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ch the ghost munchkin! RAW novel - Chapter 148
148화
산음교회 대부흥회.
5만 명을 수용할 수 있다고 하는 산음교회 대예배실이 열리고 1,2, 3층에 신도들로 가득 채워졌다.
짧은 침묵 뒤에 당회장 민태환이 모습을 드러냈다. 연단에 선 민태환이 두 손을 허공에 뻗고 눈을 감았다.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
민태환의 기도가 시작되자 5만의 신도들이 숨을 죽이고 기도를 시작하였다. 잠시 후, 민태환의 기도가 끝이 나자 민태환이 퇴장을 하였다.
그렇게 시작된 부흥회.
부흥 강사들이 신도들을 웃기고 울렸다. 간증하기 위해 나온 신도들이 방언하자 탄성이 흘러나왔다. 분위기가 점점 고조 되어 갔을 때, 민태환이 다시 등장하였다.
“와아!!”
처음 민태환이 등장하였을 때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였다. 함성과 함께 신도들이 모두 일어나 민태환을 연호하였다. 잘 짜여진 드라마와 같은 분위기가 연출되었다.
“아픈 자들이여, 내게 오라.”
민태환의 첫마디에 신도들의 눈이 커졌다. 지금껏 한 번도 볼 수 없었던 이적을 행하려 하는 것이었다.
절름발이가 다리를 비척이며 민태환 앞에 무릎을 꿇었다. 민태환이 신도의 머리에 손을 얹고 기도를 시작했다. 짧은 기도 끝에 민태환의 입에서 거친 고함이 터져 나왔다.
“일어나, 바르게 걸어라.”
신도가 힘들게 몸을 일으키더니 걷기 시작했다. 비척거리던 걸음걸이가 어느새 정상이 되어 있었다. 신도들이 열광하였다. 신도들의 눈동자가 조금씩 붉게 물들어 가고 있었지만, 그들은 그런 사실을 알지 못하는 듯하였다.
휠체어를 탄 이가 민태환의 이적으로 걸을 수 있게 되었고, 지팡이를 두드렸던 장님이 눈을 뜨고 지팡이를 집어 던지고 퇴장하였다.
그때,
“다 사기요. 다들 한패란 말이오.”
2층 난간에 앉아 있던 젊은 남자가 고함을 질렀다. 2층에서 남자의 입을 막으려는 신도와 남자 간의 몸싸움이 시작되었다. 그러다 신도들에게 떠밀린 남자가 2층 난간에서 떨어지고 말았다.
이곳, 저곳에서 비명성이 터져 나왔고 장내는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수..숨을 안 쉽니다.”
떨어진 남자를 살피던 중년 신도가 당황한 얼굴로 외치자 장내는 난장판이 되었다.
“그를 나에게 데려오라.”
민태환의 외침에 따라 방금 절명을 한 남자가 연 단위로 옮겨졌다. 민태환은 담담한 표정으로 피투성이가 된 남자의 머리 손을 얹고 기도를 하였다. 그러자 민태환의 손에서 하얀 빛이 일더니 바닥에 떨어지며 찢어진 남자의 상처가 아물기 시작했다.
신도들의 눈이 커지며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그사이에도 민태환의 손에서 나온 하얀 빛이 남자의 전신을 휘감았다.
그러길 얼마 후, 남자의 눈썹이 조금씩 꿈틀거렸다.
“사…살았다. 죽은 자를 살렸다!”
열화와 같은 함성이 터져 나왔다. 남자가 눈을 뜨고 몸을 일으키며 놀란 눈으로 자신의 몸을 더듬더니 민태환 앞에 납작 엎드렸다.
분위기가 최고조에 이르게 되었다. 죽은 자들 가운데 부활하신 분이 있었지만 죽은 자를 살리는 분은 없었던 것이다.
“그분의 아들이다. 우리 당회장님은 그분의 아들이야!!”
한 신도의 외침이 전염병처럼 퍼져나가 그분을 외쳤다. 그리고 어느새 민태환은 신도들에 의해 그분의 아들이 되어 있었다.
***
저녁 뉴스를 챙겨보던 김상필이 휴대폰을 집어 들었다.
“이공, 날세. 그를 찾았네.”
[어디서 찾은 건가?]“TV를 틀어보게. 그가 나오고 있으니…”
김상필이 TV화면 속에서 신도들 사이에 묻혀 환하게 웃고 있는 민태환을 바라보며 아미를 좁혔다.
**
사령탐정사무소.
