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ch the ghost munchkin! RAW novel - Chapter 200
200화
비류가 덕팔의 눈치를 보더니 된장국을 한 국자 떠 덕팔의 그릇에 담아 주곤 유키, 은혜에게도 된장찌개를 덜어주었다. 마지막으로 자신의 그릇에 된장찌개를 담은 비류가 된장찌개 맛을 보았다.
“우와.. 된장찌개에 게가 없는데 꽃게 맛이 느껴져요. 어.. 이건 뭐지? 게살이다!”
비류가 신기한 듯 입을 오물거리며 씹히는 게살의 식감을 음미하였다.
“게를 통째로 된장찌개에 넣으면 제대로 먹지 못하고 버리는 경우가 많아서 게살을 따로 분리해서 넣었다. 먹을 만 하니?”
“맛있어요. 정말!”
“다행이네.”
네 사람이 맛있게 식사를 마치고 그릇이 치워졌다. 은혜가 녹차를 우려와 각자 앞에 내려놓곤 본론을 꺼내 들었다.
“덕팔씨가 부탁한 일은 잘 끝났어요.”
덕팔이 은혜를 바라보니 은혜가 말을 이었다.
“덕팔씨가 의심을 하였던 것처럼 이 일은 겐다이 가문과 하야모토 가문 간의 일이었어요.”
뒤를 이어 유키가 설명하였다.
“겐다이 가문은 야마토 왕조의 호위가문이다. 그리고 야마토 왕국의 국조인 천무를 모시는 무녀의 가문이기도 하다. 우리 하야모토 가문 역시 이즈모 왕국의 국조이신 오쿠니누니 사마를 모시는 무녀의 가문이다.”
덕팔이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겐다이 가문이 천무를 모시는 무녀의 가문이라는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 그런데 평민! 너는 어떻게 알았던 거지?”
“나? 나도 몰랐는데?”
“….. 그 사실을 몰랐다면 겐다이 가문에 대해 왜 조사를 하라고 한 거지?”
“흐음.. 나는 처음에 유키 네가 신속의 능력자라고 생각했어. 네가 보여준 그 한방은 정말 엄청난 것이었거든. 그런데.. 몸속에 온통 신력으로 가득 찬 네가 은혜씨의 술법을 따라 하지 못한다는 점에 의아함을 느꼈지.
그래서 급히 신투장갑을 만들었어. 정말 혹시나 하는 마음이었다. 그런데 역시 나더군. 너는 신속의 능력자 이상으로 많은 신력을 가지고 있지만, 신속의 능력자가 아닌, 신기 능력자였어.“
“그게 무슨 차이가 있는 것인가?”
“신속의 능력자들은 체내에 축적된 신기를 자신의 의지대로 사용할 수 있어. 하지만 신기의 능력자들은 자신에게 힘을 주는 신의 능력을 벗어나는 힘에 신력을 사용할 수 없다는 거야. 네가 은혜씨에게 날렸던 그 강력한 한방은 네가 모시는 오쿠니누니의 능력이지. 하지만 너는 그것밖에 쓸 수 없는 거야. 넘쳐나는 신력이 있음에도 말이지.
한국에서는 신기의 능력자들이 대부분 무당이 돼. 길흉화복을 점치는 점쟁이도 하고 굿도 하고 부적도 쓰고.. 대충 그런 일을 해. 그래서 너처럼 신을 강림 받아 신의 능력을 그대로 쓰는 신기 능력자들을 보지 못했고 그래서 오해를 한 거야.“
“그 말은 이해하였다. 하지만 겐다이 가문이 무녀의 가문이라는 것은 어떻게 짐작한 거지?”
“몰랐다니까?”
유키가 자꾸 같은 물음을 하자 덕팔이 짜증을 내었다.
“그럴 리 없다. 평민! 너는 뭔가를 알고 있었다. 어서 실토하거라.”
“허어.. 진실을 말해줘도 믿지를 못하니. 원! 굳이 원한다면 네게는 좀 충격적인 사실 하나를 알려주지.”
덕팔이 녹차를 한 모금 머금은 후에 다시 입을 열었다.
“인터넷으로 검색을 좀 해봤어. 너희 가문과 겐다이 가문에 대해서.. 검색이 안 되더구먼.”
유키가 비웃었다. 될 리가 없지 않나? 하지만 덕팔의 이어지는 말에 그대로 얼어붙고 말았다.
“내가 검색을 잘못한 거였어. 야마토 왕국의 호위 가문을 검색하니 겐다이 가문이 나오지 않았던 거야. 너희 가문은 아예 검색도 안 되던데? 어쨌든, 검색어를 슬쩍 바꿔봤다. 그랬더니 두 가문이 공통적으로 하나가 걸리더군.
