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g Player RAW novel - Chapter 291
제 291화
92장. 압도적인 힘으로! – 2화
“마, 마, 마족이…….”
“한 방에 죽었어…….”
등장과 동시에 비명횡사한 마족의 모습을 보고 당황한 것은 현장의 군인들도 마찬가지였다.
인비저빌리티 마법을 이용해 투명화 상태를 유지한 채로 조용히 상황을 지켜보던 자레드.
그는 예상했던 대로 마족이 나타나자, 바로 데큐플 트랜센던스 플레어 스피어 마법을 사용했다.
조용한 저격!
인간에 대한 멸시와 과도한 우월감에 우쭐거리던 서열 97위의 마족, 바자트는 그렇게 죽었다.
[마족 ‘바자트’를 제거하여, 마족 사냥꾼의 수치가 1 올랐습니다.] [즉시 당사자와 제자들에게 스탯이 분배됩니다.] [현재 마족 사냥꾼 : 02 / 99]‘좋아. 바로 한 놈 적립했고.’
출발이 좋았다.
자레드는 여전히 어안이 벙벙한 표정을 짓고 있는 병사들을 향해, 음성 증폭 마법으로 소리쳤다.
“이곳에 나타난 마왕군의 수장이 죽었다. 마족이 없는 마수들은 그저 맷집 좋은 괴물일 뿐이다. 모든 시설을 적극 활용하여 응전하라!”
“와아아아!”
“황제 폐하께서 우리를 지켜보신다!”
“크리비아를 위하여!”
바자트의 위풍당당한 위세에 잠시 눌렸었던 병사들의 사기는 재차 폭발했다.
순식간에 드높아진 크리비아 제국군의 사기와 달리, 등장과 동시에 리더를 잃은 마수들의 표정에는 두려움이 섞였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쿠오오옷!”
어차피 돌아갈 곳이 없는 마수들은 이내 살기 어린 눈빛을 뿜어내며 돌진하기 시작했다.
“준비!”
현장에 배치된 크리비아 제국군 소속의 지휘관이 손을 들었다.
아직 방어 시설은 활성화가 되지 않은 채, 공격을 대기하고 있는 상태였다.
한 번의 공격으로 최대한 많은 적을 죽여야 하기에 그 타이밍을 재는 중인 듯했다.
“신의 축복이여, 내리소서.”
그 틈을 타 헤이즈가 전장의 모든 병사에게 디바인 나인의 치유술과 각성술을 함께 전개했다.
체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려 주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내면에 내재된 두려움을 불식시키고, 그만큼의 사기를 북돋워 주었다.
디바인 나인의 경지는 실로 놀라운 것이어서, 수천 명의 병사들이 단번에 그 혜택을 받았다.
‘내가 보는 눈이 좋다니까.’
자레드는 지방 작은 영지의 평범한 하녀에서 대륙 최고의 치유사로 거듭난 헤이즈가 그저 대견하기만 했다.
심안 덕분에 그녀를 ‘떡잎’부터 알아보고 열심히 육성(?)해 왔던 것이 드디어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크오오오! 우오오오!”
마치 개미굴에서 개미가 몰려나오듯, 차원문을 비집고 나온 마수들이 질주하기 시작했다.
지휘관은 그간 꾸준히 해 온 훈련에 따라 당황하지 않고 적절한 때가 오기를 기다렸다.
그리고 정확히 최대 효율을 낼 수 있는 지점까지 마수들의 군세가 밀려오기 시작하자.
“일제 사격! 장치 가동!”
드디어 신호를 보냈다.
다음 순간.
퍼엉! 퍼엉! 퍼엉!
푸슉! 푸슈슈슉!
수많은 방어 시설이 일제히 활성화되기 시작했다.
“끄엑!”
“케에에엑!”
한바탕 살육의 장이 펼쳐졌다.
낙엽에 가려져 있던 지면 아래에서 철로 만들어진 뾰족한 기둥들이 일제히 솟구쳤고.
어떤 곳은 땅이 푹 아래로 꺼지면서 그 밑에 셀 수 없이 촘촘하게 박혀 있던 가시 위로 마수들이 추락했다.
그뿐만 아니라 나무와 나무, 바위와 바위 사이에 단단하게 고정되어 있던 대형 바위가 떨어졌다.
쾅! 콰콰쾅! 콰콰쾅!
전장 전역에 매설된 자레드 지뢰가 연쇄반응을 일으키며, 크고 작은 폭발을 일으킨 것은 덤.
거기에다가 한 점에 집중된 화포들이 일제히 불을 뿜자, 마수들이 여기저기서 고깃덩어리가 되어 죽어갔다.
