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undless Necromancer RAW novel - Chapter 92
090. 창천검룡 (5)
한순간.
나는 잊고 있던 사실을 떠올려야 했다.
모든 도전자는 탑에 들어오며 기본적으로 고유 특성을 개방한다는 것을.
그러니 일반인에 불과했던 도전자도 고유 특성을 가지게 되고 무림 차원에서 온 백선학도 고유 특성이 있던 것이다.
“…….”
그건 남궁혁도 마찬가지였다.
―고유 특성 ‘강제 결투’에 의해서 반경 30m 이내에 결투 영역이 형성됩니다.
방금 나타났던 메시지를 떠올린 나는 이내 주변을 둘러보았고.
이내 딱 30m 정도 되는 반원형의 빛의 장벽을 보며 헛웃음을 지었다.
“진짜 말도 안 되는 고유 특성이 다 있네…….”
빛의 장벽이 결투 영역의 외부와 내부의 공간 자체를 아예 단절한 것일까?
바깥에서 캐서린이 뭐라고 소리치는 거 같은데 제대로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나는 고개를 돌려서 아직도 상반신에 불꽃을 휘감은 남궁혁을 바라보았고.
그는 그런 나를 보며 씩 웃음을 짓더니 이내 이렇게 말했다.
“이깟 기술에 의존하고 싶지는 않았지만……. 본 공자도 다른 수는 없었다.”
“까놓고 말해서 다 감당할 수 없을 거 같으니 일대일로 죽이려고 한 거겠지.”
아까처럼 크게 도발할 필요성은 못 느꼈기에 나는 적당히 이죽거렸다.
그러나 남궁혁은 그마저도 크게 거슬린다는 것처럼 눈을 찌푸렸다.
“……천박하도다. 네놈에게는 긍지란 것이 결여가 된 모양이군.”
무림 차원의 도전자는 모두 머리에 문제라도 하나씩 가지고 있는 것일까?
한때 백선학에게 느꼈던 짜증을 이번에는 남궁혁에게 느끼며 나는 그를 비웃었다.
“당신한테도 그런 건 없는 거 같은데.”
“…….”
“긍지 같은 게 있었으면 도시를 파괴하며 저를 찾지는 않았겠지.”
“닥쳐라. 타인의 검을 훔치는 놈이 감히 뭘 안다고 지껄이는…….”
그 찰나에 나는 바로 섬전검기를 활성화하며 남궁혁에게 재빨리 참격을 방출했다.
대화에 열을 올리는 틈을 타서 적어도 한 방은 먹이고 시작할 심산이었지만…….
챙!
“소용없다.”
남궁혁은 그 검기를 아무렇지도 않게 막더니 반대로 내게 참격까지 쏘아 냈다.
까아앙!
그 참격을 나는 크게 검을 휘둘러서 상쇄한 후 반동으로 떨리는 손을 억제하듯 꽉 쥐었다.
‘불의 억압에 걸려서 스킬이 몇 개 봉인됐어도 이 정도일 줄이야…….’
현재까지도 남궁혁의 상반신이 불꽃에 휩싸여 있는 걸 보니 ‘불의 억압’이 발동 중인 모양인데.
생각보다 더 남궁혁의 저력이 강한 탓에 제약까지 걸렸음에도 그는 꿋꿋이 버티고 있었다.
불의 억압에 걸린 상태에서 김승훈을 한 방에 건물의 잔해 속에 처박을 때부터 알아봤지만.
남궁혁은 현재 최상의 상태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내가 감당하기 어려운 상대다.
“진짜 무공도 모르는 주제에 검기를 온전히 다룰 수 있을 것 같으냐.”
그러나―.
“거짓된 검기로는 진정한 검기를 따라올 수 없을 것이다.”
나는 그에 기죽지 않고 바로 온몸의 마력을 끌어올렸다.
「스킬 ‘순간 가속’이 활성화됩니다.」
한계까지 마력을 사용하며 순간 가속의 효과를 극대화하는 동시에.
「스킬 ‘바람의 은총’이 활성화됩니다.」
「모든 속도가 70% 상승합니다.」
「현재 스킬 중첩 진행도 – 7/7」
바람의 은총까지 발동하며 바로 나는 땅을 박찬 채 뛰쳐나갔다.
「신속의 장화(C+) 전용 효과로 순간 속력이 상승합니다.」
파아앙!
인정한다.
나는 남궁혁처럼 공간을 접듯 달릴 수도 없고 그만큼 대단한 요령도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 싸움의 요체는 남궁혁의 [강제 결투]가 해제되는 순간까지 버티는 것이다.
이 순간에 남궁혁을 뛰어넘어야 하는 이유 같은 것은 그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나는 공기를 찢듯이 내달리는 와중에 건물이 기울어지며 그림자가 진 공간으로 뛰어들었다.
