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g Player RAW novel - Chapter 141
제 141화
52장. 이그니스의 약점 – 1화
화아아악.
확실히 입구부터 기분 나쁜 열기가 나를 감쌌다.
분명 화산의 열기가 포티아 화산 근처를 감도는 것이겠지만…… 마치 나를 노리고 있는 것 같다는 기분이 강하게 들었다.
‘그러고 보니 계속 놓치고 있었군.’
나는 확인한다, 확인한다 하면서 제때 보지 못했던 라키스의 스탯을 띄웠다.
심안으로 보고 저장해 뒀으니, 내용은 가지고 있었다.
그에게 정말 많은 변화가 일어났기 때문에, 한번 스탯을 점검해 줄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
[라키스 – Lv. 234] [근력 : 793][체력 : 335] [마력 : 103][지혜 : 72] [민첩 : 88][매력 : 49] [물방 : 731][마방 : 273] [특수 성향 : 질서 정연 SSS / 정의 구현 SS / 쾌검술 S / 전략적 교전술 S / 오러 블레이드 A / 항마 대응 B] [일반 성향 : 충성, 사랑, 열정] [1차, 2차 각성의 시너지효과로 근력과 물리 방어력이 크게 상승하였습니다.] [보유 중인 아티팩트 – ‘유디트의 갑옷’, ‘통곡의 건틀릿’, ‘마키아스의 대검’, ‘바스테레의 마검’. ‘클라나드 중갑주’]‘소드 마스터인 갈라딘 공작에 비하면 아직 모자라는 스탯인 것은 맞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S급 무장의 반열에는 확실히 올랐어.’
스탯에는 바스테레의 마검은 반영되지 않았는데, 그것은 라키스가 대검을 착용했기 때문이다.
검을 두 자루 준 것은 스위칭 개념이다.
마검은 가볍고, 대검은 무겁다.
라키스가 자신의 성향에 맞게, 그때그때 교체해서 쓰도록 의도적으로 검을 하나 더 준 것이다.
‘레나가 섭섭해하지 않게, 조만간 아티팩트를 하나 더 구해 줘야지.’
나는 이 시간에도 열심히 구슬땀을 흘리며 수련하고 있을 레나를 떠올렸다.
녀석을 가까이서 본 지가 꽤 오래됐다.
물론 기사단장 엘라의 밑에서 하루가 멀다 하고 굴려지고(?) 있을 테니, 걱정은 하지 않는다.
‘나만 성장하지 않았어. 모두가 다 같이 성장하고 있다.’
내가 가장 기분이 좋은 것은 바로 이 부분이었다.
다 함께 성장한다는 것.
왕국을 가지면 무엇 하겠는가?
나를 보좌해 줄 가신들이 하나같이 폐급의 무장들이라면, 왕국의 미래는 뻔할 것이다.
나는 아직 나스 대륙 전체를 아우를 만한 실력을 갖추지 못했다.
당장에 베르하드가 나와 결투를 신청한다면, 목숨을 걸고 싸워야 할 것이다.
물론 과거에는 아예 싸워 볼 생각조차 못 했던 것을 생각하면, 일취월장하기는 했지만.
‘현생에서 눈을 뜨자마자 라키스를 치안대장으로 임명한 것은 정말 신의 한 수였군.’
새삼 그에게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가신의 성장은 곧 주군인 나의 성장이기도 했으니까.
바로 그때.
화아아악!
전혀 생각지도 않은 곳에서 갑자기 화염구 하나가 날아들었다.
지이잉!
실드를 펼쳤다.
요즘 트랜센던스 주문을 쓰는 것이 익숙해져서 늘 초월 마법만 썼는데, 사실 기본 마법도 기초적인 위력은 괜찮았다.
투웅!
다행히 날아든 화염구의 화력은 높지 않았고, 실드는 가볍게 그것을 튕겨 냈다.
“…….”
나는 살짝 내려놨던 긴장을 끌어올렸다.
역시 ‘이그니스 월드’로 불리는 장소답다.
우연을 가장한 수많은 함정들이 주변에 도사리고 있다.
당장 눈앞에 보이는 검은 땅에도 함정은 숨겨져 있었다.
나는 매직 미사일의 바람 구체 하나를 만들어 낸 뒤, 검은 땅 위로 그것을 날렸다.
이윽고 구체가 닿는 순간.
퍼서서석!
검은 땅이 힘없이 무너지며, 그 밑에 마수를 숨기고 있던 식지 않은 용암이 모습을 드러냈다.
