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ue Wind Pyo Country Strongest Eater RAW novel - Chapter 129
청풍표국 최강식객 129화
129화. 배신의 대가(3)
중원에서 가장 유명한 호수 중 하나인 동정호를 기점으로 위쪽을 호북, 아래쪽을 호남으로 나누는데, 두 지방의 경계로 중원의 가장 큰 젖줄인 장강이 지난다.
임요성 일행이 호북 지방에서 장강을 건너는 길목에 있는 무창부(武昌府)에 멈춰 섰다.
이 호북성이 바로 중원 무림의 태산북두라 일컫는 무당파의 세력권이었다.
보통 세가의 세력권에는 아무래도 이권을 중시하는 분위기답게 흑도들의 활동이 활발하다.
그들은 불법적인 일을 해서 번 돈을 관아에 바쳐 세력을 유지하며, 세가들은 그들이 패악을 부리는 걸 막아준다는 명목으로 보호세를 걷는다.
겉으로는 앙숙인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뒤로는 공생하는 관계인 것이다.
하지만 무당이 있는 호북성은 다르다.
도가문파인 무당은 흑도들의 활동을 그냥 2 지켜보지 않기 때문에 호북에는 흑도들이 기를 펴지 못한다.
어차피 무당파는 향화객들이 기부하는 돈이 엄청나서 보호세라는 명분으로 돈을 따로 걷을 필요가 없었다.
아니나 다를까 거리에는 아이들이 꾸밈없는 미소로 뛰어다니고 있었고, 사람들의 얼굴에는 여유가 가득했다.
그 넓은 도로에 십여 대의 마차와 무림인들이 들어서자 아이들이 눈을 초롱초롱하게 뜨고 쳐다봤다.
“이 새끼들아! 빨리빨리 움직여!”
몇 남지 않은 맹호대원들이 일단의 무리들을 향해 소리쳤다.
그들 앞에는 줄줄이 엮인 녹림도들이 고개를 숙인 채 걷고 있었다.
표행단을 습격한 녹림도와 혈랑대를 모두 해치운 표행단은 곧바로 천악채를 들이쳤고, 남아있는 녹림도들을 잡아다가 짐마차를 끌도록 했다.
산길이었기에 말의 힘만으로는 부족했지만, 일꾼들은 널려 있었다.
그동안은 세인들의 이목을 끌지 않기 위해 어지간해서는 시내로 들어서지 않으려 했지만, 습격의 후유증이 커서 잠시 쉬어갈 곳이 필요했다.
피에 젖은 옷도 갈아입어야 했고, 허기를 달래며 잠시 숨돌릴 틈도 있어야 했다.
그리고 언제까지 녹림도를 끌고 다닐 수는 없었기에 개봉까지 갈 표사들과 쟁자수들을 임시로 고용해야 했다.
부하들이 남은 녹림도를 인근 관아에 넘기는 동안 적천수는 무창부에서 가장 큰 객잔을 통으로 빌렸다.
이는 무림맹이라는 이름값이 크게 작용한 결과도 있었지만, 웃돈을 얹어준 게 컸다.
임요성이 자신이 책임진다며 비고에서 꺼내 온 돈을 아끼지 말고 쓰라고 했기 때문이다.
이제 적천수는 임요성의 말이라면 죽는시늉까지 할 정도였다.
무인이라면 강함에 대한 동경은 당연한 것.
임요성의 보여준 신위에 남은 맹호대원들은 그를 천무삼신 대하듯 했다.
객잔은 무창부에서 가장 큰 객잔이었고, 짐마차를 넣을 공간은 충분했다.
하지만 만약을 대비해 맹호대원들이 철통처럼 지켰다.
홍국헌은 쟁자수들을 섭외하기 위해 인근 표국을 둘러보러 갔고, 임요성은 저잣거리 외곽에 위치한 작은 반점으로 향했다.
“여어!”
안쪽에는 거지 한 명이 한 손으로는 손을 흔들고 다른 한 손으로는 만두를 집어 먹으며 해맑게 웃고 있었다.
풍림개였다.
“무슨 일인가? 원래 여기선 자네랑 나, 둘만 보기로 했잖아? 갑자기 표행단 전체가 들어서서 사실 좀 놀랐네.”
풍림개는 영주에서 소문을 퍼뜨려 무인들의 발걸음을 돌리는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그리고 표행단이 무림맹으로 향할 때도 미리 앞서서 정보를 조작하고, 소문을 은폐했다.
임요성과는 장강을 건너기 전 무창부에서 잠시 만나기로 했는데, 표행단 전체가 들어서자 풍림개도 무슨 일인가 했던 것이다.
임요성이 남은 만두를 하나 집어 먹으며 그간의 일을 설명했다.
그러자 풍림개의 얼굴이 심각하게 굳어졌다.
