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ue Wind Pyo Country Strongest Eater RAW novel - Chapter 128
청풍표국 최강식객 128화
128화. 배신의 대가(2)
탈탈탈탈탈.
한없이 다리를 터는 중년인. 그는 바로 호남성의 패자인 진주언가의 가주, 언충호였다.
그는 동정호 인근 객잔에서 웅패산을 기다리고 있었다.
언가가 위치한 진주(辰州)는 지금 언충호가 있는 악주(岳州)와는 호남성의 동서 양극단이었다.
그래서 본가에서 기다리느니 인근 객잔에서 소식을 기다리기로 한 것이다.
이번 비고를 위해 같이 동행한 무사대는 자신의 직속 호위대로 열 명의 조장과 열 명의 조원을 합쳐 100명에 이르는 최정예였다.
말이 조장이지 절정의 고수들이었다.
우내십존이 자신과 호위대가 움직이면 어지간한 중소문파는 반나절도 안되 몰살시킬 수 있는 전력.
그럴 리는 없겠지만 만약 웅패산이 다른 마음을 품는다면 천악채는 그날로 세상에서 사라지게 될 것이다.
“좀 가만히 좀 있으시오.”
맞은 편에 앉은 중년인이 미간을 찌푸렸다.
검존 서문관. 같은 우내십존이라도 서문관의 검술은 다른 이들을 압도했기에 그에게는 검존이라는 별호가 붙었다.
그는 이번 행사에 참여치 않으려 했다.
아무리 그라도 무림맹을 습격하는 건 꺼림칙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임요성이 영주부 관아로 끌려갔다는 소릴 듣는 순간 마음에 빈틈이 생겼다.
그리고 그 빈틈을 언충호가 집요하게 공격했고, 결국 그도 유혹에 넘어가고 말았다.
그래서 똑같이 호위대 백을 이끌고 언충호가 기다리고 있는 객잔으로 합류했다.
우내십존. 말이 좋아 우내십존이지 그 위에 상천십좌가 있었다.
다른 이들이야 우내십존이라면 선망의 눈초리로 바라봤지만, 무림맹에 정기 회의라도 있어서 갈라치면 상천십좌의 발언에 박수나 치고, 마음에도 없는 웃음을 짓다가 나오는 게 일상이었다.
같은 팔문팔가의 수장이라고 해도 그중에서도 ‘급’이 달랐다.
하지만 비고에 있던 수많은 보물들, 영약들, 무기들을 보는 순간 미혹이 자라났다.
이것만 있다면 수십 년 동안 벽을 넘지 못한 자신도 그 벽을 넘을 수 있지 않을까?
혹 자신은 상천(上天)의 위(位)에는 오르지 못하더라도 가문은 천하제일가가 될 수 있지 않을까?
결국 서문관은 언충호가 내민 손을 잡았다.
“흐음. 미안하오. 당연히 잘될 일인데 기다리고 있자니 나도 모르게.”
언충호가 입맛을 다셨다.
“설마 별일이야 있겠소? 임 공자는 역모로 끌려갔으니 며칠은 못 나올 테고, 산공분까지 손에 쥐여 줬으니 충분할 것이오.”
서문관의 말이 맞다. 그게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왜 이렇게 떨림이 멈추지 않는지 모르겠다.
시간상으로 호송단을 모두 죽이고, 자신에게 올 때였다.
사실 여기까지 할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실제로 보는 것과 말로만 듣는 건 천양지차.
자신의 눈으로 산더미처럼 쌓인 보물을 눈으로 보자 욕심이 고개를 쳐들었다.
객잔의 별채에 따로 딸린 제일 화려한 방에서 탁자를 두드리고 있던 언충호가 이마를 간지럽히는 바람결에 고개를 들었다.
그러다 문득 창가로 고개를 돌린 언충호는 심장이 철렁했다.
“흡!”
헛바람을 들이킨 언충호는 더 이상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창가에 기대어 팔짱을 낀 채로 자신을 보는 사내를 보며 목울대만 꿀렁일 뿐이었다.
잠시 생각에 빠져있던 서문관이 언충호의 시선을 따라 창가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헉!”
서문관의 턱이 빠질 듯 벌어졌다.
“왜 그랬나?”
낮게 깔리는 음성.
차가운 눈으로 언충호와 서문관을 보고 있는 사내는 바로 임요성이었다.
웅패산을 통해 나온 이름에 모두가 분노를 토해낼 때 임요성은 그들의 말을 듣고만 있었다.
그리고 모두가 잠든 깊은 밤 홀로 이곳으로 왔다.
객잔을 둘러싼 많은 호위 무인들이 있었지만, 강호 최고의 침투술인 구궁투술을 펼친 임요성을 알아챈 이는 아무도 없었다.
언충호는 임요성의 얼굴을 보는 순간 일이 잘못되었다는 걸 알았다.
쾅!
“가주님!”
타다닥!
