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g Player RAW novel - Chapter 92
제 92화
34장. 위기를 기회로 – 4화
“저놈이 라디우스 교단을 추종하는 빡대가리 수괴다! 죽여라!”
“가식의 빛은 진실 된 어둠으로 사라질 것이니!”
“이놈들아, 그냥 고상하게 적이라고 하면 되지 빡대가리 수괴는 뭐냐?”
자레드는 죽이고 죽여도 끝없이 달려드는 움브라 교단의 단원들을 보며, 혀를 내둘렀다.
확실히 그들은 겁이 없었다.
바로 눈앞에서 동료들이 마법에 불태워지고, 갈가리 찢겨지는 것을 보면서도 거침없이 달려들었다.
자레드는 처음에는 기선 제압을 위해서 트랜센던스 마법을 썼다.
특히!
섹스튜플(Sextuple) 트랜센던스 매직 미사일을 썼을 때는 그야말로 전장이 아비규환이 됐다.
마력 6천을 소모함과 동시에, 6차로 강화된 매직 미사일은 그야말로 하늘에서 쏟아지는 바람 칼날의 비와도 같았던 것이다.
사람 목숨이 파리 목숨과도 같다는 것을 자레드는 트랜센던스 마법을 쓰면서 느꼈다.
매직 미사일이 5개의 바람 구체를 만들어 냈다면, 섹스튜플 매직 미사일은 320개 바람 구체를 만들어 내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모두가 본인의 눈을 의심했다.
자레드가 펼친 트랜센던스 마법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전대미문의 마법 형태였다.
“근본 없는 마법이라고!”
죽어가던 단원 하나가 소리친 말이 자레드의 귀에 생생했다.
정말로 그랬다.
근본이 없어서, 이 세계에서 단 한 사람밖에 연성할 수 없는 마법이었으니까.
하늘에서 비처럼 쏟아지는 매직 미사일은 눈으로 좇기 힘든 바람의 창과 같았고.
더블 트랜센던스 라이트닝 애로우는 사방팔방에서 대책 없이 전류 화살을 쏟아 냈다.
문제는 자레드의 압도적인 지혜 스탯 앞에서, 일반 움브라 교 단원들의 마법 방어력으로는 개죽음을 당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었다.
‘어차피 후퇴해도 클루제 님께 죽겠지.’
‘클루제 님의 손에 잔인하게 죽임을 당하느니, 차라리 자레드 앞에서 불나방처럼 한순간에 타 죽는 게 낫다.’
‘가공할 만한 힘이다. 이런 마법사가 있는 영지를 노리자고 한 클루제, 이 자식은 제정신인가?’
단원들이 저마다 좌절하고, 놀라고, 원망하며 자레드의 손에 죽어갔다.
애초에 싸움 자체가 성립되지 않았다.
정말 잘해야 자레드에게 몇 자루의 단검을 던지거나 하는 식인데, 그것은 실드에 줄줄이 막혔다.
차라리 그건 운이 좋은 케이스.
자레드가 디멘션 도어 마법으로 경로를 변경해서, 자기가 던진 단검이 되돌아오는 경우도 있었다.
이럴 경우는 자살이 됐다.
정말 꿈에서도 경험한 적 없는 기가 막힌 최후라 할 수 있었다.
‘살고 싶다…….’
실현될 수 없는 단원들의 공허한 바람이 하늘로 흩어지며,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비명과 함께 그들의 목숨도 덧없이 스러져 갔다.
* * *
‘좋아.’
전투가 시작되기 직전.
토옥. 토오옥.
나는 클루제에게 글리터 더스트 마법을 이용해 몇 개의 금빛 가루를 묻혀 뒀다.
이것은 분신술에 능한 클루제를 상대하기 위해, 에서 내가 즐겨 쓴 꼼수 중 하나였다.
클루제의 분신술이 화려하기는 하지만, 디테일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특히 자신이 자각하지 못하는 몸의 변화는 분신에 반영하지 못한다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었다.
징표를 남기기 위해서는 뭔가를 묻히든, 찢든, 잘라 내든 해야 하는데…… 이 작업을 수월히 할 수 있는 유저가 많지는 않았다.
하지만 나는 오랜 기간 뼈를 깎는 노력으로 글리터 더스트를 최소화하여 사용하는 노하우를 터득했고, 그 결과 몇 개의 가루만 살짝 묻히는 데 성공할 수 있었다.
‘보인다.’
수는 많지 않지만, 확실하게 눈에 띄는 금빛 점이 보였다.
먼지는 입고 있는 옷의 견장 아래에 붙어 있는 것이기에 정작 본인은 내려다봐도 볼 수 없는 사각지대에 있었다.