이번 일은 결코 그냥 넘어갈 수 없는 일이었다.
“어쩔 작정인가?”
풍림개가 먼저 임요성의 의견을 물었다.
그는 임요성이 고요한 호수처럼 조용한 겉모습 뒤에 감춰진 무서움을 알고 있다.
이번 일만 해도 그렇다.
다른 진천성들은 이 일을 무림맹으로 가지고 가서 언가를 핍박해야 한다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임요성은 다른 이들이 쉴 때 홀로 두 가주를 없애 버렸다.
게다가 이 젊은 무인은 잠깐 못 본 사이에 또 큰 성취를 이룬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 벌인 일은 꽤 심각했다.
언가는 호남의, 서문세가는 강서의 패자였다.
그들의 저력은 가주를 잃었다고 해서 끝나지 않는다.
만약 임요성이 가주를 죽였다는 걸 알게 되면 두 가문이 연합을 해서 청풍표국으로 쳐들어올 것이고, 그러면….
‘잠깐. 그래도 청풍표국이 이길 것 같은데?’
풍림개가 머리를 저었다.
“흠흠. 아무튼 그들도 만만한 전력이 아닐세. 그리고 자칫하면 여론에 밀릴 수 있고.”
“그래서 말인데 약간의 소문만 내주시면 됩니다. 두 가문이 다투다 그리되었다는 식으로. 어차피 그리될 일이긴 하지만 약간의 풀무질만 해주는 거지요. 무리하실 필요는 없고, 아주 약간만.”
“흠…. 하지만 개방은 그런 개인적인….”
턱.
“활동비입니다.”
“…의뢰를 무척 환영하지.”
풍림개가 탁자 위의 전낭을 챙겼다.
“어차피 그들은 도의를 저버린 자들입니다. 나쁜 일이라고는 생각지 않습니다.”
풍림개도 고개를 끄덕이며 동조했다. 물론 돈도 좋지만 만약 나쁜 일이었다면 아무리 많은 돈을 줬더라도 거절했을 것이다.
“좋네. 의심생암귀라 했지. 의심이 암귀를 낳으니 약간의 양념만 뿌려도 서로를 의심할 거야. 어쩌면 공론화해서 벌을 주는 것보다 낫겠군. 비고의 보물이 무림맹으로 가는 것 자체가 비밀이니까.”
남은 만두를 하나 더 집어 먹으며 임요성이 일어났다.
“이제 소주에서나 보겠군.”
“같이 안 가십니까?”
“나야 이번 일 때문에 특별히 자네랑 동행한 걸세. 너무 오래 자리를 비웠어. 소주로 가봐야지. 그리고 자네가 말한 일은 걱정 말게. 호남의 개방분타주랑은 이번 일로 꽤 친해졌으니까.”
“알겠습니다. 그럼.”
임요성이 고개를 살짝 숙이고는 객잔을 빠져나갔다.
그 뒷모습을 보며 풍림개가 고개를 저었다.
무림사 그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의 성장세였다.
마치 우주의 기운이 그에게 집중되기라도 하는 듯.
이럴 때는 그에 상응하는 큰일이 터져서 균형을 맞추기 마련이다.
풍림개는 그 일이 무엇일지 걱정스러웠다.
“훗. 뭐 임 공자가 알아서 잘 막아주겠지.”
손가락에 묻은 기름을 입을 쪽쪽 빨면서 풍림개도 일어섰다. 할 일이 많았다.
* * *
“오오. 미천한 신하가 황자마마를 뵙습니다.”
노인이 손자뻘 되는 이에게 절을 올렸다.
청년은 이 나라의 오황자였고, 노인은 대학사였다.
하지만 지금은 둘 다 실각하여 현 황제에게 목숨을 위협받는 상황이 되었다.
“고맙소. 그대가 아니었다면 난 아마 평생을 유배지에서 살다가 바깥을 그리워하며 쓸쓸히 늙어 죽었겠지.”
“그간 얼마나 고초가 심하셨습니까. 하지만 이제는 안심하소서. 이 노신이 마마를 보필하여 기필코 빼앗긴 황위를 바치겠나이다.”
“고맙소, 고맙소….”
오황자는 늙은 대학사의 충정 어린 말에 눈시울이 붉어졌다.
지금 그들이 있는 곳은 소주의 안가였다.
혹시나 미행이 붙을 수도 있어 바로 하남으로 가지 않고 중간에 이곳을 기착지로 이용한 것이다.
“그럼 이곳이 우리의 근거지인 것이오?”
“아닙니다. 이곳은 제가 운신하기 편해 임시로 마련한 안가입니다. 이미 하남제일상단이 우리와 뜻을 함께하기로 했으니 마마께서는 그쪽으로 향하시면 됩니다. 여기 일을 정리하는 데로 저도 그쪽으로 향할 것입니다.”