임요성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언충호와 서문관을 지키려 별채를 에워싸고 있던 호위무사들이 방으로 뛰어 들어왔다.
물 샐 틈 없는 방비를 하고 있었는데 가주가 아닌 다른 사람의 목소리가 들리자 곧바로 들이닥친 것이다.
하지만 그들의 눈에는 두려움이 깃들어 있었다.
비고에서 임요성이 펼친 무위를 그들 역시 똑똑히 보았기 때문이다.
호위들의 방벽 사이로 언충호가 간신히 입을 열었다.
“어, 어떻게… 벌써…?”
언충호의 반응에서 임요성은 뭔가 이상한 점을 느꼈다.
“후후. 어쩐지 이상하다 했더니…. 당신이었군. 날 역모로 고발한 자가.”
“아, 아니 그게 아니고….”
“하긴 그게 중요한가? 당신은 여기서 죽을 텐데.”
임요성이 하대를 하고 있음에도 언충호는 그것을 느끼지 못했다.
맞다. 밀고자는 언충호였다.
호남의 패자인 언가주의 입김은 영주부 지부대인 정도는 충분히 구워삶을 수 있었다.
한 달 정도 넉넉히 잡아두라고 꽤 큰 액수를 전했다.
그래서 이번 일이 끝날 때까지 푹 썩다가 나올 거라고 생각했다.
아무리 참고인 조사라고 해도 역모에 관한 조사다.
죄가 있든 없든 관아에서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잡고 있을 수 있었다.
영주부 지부대인은 받은 돈이 있다 보니 임요성을 억지로 잡아두려 했지만 도찰원 관리의 말을 무시할 순 없다.
도찰원은 관리를 감찰하는 곳. 까딱하면 자신의 관리 인생이 아작나기 때문이다.
언충호가 만약 이 사실을 알았다면 아무리 욕심이 나도 포기했을 것이다.
임요성은 강의 경지에 오른 절대고수.
절대고수부터는 사람의 수는 의미가 없다. 그에 준하는 고수가 있어야 한다.
최소 초절정고수 셋 이상이나, 같은 절대고수가.
언충호는 일단 여기서 빠져나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일단 본가로 가기만 하면 수가 날 것이다.
“무, 뭘 원하나? 자네가 원하는 게 무엇이든지 내 들어줌세.”
임요성이 간절한 눈빛으로 쳐다보는 그를 향해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아직도 뭐가 잘못됐는지 모르는군.”
타협의 여지는 없다는 듯한 태도에 언충호가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하지만 옆에 있던 서문관은 달랐다.
“임 공자.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군. 갑자기 이렇게 난입하다니. 강호의 선배들이 조용히 친분을 나누고 있는 자리에 갑자기 나타나서 이게 무슨 행패인가!”
서문관이 서슬 퍼런 눈으로 다그치자 옆에 있던 언충호도 그제야 정신이 퍼뜩 들었다.
너무 놀라서 자기도 모르게 지레 겁을 먹은 것이다.
그만큼 임요성의 눈빛은 살벌했다.
그런데 서문관이 시치미를 떼며 말하자 언충호도 그제야 이성이 슬그머니 고개를 쳐들었다.
임요성의 시선이 천천히 서문관에게 향했다.
“행패? 지금 행패라고 했나?”
“그래 행패! 이게 행패가 아니면 뭔가! 까마득한 후배가 이렇게 버릇이 없어서야!”
오히려 큰소리를 치는 서문관을 지그시 노려보며 임요성이 물었다.
“지금 자신들이 한 짓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건가? 무림맹으로 향하는 호송단을 녹림과 혈랑대를 이용해 급습했다는 걸?”
“무슨 소리를 하는 건가! 큰일 날 소리를 하는군! 증거라도 있나? 증인은? 어디서 뺨을 맞고 화풀이를 하는지 모르겠군. 이렇게 우릴 핍박해서 손해라도 메우려는 심산인가!”
서문관이 오히려 강하게 나가자 옆에 있던 언충호의 얼굴에 웃음이 맺혔다.
주먹만 잘 썼지 언충호는 다혈질에 머리는 텅 빈 사내였다.
반면 서문관은 잔머리가 비상했고, 쉽게 흥분하는 성격이 아니었다.
평소에는 잔머리나 굴리는 놈이라고 욕을 했는데, 지금은 서문관이 없었다면 큰일 날 뻔했다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런 서문관을 빤히 쳐다보던 임요성이 피식 웃었다.
“우, 웃어? 내 당장 무림맹에 서신을 띄워….”
“상관없어.”
“…뭐?”
“강호는 문답무용, 강자존이 지배하는 곳 아닌가?”
미소를 띠고 있던 임요성의 얼굴이 점차 굳어졌다.
사실 올 때까지만 해도 망설였다.
언충호는 그들에게 아들을 잃었다.
그래서 어디까지 해야 하는지 판단이 서질 않았다.
불량인으로 있을 때는 지키기만 하면 되었다.
