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ue Wind Pyo Country Strongest Eater RAW novel - Chapter 127
청풍표국 최강식객 127화
127화. 배신의 대가(1)
아귀처럼 달려들던 녹림도와 혈랑대가 마치 고양이 앞의 쥐처럼 일제히 동작이 멈췄다.
그들의 비명 속에는 숨길 수 없는 공포가 깃들어 있었다.
콰과과과광!
마치 벼락이 치는 듯한 소리와 함께 십여 명에 해당하는 녹림도들이 한꺼번에 터져나가는 모습은 묘하게 현실감이 없었다.
전장의 모두가 멍하니 뒤쪽을 바라봤다.
콰과과광!
또다시 벼락이 치고, 하늘로 솟아오르는 육편.
후드득.
그리고 쏟아져 내리는 혈우(血雨).
눈 몇 번 깜짝할 시간에 이 상황을 만들어 낸 당사자가 누군지 보이기 시작했다.
“파…천도군….”
떨리는 목소리로 내뱉는 적천수의 말로 그가 누군지 알 수 있었다.
처음 그에 대해 들었을 때 그냥 말하기 좋아하는 이들이 퍼뜨린 소문 정도라고 생각했다.
강호에는 워낙에 다양한 소문들이 존재했고, 실제로 부딪혀 보면 소문만큼 대단하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임요성을 마주했을 때 역시나 싶었다.
자신의 예상을 넘지 못했다고.
그런데 지금 적천수는 확신했다.
오히려 자신의 예상을 월등히 뛰어넘었기에 알아채지 못한 것이라고.
그런 적천수의 눈에 다시 뭔가가 하늘로 솟구쳤다.
콰과과과광!
벌어진 광경은 처참하면서도 압도적이었다.
무시무시한 벼락 줄기를 내리꽂는 임요성의 주위는 마치 공간이 왜곡된 것처럼 살기가 짙었다.
그가 다시 뭔가를 다시 하늘로 던지자 머리 위로 다시 십여 개의 반짝이는 강기의 침이 생성되기 시작했다.
“투, 투골송침!”
무당의 의찬이 자기도 모르게 소리쳤다.
본산에 있을 때 사부인 공청진인이 재미 삼아 보여줬던 게 떠올랐다.
의찬의 말처럼 임요성의 손에는 한 움큼의 솔잎이 쥐어져 있었다.
투골송침(透骨松針).
솔잎으로 뼈를 뚫어버린다는 암기술의 최상승 경지.
낙엽으로 적을 죽일 수 있다는 적엽비화(摘葉飛花)와 우열을 가리기 힘든 암기술이었다.
혈마가 자신의 심득을 담아 만든 혈천검법.
그것은 일반적인 검술이 아니라 이기어검 전용 검술이었다.
그리고 임요성은 혈강마검에 심어둔 의념을 통해서 혈천검법을 모두 체득했다.
하지만 임요성은 그 이기어검술에 암기술을 접목시켜 한 걸음 더 나아갔고, 그 결과는 바로 이것이었다.
솔잎에 강기를 담아 펼치는 투골송침!
그 모습을 본 팽원호는 어이가 없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하하. 도저히 따라갈 수가 없군.’
임요성이 거인의 걸음이라면 자신은 아이의 걸음 같았다.
그가 한 발씩 툭툭 내디딜 때 자신은 미친 듯이 뛰어도 닿을까 말까였다.
그런데 왠지 허탈하다기보다는 자신과 함께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거인에 대한 경외심이 들었다.
그리고 그것은 다른 진천성들도 마찬가지였다.
오히려 그에게 이런 부끄러운 모습을 보였다는 생각에 질투보다는 부끄러움이 앞섰다.
임요성이 다시 하늘로 솔잎을 던지자 이파리 하나하나에 강기가 서리기 시작하더니, 벼락 줄기가 되어 땅으로 내리꽂혔다.
콰과과과광!
녹림도들의 머리 위로 강기로 된 비가 쏟아졌다.
그와 함께 십수 명의 녹림도들이 육편이 되어 흩어졌다.
수백의 사람들이 있었건만 그 누구도 숨소리조차 내지 못했다.
지독한 정적 속에서 임요성의 서늘한 저음이 흘러나왔다.
“여기서 한 놈도 살아나가지 못한다.”
임요성의 눈이 가라앉았다.
설마 했다.
풍림개가 입에 단내가 나도록 뛰어다녀 더 이상은 보물을 노리는 이들은 없으리라 생각했다.
만에 하나 습격을 받더라도 무림맹 철갑기마단이 있었다.
첫인상은 다소 건방져 보이긴 했지만, 악인들이 그 이름만 듣고도 도망간다고 강호백서에 쓰여 있을 정도였기에 실력은 확실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진천성들까지 있었다.