“속 편하게 날아다니는 게 낫겠군.”
나는 아공간에서 꺼낸 타넥스를 바로 착용했다.
-인공지능 올라예요.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고도 20m를 계속 유지해 줘.”
-네, 알겠습니다.
비행 보조를 올라에게 맡기고 나는 계속 화산 정상을 향해 오르기 시작했다.
이제부터 이그니스의 보이지 않는 시험이 계속될 것이다.
그것을 통과해야 그는 자신의 세계인 ‘이그니스 월드’로 향하는 차원문을 열어 준다.
비에나는 관심 있는 나에게 직접 찾아왔지만, 그는 자신이 있는 곳으로 부르기 때문이다.
그 금단의 문이 열릴 때까지는 반드시 시험에 도전하고, 또 도전해야 했다.
* * *
샤아아아아.
내 앞에서 차원문이 열린 것은 그로부터 족히 1시간도 넘는 시간이 흐른 뒤였다.
“망할.”
그을음이 잔뜩 묻은 타넥스의 몸체를 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대륙에서 가장 까다롭기로 유명하다는 포티아 화산의 악명에 걸맞게 정말 아슬아슬한 곡예비행을 했다.
6클래스 마법사라고 해도 즉사를 면할 수 없을 일격을 일곱 번이나 당했다.
다 식은 것처럼 보였던 지면 아래에서 갑자기 마그마가 치솟은 것도 다섯 번이 넘었다.
한 번이라도 몸의 어딘가가 닿았다면, 진즉에 죽었을 것이다. 의심의 여지없이.
저벅. 저벅. 저벅.
차원문 안으로 들어오자, 과연 화산과는 다른 새로운 세계가 모습을 드러냈다.
이그니스가 자신을 위해 구현한 세계, 바로 이그니스 월드.
하나부터 열까지 자신의 손으로 빚은 세계이기에 그가 이 세계에 갖는 애정은 실로 컸다.
세계의 주인인 만큼, 이그니스는 이 안의 모든 것들을 마음대로 컨트롤하고 있었다.
지금 내가 정면에 바라보고 있는 거대한 화산도, 이그니스가 마음만 먹는다면 불과 몇 초 만에 사라지게 할 수 있었다.
그래서 의 플레이어들은 이그니스 퀘스트를 가장 싫어했다.
매번 공략법이 바뀌는 이그니스 월드는 까다로움 그 자체였고, 수천 가지의 이유로 리트라이를 하는 지옥이었기 때문이다.
‘진짜 아무도 몰랐지. 잔인하기 그지없는 불의 화신인 이그니스가 한 사람에게만큼은 따뜻한 남자였다는 사실을.’
이그니스와 관련된 스토리를 떠올리자, 피식 웃음이 났다.
한편으로는 잔인해 보이는 존재도, 내면에는 여린 감정을 품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계기이기도 했다.
화악! 화악! 화아악!
그때, 저 멀리서 불기둥이 솟구쳤다.
역시 불이다.
화려하고, 찬란하며, 멋있다.
왜 의 위저드 플레이어들이 ‘불법사’에 열광했는지 알 것 같았다.
나도 불을 좋아한다.
불은 모든 것을 태우고 녹일 수 있으며, 때로는 말려 버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불은 인간에게 가장 많은 고통을 줄 수 있는 마법 속성이기도 했다.
뼈와 살, 피부를 태우는 고통.
말해 무엇 하겠는가? 지옥이다.
바로 그때.
우우우웅!
상공에서 굉음을 내며, 나를 향해 사선으로 낙하하는 무언가가 있었다.
이그니스는 아니었다.
그는 이렇게 부잡스럽게 등장하지 않는다.
아무도 모르게, 소리 소문 없이 등 뒤에서 등장하는 게 보통이다.
‘수문장 토스카.’
어렵지 않게 나는 상대의 이름을 떠올릴 수 있었다.
쿠웅!
이윽고 지면 위에 거칠게 안착한 상대가 모습을 드러냈다.
토스카.
이그니스가 아끼는 자신의 심복 중 하나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불로 이루어진 녀석으로 이그니스의 축소판이라고도 할 수 있다.
토스카는 화염 내성이다.
무슨 말인가 하면, 화염 계열의 마법은 하나도 통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지옥불이라고 불리는 헬 파이어도 토스카에게는 오히려 좋은 먹잇감이 된다.
되레 헬 파이어의 불길을 자체적으로 흡수하고, 몸을 키우는 매개체로 삼는 것이다.