덕팔이 오래된 한서를 뒤적이고 있었다. 엄밀히 따지면 사무소에 가득 채워진 한서 속에 파묻혀 한서를 정리하고 있었다.
“이건 기록이 아니라 일기잖아.”
한서를 빠르게 읽어가는 덕팔의 입이 점점 튀어나오고 있었다.
“[아들이 태어났다. 너무 기뻤다.] 세상에…”
덕팔의 곁에는 은혜와 특별 게스트 소룡, 여름, 어혜화, 신모 6인방까지 모두 모여 한서를 뒤적이고 있었다.
“내가 이러려고 한자를 배운데 아닌데!”
막내 신녀 김혜원이 덕팔보다 딱 1cm 더 입을 내민 채 한서에 짜증을 부리고 있었다.
“덕팔씨? 여기!!”
진향이 한서에서 무언가를 발견하였는지 덕팔을 불렀다. 덕팔이 잽싸게 진향에게 다가가 진향이 내미는 페이지를 읽어보았다.
“준비되었다. 나는 이제 그들의 세상으로 갈 것이다. 이번에는 반드시 열쇠를 찾아 가문의 오랜 족쇄를 벗어야 할 텐데… 라!”
“이문효라는 분의 일기예요.”
“여기도 있어요.”
셋째 신모가 손을 들었다. 덕팔이 읽어보니 대충 비슷한 내용이었다.
“저쪽 세상에 가기 위해 무얼 준비했다거나 어떻게 넘어갔다거나 하는 내용이 없네요.”
“아무래도 비밀을 유지해야 하기에 그런 중요한 것들은 이 일기에 기록을 안 한 것 같아요.”
“그럼 이 많은 기록은 쓸모가 없다는 거잖아요?”
“상관없지 않나요? 덕팔씨가 저쪽 세상으로 갈 것도 아닌데 굳이 그런 걸 알 필요는 없잖아요.”
진향의 말에 모두가 공감하고 있었다. 덕팔은 그저 저쪽 세상과 천문이 실제로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만 확인하면 그뿐이었다.
모두의 손에서 한서가 떨어져 나갔다.
“여보세요? 어르신? 책 잘 봤습니다. 이제 가져가시죠.”
[허허허.. 자네 사무소에 기증하겠네. 잘 관리해주게.]“여보.. 여보세요?”
전화가 끊어졌다.
“젠장!!”
덕팔이 인상을 쓰자 진향이 웃으며 한서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모두가 돌아간 후 덕팔도 소룡과 함께 터덜터덜 걸으며 집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대부님.”
“응?”
소룡이 품에서 한서 한 권을 꺼내 슬며시 덕팔에게 내밀었다.
“이건 뭐니?”
“아무래도 이 서책은 보셔야 할 것 같아. 따로 빼놓았습니다.”
덕팔이 소룡이 내민 한서를 열어보았다. 덕팔의 걸음이 딱 멈춰졌다. 덕팔이 소룡을 바라보니 소룡이 멋쩍게 웃었다.
“다른 분들이 알아서 좋을 것이 없을 것 같아. 제가 잘못한 건가요?”
다른 이들을 믿지 못하고 비밀을 만든 자신의 행동이 잘못된 것인지 묻고 있었다. 덕팔이 그런 소룡의 머리를 헝클어주곤 어깨를 두드려 주었다.
“잘한 것 같다. 다른 이들을 걱정시킬 필요는 없겠지.”
덕팔이 한서를 품에 잘 간직하고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
차준민이 재활을 시작했다. 덕팔이 곁에서 차준민의 재활을 돕고 싶어 하였지만, 때마침 방학이 끝나는 바람에 학교로 돌아가야 했다.
“식사 잘 챙겨 드시고.. 약도 꼬박꼬박 드시고, 무리하게 운동을 하시면 안 되고..”
“네네, 알겠습니다. 사장님. 십분 째 같은 당부를 하고 계시는데.. 최 교수님의 눈이 찢어지기 전에 어서 출발하시죠.”
같이 등교를 하자며 아침부터 덕팔의 집에 찾아온 은혜가 마당에서 덕팔과 차준민을 노려보고 있었다. 덕팔은 그런 은혜를 무시하고 차준민에게 당부, 또 당부의 말을 남겨 놓고서야 마당으로 나왔다.
쪽~
덕팔이 은혜의 입에 입을 맞추자 배웅을 하려고 나왔던 차준민이 황급히 몸을 돌려 집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헤헤.. 어떻게 알았죠?”