‘아직 끝난 게 아냐.’
자레드는 방심하지 않고, 조용히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마수 무리가 제법 많기는 하였지만, 뭔가 완성된 군세라고 하기에는 부족한 점이 있었던 것이다.
“…….”
그래서 시야의 사각지대에서 9클래스 마법인 메테오를 캐스팅한 채 기다리고 있었다.
아직 차원문 밖으로 뛰쳐나오지 않은 잔여 병력이 있다고 본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우웨! 웨에에에에! 퀘에!”
시간차를 두고 다수의 어보미네이션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마족 자칸 / 서열 99위]마족 한 놈이 더 나타났다.
‘그러면 그렇지.’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이 있다고 했던가? 상황을 꿰뚫어 본 자레드의 판단은 정확히 적중했다.
그제야 자레드는 다시금 때를 기다리고 있던 메테오 마법을 바로 차원문 쪽으로 시전했다.
구아아아아!
상공에서 이글거리는 화염의 꼬리가 만들어지며, 운석구가 낙하하기 시작했다.
“……음?”
등장과 동시에 대단위 공격 마법을 맞이하게 될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던 자칸.
그는 마법을 보자마자 즉각 대응하거나 피했어야 했지만, 화려한 불의 꼬리에 그만 시선을 빼앗기고 말았다.
그리고 그 결과는.
“끄엑!”
잔혹하고, 참담했다.
전장을 지켜보던 수많은 병사들과, 영상으로 현장을 살피던 모든 백성들은 목격할 수 있었다.
인간들을 말살하기 위해 나타났다는 마족이 위풍당당은커녕 발에 짓밟혀 죽는 벌레처럼 찌그러지고 터져서 죽어 나가는 광경을.
당연한 얘기지만, 그 곁을 지키고 있던 어보미네이션도 잘게 부수어진 고깃덩어리 신세가 된 것은 똑같았다.
다음 순간.
자레드가 방금보다 더 큰 목소리로 소리쳤다.
“자! 이제 마족 아흔아홉 놈 중에서 두 놈을 죽였다. 이제부터 시작이다! 크리비아 제국의, 나스 대륙의 기상을 보여 주자!”
“와아아! 크리비아를 위하여!”
“나스 대륙을 위하여!”
“마왕을 물리치자!”
파괴의 신처럼 여겨졌던 마족이 둘이나 비명횡사하자, 전장의 기류도 바뀌기 시작했다.
자레드의 위엄!
병사들은 그에게서 확실한 희망의 씨앗을 보고 있었다.
* * *
대륙 전역에서 동시다발적인 전투가 연이어 전개됐다.
몇 분 정도의 시간 차이가 있기는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예상한 지점에 마왕군이 모두 나타났다.
물론 모든 것이 자레드의 예상대로만 흘러가지는 않았다.
그와 베르하드의 사전 조사에서 특정할 수 없었던 10%의 지역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애석하게도 그 희생양이 된 곳은 나스 대륙 남동부에 위치한 발렌시아 왕국이었다.
베르하드의 사전 조사에서 전혀 확인된 바가 없었음에도, 거기에 마왕군의 대군세가 나타난 것이다.
게다가 하필이면 마족 서열 3위, 아카로프트도 함께였다.
아카로프트의 등장과 동시에 그가 이끄는 정예 마수들이 일제히 전장을 휩쓸기 시작했고.
발렌시아 왕국은 개전 1시간도 되지 않아 수천 명의 병사들을 순식간에 잃었다.
희망과 절망이 공존하는.
인간과 마왕군의 진흙탕 싸움이 그렇게 막을 올렸다.
* * *
같은 시각.
나스 대륙 남서부에 위치한 아시누스 해역에는 루크, 게니츠 제독이 이끄는 크리비아 해군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최신식 함포로 무장한 기함을 비롯한 다수의 함선이 화문을 연 상태로 대기 중이었다.
바로 그때.
파수대에서 남쪽 방향, 즉 섬이 있는 방향을 살피던 파수병이 소리쳤다.
“마왕군이 나타났습니다!”
“역시 폐하의 선견지명은……. 규모는 어느 정도 되느냐?”
“최소 5천 이상으로 보입니다!”
“저승길로 보내 주기에 더할 나위 없이 충분한 숫자군.”
“함포 발사 준비!”
루크와 게니츠의 입가에 미소가 걸렸다.
모든 것이 계획대로였다.
뿌우우우-! 뿌우우-!
그리고 멀지 않은 곳에서 나팔 소리가 힘껏 울려 퍼졌다.
즉, 인근의 다른 섬에서도 마왕군이 나타났다는 신호였다.