“지하에 이런 풍광이 있을 줄은 생각도 못 했소. 여기도 마음에 들지만 대학사께서 거처를 따로 마련해두었다니 뜻에 따라야겠지.”
“망극하옵니다.”
조상연은 실로 공손히 주겸을 떠받들었다.
“그럼 며칠만 여독을 풀고 계시옵소서. 하남행 표행이 준비되는 데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음, 알겠소.”
주겸이 편히 쉴 수 있도록 몇 가지 지시를 한 조상연이 밖으로 나왔다.
스르륵.
백의를 입은 사내가 그의 앞에 부복했다.
“림주님. 백위가 인사드립니다.”
“음. 고생했다. 그래 알아보라고 한 건 어떻게 되었느냐?”
“너무나도 꼼꼼하게 정보를 은폐하여 찾는데 꽤 경비가 많이 소요되었습니다.”
“음. 그건 걱정하지 말라. 정보만 확실하면 되니.”
“예. 아무튼 당시 황자의 난에 직간접으로 관련된 모든 이들을 소리 없이, 그들 자신도 모를 정도로 은밀히 접촉하여 알아낸 게 있사온데….”
“뭐냐? 뜸 들이지 말고 말하라.”
“…흑표를 기억하십니까?”
부르르.
“…지금 흑표라고 했느냐?”
“그렇습니다.”
조상연이 자신도 모르게 몸이 떨렸다.
“그 악귀 같은 놈 얘기가 왜 나오는 것이냐?”
“마지막 전투 때 죽은 걸로 되어 있던 흑표가 사실은 살아 있다고 합니다.”
“뭣이!”
조상연의 눈이 빠질 듯이 부릅떠졌다.
“그게 참말이더냐?”
“그렇습니다. 그리고 북평에서부터 하북 인근 지역을 샅샅이 조사한 결과….”
조상연이 침을 꿀꺽 삼켰다.
“아마도 그 청풍표국이 식객인 임요성이란 자가 흑표인 것 같습니다.”
“…확실한 얘기더냐?”
“그것이 완전히 신분까지 새로 만든 터라 확신하긴 어렵지만… 조사한 바에 따르면 십중팔구는 그가 흑표일 것입니다.”
“이런….”
조상연이 휘청했다.
“림주님!”
백위가 그를 부축하려 하자 조상연이 손을 저었다.
“되었다. 일단 대기하고 있거라. 내 다시 명을 내릴 터이니.”
“존명.”
백위가 물러가고 조상연이 인공호수 앞 바위에 털썩 주저앉았다.
“흑표… 흑표라고…?”
그 미친 악귀가 살아있었다니.
어쩐지 갑자기 그런 무인이 튀어나왔다는 게 이상했다.
사문도 모르고, 스승도 모르고, 어디서 왔는지도 몰랐다.
만약 자신이 황궁에 있었다면 이런 사실을 놓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마지막 전투를 보지도 못하고 실각했기에 당시 그는 가산을 정리해 낙향하는 중이었다.
그사이 관인들을 죽이고 소주로 숨어든 것이다.
그런데 지금 흑표라는 이름이 다시 나왔다.
질긴 악연이 또 이어지다니.
하지만 조상연의 눈은 점점 희열로 물들었다.
이제는 다르다.
자신이 받은 수모와 좌절, 비통함을 그대로 돌려줄 것이다.
그리고 그 첫 행보는….
“흑위.”
“예. 림주님.”
“들었나?”
“예. 들었습니다. 실로 질긴 악연이군요.”
흑위도 조상연과 생각이 같았다. 그 역시 흑표의 무서움을 진저리치도록 느꼈으니까.
“그럼 뭘 해야 하는지도 알겠지?”
“청풍표국입니까?”
“그래. 그 녀석에게도 피눈물을 쏟게 해야지.”
“하지만 그곳에는 개방의 방주가 있습니다. 어지간한 전력으로는 타격을 주기 힘들 겁니다.”
“어차피 기회는 지금뿐이다. 그놈이 무림맹에 갔다가 다시 표국으로 오면 기회는 더 없어지니까.”
잠시 생각하던 조상연이 말했다.
“표국의 그 소국주를 이용해야겠군.”
“납치를 할까요?”
“모든 방법을 동원해야지. 전력을 분산시켜야 하는데…. 일단 최대한 아이들을 풀어서 표국을 방문하는 이들의 신분, 그리고 표국의 수뇌부들의 동선, 가족관계 등등 표국에 대한 모든 걸 조사하게.”
“알겠습니다.”
그렇게 사라지는 흑위의 뒷모습을 보며 조상연이 눈을 빛냈다.
‘흑표. 이번엔 너와 너의 모든 것을 무너뜨려 주마. 네가 나에게 했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