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g Player RAW novel - Chapter 342
제 341화
106장. 한계에 도전하는 자 – 2화
‘과연 신이라 착각할 만하네.’
상공에 위치한 나는 정면으로 나를 응시하고 있는 테딜라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단지 눈 한 번 마주쳤을 뿐인데 온몸에서 오한이 느껴질 정도의 전율이 일었다.
‘그래도 내가 나스 대륙에서 계속 성장해 온 결과가 헛되지 않았어. 한 번도 자만하진 않았으니까.’
나는 동방 대륙에서 나름 힘 있는 실력자로 알려진 진선평마저 내게 고개를 숙이는 것을 보며.
나름의 확신을 했다.
동방 대륙에서 최소한 내 실력이 다섯 손가락 안에 들 정도의 위력은 된다고.
6년 전, 갑자기 현생에 환생해서 초창기 나스 대륙에서 ‘쪼렙’으로 고생하던 시절을 생각하면.
격세지감을 느꼈다.
동방 대륙에서의 자레드는 시작점이 애초에 꼭대기에서부터 출발하고 있는 것이다.
“빨리 끝내자.”
나는 플라이 마법을 이용해 빠르게 테딜라에게 접근하며, 공격할 마법의 선택지를 정했다.
보통 상대가 화염의 화신이라면 익숙한 빙결 마법을 떠올리기 마련이겠지만…….
“어디 누가 더 뜨거운지 볼까?”
화르르륵!
나는 녀석보다 더 뜨겁게 타오를 수 있는 선택지를 고르기로 했다.
데큐플 트랜센던스 헬파이어.
여기에 마력을 더욱 소진하여 화염의 정령을 모두 소환하는 최대의 일격.
테딜라에게 진정한 화염의 참맛을 보여 줄 생각이었다.
-스스로 죽음을 자초하는구나, 인간……. 짐의 안식을 방해하지 말라.
“짐이니 안식이니 개소리 하고 앉아 있네.”
화르르륵!
나는 테딜라의 위협을 가뿐하게 무시하고는 바로 헬파이어를 이어서 전개했다.
양손을 중심으로 뭉친 화염구가 빠르게 증식하며 덩치를 불려 가기 시작했다.
콰우우우! 콰우우!
어느덧 화염구를 중심으로 모인 화염의 정령들이 성난 이빨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들은 마치 지상에 강림한 신의 모습을 보듯이.
헬파이어의 화염을 원료로 삼아, 위용을 뽐내고 있었다.
‘이그니스와 비에나, 그리고 정령왕을 만나러 가지 않았다면 섭섭할 뻔했네.’
포효하고 있는 최상위 정령의 모습을 보니, 새삼 그들이 내게 내린 가호가 고마워졌다.
확실히 그랬다.
예전보다 나는 한 단계 더 발전하고, 능히 완전체라 불릴 만한 경지로 나아가고 있었다.
“하앗!”
일갈과 함께 테딜라를 향해 헬파이어를 전개했다.
데큐플 트랜센던스에 정령술과의 연계까지.
한 차례의 일격에 무려 18만 마력을 소모한 나로서도 투자한 값이 결코 적지 않은 공격이었다!
과아아아!
파공음을 내며 날아가는 헬파이어 구체가 주변의 모든 것을 집어삼켰다.
플라이 마법으로 제법 중심을 잡고 있던 나도 순간적으로 휘말렸을 뻔했을 정도였다.
“이걸로 끝나진 않겠지.”
나는 맹렬히 날아가는 헬파이어 구체를 향하여 바로 그 뒤를 따라붙기 시작했다.
다음 순간.
-콰아아앗!
테딜라가 우악스럽게 입을 벌리며, 마치 드래곤의 브레스를 보는 듯한 화염을 내뿜었다.
“크윽!”
그 불길이 어찌나 강렬한지 날아가던 나를 순식간에 덮칠 정도였다.
퍼펙트 실드를 펼쳐서 막았음에도 바로 역장이 깨질 정도의 놀라운 위력이었다.
블링크를 이용해서 하강 회피를 하지 않았다면, 공중에서 그대로 익어 버렸을 것이다.
우우우우웅!
“역시.”
화신이라는 칭호가 헛되진 않았다.
테딜라가 뿜어낸 불길은 정면에서 날아들고 있는 헬파이어 구체를 격렬하게 막아 냈다.
분명 엄청난 추진력을 보유한 채 서로를 향해 날아가고 있음에도, 그 힘이 균일하여 허공에 멈춘 것처럼 보일 정도였다.
‘하지만 억제되고 있군.’
