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undless Necromancer RAW novel - Chapter 211
209. 신앙 (2)
「전용 권한 #K-1547[정보 열람]을 발동합니다.」
눈 깜짝할 사이에 몸을 키운 푸른색 머리칼의 사내를 보며 정보 열람 권한을 발동했다.
「라블칸 스타르」
「초상 연합 12인 간부 중 1인에 속하는 변형계 초능력 소유자.」
「마계의 마수로 몸을 변형시킬 수 있으며, 변형 상태 동안에는 마기를 사용한다.」
「그는 현재 갑자기 생겨난 경외심 탓에 경악한 상태다.」
그리 많은 정보는 드러나지 않았다.
시스템 메시지에 드러난 건 라블칸이라는 이름과 그의 소속 및 능력에 관한 간단한 개요뿐이었다.
덤으로 현재 경악한 상태라는, 있어도 없어도 상관없는, 메시지도 있다마는.
이 또한 중요치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이런 미친……!?”
라블칸 스타르의 얼굴에서 바로 경악이라는 감정이 읽혔기 때문이다.
만마지왕에 의해서 강제로 경외심을 느끼는 중인 거 같은데…….
이미 거목 미궁에서 많이 본 반응이라서 흥미롭진 않았다.
‘정보 열람은 좀 다를 줄 알았는데, 그렇진 않았네.’
그나마 라블칸 스타르라는 브로커가 초상 연합 간부 12인 간부 중 1인이라는 건 소득이다.
하지만 그 이외에는 깔끔하게 무시해도 상관없는 정보였다.
나는 바로 시스템 메시지를 치워 버렸다.
그때였다.
“노, 놀라워. 발현계 초능력자 중에 이 정도의 힘을 가진 자가 있을 줄이야. 경의를 표하지.”
라블칸이 억지로 웃음을 지으며 내게 사탕발림을 입에 담았다.
“너, 초상 연합에 들어올 생각은 없냐? 적으로 삼기엔 너무도 아까운 인재야!”
“……없는데.”
“인간을 뛰어넘은 힘을 가진 이들은 정상에 서야 한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나? 초상 연합은 이 시대를 바로잡고자 하고 있다!”
“……?”
그 말에 나는 고개를 갸웃하곤 눈을 찌푸렸다.
“인간을 뛰어넘은 힘이라고?”
그럴 만도 했다.
“너 같은 놈이?”
라블칸 스타르.
푸른빛 머리칼의 사내는 틀림없이 이 세상에서는 강자에 속하는 자일 터.
하지만 그 힘은 탑의 도전자로 따지자면 어려움 난이도 10층 수준 대에 불과했다.
그것도 아주 나약한.
그런데 인간을 뛰어넘었느니 어쩌느니 떠드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어이가 없었다.
마치 햄스터가 고양이를 보며 자기는 짐승을 초월한 존재라 말하는 거 같다고 해야 하나?
그에 나는 피식 웃었고, 라블칸은 눈을 찌푸렸다.
“……그래. 너는 확실히 강하지. 느껴져. 얼마나 훌륭한 이능을 타고났는지.”
“이건 타고난 게 아니라 어쩌다 보니 얻은 건데.”
“거짓말하지 마라. 너는 필시 천재 중의 천재일 터. 그렇지 않고는 내게 떨림을 줄 수 있을 리 없지.”
“…….”
“하지만 그래서 더더욱 이해하기 힘들다. 너는 피식자가 아니라 포식자가 될 자인데. 어째서 약자를 두둔하는 거냐.”
“믿고 싶은 대로 믿네.”
나는 라블칸의 파충류 같은 일자동공을 바라보며 또박또박 힘을 줘서 말했다.
“너 같은 건 아무것도 아니야.”
단지, 진실을 담담하게 전했을 뿐이지만, 라블칸은 경련하듯 몸을 떨었다.
엄청난 모욕을 들었다는 것처럼 말이다.
“……뭐?”
“초상 연합은 시대를 바로잡고 싶어 한다고 했었지?”
“……그렇다. 이 시대는 잘못되어 있다. 강자를 한낱 기계로 굴복시키다니. 약자들이 비겁한 거다. 이 세상을 바로잡아야 한다.”
“그게 네가, 그리고, 너희가 아무것도 아니라는 증거야.”