“얼굴에 써 있습니다. 모닝 뽀뽀가 필요하다고!”
“응큼한 남자라니까!!”
은혜가 덕팔의 가슴을 톡 때리곤 팔짱을 꼈다. 다시 시작되는 평온한 학교생활!
…일거라 생각했지만, 은혜와 덕팔의 차 뒷자리에는 무게를 잡고 있는 몽달이 있었다.
“이봐 몽달! 학교는 왜 가려고 하는 거야?”
[아무래도 그 오동나무에 가 보아야겠네.]“오동나무? 거긴 왜?”
[나도 모르겠어. 하지만 그곳에 꼭 가야 할 것 같다는 느낌이 자꾸 드네.]“그래? 그럼 가야지.”
덕팔이 두말하지 않고 운전에 집중하였다. 그러나 은혜의 입은 점점 튀어나오고 있었다. 차 안에서 할 수 있는 달달 상큼한 짓거리가 한 가득인데 몽달때문에 모든 계획이 틀어지자 심사도 틀어지고 있는 것이었다.
“쳇, 인터넷에서 얼마나 열심히 찾았는데!!”
“네?”
“아니에요. 어서 밟아요. 범칙금은 엄마의 몫이니까!!”
**
오랜만에 만난 동기들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던 덕팔이 조인범의 따끈따끈한 소식에 눈을 크게 떴다.
“진짜야?”
“네.. 진짜에요.”
“그 얘기 어디서 들었는데?”
“3기 선배 중에 민 교수님하고 매우 친한 사람이 있거든요. 그 선배한테 들은 거예요.”
“어쩌다 실종이 되었다고 하는데?”
“그게 잘 모르겠어요. 분명히 집에 들어가는 것까지 CCTV에 잡혔는데 집에 사람이 없었대요.”
“그럼 나간 거 아냐?”
“아이구, 형도 참! 나가는 장면이 CCTV에 잡혔으면 왜 실종이라고 하겠어요? 가출이라고 하지.”
“그러니까 들어가는 장면은 분명히 잡혔는데 나가는 장면은 없었다? 그런데 정작 집에는 사람이 없고?”
“그렇다니까요? 산음교회에서 암암리에 민 교수님을 찾으려고 눈에 불을 켜고 있데요.”
“거참…”
덕팔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집에 있던 사람이 흔적도 없이 실종될 수가 있나? 혹시나 악귀의 소행인가 싶어 이런저런 유형의 악귀들을 되짚어 보았지만, 딱히 그에 부합하는 능력을 가진 악귀가 떠오르지 않았다.
“…. 가봐야 하나? 심지어 산음교회라는데..”
“예?”
“아, 아니다. 그냥 혼잣말이야.”
“민 교수님 아버지가 TV에 나온 민태환 목사님이라는 거 알아요?”
“어, 예전에 우연히 알게 되었어.”
“죽은 사람을 떡 하니 살렸다고 하잖아요. 그런 능력이 있으면 목사 말고 의사를 해야 하는 거 아닌가?”
오늘도 실없는 농담을 하는 조인범이었지만 덕팔은 그저 웃어주기만 하였을 뿐 박자를 맞추지 못하였다. 기하리 정산마을 산 중턱에 있던 오두막에서 발견한 그것이 떠올랐기에..
“결국 어떻게든 해결을 하긴 해야겠지.”
덕팔이 고개를 한번 흔들더니 수업 준비를 시작하였다.
**
고된 하루가 끝나가고 있었다. 차준민에게 정신이 팔려 김정학 교수의 도시락을 빼먹은 덕팔은 학교 앞 식당에서 백반 정식을 주문하여 교수연구관까지 직접 배달해야 했다. 은혜는 같이 점심을 먹자고 징징거렸고, 하루 종일 오동나무만 바라보고 있는 몽달도 신경이 쓰였다.
오후에는 팬카페 운영진 모임에 참석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노은지에게 들들 볶여야 했으며 조인범은 수시로 학교 안팎의 소식들을 물고와 덕팔의 귀를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그렇게 정신없는 하루가 지나가니 벌써 노을이 내려앉은 저녁이 되었다.
“집에 안 가요?”
“가야지.”
파김치가 된 덕팔이 마지막 수업을 끝내고 가방을 정리하고 있을 때, 덕팔의 바지 주머니에서 진동이 느껴졌다. 휴대폰을 꺼내 발신자 이름을 살펴보고 오늘 하루가 끝난 것이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