나는 클루제와 격돌하기 직전.
그의 스탯을 심안으로 꼼꼼하게 확인했다.
‘크리티컬 히트의 위력을 극대화하는 단검에 상대의 버프 유무와 무관하게 물방, 마방을 절대 비율로 깎는 반지. 환상의 조합이지. 적에게는 환장의 조합이지만.’
나는 쓴웃음을 지었다.
절대 약화의 반지는 모든 버프를 무시하고, 디버프가 우선 반영되는 특성을 가진다.
즉, 물리 방어력과 마법 방어력이 시원하게 깎이고 난 뒤에 버프 적용이 되는 것이다.
“한가롭게 쳐다볼 시간이 있나, 자레드?”
파팟! 팟! 팟!
빠르게 거리를 좁혀 온 클루제가 순식간에 분신의 개체수를 20개로 늘렸다.
클루제의 분신술은 마법이나 주술이라기보다 고유 능력에 가까운데, 그래서 디스펠도 안 통한다.
‘놈을 죽이면 베스트지만, 그게 안 되면 반지라도 꼭 얻고 싶다.’
나는 클루제의 반지를 보며 군침을 흘렸다.
저 반지는 광역 방깎(방어 수치를 깎는 것)의 옵션이 있기에, 가지고 있으면 다수를 상대로 한 교전에서 큰 힘이 된다.
게다가 7성급 아티팩트다.
현물 가치로도 1만 골드의 값어치를 갖는 만큼, 군침이 도는 것은 당연했다.
그때, 앞뒤로 움직이며 치고 들어올 타이밍을 노리던 클루제가 소리쳤다.
“얼빠지게 어딜 보고 있나!”
후웅! 후웅!
한 몸에 하나씩.
총 20개의 분신이 화려하게 휘두르는 단검의 검선이 시야를 제법 어지럽게 만들었다.
‘텔레포트.’
하지만 나는 어떤 녀석이 본신인지에 대한 확신이 있었다.
그래서 현란한 움직임에 현혹되지 않고, 클루제의 본신 뒤로 침착하게 텔레포트를 전개했다.
“아?”
그 순간.
뭔가 잘못되었음을 직감한 듯한 클루제의 묘한 탄성이 들려왔다.
터업!
이어서 클루제의 목덜미를 붙잡은 뒤.
나는 트랜센던스 텔레키네시스 마법을 이용해 클루제를 전력으로 멀리 날려 버렸다.
마력 5천을 소모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염동력을 이용해 몸에 엄청난 중력을 실리게 만드는 고약한 마법이었다.
에서 텔레키네시스의 트랜센던스 단계를 놓고 실험했던 유저의 보고서에 따르면,
싱글 트랜센던스의 경우에는 8G에 달하는 중력 가속도를 느끼게 된다고 했다.
어지간히 훈련을 했다고 하더라도 짧게나마 블랙아웃과 함께 기절하기 딱 좋은 수준이다.
바로 그때!
클루제가 내게서 멀어지기 직전을 노려, 클루제의 오른손의 중지를 꽉 움켜쥐었다.
여기에 ‘절대 약화의 반지’가 끼워져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녀석의 반지를 탈취하기 위해 떠올린 방법은!
으드드득!
쫘아아악!
“크아아아아!”
마법에 의해 급격히 멀어짐과 동시에, 꽉 잡힌 손아귀에서 부러지고 찢어질 손가락의 미래였다.
촤아아아아!
저 멀리 내팽개쳐지는 클루제의 손끝에서 핏물이 붉은 선을 그리며 쏟아져 나왔다.
“잘 쓸게.”
나는 멀리 날아가는 클루제를 향해 힘껏 손을 흔들어 보이며, 자연스럽게 내 왼손에 반지를 끼웠다.
[절대 약화의 반지] [분류 등급 : 7성] [옵션 1 : 반경 10m 내의 모든 인원의 물리 방어력 50% 감소] [옵션 2 : 반경 10m 내의 모든 인원의 마법 방어력 50% 감소] [옵션 3 : 옵션 1, 옵션 2를 통해 감소시킨 적 방어력 스탯의 1할을 일시적으로 물방, 마방에 추가합니다.] [옵션 4 : 물방 100 증가] [옵션 5 : 마방 100 증가] [옵션 6 : 확정적 해체 – 10초간 지정한 적의 모든 방어력을 0으로 만듭니다. 쿨타임 24시간] [옵션 7 : 심장 추적자 – 타천사 가즈넬라의 심장을 이용해, 해당 반지를 9성 반지로 업그레이드할 수 있습니다.]‘상시 디버프는 언제나 옳지!’