쿵! 쿵! 쿵! 쿵!
이윽고 해안가로 뛰쳐나온 마수들이 앞 다투어 물에 뛰어들기 시작했다.
이쪽의 섬들은 전부 사람이 살지 않은 곳이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1개월 전까지는 사람이 사는 곳이었지만, 지금은 모든 거주자들이 다른 지역으로 소개됐다.
왜냐하면 마왕군이 반드시 나타날 소환의 장소로 특정됐기 때문이었다.
자레드는 두 제독에게 일찌감치 해군을 이용해, 이 섬들을 그들의 무덤으로 만들라고 지시한 터였다.
푸욱! 푸욱!
물이 익숙하지 않은 마수들이 투박하게 헤엄을 치며 물살을 가르기 시작했다.
수영이 익숙하지 않을 뿐, 녀석들이 아예 기본기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그래서 내버려 두면 3km 안팎에 위치한 내륙에 상륙할 수 있기에 여기서 끝내야 했다.
“발사!”
“한 놈도 살려 두지 마라!”
이윽고 두 제독의 명령이 동시에 떨어졌다.
퍼엉! 퍼엉! 퍼엉!
일제히 함포가 불을 뿜었다.
셀 수 없이 많은 연구와 개조를 통해 폭발력과 살상력을 크게 높인 함포였다.
콰쾅! 쾅! 쾅!
여기저기서 물기둥이 솟구치며, 거대한 폭발이 일었다.
짧게는 십여 미터에서 길게는 수십 미터를 족히 넘기는 그야말로 대폭발이었다.
당연한 얘기지만, 이 폭발에 휘말린 마수의 몸이 온전할 리는 없었다.
속수무책이었다.
수영을 하는 것만으로도 벅찼던 마수들은 물 위에서 그대로 목숨을 잃고, 하나의 부유물이 되며 죽어 갔다.
물은 마수들에게 상극이었다.
앞길을 가로막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면 어떻게든 도해(渡海)에 성공했겠지만, 현실은 달랐다.
퍼펑! 펑!
섬을 학익진으로 둘러싼 함선들은 아낌없이 포탄을 퍼부었다.
결전의 오늘!
이날을 위해 지난 1년을 절치부심하며 준비해 온 크리비아 해군이었다.
병사들의 숙련도, 장비, 넉넉한 인력과 포탄까지……. 부족한 것은 하나도 없었다.
이 모든 것이 자레드의 세심한 안배와 대비, 그리고 후원 속에서 이뤄진 하모니였다.
“루크 제독, 나스 대륙의 바다는 책임지고 우리가 지킵시다.”
“두말하면 잔소리지. 단 한 마리 마수도 결코 바다를 건널 수 없도록 놈들을 수장시킵시다.”
루크와 게니츠가 서로 두 손을 꽉 맞잡은 채, 투지로 가득 찬 눈빛을 주고받았다.
일방적인 학살!
이곳뿐만 아니라, 나스 대륙 전역의 섬에서 마수들이 일방적인 함포 사격에 몰살되고 있었다.
* * *
전황은 긴박하게 흘러갔다.
나는 계속해서 통신석을 이용해서 각지의 보고를 받았다.
첫 시작은 마족 둘을 제거하는, 아주 깔끔한 시작이었지만.
모든 것이 순탄하고 만족스럽지는 않았다.
역시 마족이란 존재가 주는 위압감은 일반 병사들에게는 엄청난 것이었다.
그래서 대형 마수를 마족으로 오인한 보고가 빗발쳤다.
물론 이런 지휘관들의 보고를 탓할 수는 없었다.
마족과 대형 마수들은 언뜻 보기에 비슷해 보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애초에 마족과 ‘인간형 마수’는 제대로 능력을 발휘하기 전까지는 이족 보행을 하는 형태라 구분하기 힘든 점도 있었다.
오인 신고를 받았다고 해서, 현장에 도착해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냥 갈 수는 없었다.
모든 전선에서 싸우고 있는 병사들은 모두 쉽게 포기해서는 안 될 나의 소중한 백성들이었고.
나는 그들에게 절대로 지지 않을 것이라는 희망을 심어 줄 필요가 있었다.
그 결과.
내가 몇몇 전선에서 마족을 제거하는 성과 없이 시간을 소모하는 동안.
-동부 제32 전선입니다. 아군이 궤멸되었습니다. 더 이상 버틸 수 없……. 끄아!
-폐하……. 죄송합니다.
순식간에 다수의 전선이 동시다발적으로 와르르 무너졌다.
“제길.”
상황이 마냥 내게 유리하게만 흘러가지는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