그러자…….
「스킬 ‘은밀한 그림자의 걸음(C+)’이 활성화됩니다.」
「그림자가 드리운 공간을 밟은 채 이동하고 있습니다.」
「사용자의 이동 속도가 +30% 상승합니다.」
은밀한 그림자의 걸음(C+)의 능력 중 하나가 바로 발현됐다.
걷는 방식이 효율적으로 개편되며 어두운 곳에서 걸을 시 이동 속도가 증가하는 능력은.
충분히 다른 스킬과의 시너지를 통해서 남궁혁의 움직임을 따라잡을 수 있도록 해 줬다.
초월적이라 부를 수밖에 없는 속도로 나는 남궁혁을 향해서 내달렸지만.
“나름대로 숨겨 둔 수는 꽤 있는 모양이다만―.”
어느새 남궁혁은 흐릿한 잔상을 남기며 신형을 박차더니 내가 있는 곳에 나타났다.
그것도 바로 눈앞에서 무표정하게 검을 날리는 형태로.
카카캉!
“고작 무공의 흉내를 내는 게 네놈의 전부라면 머지않아서 죽게 될 것이다.”
흡사 남궁혁은 내게 이렇게 고하는 거 같았다.
이제야 막 지옥 같은 10분의 결투가 시작되었을 뿐이라고.
***
사술(邪術).
자기 자신의 재량으로 발휘하는 능력이 아니라 외부적 요소에 의존하는 능력.
본래 남궁혁은 이러한 부류의 특별한 능력과도 꽤 무림에서 여러 번 마주쳤다.
대부분이 무공의 열화된 능력에 불과하며 그렇게 썩 대단한 사술은 거의 존재하지 않았다.
그에 남궁혁은 당연히 무공보다 사술이 약할 수밖에 없다고 여겼다.
그럴 만도 했다.
―스스로 쓸 수 있는 능력도 아니고 외부에 의존하는 능력이 무공보다 강할 리 없지.
그의 조부인 검존(劍尊)이 말했듯 무공은 초월로 걸어갈 수 있는 유일한 길이었다.
직접 보이지 않는 세계의 기(氣)를 제어하여 서서히 현실의 법칙을 뒤틀고 마침내 초월적인 강자가 된다.
그게 바로 무공이었다.
그 과정을 견디지 않고 외부에서 충당하려는 부류의 능력이 제대로 되먹었을 리가 없었다.
하지만 남궁혁은 탑에 선택받은 후 최초로 스킬을 습득하며 그 존재에 의구심을 품었다.
―스스로 구현할 수 없는 능력일진대 발동할 수 있다니……?
본래 외부 요인에 의존하는 능력은 대부분 그 능력이 좋지 않거나 대가가 만만치 않았다.
그러나 스킬은 그런 것도 없고 그저 사용자가 쓰고자 하면 손쉽게 발동이 되었다.
여태까지 그가 쌓아온 모든 것을 부정하는 능력에 남궁혁은 혼란스러움을 느꼈고.
이내 스킬이라는 초월적인 능력을 습득하는 와중에 남궁혁은 깨달았다.
그저 스킬을 획득하고 쓰는 것에는 자기 자신의 발전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저 탑이라는 초월적인 존재에게 하사받는 능력에 불과하다는 것인가…….
스스로 구현하는 건 불가능할진대 쓸 수 있다는 점에서 남궁혁은 깨달았다.
이는 그저 탑에게 하사받은 능력에 불과하며 진짜인 무공과는 다른 가짜일 뿐이라는 것을.
스킬은 기(氣)를 스스로 통제하여 발동하는 게 아니라 불가해(不可解)의 시스템에 의해서 강제로 발동되는 능력이었다.
그 사실을 알아챈 남궁혁은 스킬을 쓰는 이들을 모조리 비웃었다.
―진짜에는 필적할 수 없는 가짜에 의존하는 놈들이 무슨 가치가 있지?
모조품(模造品).
자기 자신의 의지로 무언가를 해낼 수 있는 여력은 없는 가짜였다.
흡사 무공처럼 스스로 강해질 수 있는 거 같지만 실상은 그저 보이지 않는 목줄을 탑에게 쥐여 주는 것과 다름없다.
그렇기에 남궁혁은 스킬은 곧 무공의 열화된 사술이며 동시에 발전 가능성이 아예 존재하지 않는 능력이라 여겼다.
스킬을 써도 올라가는 것은 숙련도라는 가상의 수치이며 등급이 올라가도 달라지는 것은 능력의 내용일 뿐일지니.
그러니 스킬은 가짜이며 무공이 진짜라고 생각하며 살아왔다.
