 나아갔다. 걸을 수 없는 이들은 기어서라도 강으로 향했다.
그러나 강에 도착해 몸을 담근다 한들 핵폭발로 인한 화상이 나을 리 없다.
조금이라도 고통을 덜기 위해 더욱 몸을 담그려 한 이들 상당수가 강물에 휩쓸려 떠내려갔고, 익사하고, 탈진해 쓰러지고, 머리와 몸통을 강물에 처박은 채 그 자리에서 숨이 끊어졌다.
시체, 그리고 곧 시체가 될 운명을 받은 예비 시체가 장강과 그 강변을 가득 메워 묘지를 형성했다. 이 참극은 장강뿐만 아니라 도시가 끼고 있는 호수인 사호(沙湖)와 동호(東湖)에서도 똑같이 벌어졌다.
파괴의 신은 아직 만족하지 못했다.
거대한 버섯구름은 지상뿐만 아니라 하늘조차 사정없이 두들겼고, 상공을 향해 내동댕이쳐진 수증기는 저 꼭대기에 다다라 모든 열기를 빼앗기고 응결되었다.
비가 스물스물 흩뿌리기 시작했다.
불길하기 짝이 없는 거무튀튀한 비였다.
살아남은 이들은 입 안 가득 차오르는 납과 쇠의 맛을 느끼며, 멍하니 하늘만을 올려다보았다.
* * *
“신이시여.”
그 누구보다 철저한 사상과 신념으로 무장한 마르크스―레닌주의자들조차 이 순간만큼은 탄식하며 절대자를 찾았다.
하급자들 중에선 성호를 긋는 이조차 있었지만 누구도 이를 보며 한 소리 하지 못했다. 정확히 말하자면, 눈앞의 광경에 시선이 빼앗겨 그깟 성호는 보이지도 않았다.
신해혁명의 진원지이자 교통의 중심지, 유서 깊은 땅이며 한때 중화민국의 수도이기까지 했던 무한이 단 한 발의 폭탄에 초토화된 모습을 보라.
홍루(紅樓)라고도 불리던, 청을 멸망시키고 중화민국을 탄생케 한 임시 혁명정부 청사 터도 증발했다. 호북의 자랑거리로 유명하던 황학루 터 또한 먼지가 되었다.
그리고 절망적이게도, 이 일대에서 가장 크고 뛰어난 병원 또한 폭발에 휘말렸다.
“당장, 당장 병력부터 수습해! 아니지, 사지 멀쩡한 이들을 모조리 동원해라!”
“생존자부터 수습한다. 불을 끄고 살아남은 이들부터 수습한다!!”
시내로 들어가지 않은 수뇌부는 살아남았기 때문에, 비록 통신이 모조리 끊겼을지언정 현장에서의 긴급한 지휘는 가능했다.
더군다나 무한 자체가 무창 ― 한구 ― 한양이라는 세 도시로 이루어진 거대한 곳이었기에, 폭탄에 직격당한 장강 이남 무창이 아닌 다른 곳은 그래도 통제의 여지는 있었다.
“모조리 징발한다. 배든 뗏목이든 뭐든 좋으니 싹 다 모아서 건너간다! 재산을 숨기려는 놈들은 즉각 사살해도 좋다!”
“예!”
“동지. 피난민도 모두 막아야 합니다.”
“…그렇겠구려. 동포를 구하기는커녕 일신의 안위를 위해 도망치려는 자들도 모두 사살해도 좋다!”
산전수전 다 겪은 그들조차 그 거대한 버섯구름 앞에선 마음이 꺾일 것만 같았는데, 무지렁이들이야 오죽하랴?
정보는 통제되어야만 한다.
국민당이 이런 강력한 신무기를 갖고 있다는 사실이 퍼지면 이 전쟁의 향방이 바뀔지도 모른다.
인민이야 때가 되면 다시금 죽순처럼 자라나겠지만, 사회주의 국가 건설과 제국주의 타도의 대업은 지금이 아니면 불가능하지 않은가.