언뜻 보기에는 테딜라가 손쉽게 내가 만들어 낸 초월 마법을 대응하는 것처럼 보이기는 했다.
불길을 빠져나온 화염의 정령들이 테딜라의 몸 여기저기를 할퀴기는 했지만.
그에게 치명적인 부상을 입히지는 못했기 때문이다.
그는 분명 평범한 인간이나 혹은 대마법사라고 하더라도 막아 낼 수 없을 마법을 막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여기에 있지.’
핵심은 그것이다.
테딜라는 내 손을 떠난 마법을 대등하게 막고 있을 뿐이었다.
수비에 모든 집중력을 빼앗긴 테딜라와 달리, 나는 지상에서 녀석의 빈틈을 노리고 있었다.
“한눈에 보이네.”
테딜라의 가슴팍에 위치한 붉은색 큰 점이 보인다.
사람으로 따지면 심장을 떠올리게 하는 위치.
아마도 그것이 테딜라를 화신(火神)으로 존재하게 만드는 코어(Core)이겠지.
타타타탓!
나는 헤이스트를 이용해 지면을 따라 이동하며, 테딜라의 빈틈을 찾기 시작했다.
-으으으! 으으!
놈은 내가 만든 마법을 막아 내느라 정신이 없었다.
방금까지 그 오만한 말투로 나를 무시하던 것치고는 꽤나 꼴사나운 광경이었다.
예비 마력은 충분했다.
‘어차피 한 방 싸움이야.’
대부분 실력과 경지가 높은 두 존재가 맞붙으면, 장기전이 될 것이라고 예상할 것이다.
하지만 실제는 다르다.
오히려 단시간에 승부가 판가름 난다. 그것은 서로가 힘을 아끼는 안배 따위를 하지 않기 때문이다.
일격필살의 노림수.
그 한 수가 엄청난 파괴력을 갖기에 가위바위보 싸움에서 진 한 쪽이 무너지는 경우가 잦았다.
‘어쨌든 내 헬파이어가 먹혔다는 것만으로도 내가 EX랭크라는 확신은 해도 되겠네.’
바꿔 생각해 보니 뭔가 뿌듯했다.
녀석에게 ‘멸시’를 당하지 않았다는 것만으로도 내 경지를 인정받은 느낌이었기 때문이다.
사실 그 사실 하나만 확인하고 던전을 떠날 수도 있었지만…… 그러고 싶지 않았다.
뭐랄까, 느낌이랄까?
테딜라를 쓰러뜨리면 내게 뭔가 유의미한 보상이 주어질 것 같다는 예감이 있었다.
그것은 말이나 어떤 생각으로 설명할 수 없는 대단히 주관적인 직감이었다.
‘간다, 테딜라!’
사용할 마력은 충분하다.
그리고 누군가에게는 신적 존재라고 불리는 테딜라가 나에게는 그저 조금 까다로운 몬스터로 보였다.
이미 나스 대미궁에서 수많은 형태의 보스 몬스터에 단련이 되어 있는 나다.
어지간한 변수가 나에게는 상수(常數)이고, 큰 영향을 줄 수 없다.
파앗!
그렇게 나는 지면을 박차고 몸을 날리며, 플라이 마법을 최대로 끌어올려 가속에 들어갔다.
마법사의 초근거리 전투.
난타전의 막이 올랐다.
* * *
얼마 후.
“……내가 도대체 뭘 보고 있는 건가. 이게, 이게 서방 대륙, 아니 나스 대륙 최강자의 면모인가?”
진선평은 테딜라와 일전을 벌이고 있는 자레드의 모습에 연신 탄성을 터뜨리고 있었다.
화신 테딜라.
녀석에게 도전할 수 있는 것은 증강우를 위시한 EX랭크의 각성자들이 모두 모였을 때나 가능하다고 여겼다.
애초에 테딜라는 공략을 하겠다고 떠올릴 대상이 아니었다.
자레드를 여기 데려온 것도 테딜라에게 멸시를 당하는지 아닌지만 확인하기 위함이었다.
물론 오는 내내 몬스터들이 박살 나는 과정을 보면서 설마설마하기는 했지만…….
그것은 전부 현실이 됐고, 자레드는 ‘감히’ 불멸 불사의 존재에게 도전하고 있었다.
“내 상식, 내 판단으로 더 크고 높은 분을 함부로 재단하려 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진선평은 그렇게 생각했다.
쿠웅! 콰앙! 쿠우우웅!
난타전이 벌어지고 있었다.
선공을 가한 것은 자레드였다.
먼저 헬파이어 마법에 정신이 팔린 테딜라의 가슴팍을 노린 일격이 정확히 명중했다.