나는 짜증이 난다는 어조로 바로 말을 이어 갔다.
“레이저 절단기 따위에 패배하는 초능력자라니. 그런 의미 없는 강자가 있을 리 없잖아.”
“……달라! 이 시대가 잘못된 거다! 예전이었다면, 이 초상 능력은, 틀림없이 강자의 세상을 만들었을 것이다!”
“그래?”
“초상 연합의 리더이신 ‘그분’도 말씀하셨다! 잘못된 건 우리가 아니라, 이 빌어먹을 세상이라고! 실제로 이 세상을 ‘그분’은 바꿔 주셨지!”
“…….”
“창공에 떠오른 잿빛 구체가 이 세상이 잘못됐다는 증거다! 보아라! 기계 없는 약자들이 어찌 됐는지! 이제 이능이 없는 이는 먹잇감에 불과해!”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나.”
이제는 귀찮게 입을 열 필요도 느끼지 못했다.
“그렇다면 증명해 봐.”
그리고.
「스킬 ‘순간 가속’이 활성화됩니다.」
“한 번이라도 내 공격을 피하면 너의 말을 인정해 줄게.”
나는 가볍게 바닥을 퉁 박차며 비릿한 조소를 흘렸다.
“물론 해낼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마는.”
***
「업적 ‘조롱의 대가’를 달성했습니다.」
「내구가 1 상승합니다.」
콰아앙!
마기에 의해서 검게 물든 라블칸의 주먹이 건물을 부수며 이리저리 휘어진다.
그리 절도 있는 움직임은 아니었다.
단지, 있는 대로 주위에 있는 모든 걸 부수는, 그러한 힘의 폭주였다.
그럴 만도 했다.
라블칸은 현재 내가 내뱉은 말에 크게 분노한 상태였으니까.
“강자는 약자의 위에 서야 한다! 그리고 나는, 그리고, 우리는! 엄연한 이 세상의 포식자다!”
쾅! 쾅! 쾅!
파공성을 일으킬 정도로 강력한 권격들이 허공을 메우지만…….
“나는, 나는! 아니, 우리, 우리는! 틀리지 않았어! ‘그분’도 그리 말해 주셨다!”
그중에서 내게 닿는 공격이라고는 하나도 없고 처절하게 울부짖는 소리만이 귓가에 맴돌았다.
“찬탈자께서는, 새로이 초능의 시대를 열고, 세상을 원점으로 되돌릴 것이다!”
그 울음과도 같은 소리에 담천우는 쯧쯧 혀를 차며 말했다.
―……어이없군. 기계 따위에 밀리는 초능의 힘이 부족한 거라곤 생각지 않고 있어. 이건 상상 이상으로 추하도다.
‘동감입니다.’
―‘그분’이라는 놈이 아마도 신격의 근원이겠다마는. ‘그분’이라는 신격의 근원을 빼면 아무것도 안 남겠구나.
‘아마도 초상 연합은 그리 수준 높지 않을 겁니다.’
생각했다.
전투 중에 의미 없이 상대를 도발한 건 아니다.
라블칸을 흥분시키며 해서는 안 되는 말들마저도 그의 입에 담게 했다.
그걸 통해서 알아낸 점이 있었다.
‘신격의 근원이 되는 초상 연합의 리더는 굉장한 선동가야.’
찬탈자.
추측하건대 이 세상의 최강자로 생각되는 초상 연합의 리더는 선동에 능했다.
사실상 그는 초상 연합이 있든 없든 간에 인류를 멸망시킬 수 있을 정도는 될 터.
그럼에도 불구하고 초상 연합이라는 테러 집단을 만들고, 초능력자들을 꼬드겨서 새로운 시대를 여느니 어쩌느니 말한 것은…….
초상 연합을 신앙 공급 장치로 이용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이렇게 광신도처럼 굴어 대는 초능력자들이 있으면 신앙을 수급하기 쉬워지겠지.’
찬탈자는 아마도 잿빛 구체 내부에 있을 터이다.
신격의 근원이 완성되는 동안에는 그도 꼼짝없이 그 안에서 신앙을 받아야 할 터이니.
초상 연합이라는 테러 집단을 통해서 신앙 공급에 차질이 없도록 설계한 것이다.
재밌었다.
‘치밀하네.’
