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d Academy 1st Hit Instructor RAW novel - chapter 192
그리고. 당연히 구조를 와야지!
나는 내가 이 세계에서 맺어온 수많은 인연들을 믿는다. 내가 그렇게 듀얼을 해 줬는데. 인간적으로 나를 구하러 사람들을 파견할 것이다.
그들은 할 수 있는 최선의 속도로 탑을 올라오고 있을 것이다.
##모든 듀얼은 언젠가는 끝난다 (4)
“···드디어 도달했네.”
여한설은 눈 앞에 있는 문을 바라봤다.
“이렇게 빨리 도달할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는데.”
“···우리가 그만큼 강해진 덕분이겠지.”
“그런 것보다는 탑주가 바뀐 것 때문일지도.”
다섯 번째 층계인 아틀란티스를 돌파하는 것은 생각보다도 더 쉬운 일이었다. 새롭게 「탑주」가 된 돈 피라니는 시레나를 보더니 갑자기 펑펑 울음을 터트렸었다.
하긴. 딸의 꼬리지느러미가 사라지고 사람이 돼서 왔으니 반응이 그런 것도 이해는 됐다.
당사자인 시레나는 크게 개의치 않는 느낌이었지만.
“그리고 마지막 층계는 그것보다는 좀 더 어려웠지만.”
도착했을 때 마지막 층계의 영원의 전쟁은 끝난 상태였다. 모든 악마들이 사라진 채 있는 것은 천사들 뿐이었다.
왜인지 천사들이 극도의 회의감과 무신론에 빠져 있기는 했지만. 그 덕분에 듀얼은 크게 하지 않고도 층계를 오를 수 있었다.
“···마지막 탑주들은 상대해 보고 싶었는데.”
전익현의 파티가 심장에 도전하기 직전에 처리한 것이 분명한 빛과 어둠을 대표하는 두 탑주들은 몸이 뭉개져서 도저히 듀얼을 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전익현의 전자만 꺼내도 몸을 떨어대는 두 탑주들의 모습에 무슨 덱에 당했는지 물어보지도 못했다.
천사에게 듣기로는 회복하는 데에 만 년 단위로는 걸릴 거라나.
결국, 탑을 마지막 층계까지 올라오는 데에는 한달여밖에 걸리지 않았다.
남은 것은 「심장」과 전익현의 파티가 공멸해 있는 마지막 층계뿐.
여한설은 눈 앞에 있는 문을 바라봤다.
「심장」이 안에 있는 문이었다. 아마 이 안에··· 전익현의 사체가 있을 터였다.
심장이 뛰었다. 아무리 그래도 1년간을 수학한 선생의 죽음을 보는 것은, 그리고 자신이 좋아했던 이클립스의 죽음을 보는 것은 마음의 준비가 필요했다.
다른 파티원들의 반응도 거의 비슷했다. 눈이 새빨개져 있거나. 입술에서 피가 나거나, 눈을 질끈 감고 있는 파티원들.
우울하기 그지없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그들은 전익현의 희생을 직시해야만 했다.
그의 희생을 똑바로 바라봐야만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 테니까.
“···문. 열게.”
기기기긱! 거대한 문이 서서히 열렸다.
* * *
시간은 상대적인 것이라고 아인슈타인이 말했다. 누군가에게는 찰나의 시간이 누군가에게는 영원과도 같은 시간이 될 수 있다는 말이다.
그리고 나는 1초 1초가 영원과도 같은 시간을 계속해서 살아가고만 있었다.
30일. 720시간. 43,200분. 2,592,000초.
내가 타인과의 듀얼 없이 지낸 시간이다. 나는 영원과도 같은 시간을 260만번이나 걸어왔다.
나는 병에 걸리고부터 자주 죽음에 대해서 생각했다. 죽음 이후에 무엇이 있는지에 대해서도 생각했다. 그리고 만약 지옥이 있다면, 어떤 모습일지에 대해서도 상상했다.
영원히 몸이 유황불에 불타고, 몸이 매일같이 쇠창에 꿰뚫리는 곳이 아마 지옥일 것이라고 나는 상상했었다.
인간의 상상력이란 건 얼마나 빈곤한가. 진짜 지옥이란 건 인간의 비천한 상상력으로는 감히 들여다볼 수 없는 심연인 것을.
2,592,000초나 듀얼을 할 수 없는 세계.
지옥은 바로 이곳이었다.
또르르.
회한의 눈물이 흘렀다. 나는 어쩌다 이런 곳에 떨어지고 만 것일까. 내가 잘못한 거라고는 그저 카드 게임을 재밌게 한 것 말고는 없는데.