나는 쾌재를 불렀다.
사실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쉽게 클루제의 반지를 빼앗을 수 있었다는 사실에 더욱 놀라기도 했다.
“…….”
어느새 돌아온 클루제가 똥 씹은 표정으로 노려보고 있었다.
분노를 가라앉히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하고 있지만, 전혀 표정 관리가 되지 않는!
클루제를 보며 물었다.
“할 말 있어?”
“지금껏 텔레키네시스의 염동력을 경험해 본 적은 한두 번이 아니다. 하지만 이런 말도 안 되는 염동력을 경험해 본 적은 없어.”
과연 클루제의 두 눈은 실핏줄이 터져 붉게 물들어 있었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몸에 엄청난 중력이 실렸기 때문에, 정신은 버텨 냈어도 몸이 버티질 못한 것이다.
“그래서?”
“도대체 네놈이 가진 힘의 근원은 어디에서 오는 것이냐? 라디우스 교단에도 힘을 나눠 주거나 계약을 맺어 주는 존재가 있는 것인가?”
“너희들이 비겁하다고 해서, 남들도 비겁하게 힘을 얻을 거라고 생각하면 안 되지.”
“뭐라고?”
“아직 전투 안 끝났어. 날 죽이면, 저 제물들은 다 네 거야. 어때? 이 정도면 더 열심히 싸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지 않냐?”
대놓고 클루제를 도발했다.
9년 후, 에서 성마 대전이 발발할 당시의 클루제는 분명히 공포 그 자체였다.
하지만 지금은 날이 덜 다듬어진 칼을 보는 것처럼, 무딘 구석이 많았다.
‘이참에 저 녀석도 노려 봐?’
나는 클루제가 오른손에 꼭 쥐고 있는 멸살의 단검을 보았다.
모든 공격을 100% 확정된 크리티컬 히트로 만들며, 최대 대미지를 15배까지 늘려 주는 단검.
찌르는 순간에 ‘넌 이미 죽었다’라는 말을 현실화시키기 딱 좋은 공포의 아티팩트다.
“내 숨겨 둔 힘을 꺼내어 쓰려고 하지는 않았건만…….”
잠깐 그 말.
본인은 모르겠지만, 100%의 확률로 ‘그 플래그’가 꽂히는 소리가 들렸다.
“지난 십수 년간 내 육체 개변(改變)을 보고 목숨을 부지한 놈은 단 한 명도 없었다.”
플래그 받고 플래그 더, 까지.
안타깝게도 나는 클루제가 어떤 힘을 개방하려고 하고, 어떤 식으로 몸을 변화시킬지 알고 있다.
우드득. 우득. 우드득.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클루제의 몸 전체에서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마치 헐크를 보는 것처럼 호리호리했던 클루제의 외형이 빠르게 부풀어 오르더니, 이내 근육질 덩어리의 괴물로 변해 갔다.
‘트랜센던스 디멘션 도어.’
나도 즉각 응전했다.
밑그림은 머릿속에 있었다.
에서 고이다 못해, 화석이 되어 버린 내 전투 짬밥.
그렇기에 전략 전술의 레퍼토리는 정말 수없이 많았으니까.
마력 4천이 소모되며, 총 10개의 차원문이 동시다발적으로 생겨났다.
그리고 각 차원문이 어디로 들어가, 어디로 나오는지에 대한 직관이 머리에 자연스레 각인됐다.
‘남은 마력 2천. 여기에 무디두스의 기도를 쓰면 100% 리필 가능. 일부 마력을 남긴다 치면, 트랜센던스 용도로 8천의 마력을 즉각 가용하는 것이 가능해.’
빠르게 계산을 끝냈다.
클루제에게 시간을 줘서 좋을 것은 없다.
분신의 진위를 구별할 확실한 꼼수가 내게 있기는 하지만.
놈의 움직임이 빨라지면 동체 시력이 기어이 본신의 위치를 놓치는 일도 분명히 생길 수 있다.
‘그렇다면…….’
나는 치명적인 일격을 클루제에게 먹일, 좋은 옵션을 결정지었다.
그리고 생각했다.
클루제를 여기서 확실히 죽이고, 폭주 기관차처럼 질주하고 있는 암흑 교단의 투지와 열정을 한풀 꺾어 보자고 말이다.
그리고 다음 순간!
화르르르륵.
나는 내 몸을 중심으로 반원형의 모양으로 타오르는 스무 개의 불화살을 만들어 냈다.
더블 플레임 애로우.
클루제를 불지옥으로 보낼 확실한 공격 수단의 선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