생각지도 못했던 성장 방식에 나름대로 흥미도 생겼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찬탈자라는 인물에 대해서였다.
라블칸 스타르는 그렇지 않았다.
“너는 확실히 아무것도 없는 수준이네.”
“아, 아아아아아! 닥쳐! 닥치라고! 이……!”
이제는 흥분으로 얻어 낼 수 있는 정보는 대부분 얻었다.
「스킬 ‘일격 집중’이 활성화됩니다.」
나는 대충 거목 미궁에서 습득했던 소소한 스킬을 활성화하곤 발등으로 라블칸을 걷어찼다.
꽈드드……!
“커, 커어어, 억……!”
그의 몸을 두르고 있었던 마기가 만마지왕에 의해서 내게 흡수됐고…….
그 탓에 라블칸은 순간 가속에 일격 집중이 겹친 발차기를 그대로 맞아야 했다.
그 결과는 생각 외로 더 강력했다.
콰콰콰콰쾅!
―쯧쯧. 또 힘을 조절하는 데 실패한 것이냐. 저래서는 진짜 죽었을 수도 있느니라.
라블칸은 사무실의 벽을 뚫고 그대로 건물 아래에 있는 부서진 아스팔트 도로에 파묻혔다.
하지만 감각을 집중하니 이내 그의 숨이 아직은 붙어 있음을 알아챌 수 있었다.
“그래도 다행히 죽지는 않았나…….”
아직은 고문으로 캐낼 수 있는 정보도 있을 터이니 이대로 죽는 건 곤란했다.
그에 바로 발길을 돌려서 아래로 내려가려고 하니 카티아가 눈을 치켜뜬 채 주춤거리고 있었다.
“이, 이게 대체 무슨……. 초, 초상 연합의 일원을 이기다니…….”
그녀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내게 경악에 찬 목소리로 물음을 건넸다.
“설마 당신은 말로만 듣던 정부 직속 비밀 요원인 건가요……? 그, 그것도 아니면 다른 나라의 비밀병기 같은?”
그에 나는 대충 대답했다.
“그 어느 쪽도 아닙니다.”
“그, 그럼 설마 초상 연합 리더의 동생이라도 되는 건가요……? 그, 그렇다면 그 엄청난 힘들도 이해할 수 있……!”
“쓸모없는 생각하지 마시고 내려가죠.”
그 말에 카티아는 바로 입을 닫았고, 나는 이내 라블칸이 있는 장소로 내려갔다.
“아, 아아……. 이런, 말도, 말도 안 되는, 일이…….”
그는 입에서 피를 토하며 지렁이처럼 몸을 꿈틀거리고 있었다.
어느새 마물 같은 기운을 풍기던 신체는 사라지고, 라블칸은 본래의 형태를 되찾은 채였다.
감상은 없었다.
나는 바로 그의 머리채를 꽉 쥐어 잡은 채 그대로 들어 올렸다.
꽈아악.
“크아악…….”
“초상 연합 본부 위치.”
“개, 같은, 자식이. 마, 말할 것 같냐. 나도 자존심은 있……!”
“초상 연합 간부 위치.”
“……허, 헛소리 말고, 주, 죽여라. 절대로, 마, 말하지 않는, 다.”
“초상 연합 목적 및 활동 내용.”
“……쓸모, 없는, 짓이─.”
“방금 말한 거 전부 기억해야 할 거야.”
콰아앙!
「스킬 ‘고통 증폭’이 활성화됩니다.」
나는 라블칸의 머리통을 바닥에 한차례 찧고는 다시금 물었다.
“셋 다 말해 봐.”
“꺼, 져…….”
콰아앙!
「스킬 ‘고문 기술’이 활성화됩니다.」
이쯤 되면 생각이 달라질 것이다.
스킬이 활성화된 채로 받는 모든 고통은 크게 증폭되어 느껴질 터이므로.
「스킬 ‘고통 증폭(D)’의 숙련도가 100%에 도달했습니다.」
「스킬 ‘고통 증폭(D)’의 등급이 한 단계 상승합니다.」
「스킬 ‘고문 기술(D)’의 숙련도가 100%에 도달했습니다.」
「스킬 ‘고문 기술(D)’의 등급이 한 단계 상승합니다.」
이전에 숙련도를 그럭저럭 올려 둔 스킬이라서 그런지 둘 다 스킬 랭크가 상승했다.