이번에 비고에서 좋은 무기들과 호신갑들을 챙겼으니 한층 전력이 올라갔을 터.
그래서 보는 눈이 있으니 조사를 받는 척 며칠만 있다가 가면 된다는 말에도 그리 걱정하지 않았다.
호위장의 말에도 바로 내보내 주지 않은 게 좀 의아하긴 했지만, 아무래도 역모에 관한 조사라서 눈치를 보는 것일 뿐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서두르지 않았다.
이제는 청풍표국이라는 곳과 인연을 맺었기에 혼자 강하다고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이유도 있었다.
그런데 눈에 보이는 광경은 처참했다.
그리고 스스로를 지키는 데 급급해 표사들과 쟁자수들이 목숨을 잃었다.
그렇다고 이들을 탓할 생각은 없었다.
뭔가 철저히 준비된 모습.
이건 그냥 스쳐 지나가는 표행을 노리는 평범한 산적의 모습이 아니었다.
하지만 아쉬운 건 어쩔 수 없다.
자신이 있었다면 결과는 달라졌을 테니까.
“마, 막아! 막아라!”
멍청하게 있던 웅패산이 퍼뜩 정신을 차리고 소리쳤다.
큰 희생 없이 마무리될 것 같았다.
어차피 혈랑대는 자신의 수하들도 아니었고, 돈만 주면 끝이었다.
외곽에서 적당히 치고 빠지던 수하들의 피해는 미미했다.
이제 조금만 더 밀어붙이면 이들을 모두 해치우고 보물을 차지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한 명.
갑자기 나타난 단 한 명에 의해 전황이 급격히 기울었다.
피에 굶주린 듯 날뛰던 혈랑들조차 그 기세에 움찔거릴 정도였다.
“지금이다! 밀어붙여라!”
그래도 수많은 실전을 경험해온 적천수는 이 상황을 놓칠 정도로 바보는 아니었다.
몇 안 남은 부하들을 독려해 혈랑대를 뒤쪽으로 밀어붙였고, 뒤에서 압박해오는 임요성에 의해 혈랑대는 중앙으로 몰려들었다.
그사이 중앙에 있던 진천성들과 다른 신성들이 그들을 도륙하기 시작했다.
“한 놈도 살려 보내지 마라!”
임요성의 등장으로 기세가 오른 진천성들이 다시 힘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부끄러움은 성장의 밑거름이 되었다. 임요성에게는 비할 수 없었지만, 중원에서 가장 강한 후기지수가 된 데는 이런 독심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이런 힘이 어디에 숨어있었나 싶을 정도로 그들은 거칠게 적들을 밀어붙였다.
비록 내공은 없었지만 기세가 꺾인 산적과 낭인들을 어찌하지 못할 실력들이 아니었다.
그리고 위기 때마다 적절히 날아드는 비도,
“아악! 살려줘!”
“끄아악!”
영주까지 임요성을 수행했던 여산홍은 그동안 활약하지 못했던 걸 메꾸기라도 하려는 듯 미친 듯이 비도를 날려댔다.
분위기는 완전히 뒤바뀌었고, 발악을 하던 혈랑대와 녹림도들의 비명 소리가 점점 잦아들기 시작했다.
위험할 만하면 임요성의 솔잎이 산적들과 낭인들의 머리 위에 꽂혔기에 더 이상의 희생은 없었다.
어느새 주위에는 조사를 위해 살려둔 웅산패를 제외하고는 모두 싸늘한 주검이 되어있었다.
“헉! 헉!”
가쁜 숨을 몰아쉬는 적천수의 눈에 담담하게 전장을 둘러보는 임요성의 모습이 들어왔다.
‘강하다.’
그것도 압도적으로.
무림맹에서 수많은 강자들을 봐온 그가 이렇게 말할 정도의 무인은 천하에 열을 넘지 않았다.
‘저 많은 솔잎을 어검술처럼 구사하다니…. 상천십좌의 경지…? 아니 어쩌면….’
적천수는 앞에 보이는 저 청년이 모든 실력을 보이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엄청난 내공이 소모되었을 것인데 숨소리 한번 흐트러지지 않았다.
가슴이 떨렸고, 두려움이 엄습했다. 같은 편이지만 너무나도 강한 사람.
그래도 그는 무림맹 주력타격단의 대주.
천천히 그에게 걸어간 적천수가 덜덜 떨리는 손을 들어 포권을 취했다.
“감사합니다. 파천도군. 그리고 죄송합니다. 도군을 기다렸어야 했는데.”
짧지만 정중한 인사에 임요성도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얼굴은 펴지지 않았다.
표국에서부터 데려온 표사 몇 명과 쟁자수들이 모두 죽었기 때문이다.