그런 판단하에 가장 먼저 차출된 의료 인력들, 그리고 대대적으로 동원한 구호 인력들이 장강을 건너 폭심지로 향했고, 비밀리에 사방 곳곳으로 입 무거운 전령들을 보내 이 참극을 알렸다.
그러나 이들 인민해방군의 기대와 달리, 가장 먼저 달려온 이들은 바로 초대하지 않은 손님들.
“빨갱이들을 몰아내라!”
“공격, 공격 개시! 무한을 탈환하자!”
“이… 이 빌어먹을 새끼들아! 너희가 저지른 짓을 보라고!”
“우리에겐 무적의 신병기가 함께한다! 빨갱이는 소각이다!!”
지옥은 이제부터였다.
* * *
탁 트인 무한 일대에서 치솟은 빛과 폭음, 그리고 버섯구름.
제아무리 통제하려고 발악을 한들 멀리서 그 광경을 목격한 이들 모두의 입을 틀어막을 수는 없었다.
하물며 중국 공산당이 중원 전토를 완벽히 틀어쥐고 있으면 모를까, 엄연히 대립하고 있는 다른 세력까지 있으니 더 말해서 무엇하겠는가.
중화민국 정부는 즉각 성명을 발표하며 촬영한 자료를 공개했다.
“중국 공산당은 마침내 유엔 권고를 정면으로 무시하며 장강 이남에 대한 대공세를 개시했습니다. 인민해방군을 자칭하는 이들 반군 무리는 무질서와 폭력, 약탈과 방화를 서슴지 않고 사회 인텔리 계층과 부자에 대한 학살을 자행하고 있습니다.
조금 전, 무저항 도시를 선언했던 무한이 도리를 모르는 공산주의자들의 손에 떨어졌습니다. 중화민국 정부는 무한의 시민들을 모두 소개한 뒤, 강력한 신형 폭탄을 동원한 폭격에 나섰습니다….”
반란군 제압을 위해 원폭을 날렸다.
우리가 강제력을 동원해 소개했으니 현지에 민간인은 없었다.
다만 공산당이 심어놓은 프락치와 간첩, 후방 편의대가 날뛰며 중공군에 합류했다. 반란군을 지지해 가담한 이들까지 우리가 신경 써줄 순 없지 않느냐.
“중국 공산당에게 엄중히 경고한다. 우리는 읍참마속의 심정으로 너희들을 막기 위해 소중한 땅을 불태워야 했다. 국민당의 정신적 고향 무한이 불탔으니, 너희들의 소굴 또한 지엄한 원자의 심판을 받게 될 것이다! 당장 협상 테이블로 나와 인민들을 고통에 신음케 하는 이 전쟁을 멈추거나, 그도 아니면 얌전히 죽음을 맞이하라!”
협박의 효과는 탁월했다.
“제국주의자들은 공산주의 혁명을 저지하기 위해 무슨 짓이라도 자행할 수 있다는 사실이 증명되었습니다. 동지, 지금은 참아야 합니다.”
“빌어먹을. 조금만, 조금만 더 몰아붙이면 중원 전체를 해방할 수 있단 말이오!”
모택동과 중공은 눈깔이 뒤집혀 펄펄 날뛰었지만, 어디까지나 이는 외교적 수사였을 뿐.
원자폭탄에 관한 보고와 그 참상을 접하자마자 중공 수뇌부는 밤낮없이 회의를 진행하며 답이 없는 난제에 고통받았다.
‘이미 장개석은 진작부터 미쳐 날뛰고 있다.’
‘상대는 상처 입은 사자다. 동귀어진을 각오하고 저 폭탄을 곳곳에 갈겨대면 승리한다 한들 우리에게 뭐가 남는가? 잿더미?’
진다는 생각은 추호도 들지 않았다.
제국주의 연합군은 남경과 상해 일대를 지키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었고, 파괴된 농촌과 하이퍼인플레이션으로 숨통이 끊어진 도시에선 유랑민들이 끝없이 쏟아져 나와 인민해방군의 보충병이 되어주었다.