“이그니스 님을 만나러 온 인간인가? 네게서 아주 비열한 굴종의 향기가 나는군.”
토스카가 먼저 말을 걸었다.
온통 활활 타오르는 불길인지라 얼굴과 몸의 경계가 모호했다.
마치 초등학생이 그린 불길에다가 눈과 입을 그려 넣은 모습이랄까?
토스카에게는 미안했지만, 보이는 모습이 딱 그러했다.
살아 있는 불의 화신이라 불리는 이그니스의 모습을 생각하면, 토스카는 그냥 ‘불귀신’에 가까웠다.
의 토스카는 사실 이그니스보다 악명이 더 높았다.
이그니스는 오히려 화염의 정령왕임에도 불구하고, 화염 내성이 없었기 때문이다.
보통 화염계로 키우는 불법사가 많은 의 위저드였기에 완전 면역인 토스카를 상대하는 것은 지옥이었다.
녀석을 죽이려면 반대 속성의 위치에 있는 빙결이나 물 계열의 마법을 써야 했다.
하지만 가장 효과가 좋은 물 계열의 마법은 많은 위저드의 천시를 받았다.
그러니 토스카 공략에 애를 먹은 것은 불 보듯 뻔한 일.
[화염 계열 마법 : SSS] [결빙 계열 마법 : A] [바람 계열 마법 : SSS] [흙 계열 마법 : C] [기타 계열 마법 : C]‘확실히 좋지는 않지만.’
물 계열은 따로 분류도 안 돼서, 저렇게 기타 계열로 분류된다.
판정이 다른 속성에 비해 떨어지기는 하나, 내게는 이를 뛰어넘을 수단이 있다.
바로 초월 마법, 트랜센던스다.
마력의 준비도, 선택지의 준비도 끝났다.
남은 것은 일격뿐이다.
장기전은 원치 않았다.
일격의 진검 승부.
그것이면 족했다.
“내가 갈까, 아니면 네가 올래?”
나는 토스카를 도발했다.
“돼먹지 않은 놈!”
과연 지력과 참을성이 떨어지는 토스카답게 즉각 내 도발에 걸려들었다.
쿠와아아아!
순식간에 거대한 불기둥으로 변한 토스카가 몸을 어지럽게 회전시키며, 나를 향해 쇄도했다.
상당히 위력적이었다.
평범한 마법사가 보면,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순간적으로 머리가 새하얘질 정도로.
촤르륵. 촤륵. 촤륵.
하지만 나는 허리 뒤로 돌린 내 오른손 위에서 이미 마법 구체를 활성화시키고 있었다.
물 계열의 5클래스 마법.
워터 밤(Water Bomb)이었다.
일전에 나와의 전투에서 나오미가 썼던 6클래스 아쿠아 스톰보다는 하위 마법이기는 했다.
‘트랜센던스를 얹으면 다르지.’
하지만 나는 워터 밤을 즉시 강화시켰다.
그러자 단순히 물 폭탄을 끼얹는 정도의 느낌인 워터 밤은 순식간에 거대 물기둥으로 성장했다.
“열화 지옥의 고통을 직접 느끼게 해 주마!”
내 등 뒤에서 벌어지고 있는 변화를 아는지 모르는지.
토스카는 목청껏 소리를 토해 내며, 내게 쇄도하고 있었다.
“…….”
나는 숨을 죽이고 기다렸다.
서로 상극의 속성을 가진 마법은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맞부딪힐 때, 그 효과가 극대화된다.
화아아악!
제법 열기가 강렬했다.
그래도 마법 방어력이 높은 덕분에 피부가 녹아내리거나, 체모가 순식간에 타 버린다거나 하는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다음 순간!
쿠아아아!
더욱 불길을 끌어올린 토스카가 이윽고 내 코앞까지 날아들었다.
충돌 1초 전!
“하아압!”
나는 일갈하며 트랜센던스 워터 밤을 그대로 토스카의 면전에 꽂아 넣었다.
뻐어엉!
굉음이 터져 나왔다.
동시에 충돌로 인한 후폭풍이 나를 그대로 덮쳤다.
“크으으윽!”
즉각 실드를 펼친 덕분에 나는 부상 없이, 지면에 두 다리를 질질 끌며 뒤로 물러날 수 있었다.
“크헉……?”
문제는 내가 아닌 토스카였다.
방금 전까지 세상의 모든 것을 태워 없애 버릴 기세로 달려들던 녀석은.
슈르륵. 슈륵. 슈르르륵.
한여름 땡볕 아래의 아이스크림처럼 빠르게 녹아내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