두진호의 아내였던 강연화 때문에 표국의 경력 있는 표사들이 많이 죽었다.
그래서 얼마 남지 않은 표사들은 모두 표두로 승격되어 이번에 대량으로 받은 무인들을 표사로 만들어낼 주요한 자원이었다.
그런데 여기서 또다시 표사들이 죽어버린 것이다.
스산한 눈빛이 앞에 무릎 꿇려져 있는 웅패산에게 향했다.
저벅. 저벅.
천천히 임요성이 걸어갔다.
웅패산이 마치 사신을 본 것처럼 사시나무 떨듯 몸을 떨어댔다.
“저, 전 아무것도 모릅니다! 그냥 짐마차 행렬이 지나가기에 덮친 것뿐입니다. 사, 살려주시면 앞으로 절대 청풍표국의 행사에는 간섭하지 않겠습니다!”
절대로 언가, 서문가와 연수했다는 말은 할 수 없었다. 그랬다가는 자신에게 미래는 없다.
무림맹 무사들도 있으니 이렇게 빌면 죽이지는 않을 거란 생각에 손이 발이 되도록 빌었다.
무림맹 뇌옥에서 한 십 년쯤 살다가 나오면 될 것이다.
하지만 가까이 다가선 임요성의 눈을 보자 웅패산은 더 이상 말을 할 수가 없었다.
‘무, 무슨 눈이….’
그리고 그 생각을 마지막으로 웅패산은 의식을 잃었다.
“그, 그어어….”
침을 흘리며 의식이 날아간 웅패산은 임요성의 탈혼촌열에 의해 자신이 알고 있는 모든 걸 불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의 입에서 나온 단어, 권존 언충호!, 그리고 검존 서문관!
그 단어에 지켜보고 있던 모두의 눈에 불꽃이 튀었다.
이렇게 대대적으로 습격을 감행했다는 것은 어디선가 정보가 샜다는 의미.
혹여 자신들이 어디선가 입을 잘못 놀렸나 자책한 이도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가장 부끄러웠던 것은 마음속 어딘가에 임요성에 대한 의심도 있었다는 것이다.
관아에 잡혀간 것처럼 속여서 혹시 영주부 지부대인과 짜고 이런 일을 벌인 게 아닌가 싶었다.
임요성이 없을 때 이런 습격이 일어난 것에 대한 의심이었다.
그런데 언충호와 서문관이란 이름이 나오자 그를 의심한 것에 대한 부끄러움으로 두 가주에 대한 반발심이 더욱 강해졌다.
“말도 안 돼! 어떻게 그들이…!”
팽원호가 믿을 수 없다는 듯 소리쳤다.
“절대 용서해서는 안 되오! 배신도 배신이지만 그들로 인해 이 무고한 이들이 모두 죽어버렸소!”
소림의 홍천조차도 이번에는 부처님을 찾지 않았다.
다른 이들 또한 두 가주에 대한 성토와 절대 용서해선 안 된다는 말을 토해내며 분개했다.
하지만 그들의 성토가 이어지는 동안에도 임요성은 무표정한 얼굴로 듣고만 있을 뿐이었다.
그런 그가 문득 고개를 돌리자 묘한 광경이 보였다.
표사들 중 유일하게 살아남은 홍국헌이 온몸에 피칠갑을 한 채로 누군가의 주검 앞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임요성이 천천히 그에게 다가갔다.
“영환아… 크윽….”
홍국헌의 흐느낌.
임요성이 다가왔음을 알았을까.
슬픔에 찬 그의 말이 흘러나왔다.
“…영환이 녀석이 총사님을 많이 좋아했습니다…. 늘 총사님 같은 분 옆에 있다고 좋아했죠. 이번 표행도 총사님과 함께해서 좋다고 얼마나 기뻐했는지….”
모두가 동료고, 친구인 동료 표사였지만 자신을 동경해 표국으로 들어온 막내, 장영환의 죽음은 그에게도 견딜 수 없는 슬픔으로 다가왔다.
그는 바로 하북의 객잔에서 선배 표사들한테 강호에 대해 들으며 눈을 반짝였던 신입 표사였다.
처음 하북의 객잔에서 임요성을 봤을 때부터 장영환은 그를 동경했다.
그리고 훌륭한 표사로 성장해 임요성을 지근거리에서 보필하는 것이 꿈이었다는 그의 말은 임요성에게도 강한 울림을 주었다.
턱.
임요성의 그에게 가서 어깨에 손을 올렸다.
어떤 말도 위로가 되지 않으리란 걸 알기에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불량인 시절에는 늘 황자의 등을 보며 그를 지켰다.
그런데 이제는 자신의 등을 보고 누군가가 동경을 하기도 하고, 질투를 하기도 한다.
이 또한 강호를 살아가는 무인의 숙명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