그것은 세상의 모든 것을 얼려 버릴 정도로 극한의 한기를 가진 힘이었다.
-끄어어어!
고통이라는 것을 모를 거라고 생각했던 테딜라가 던전 전체가 떠나가라 신음을 토해 냈다.
그뿐만이 아니라 가슴에 위치한 코어에서 마그마와 같은 것이 뿜어져 나오며 비틀거렸다.
저것이 테딜라의 코어고, 유의미한 타격을 입히면 될 것이라는 것은 진즉에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론을 눈앞의 현실로 만드는 일은 결코 쉽지 않은 법.
누구도 해내지 못했던 일을 자레드는 마법 공격으로 능히 해냈다. 심지어 후속 공격도 이어 갔다.
콰앙! 콰앙!
어느새 테딜라의 등 뒤로 이동한 자레드가 이번에는 바람 마법을 전개하며 맹폭했다.
상공을 수놓으며 날아가는 수천 개의 바람 구체들은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심지어 그 마법 하나하나가 거센 폭풍을 일으킬 만큼 대단히 위력적이었다.
-끄걱! 커걱!
태산같이 우뚝 솟아 늘 중심을 잃지 않던 테딜라의 몸이 앞으로 몇 번이나 곤두박질쳤다.
쿠구구구. 쿠구구.
그 바람에 지축이 뒤흔들렸다.
콰앙! 콰앙! 콰앙!
자레드의 파상 공세가 이어졌다.
바람으로 만들어진 거대한 악마를 보는 듯한 형상이 테딜라를 덮치자 녀석은 또 한 번 흔들렸고.
이어서 자레드가 손을 하늘 높이 뻗는 순간!
꽈과과과과광!
흡사 뇌신의 재림(再臨)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의 강력한 전류가 손끝에서 응축됐다.
‘재앙.’
진선평은 자레드가 만들어 내는 모든 마법을 한 단어로 요약할 수 있었다.
그것은 자연의 힘으로 만들어 낼 수 있는 대재앙이었다.
마법 한 방에 전멸당한 가드낙스나 일격에 저승으로 간 인통연의 군대만 봐도 그랬다.
자레드는 그들을 처치함에 있어 오랜 시간을 소비하지 않았다.
정말 눈 깜짝할 사이에 모든 상황이 끝났고 수십, 수백의 목숨이 동시에 산화했다.
-죽어 버려라!
-신의 벌을 내려 주마!
물론 테딜라도 그냥 맞고만 있지는 않았다.
손끝과 입을 통해서 쉴 새 없이 뻗어져 나가는 불길은 세상의 모든 것을 지워 버릴 열화였다.
지면 여기저기에 솟아 있는 거대한 바위를 테딜라의 불길이 스치면, 순식간에 녹아 없어질 정도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레드는 공중 기동으로 신속하게 요리조리 피하며, 테딜라의 공격을 무력화시켰다.
거리는 제법 가까웠음에도 불구하고, 이동 속도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빠르고 민첩했다.
물론 진선평의 눈에만 여유로워 보일 뿐, 자레드 역시 온 전력을 다해 피하고 있는 중이었다.
단 한 순간이라도 방심하면, 목숨이 끝장날 수도 있다는 것을 알고 있어서다.
‘원했던 전투야. 나를 극한까지 몰아붙이기에 매우 위험하지만 그래서 더욱 성장을 자극하는 전투.’
자레드는 너무 좋았다.
테딜라를 만나기 전까지만 해도 자신의 꺼져 가는 열정을 자극할 적이 과연 있을까 싶었다.
그런데 있었다!
테딜라의 공격은 목숨을 위협하는 ‘즉사의 일격’이었기에 그 부담이 상당했지만.
그래서 역설적으로 자레드는 잔뜩 긴장한 상태로 전신의 움직임을 100%, 아니 200% 가까이 만들어 내고 있었다.
한계를 깨부수고 또 한 번 초월하는 이 느낌은 쉽사리 얻을 수 없는 경험이자 감정이었다!
‘반드시 내 손으로 끝장내고야 말겠어. 나스 대륙을 마왕에게서 한 번 구했고, 이제는 더러운 음모를 가진 신의 손아귀에게서 구할 차례야.’
자레드는 그렇게 다짐했다.
증강우가 머무는 연맹의 탑.
그 꼭대기에 위치해 있을 것이 틀림없는 ‘신’의 음모를 완벽하게 분쇄하겠노라고.
바로 그때.
띠링!
갑자기 상태창이 활성화됐다.
그리고.
[‘한계에 도전하는 자’의 조건이 활성화됩니다.]전혀 생각지도 않았던 새로운 방향으로 문이 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