“…….”
바로 눈앞에 있는 한성윤을 보기 전까지는.
「스킬 ‘잿빛 선혈’이 활성화됩니다.」
「사용자에게 가해지는 모든 종류의 고통이 31% 감소합니다.」
전신이 난도질이 될 정도로 상처를 입은 눈앞의 사내는 다른 이들과는 달랐다.
아직 딱 잘라서 무엇이 다르다고 말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지만…….
‘눈빛이 다르다.’
죽기 직전까지 몰렸음에도 불구하고 한성윤은 오히려 더 눈을 빛냈다.
마치 이 지옥 같은 상황에서도 일발역전의 기회가 기다리고 있다는 듯이.
물론 실질적으로는 거의 일방적인 폭력의 행사가 이어지고 있으니 남궁혁도 처음에는 그저 기분 탓이라 여겼다.
이 남자에게는 특별한 것이 없고 그저 특성이니 스킬이니 하는 가짜의 힘에 의존해서 여기까지 왔을 뿐이라고.
아니었다.
‘어째서……? 어째서 죽지 않는 거지……?’
치명상 같은 건 몇 번이고 입었고 의지 같은 건 예전에 상실해야 했다.
그런데 한성윤은 남궁혁의 검에 반응하기 위해서 애쓰며 버티고 있었다.
이에 짜증을 느낀 남궁혁은 검술의 묘리를 더 극대화하여 눈속임 사이에 절대로 반응할 수 없는 사각(死角)에서 공격을 날렸다.
스킬은 곧 대부분 무공의 열화된 능력에 지나지 않는다는.
그 지극히 무림인답다고 할 수 있는 사고방식 아래에 남궁혁은 검술로 그를 압도하려고 했다.
절대로 보이지 않을 공격으로 아예 지긋지긋한 사술로 회복하지 못할 정도로 한성윤을 몰아가기 위해서.
그러자 놀라운 상황이 발생했다.
카카캉!
“……!?”
동시다발적으로 사각에서 날아든 검기를 한성윤이 어렵지 않게 막아 낸 것이다.
어째서 그랬는지 정도야 남궁혁도 바로 알아챌 수 있었다.
「스킬 ‘심안’이 활성화됩니다.」
이 상황에 쓸 만한 스킬을 한성윤은 지니고 있던 것이다.
‘이 무슨 어이없는…….’
그러나 더 어이가 없는 것은 곧 사각에서 날아든 검기를 막아 낸 한성윤이었다.
그는 바로 검기를 막아 내더니 이내 고민하는 듯 갈팡질팡하다가 눈을 슬며시 감았다.
그에 남궁혁은 그게 곧 기회임을 눈치채고 검기(劍氣)를 이리저리 흩뿌리며 한성윤과 충돌했다.
남궁혁이 직감했듯 눈을 감은 한성윤은 아까보다 더 많은 상처를 동반한 채 죽음까지 몰려졌다.
그때까지는 남궁혁은 스킬에 의존하느라 한성윤이 어리석은 선택을 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을 기점으로 갑자기 상황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
어느새 한성윤은 눈을 감은 채 남궁혁의 검을 읽어 내듯 막아 내더니.
점점 시간이 지날수록 마치 깨달음을 얻듯 움직임이 절제되며 춤이라도 추듯 움직였다.
심지어 남궁혁이 슬슬 초조함을 느끼기 시작할 무렵에는 더 심한 변화가 일어났다.
촤아악!
순식간에 한성윤의 검이 구부러지며 남궁혁의 팔에 자상(刺傷)을 낸 것이다.
이것은 스킬이 아니라 명백한 실력의 향상과도 연관이 있었다.
‘고작 무공의 열화품 주제에 어째서 이렇게까지 할 수 있지……?’
남궁혁의 상식으로는 도저히 현재 상황을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어째서 이 사내는 자신의 검에 버티고 상처를 입으면서도 점점 더 움직임이 좋아지는지.
어째서 이 사내는 스킬이라는 사술에 의존하면서도 이렇게나 빠르게 성장하는지.
어째서 이 사내는 가짜의 힘으로 진짜의 힘에 필적하기 시작하는지.
그 어느 것도 남궁혁이 받아들일 수 없는 것들뿐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것은 이제 스킬이 아니라 무공의 영역에 가까웠기 때문이다.
깨달음.
오로지 무(武)의 영역에 다다른 자들만이 겪게 되는 일종의 성장 가속의 영역에 한성윤은 다다른 것이다.
그리고―.
“…….”
남궁혁은 어느새 입가에 호선을 그리고 있는 한성윤을 보며 인정했다.
이 사내는 그저 가짜에 의존하는 이가 아니라 가짜를 진짜로 만드는 이.