모든 판단은 황자의 몫. 자신은 그런 황자를 지키고, 그를 해하려는 이를 죽이면 되었다.
생각이 필요가 없었다. 어떨 땐 황자의 방패가 되었다가, 또 어떨 땐 그의 검이 되면 되었다.
그런데 강호로 나오자 매 순간이 선택의 연속이었다.
강호백서에 나와 있던 강자존(强者存)이라는 말이 처음엔 거부감이 들었다.
그런데 강호를 살아가며 느낀 것은 강자존이라는 단어만큼 피의 대지를 살아가는 강호인들에게 어울리는 건 없다는 것이었다.
평범한 사람은 손가락 하나로도 죽일 수 있는 고수들이 존재하는 강호(江湖)라는 세계.
그곳은 힘이 없으면 목소리조차 제대로 낼 수 없고, 자기 사람을 지킬 수도 없었다.
약자를 지켜주는 것도 강자가 가질 수 있는 특권이었다.
그리고 이곳에 와서 다시 한번 느꼈다.
이들에겐 죄책감 따윈 없다. 힘이 있는 자에겐 굴복하고, 힘이 없는 자는 지배한다.
그리고 자신에겐 힘이 있었다.
“무림맹까지 갈 필요도 없다. 오늘 이 자리에서 너희들은 모두 죽을 테니까.”
임요성의 선언에 서문관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고, 언충호는 곧바로 호위들이게 전음을 날렸다.
언충호의 호위들이 임요성을 덮치는 순간 그가 창밖으로 몸을 날리는 시간은 찰나였다.
십수 명을 죽이는 동안 자신은 이미 따라잡기 힘들 정도로 차이를 벌릴 것이다.
그리고 본가에 가면 자신이 가진 모든 인맥을 동원해 구명을 요청할 것이다.
아무리 임요성이 강자라고 하지만 우내십존인 자신이 지금까지 뿌려둔 인맥을 모두 무시할 수는 없을 터.
찰나 간에 자신의 뜻대로 되었다고 생각하며 입꼬리를 올리는 순간 몸이 덜컥! 하며 멈췄다.
몸의 반이 창밖으로 나와 있었다. 이제 도약만 하면 된다.
그런데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천천히 고개를 돌리자 이미 목 없는 시체가 되어 바닥에 나뒹구는 수하들이 보였고, 서문관이 배신감에 눈을 부릅뜨고 자신을 쳐다보고 있었다.
그리고 담담하게 자신을 쳐다보는 임요성의 얼굴.
“어딜 가는 건가? 난 아직 볼 일이 남았는데.”
“으… 으아아아아아!”
괴성과 함께 용천혈에 때려 박으려던 내기를 그대로 주먹에 옮겨 임요성을 향해 직격했다.
동시에 옆에 있던 서문관이 펼친 검로가 임요성의 목을 스치고 지나갔다.
콰앙! 펑!
사가가각!
권강이 터져나가는 소리와 함께 언충호가 우두커니 선 상태로 몸이 새까맣게 타 있었다.
마치 벼락에 맞은 것처럼.
이번 깨달음으로 인해 한층 빠르고 강해진 단뢰도법 4초식 벽력이 펼쳐진 것이다.
벽력을 펼치는 것과 동시에 서문관의 일격을 흘려낸 임요성의 고법이 서문관의 가슴에 격중했다.
“커억!”
하지만 서문관이 벽으로 튕겨 날아가는 것보다 더 빠른 속도로 임요성의 신형이 쇄도했고, 아무런 초식도 섞이지 않은 깔끔한, 하지만 강력한 권강이 서문관의 미간에 격중했다.
뻐억!
“끄응….”
너무나도 허무하게 죽음이 찾아오자 서문관의 표정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바뀌더니 이내 털썩 주저앉았다.
죽어가는 그의 눈에는 막 창밖으로 몸을 날리는 임요성의 등이 비쳤다.
‘다음 생에는 친구를 잘 만나야지.’
그가 마지막으로 떠올린 생각이었다.
한편 그들이 있던 방으로 객잔을 호위하고 있던 양쪽 가문의 호위대가 방으로 들이닥쳤다.
펼쳐진 광경은 명확했다.
서문가주가 머리통이 터져 죽었고, 언충호가 뇌기에 직격당해 죽었다.
그리고 벼락에 맞은 듯 시커멓게 탄 채로 널브러져 있는 호위무사들.
공교롭게도 언충호가 쓰는 무공은 권법이었고, 서문가주가 쓰는 무공은 뇌기에 기반한 무공이었다.
두 사람이 정확히 무슨 일로 만났는지 모르는 그들로서 생각할 수 있는 경우의 수는 한 가지밖에 없었다.
“서문가주가 우리 가주님을 죽였다!”
“어디서 수작을! 언가주가 우리 가주님을 죽였겠지!”
그리고 맞붙은 두 호위대.
그들의 인지가 닿지 않는 곳에서 서로 살육을 벌이는 모습을 임요성이 담담히 지켜볼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