훗.. 과거에 대단히 유명한 무녀들을 배출하셨더라고.. 하야모토 나나라는 분은 오쿠니누니의 이적으로 가뭄으로 인해 굶어 죽을 수밖에 없었던 많은 백성을 구한 적이 있고, 겐다이 하루라는 분은 백성들을 괴롭히는 요괴들을 처치하여 백성들을 평안케 하였다는 기록이 있더란 말이지. 알겠어? 내 말이 무슨 말인지?”
“다..단지 그것만으로..”
“그럴 리가! 그렇게 꼬리 물기를 하며 검색을 하다 보니 겐다이 가문은 요괴들을 다루는 그러니까.. 음양사? 뭐 그런 쪽으로 특화된 무녀의 가문이고 너희는 만민구제에 특화된 무녀의 가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지.
자.. 여기서 문제! 음양사 하면 떠오르는 것은?”
유키가 입술을 깨물었다. 자신이 알아 온 정보로 덕팔의 코를 납작하게 해줄 생각이었는데 덕팔은 인터넷 검색 몇 번으로 자신보다 훨씬 놀랄만한 정보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니 몸에서 힘이 빠져나가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겐다이 가문과 이번 요괴 사건을 연결 지을 수 있었다. 자, 다음으로 유키 네가 알아 온 정보를 털어 놔봐.”
“평민, 너의 말이 맞다. 겐다이 가문은 오래전부터 음양사를 배출해왔다. 그러나 그 사실이 알려지지 않은 것은 음양사를 업으로 하는 겐다이 일족들이 본류로부터 분리되었기 때문이었다.”
덕팔이 다시금 고개를 주억이자 유키가 입술을 자근거렸다. 저놈은 그냥 앉아서 모든 걸 다 아는 것인가? 하지만 유키는 모르고 있었다. 덕팔이 고개를 주억이는 것은 그냥 습관이라는 것을!
“커음.. 그래서 겐다이 일족은 수백 년간 음양사의 일족과 무녀의 일족으로 나뉘어져 있었다. 그러다가 최근에 두 일족이 다시금 하나의 가문이 되었다.”
“그렇게 된 것이군. 무녀의 일족이 음양사의 일족의 힘을 빌어 너희 가문을 공격한 것이군.”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왜 그랬냐는 것이다. 그들은 우리 가문이 이즈모 왕가의 가신이라는 사실조차 알지 못했다. 그들은 그저 무녀의 가문을 말살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 가문뿐 아니라 알려지지 않는 많은 무녀의 가문들이 그들에 의해 멸족을 당했다.”
“내가 틀린 게 뭐지?”
“겐다이 가문 내 무녀 일족들의 행방이 묘연하다.”
유키의 말 한마디에 덕팔의 머리가 개운해지는 느낌이었다.
“음양사의 일족들이 무녀의 일족들에게 뭔가 큰 원한을 가지고 있는 모양이군.”
“자고로 음양사는 천한 직업이었다. 백성들을 위한 일을 하면서도 백성들에게 좋은 대접을 받지 못하였다. 자칫 음양사들을 요괴로 인식하여 억울하게 죽은 이들도 상당하다고 알고 있다. 겐다이 가문에서 음양사의 일족들이 떨어져 나간 것도 자발적인 독립은 아닐 것이라고 추측하고 있다.”
“그러니까 목을 뻣뻣하게 세우며 자신들을 천대했던 무녀들에게 복수한다?”
“그렇다.”
“그들에게 그런 힘이 있고?”
“음양사들의 힘은 본디 요괴에게만 영향을 주는 아주 특수한 능력이다. 하여 일반 백성들에게도 천대와 박해를 받은 것이지. 하물며 우리 무녀들에게 대적할 힘 따위는 절대 존재하지 않는다.”
“지금 상황으로는 존재하는 것 같은데?”
“음양사는 요괴를 처치하는 힘을 가지고 있지만, 그들을 부릴 수 있는 힘 따위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런데….”
“자신을 못 하는 거군. 금번에 일어난 현상에 대해서…”
“맞다.”
유키의 고개가 떨궈지자 은혜가 뒤를 이었다.
“지금부터 제가 하는 이야기는 사실이 아닐 수도 있어요. 하지만 하나의 가능성이라고 생각하고 들어주세요.”
덕팔이 고개를 끄덕이자 은혜가 다소 민망하다는 얼굴로 입을 열었다.
“어.. 백귀야행의 우두머리 요괴들이 있잖아요?”
“네”
“어떤 기록에 보니까, 그 요괴들이 인간들처럼 가문을 이루고 인간들의 세상에 숨어 살고 있다고 해요.”
“어떤 기록? 혹시 만화책?”
“호호호, 덕팔씨는 농담도…”
“저도 그런 만화를 본 것 같아서요. 그치? 비류야?”