그러니 잿더미로 전락한 무한을 지나 남쪽과 서쪽으로 진군하면 장개석에겐 파멸밖에 없다.
“저들은 이제 거리낄 것이 없습니다. 다음엔 북경에 저 폭탄이 떨어질지도 모릅니다.”
“미치광이 괴물이 자국민을 학살하며 제 권좌를 유지하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는데, 그 누구보다 노동자와 농민을 위하는 소련이 보다 적극적으로 움직여야 하지 않겠습니까?”
“물론입니다. 우리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장개석이 더 망동하지 않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하지만… 미친놈은 어찌 나올지 모르기 때문에 미친놈 아닙니까.”
마침내 몇 가지 조건을 전제로 중국 공산당은 휴전에 응할 의사가 있음을 밝혔다.
― 장강은 중국 공산당의 어떠한 동의 없이 임의로 그은 선인 만큼 공산당과 국민당을 가르는 경계 또한 새로운 협상의 대상이 되어야 함.
― 무수한 인명을 살상하는 원자폭탄은 마땅히 독가스와 마찬가지로 규제되어야 함.
받아들여지리라는 기대는 크게 하지 않았다. 다만 면피할 구실이 필요했기에 제안했을 따름.
그러나 의외로 유엔은 여기에 선선히 응했고, 마침내 휴전 협상이 시작되었다. 그렇다고 해서 총성이 멎는 일은 절대 없었지만.
“원자폭탄의 파괴력이 우리의 예상을 뛰어넘습니다.”
“군대를 목표물로 삼는 건 다소 비효율적으로 보입니다. 이 무기의 진가는 바로 전략폭격에 있습니다. 한 방에 도시의 모든 기능을 마비시키다니. 공군이 꿈꾸던 최고의 병기입니다.”
“문제는 뒷감당이지.”
사막 한가운데에서 치솟던 버섯구름을 보면서도 뜨뜻미지근하던 사람들은, 마침내 도시 하나가 소멸하고 시체의 산이 쌓인 끝에야 새로운 시대가 찾아왔음을 깨달았다.
“우리 영국은 동맹이자 파트너로서 원자폭탄 기술을 공유해 줄 것을 요청합니다. 설마 우리가 장개석만도 못하다고 주장하실 겝니까?”
“프랑스 공화국은 안보 문제에 대한 모든 협상에 반드시 원자폭탄 지원이 전제되어야 한다고 여깁니다.”
“이제 재래식 전쟁이란 없습니다! 적국 상공의 제공권을 빼앗고 원폭만 투하하면 끝! 오직 강력한 공군만이 우리의 승리를 담보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 이제 군대는 필요 없다!”
“맥아더 행정부는 어떠한 의사결정을 통해 원자폭탄이 저 독재자 장개석에게 지원되었는지 즉시 해명하시오!”
“이 학살은 인류가 인류에게 저지른 최악의 비극입니다! 우리는 씻을 수 없는 죄를 지었습니다!”
“핵은 곧 국가다. 열강과 식민지라는 단어는 이제 핵보유국과 미보유국으로 대체되리라.”
“이런 끔찍한 무기를 오직 한 나라만 가진다면 세계의 균형이 어찌 되겠는가? 인류를 지키기 위해서는 다른 나라도 핵기술을 보유해야만 한다….”
모두가 그 빛에 매료되었다.
1946년이야말로 기원전과 기원후를 가르며, 예수탄생 기원 대신 원폭이 그 신기원이 되리라 확신했다.
“존경하는 의원 여러분….”
“합참의장! 똑바로 대답하시오. 핵무기가 있는데 어째서 군비를 유지해야 한단 말이오? 아무리 당신이라도 억지 좀 부리지 마시오!”
“의원님 논리대로라면 제가 이 자리에 출석하는 대신 의원님의 머리통에 총을 쏘면 모든 게 해결된다는 뜻이군요. 실례지만 제 샷건을 좀 챙겨와도 되겠습니까?”
“킴 장군!”
한 명 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