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g Player RAW novel - Chapter 60
제 60화
23장. 대마법사 베르하드 – 3화
사제지간 시스템 강화였다.
전생의 지식을 바탕으로 어떻게 ‘꿀을 빠는’ 것이 좋을까 늘 생각하다 내린 결론이긴 하지만!
사실 가장 손쉽게, 그리고 꾸준히 불로소득을 얻을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이기도 했다.
‘어차피 유망주는 내가 열심히 키울 거고! 그 유망주의 성장이 만들어 낸 과실을 내가 좀 취하겠다는데 누가 뭐라고 하랴? 스승인 내가 가져가겠다는데 말이야!’
나는 아주 당당하게 자신을 합리화시켰다. 그리고 미련 없이 사제지간 강화를 선택했다.
[사제지간 시스템의 강화를 선택하였습니다.] [현재 적용 중인 제자는 헤이즈, 이자벨, 레나, 미아입니다.] [강화를 진행하면, 최대 인원이 4인에서 8인으로 늘어납니다.]새로운 4인을 누구로 할지는 이미 결정했다. 한 명은 아직 고민 중이지만, 일단 3명은 확실하게 생각을 끝냈다.
바로 강화를 진행시켰다.
그리고 아주 간단하게 사제지간 시스템의 강화가 끝났다.
‘쇠뿔도 단김에 빼자!’
즉각 움직이기로 했다.
일단 제자 한 명의 자리는 공석으로 두고, 나머지 세 자리에는 율리안과 아키 그리고 클로이로 채울 생각이었다.
나중에 상황을 봐서…… 노망주(?)로 라키스를 넣을까 고민 중이다.
* * *
“영주님, 이렇게 하면 된 겁니까? 갑자기 이런 계약서를 들이미시니 얼떨떨합니다. 뭐, 영주님께 많은 가르침을 얻었으니 이상할 것은 없지만 말입니다.”
“율리안, 혹시 50년 전에 이티마 제국에서 35년간 재상의 자리에 있었던 명재상 구우트를 기억하오?”
“예, 이름은 익히 들어서 알고 있습니다. 제가 롤 모델로 삼고 있는 분이기도 합니다.”
“살아생전에 구우트는 많은 저서를 남겼지. 그중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괴짜 행정학》이라는 책이 있소. 5권으로 된 책인데, 사람들은 잘 모를 것이오. 다들 그가 쓴 《행정학 개론》만을 기억하니까.”
“예, 사실 저도 《행정학 개론》만 읽어 봤습니다. 《괴짜 행정학》은 불쏘시개나 다름없다고 해서 말입니다.”
“《괴짜 행정학》을 꼭 읽어 보시오. 많은 도움이 될 테니까. 새롭게 깨닫는 바가 있을 거요.”
“진심이십니까?”
“제자에게 농담하는 스승이 있겠소?”
율리안에게서 가장 먼저 서명을 받아 낸 나는 그의 성장을 자극할 수 있는 편법을 알려 줬다.
아마 평범한 인재에게 그 책을 보라고 했으면 마공서가 됐을 것이다. 도움이 되기는커녕 독이 됐을 터.
하지만 율리안은 그사이에 제법 특수 성향이 성장해 있었다.
[특수 성향 : 행정 전문가 S / 경영의 묘수 S / 다중 업무 처리 A]경영의 묘수가 A에서 S로 올랐다. 행정 전문가 성향과 함께 이중으로 S등급을 찍었으니, 이제는 사파적인 지식을 전달해도 휘둘리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명석한 지혜 스탯을 바탕으로 자신에 맞게 각색할 가능성이 컸다. 나는 그 점을 노렸다.
“예, 영주님. 그럼 즉시 구해서 읽어 보겠습니다.”
“기대가 크오, 율리안.”
“저도 여전히 영주님께 거는 기대가 큽니다. 특히 올해가 끝나기 전까지 영주님의 영토를 꼭 중영지 수준으로 성장시켜 달라고 부탁했던 것도 벌써 이뤄 내어 주셨으니까요.”
“그럼, 이제 나를 떠나지 않을 것이오?”
“하하, 오히려 제가 부탁을 드려야지요. 저를 꼭 영주님의 총행정관으로 쓰일 수 있게 해 달라고 말입니다.”
율리안이 고개를 숙여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나는 그를 꼭 끌어안아 주었다.
가신의 충성은 언제나 옳다. 그리고 나를 행복하게 만든다.
내 곁에 좋은 인재들이 계속 모이고 있는 만큼, 꼭 멋진 결과를 만들어 내고 싶다.
반드시.
이 거대한 세계의 주인공이 되는 것으로 말이다.
* * *
“아앗, 영주님!”
“왜 이렇게 깜짝 놀라? 인기척도 제법 크게 내면서 입구에서부터 왔는데 말이야.”