검귀(劍鬼)라고.
***
세상이 어두컴컴하다.
흡사 몽롱한 상태로 길을 걷는 것처럼 몸이 무겁고 균형 감각은 이리저리 무너진다.
당연하다면 당연한 바였다.
잿빛 선혈 스킬로 체력을 막대하게 소모한 것도 모자라서 마력도 한계까지 쥐어짜 냈으니.
심지어 심안 스킬을 활성화시키기 위해서 눈을 감고 있어서 그런지 더 어질어질했다.
그러나 어쩔 수 없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날아드는 공격을 인지할 수 있는 심안은 눈을 감으면 모든 방향을 인지할 수 있었다.
심안 스킬에 의존하지 않으면 버틸 수 없었다.
예전에는 고작 10분이라고 여겼던 시간이 이렇게까지 고통스러울 줄은 몰랐다.
그러나―.
이 시간이 내게 단순히 고통스러울 뿐이냐고 묻는다면 그건 아니었다.
「……진정한 심안이 무엇인지를 당신은 스스로 깨달았습니다.」
「……스킬 ‘심안(D-)’의 등급이 B급으로 성장합니다.」
남궁혁의 기괴한 검술을 막기 위해서 눈을 감고 있었던 탓일까?
어느 순간을 기점으로 나는 진짜 세 번째 눈이 존재하는 것처럼 심안 스킬을 쓸 수 있었다.
그저 보이지 않는 영역에서 행해지는 공격을 인지하는 게 전부였던 능력이.
이제는 30m 이내에 펼쳐진 빛의 장벽은 물론이고 그 안에 널린 건물의 잔해까지도 싹 파악할 수 있게 되었다.
그뿐만이 아니다.
「……오로지 스스로의 감각에 의존한 채 목숨을 건 전투를 진행했습니다.」
「……스킬 ‘육감(C+)’의 등급이 B급으로 성장합니다.」
습득한 채 존재하는지도 잊고 있던 육감 스킬이 진화하며 감각은 한층 더 또렷해지고.
「……검(劍)을 통달한 자와의 결전에서 죽지 않고 그 검을 견뎌내는 것에 성공했습니다.」
「……스킬 ‘엽마검獵魔劍(C)’의 등급이 B급으로 성장합니다.」
어설프다고 느꼈던 스스로의 검술은 단시간 내에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성장했다.
「……짧은 시간 내에 숱한 위기를 겪으며 육체가 한계를 넘어선 재생을 경험했습니다.」
「……스킬 ‘잿빛 선혈(B-)’의 등급이 B+급으로 성장합니다.」
주력으로 삼는 대부분의 스킬이 성장했음을 느끼며 나는 눈을 떴고.
“…….”
이내 조용히 곡도를 두 손으로 잡은 채 나를 노려보는 남궁혁을 볼 수 있었다.
‘뭐지?’
결투 지속 시간이 얼마나 남았는지는 잘 모르겠으나 이제 곧 끝나리라는 건 확실했다.
그런데 남궁혁은 더 검을 쓰지도 않고 그저 검을 두 손으로 붙잡은 채 나를 노려볼 뿐.
그에 내가 긴장하며 눈을 가늘게 뜨는 순간이었다.
“고작 탑의 힘을 빌린 주제에……. 무공을 능가할 수 있을 거 같으냐.”
대뜸 남궁혁은 그렇게 말하더니 이내 검을 위로 치켜들었다.
분명히 초조해야 할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담담한 남궁혁을 보며 나는 흠칫했다.
그럴 만도 했다.
아까랑은 다르게 남궁혁의 눈빛은 나를 단순한 제거 대상으로 보고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천박하다느니 어쩌느니 떠들던 때랑은 차원이 다른 적대심이 그 눈빛에서 드러났다.
“그 끈질긴 의지도, 가짜에 불과한 빌린 능력도, 이 자리에서 끝내주마.”
그리고…….
이내 나는 어째서 남궁혁이 이렇게까지 담담하게 끝을 고할 수 있었는지 알 수 있었다.
어느새 남궁혁의 상반신을 감싸고 있던 불꽃은 눈에 띌 정도로 줄어들었고.
그게 의미하는 바는 간단했다.
‘불의 억압의 지속 시간이 끝나가고 있……!?’
그러나 그에 내가 경악하며 재빠르게 태세를 가다듬기도 이전에.
“이것이 바로 가짜 검기로는 따라올 수 없는 진정한 검기이며.”
남궁혁의 상반신에 있던 불꽃은 완전히 꺼졌다.
그리고―.
“이게 바로 검기를 넘어선 경지, 검염(劍炎)이다.”
검기(劍氣)를 넘어선 검염(劍炎)이 내게 몰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