그 이외에 자잘한 스킬들이 숙련도가 올랐지만, 나는 그 메시지를 모조리 무시했다.
그리고 다시금 물었다.
“셋 다 말해 봐.”
“…….”
“싫음 말고.”
“자, 잠깐만!”
실제로 라블칸은 바로 태세를 전환해서 다급히 내게 말을 걸었다.
“초, 초상 연합 본부 위치는 제 4번 지구에 있는 도축장 지하에 있어!”
「스킬 ‘화룡안’이 상대의 말에 거짓이 있음을 간파합니다.」
“입에 침도 안 바르고 거짓말을 하는구나.”
“뭣…….”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자고.”
“제, 제 7번 지구 레오넨슬 식품 공장 지하에 있다!”
「스킬 ‘화룡안’이 상대의 말에 거짓이 없음을 간파합니다.」
“이번에는 진짜인가.”
“그, 그래! 그, 그리고 초, 초상 연합 간부들은 어디에 있는지 모른다!”
「스킬 ‘화룡안’이 상대의 말에 거짓이 없음을 간파합니다.」
“이것도 진짜고.”
“하, 하지만 지령받은 내용은 알고 있다. ‘그분’께서는 초상 연합 간부들에게 망가진 구역들을 맡기셨다.”
「스킬 ‘화룡안’이 상대의 말에 거짓이 없음을 간파합니다.」
“그리고?”
“……아마도 식료품 같은 물자의 이동을 막고, 독점해서, 문명을 잃은 구역들을 광기로 가득 채우고 있겠지.”
「스킬 ‘화룡안’이 상대의 말에 거짓이 없음을 간파합니다.」
“…….”
“……나, 나도 잘은 모르지만, 여태까지 내가 그랬으니, 그쪽도 다르지 않을 거야. 그, 그러니 고통 없이 죽여줘.”
「스킬 ‘화룡안’이 상대의 말에 거짓이 없음을 간파합니다.」
“그러지.”
이제 모든 정보를 알아냈으니 라블칸의 쓸모는 다했다.
그러니 이제는 마무리하며 알아보려 했던 걸 알아봐야 할 터이다.
「신화 이 활성화됩니다.」
「도전자 한성윤에게 의 효과가 붙습니다.」
「승리할 수 없는 적을 상대로 인과를 역전시켜 ‘반드시 승리하는 인과율’을 생성합니다.」
「도전자 한성윤에게 의 효과가 붙습니다.」
「신격을 상대로 승리를 거둘 때마다 도전자 한성윤이 가진 신성의 격이 상승합니다.」
「승리를 반복할 때마다 승천이 가까워집니다.」
「이에 따라서 신성이 상승할 시 때때로 특수 보상이 주어집니다.」
꽈아앙!
「초능력자 ‘라블칸 스타르’의 사령을 흡수했습니다.」
「숙련도가 0.011% 상승합니다.」
라블칸이 최후를 맞이하자마자 사령이 흡수되며 신성력도 소폭 늘어났다.
하지만 중요한 건 그게 아니다.
―이건……?
라블칸을 이기자마자 체내에 있는 신성의 농도가 짙어졌다.
그리 엄청난 수준은 아니다마는…….
신성의 농도는 곧 신성의 격이니.
이는 곧 신성 권능의 강화 및 격의 상승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이런 미친 신화를 봤나! 고작 이런 조무래기를 이겨 놓고도 신성의 격이 오른다고?
확실히 놀라운 효과다.
그러나…….
―뭐냐, 이건.
신화 이 품은 진가(眞價)는 다른 곳에 있었다.
「도전자 한성윤이 승리함으로써 승천에 0.0001% 가까워졌습니다.」
신성 상승.
―……이런 미친?
신화 에 붙은 이 효과의 ‘승천’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제야 알았다.
[ 이런 건가. 재밌는 힘이네. ]신성 권능도, 신성 운용도.
아무것도 할 수 없지만, 이제는 원하면 목소리에 신성이 담긴다.
그것도 신격화조차 하지 않은 상태로.
[ 승리하는 것만으로 신위(神威)를 끝없이 올리는 게 가능할 줄이야. ]승천(昇天).
이건 ‘진정한 초월자’로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진 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