나보고 지옥에 떨어지라고 저주하던 개발진놈들이나 지옥에 떨어트릴 것이지. 왜 나는 이런 곳에 떨어져 있다는 말인가.
세상은 똥이다. 내가 듀얼할 때마다 개패 들어올 때 알아차렸어야 했는데.
“···강사님?”
정신이 확실히 많이 이상해지긴 한 모양이다.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온 것 같다. 마치 신하연의 목소리같은 환청이네. 그리고 뒤이어서 들리는 수많은 목소리들.
“전익현?”
“이클립스? 살아 있었어?”
“전익현! 살아 있어! 시레나 기뻐!”
내가 이 상황이 내 환각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 데에 한참의 시간이 걸렸다.
“진짜··· 구하러 온 거냐?”
“세상에.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거에요?”
“대체 무슨 짓을 당했기에 그런 얼굴이 된 거지? 한 달 내내 고문이라도 당한 건가?”
“뭐, 평소처럼 듀얼 못 한다고 있는 엄살 없는 엄살 다 떨다가 저렇게 된 거겠지.”
스핑크스가 사람 열받는 말을 지껄여댔다. 하지만 지금은 참아줄 수 있다.
“잘 왔다. ···많이 늦기는 했지만.”
“네가 살아 있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는데.”
“···왜 심장의 기운이 사라졌나 했더니. 이런 짓을 벌여 놨었군.”
여한설이 내 필드를 보더니 상황을 모두 파악했다. 계속해서 죽었다 살아나기를 반복하고 있는 「자르카날」을 보면 누구라도 상황을 알 수 있을 터였다.
“저 필드. 설마 무한 루프에요?”
“그래. 말 그대로의 무한 루프지.”
필드를 본 사람들의 표정이 모조리 뜨악해진다. 뭐 저딴 짓을 벌여 놨느냐는 표정들이다.
“···근데. 다른 파티원들은 어디 있어요?”
“몰라도 돼.”
“···설마.”
“몰라도 된다니까.”
“설마···. 다른 사람들이랑 파티 맺어서 탑 올라오는거. 몰랐던 거에요?”
“···아니야. 그냥 나 혼자 희생하기 위해서 혼자 온 거야. 이 세상을 구하기 위한 영웅적인 마음에서. 절대 파티플레이를 몰랐던 게 아니라고.”
“거짓말하는 표정이잖아요.”
제기랄. 혼자 오래 있어서 그런가. 포커페이스가 제대로 만들어지지가 않는다.
“혼자 왔건 말건. 중요한 건 그게 아니잖아.”
“어떤 미친놈이 「탑」을 혼자서 주파했는데 중요한 게 그게 아니라고?”
“난 미친놈 아니야. 그냥 남들보다 듀얼을 조금 더 잘 하는 것 뿐이라고.”
“이쯤 되니까 능력이 놀랍다기보다는 이걸 눈치 못 채는 사회성이 놀랍네. 사회성이 얼마나 없으면 여기를 죄다 혼자서 뚫을 생각을 한대?”
“전익현! 바보! 멍청이!”
시레나에게 멍청하다는 소리를 듣다니. 인생 전체에 회의감이 몽실몽실 올라온다.
하지만 험한 말을 할 수는 없었다. 나를 이 무듀얼지옥에서 꺼내 줄 수 있는 것은 눈 앞에 있는 파티원들뿐이었으니까.
“···그런데. 이 상황을 어떻게 타개하죠?”
“어떻게 하긴. 너희가 탑을 클리어하고 소원을 비는 수밖에.”
“탑을 클리어하려면 「심장」을 처치해야 하는 거 아니에요?”
“아니. 굳이 심장을 처리할 필요는 없어. 그저 최종보스를 쓰러트리기만 하면 되는 거니까.”
“최종 보스?”
쿠그긍!
남연철의 질문이 끝나는 순간 벽면이 진동했다.
[침입자가 감지되었습니다.] [「심장」 이 듀얼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닙니다.] [차선책을 선택합니다.]콰아앙!
천장에서 만들어진 석관이 바닥으로 떨어져내리며 육중한 소리를 냈다.
[「혼돈악의의 듀얼광인」이 어둠에서 기어나옵니다.]덜그럭거리는 소리와 함께 석관이 조금씩 진동하며 열리기 시작했다.
음. 듀얼 방식은 자주 봐 왔지만 실제 등장씬은 처음 보는데, 굉장히 힘을 많이 준 등장이다.
고오오오!