“네, 형. 제가 가져다드렸잖아요.”
덕팔과 비류가 서로를 바라보며 고개를 주억이자 은혜가 민망한 얼굴이 되었다.
“아무튼! 그래서 그 요괴 가문과 음양사들이 동맹을 한 게 아닐까? 하는 게 제 추측이에요.”
“동맹?!”
덕팔의 아미가 좁혀 들었다. 은혜의 말처럼 백귀야행을 이끄는 우두머리 요괴들이 가문을 만들고 후세를 남겨 요괴들을 세력화했다면 보통 큰일이 아니었다. 게다가 그들의 타겟이 유키라면 유키는 죽은 목숨이나 다름없는 것!
“유키!”
“뭔가? 평민?”
“한국으로 이민 갈 생각 없나? 비류랑 함께? 한국은 연상연하 커플이 대세다!”
“지금 그 말 농담인 건가?”
“요괴는 바다를 건너지 못하잖아. 그러니까 네가 한국으로 가면 널 쫓아오지 못할 거야.”
“[코사메코조로]라는 물고기 요괴를 잊은 건가?”
“아 참, 그렇구나. 요괴는 귀신하고 다르지….”
덕팔이 뒷머리를 긁으며 품에서 천문도룡도를 꺼내 들었다.
“술법은 얼마나 쓸 수 있지?”
“네 장갑에 있는 신력은 모두 술법으로 풀어낼 수 있다.”
“네 몸에 신력을 장갑으로 옮기는 방법은 찾았고?”
“… 그건 아직!”
“그럼! 오늘 밤 중으로 그 방법을 찾아야 할 거다.”
덕팔이 유키를 끌고 거실로 튀어 나가더니 그대로 베란다 밖으로 뛰어내렸다.
“비류를 부탁합니다.”
멀리서 덕팔의 목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
덕팔이 도망친 곳은 중천미랑이 추장으로부터 쫓겨 도주를 하는 장면을 촬영한 그 벌판이었다.
“헉헉… 뛸만해?”
“신을 신을 수 있는 시간 정도는 있지 않았나?”
덕팔이 슬쩍 유키의 발을 바라보더니 웃었다.
“실내화도 괜찮은데 뭘!”
덕팔과 유키가 요괴들에 의해 포위되어 있었음에도 두 사람은 농을 주고받고 있었다.
“방어만 해서는 내가 먼저 지칠 거야. 그러니까.. 최대한 많이 때려잡으라고!”
“그만 꽁알거리고 먼저 달려 나가도록! 평민!!”
덕팔과 유키가 서로를 등지고 있다가 반대 방향으로 튀어 나갔다. 덕팔은 미친 듯 천문도룡도를 휘둘렀고 유키는 불의 술법으로 요괴들을 불태웠다.
“내가 그믐밤만 되면 신력을 모으느라고 밤을 새곤 했는데.. 이 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다.”
“뭐가 아니라는 거지?”
“일본 요괴들은 가진 힘에 비해 신력이 쥐꼬리만큼 밖에 없어. 가성비가 떨어져서 못 해 먹겠다.”
“무식한 평민! 가성비가 높은 것이 아닌가? 쥐꼬리만 한 신력으로 저 정도 힘을 내는 것이면!”
“그런가? 뭐 하여튼 나는 100마리째다.”
“쳇, 그런 것으로 자랑질하지 마라. 평민! 남들이 알면 비웃는다.”
“남들이 알면 우리를 정신병원에 넣으려 하겠지!”
“그 말에는 동의하지 않을 수 없겠군. 평민!”
덕팔과 유키는 말도 안 되는 말로 대화를 이어나가고 있었다. 그들이 수다 떨기를 좋아하거나 서로 사랑하였기에 쉼 없이 밀어를 나누는 것은 절대 아니었다. 대화를 통해 서로가 어디에 있는지를 알고자 했던 것이다.
너무 멀리 떨어져 있으면 순식간에 포위되어 요괴들에게 고립될 수 있고, 너무 가까우면 서로의 움직임에 방해가 되기 때문에 적정거리를 유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었다.
두 사람이 한동안 씨부렁거리는 사이 덕팔 앞에 있는 요괴의 수가 반 이하로 줄어들었다. 그러나 유키가 상대하는 요괴의 수는 처음보다 더 늘어난 상태였다. 덕팔이 강한 힘으로 자신들의 동료를 베어가자 상대적으로 약한 힘을 가진 유키 쪽으로 요괴들의 쏠림현상이 일어난 것이었다.
유키의 목소리가 불안정해지자 덕팔이 난감해졌다. 요괴들의 보스들은 아직 나타나지도 않은 상황! 벌써 지치면 곤란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