“그게…… 소리를 제대로 못 들었습니다. 무슨 일이신가요? 이 밤중에 갑자기 단둘이서만 보게 되니, 느낌이 묘하네요!”
아키가 얼굴을 붉혔다.
이곳은 아키의 개인 저택.
상단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덩달아 상단주인 아키의 저택도 규모가 커졌다.
사실 내가 적극적으로 권했던 부분이기도 했다.
사치는 사양해야 할 부분이지만, 상단주로서 어느 정도 ‘위엄’을 갖출 필요는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영주인 나의 직속 상단으로 있는 상단의 상단주이므로, 아키의 영향력이 곧 내 영향력과 같다는 이유도 있었다.
“이 옷은 뭐야? 침대 위에 치마도 보이고, 여자들 옷이 좀 보이는데?”
“아, 이것 말씀이신가요? 전에 말씀드렸잖아요. 요즘 신데르스 왕국에서는 남녀의 구분 없이 화려하게 꾸미는 것이 유행입니다.”
“어때? 왕국의 유행이 우리 크리비아 영지에도 퍼질 것 같아?”
“제 몸을 실험 대상으로 삼아서 반응을 보고 있습니다. 생각보다 귀족가에서 관심을 갖는 것 같더군요!”
“그건 또 신기하네.”
나는 뒷머리를 긁적였다.
아키가 좀 특별한 구석이 있기는 하다. 남자지만, 꽤 여성스런 느낌도 난다고 할까?
성격도 세심한 편이고, 상단의 일처리도 정말 하나부터 열까지 빈틈이 없을 정도로 꼼꼼했다.
게다가 자신뿐만이 아니라, 상단에서 일하고 있는 모든 직원들의 패션과 외모에도 큰 신경을 쓴다고 했다.
일하는 능률과 실력만큼이나, 외부로 보이는 모습에도 힘을 주어야 한다고 했다는 것이다.
덕분에 확실히 아르케네스 상단의 사람들은 고급스럽고 품위가 있어 보였다.
그 효과 덕분인지, 많은 소비자들은 아키의 상단에서 공급하는 장신구나 의류를 명품으로 취급하고 있다고 했다.
“아참, 내가 여기 온 이유를 말하지 않았군. 자, 아키. 잔말 말고 여기에 서명하도록 해.”
“네? 나 아르케네스는 자레드를 스승으로 모시겠습니다? 여기에 갑자기 왜 서명을?”
“너와 나를 영원히 스승과 제자로 엮을 의미 있는 노예 계약이지!”
“노, 노예요? 그, 그건…… 너무 위험한 것 아닙니까?”
아키가 몸을 배배 꼬며 뒤로 한 걸음 물러섰다.
이 녀석은 농담이 잘 안 먹히는 타입이다. 5의 리액션만 보이면 될 것을 10으로 받아 버리니까!
“설령 진짜 노예 계약이라고 해도, 남자 대 남자 사이에 무슨 일이 있겠니, 응?”
“……아무 일도 없을까요?”
“이 녀석이 날 뭐로 보고?”
내가 살짝 인상을 찌푸리자, 아키가 냉큼 종이 위에 서명을 남겼다.
역시 아키는 살짝 강하게 눌러 주면서 거칠게 리드하는 쪽이 다루기가 쉽다. 성격 탓인 듯하다.
“서명했어요, 영주님!”
“아키.”
“네, 말씀하세요.”
“예전에 내가 넌지시 말했던 섬, 기억나? 타타르 아일랜드.”
“물론이에요. 다크 엘프가 사는 곳이라고 하셨고, 아울러 레드 고블린과 관계가 좋은 곳이라고도 하셨죠.”
“응. 다음 사업 확장은 타타르 아일랜드의 다크 엘프를 상대로 하도록 해 봐. 이바니바 님께 중재를 해 달라고 부탁하면 충분히 자리를 만들어 주실 거다.”
“거래 품목은 무엇을 생각하시나요?”
“다크 엘프는 마도 공학 병장기를 다수 보유하고 있지. 그리고 우리에게는 그 원료가 될 마정석이 많이 있잖아?”
“아! 무슨 말씀인지 알겠어요.”
“그쪽으로 판로를 뚫어 봐. 아마 네게도 좋은 경험과 성장의 자양분이 될 거야.”
“알겠습니다!”
나는 이렇게 사제지간을 맺은 아키에게도 성장을 위한 한 가지 팁을 전했다.
다크 엘프는 외부인, 외부 종족에 대해 매우 배타적인 자들이다.
그래서 교섭이나 협상을 하기가 매우 어렵다.
하지만 일단 관계를 성공적으로 맺을 수만 있다면, 그 과정 하나하나가 아키에게 성장의 동력이 될 터였다.
[특수 성향 : 유행 예측 S / 흥정 S / 예리한 직감 A]아키의 세 가지 특수 성향은 유행 선도뿐만 아니라, 협상에서도 능히 임기응변을 발동시킬 수 있는 특성이다.