태양마저도 뒤덮을 수 있을 정도의 암흑이 스멀스멀 주변에 번져나갔다. 확실히 「혼돈악의의 듀얼광인」은 만만치 않은 상대인 것은 분명하다.
그보다 뭐 어떻게 생겼길래 서윤하가 나한테 기분이 나쁠 거라고 말한 거지.
뒷담화는 아니지만 서윤하는 호들갑이 굉장히 심한 편이다. 각종 그로테스크한 카드들도 멀쩡하게 보고 잘 쓰는 내 입장에서, 보스가 어떻게 생겼건 기분이 나빠질 요소가 없는데. 뭘 그렇게 숨겼던 건지.
그래도 혹시 모르니 어떻게 생겼는지는 보도록 할까.
나는 열리는 석관을 바라봤다.
구구구구!
「혼돈악의의 듀얼광인」이 석관 안에서 서서히 모습을 드러냈다. 이 세계의 광기를 모은 존재. 듀얼에 미쳐버린 악마. 세계를 파멸시킬 혼돈.
이라는 설정을 가지고 있는, 원래의 최종보스였던 캐릭터.
석관이 모두 열리고, 안에서 모습을 드러낸 「혼돈악의의 듀얼광인」의 형체는··· 심하게 익숙한 모습이었다.
아니, 익숙한 걸 넘어서. 내가 질리도록 봐 온 얼굴이다.
「혼돈악의의 듀얼광인」의 모델링은 원래 세계의 나. 그러니까···
[「혼돈악의의 듀얼광인」. ‘이우주’가 모습을 드러냅니다!]이우주였다.
개발진 이 새끼들이 진짜.
* * *
여한설은 바싹 긴장했다.
‘이우주’라는 인간은 보기만 해도 불길한 오오라를 계속해서 뿜어냈다. 심장이 봉인되면서 세계를 뒤덮었던 두 번의 암흑. 그 중에서 두 번째의 암흑이 눈 앞의 괴물이 뿜어낸 듀얼혼이었던 것이다.
고오오오!
이토록 사악한 기운을 뿜어내는 존재라니. 아마도 「심장」이 아니라 이 쪽이 탑의 진짜 보스인 것이 분명했다.
“사람의 인상이라는 거. 그냥 생긴 걸로만 판단되는 건 아니군.”
“그러게. 가만히만 있으면 꽤 호감형인 얼굴일 텐데.”
“저렇게 비열하고 더러운 표정을 짓는 것 만으로도 사람의 인상이 바뀌다니.”
“시레나! 저 사람 싫어! 엄청 사악하게 생겼어! 악당! 악마! 완전 전익현!”
“조용히 해 이 자식들아.”
왜인지 전익현이 분노하는 모습을 뒤로한 채.
[듀얼이 시작됩니다.]탑에서의 마지막 듀얼이 시작되었다.
[이우주의 특이성 「칠색칠현」이 발동합니다.]+
【칠색칠현】
【모든 종류의 속성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
[이우주의 특이성 「사기꾼」이 발동합니다.]+
【사기꾼】
【상대의 패를 모두 뚫어볼 수 있습니다.】
+
[이우주의 특이성 「버그 플레이」가 발동합니다.]+
【버그 플레이】
【이우주는 사악하기 그지없는 악의의 총체입니다. 매 턴마다 말도 안 되는 플레이를 사용합니다.】
+
···그 뒤를 잇는 수없이 많은 특이성들. 파티원들 모두의 얼굴에 긴장감이 감돌았다. 저렇게 끔찍한 능력들을 가지고 있는 존재가 왜 지금까지 탑 안에서 웅크리고 있었던 거지?
“야! 빨리 저 자식 터트려 버려!”
“강사님! 좀 조용히 해 봐요!”
“지금 내가 조용하게 생겼어? 난 바쁘다고! 유황불에 쳐박아야 될 자식들이 242명이나 있단 말이야!”
전익현이 왜 저렇게 화가 났는지는 아무리 생각해 봐도 모를 일이었다. 기껏해야 한 달 정도밖에 혼자 있었던 터라 듀얼을 못한 게 전부일 텐데···.
‘아. 그래서 화가 났구나.’
신하연은 그제서야 납득했다. 뭐, 옆에서 갤러리가 뭐라고 쫑알거리건 상관없다. 지금 집중해야 할 일은 단 하나.
눈 앞의 ‘최종보스’를 쓰러트리는 일뿐.
* * *
“허억··· 허억···.”
거친 숨이 감도는 필드. 제대로 서 있는 플레이어는 스핑크스 말고는 남아 있지 않았다.
나는 필드를 구경하며 더 이상 넘어가지도 않는 마른침을 계속 삼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