‘다크 엘프 정도 되는 존재와 정상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역량을 발휘한다면, 최소 레벨 10에서 20은 거뜬히 오를 거야.’
헌터에게 던전의 보스 몬스터가 경험치의 보고이듯, 상단주에게는 가장 까칠한 클라이언트가 경험치의 보고다.
나는 아키의 능력을 믿었고, 성장을 확신했다.
그렇게 아키에게도 알차게 성장의 씨앗을 뿌려 두는 데 성공했다.
충분한 시간이 지나고 나면, 나의 알찬 마력 스탯으로 잘 자라서 돌아오겠지. 그렇게 믿었다.
[제자의 총원이 6명을 돌파하였습니다! 제자의 성취에 따른 보상 스탯 부여가 5에서 10으로 증가합니다!]‘럭키.’
늘어나는 제자만큼 함께 늘어난 보상에 나는 씨익 미소를 지었다.
사랑하는 나의 멋진 제자님들.
이제 열심히 성장하는 겁니다. 다들 아시겠죠?
* * *
그리고 얼마 후.
“…….”
“클로이, 너는 원래 말을 잘 안 하는 편이지?”
“용건을 말씀해 주시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영주님이 저를 찾아오셨으니까요.”
마지막 제자 영입 대상이 될 클로이를 이어서 만났다.
과연 침묵의 여왕답게 만남부터 차가운 적막이 흘렀다.
그녀는 나를 보자마자 허리를 숙여 인사를 건넨 뒤, 멀뚱멀뚱 나를 쳐다보기만 했다.
웃으며 혹은 부끄러워하며 나를 맞이했던 율리안, 아키와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영지 생활은 어때?”
“편합니다.”
“레나와 훈련은 잘 받고 있는 거지?”
“네.”
“음.”
대화의 티키타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단답이 아닌 자연스러운 질문으로 끝내는 것이거늘…….
침묵의 여왕 씨는 칼 같은 단답으로 할 말을 없게 만들어 버렸다.
뭐, 그게 클로이의 매력이라면 매력이랄까?
“클로이.”
“네.”
당장에라도 내 몸을 얼릴 것 같은 차가운 눈빛으로 응시하는 클로이.
왠지 무슨 말을 해도 먹히지 않을 것 같다. 내게 두고 있는 감정적인 거리 같은 것이 느껴진다고 할까?
그래도 이왕 발걸음한 거, 칼을 뽑았으면 무라도 썰어야 되지 않겠나 싶었다.
“클로이! 우리 계약서 하나 쓰자. 사제지간 계약서.”
“……?”
대답 대신 고개만 살짝 옆으로 까딱이는 클로이의 반응이 싸늘하게 비수처럼 날아와 꽂힌다.
“아무 이유 없이 쓰자는 건 아니고. 그냥 작은 서약 같은 거야. 내가 네게 좀 더 유의미한 전투 지식을 전달하겠다는 그런 약속.”
나는 적당히 에둘러댔다.
전형적인 어쌔신.
그러니까 암살자 스타일인 클로이는 치고 빠지는 전투를 즐기는 나와 성향이 맞는다.
그래서 클래스가 같지는 않더라도, 전투를 설계하는 측면에서 알려 줄 지식이 많았다.
즉, 스승으로서 제자에게 가르침을 줄 콘텐츠가 많다는 뜻이다.
하지만 영 반응이 싸늘하다.
지금 이 분위기로 봐서는 계약서는커녕, ‘돌아가 주시죠.’ 하는 문전박대의 반응이 나올 것 같다.
‘클로이는 포기해야 하나.’
그렇게 마음을 접으려는 찰나.
클로이가 내게 한 걸음 다가왔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내게 질문을 건넸다.
“정말 저를 강하게 만들어 주실 수 있나요?”
그녀에게 거짓말을 한 적은 없다. 에서의 지식이야 무궁무진하니까.
그녀에게 맞춤형으로 알려 줄 지식도 꽤 된다. 엘라는 절대 알 수 없을 나만의 비법이다.
“물론이지. 네가 어떤 질문을 하든 충실히 답변할 준비도 되어 있고. 스승이란 그런 것이니까.”
바로 그때.
클로이가 대뜸 내 앞에서 무릎을 꿇었다.
그러고는 내게 아주 조심스럽게 말문을 열었다.
“더 강해질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 주세요. 전부터 영주님께 배우고 싶었습니다. 엘라 스승님은 가르쳐 줄 수 없는 새로운 지식과 경험을 말입니다. 드러내 말하지는 못했지만…….”
살짝 떨리는 목소리지만, 일목요연하게 정리된 그녀의 굳은 결의가 드러나는 말이었다.
차가운 빙하 같았던 그녀의 마음이…… 이렇게 열리는 걸까?
항상 매정하게 철벽만 치던 클로이의 새로운 모습을 보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