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ch the ghost munchkin! RAW novel - Chapter 212
212화
아침에 눈을 뜬 덕팔이 잠시 망설였지만 이내 결심을 하고 이장을 찾았다.
“이장님, 감사합니다. 다시 뵐게요”
“학상도 알 것지만, 그 양반 성격이 워낙 괴팍혀서 말여.”
“걱정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덕팔이 아버지를 업고 대문을 열고 나가자 이장이 따라나오며 기겁을 했다.
“지금 아부지를 업고 산에 오르것다는 것여? 참말로!! 그러다가 학상이 죽는당께? 그러지 말고, 학상이 먼저 올라거서 선상님을 뵈야. 그리고 나중에… 아이고, 오늘 밤은 특히나 안되야…”
“ 제가 없으면 아버지를 돌볼 사람이 없어요.”
“나가 돌볼 것인게.. 얼릉 갔다 와.”
덕팔이 다시 아버지를 방에 눕히고 이장에게 고개 숙여 인사를 했다.
“은혜 잊지 않을게요.”
“그럴 시간에 얼릉 출발이나 하랑께?”
덕팔이 몸을 돌려 뛰기 시작했다.
**
체력이 좋았던 시절의 덕팔도 3시간이 걸리는 거리였다. 그런데 2시간 반이 되자 오두막이 보였다. 진우가 숨을 헉헉 거리며 두 무릎을 집었다.
“스.. 아니, 선생님!”
진우가 조심이 오두막 문을 두드렸다.
“인신 선생님, 안 계시나요?”
“뉜가?”
뒤에서 인기척이 들리더니 인신이 나타났다.
“안녕하세요. 오진우라고 합니다. 선생님이 도움이 필요한 환자가 있어서..”
“나는 환자를 치료하지 않는다. 그러니 돌아가..”
“선생님, 도와주십시오.”
진우가 무릎을 꿇고 사정했다. 그러나 인신은 매정하게 진우를 지나쳐 오두막 문을 열고 들어가 버렸다.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자신에게 신력만 있었다면.. 그랬다면.. 아버지의 병 따위 순식간에 고칠 수 있었다. 하지만.. 하지만.. 자신은 신력따위를 몸에 쌓으면 안된다.
“빌어먹을.. 빌어먹을..”
진우가 주먹으로 땅을 내리쳤다. 그렇게 한 시간쯤 지났을 때 오두막 문이 열리더니 인신이 얼굴을 내밀었다.
“네 이름이 무엇이라고?”
“오진웁니다. 선생님.”
“오진우라…”
인신이 진우의 관상을 이리저리 뜯어보더니 혀를 찼다.
“조실부모할 상이군. 네 아비는 죽어야 할 목숨이야.”
“양붑니다. 저를 친자식 이상으로 예뻐해 주시는 양붑니다. 그러니까 제 운명하고는 전혀 관계가 없는 분이죠.”
“삿된 소리! 부모 자식간이 피로만 정해진다고 누가 그러더냐? 네 아비는 너를 아들로 맞이하는 순간부터 너의 운명의 영향을 받게 되는 것이야!!”
“그럼.. 그럼.. 파양이도 할 테니 일단 목숨이라도 붙여주십시오.”
“웃긴 놈이군. 그래봐야 양부아니냐? 그렇게 쉽게 파양 소리가 나올 정도면 그냥 죽게 두거라.”
“… 미친 노인네야. 의사잖아. 당신 의사잖아. 사람 목숨을 그렇게 쉽게 버려?”
인신이 자신을 놀리고 있다는 걸 알자 진우의 이성의 끈이 끊어지고 말았다.
“허어.. 이놈 보게.”
“아직 환자도 안 봤잖아. 그러니까.. 얼굴이라도 봐달라고. 당신이라면 당신이라면 손짓 한 번으로도 고칠 수 있는 신병 환자니까!!”
진우가 악을 쓰자 인신의 눈빛이 묘하게 변했다.
“네 놈이 신병을 어떻게 아느냐?”
“….. 그냥… 그냥 주워… 들었습니다.”
“정신이 돌아온 모양이군. 좋다. 내가 네 아비를 치료해 주면 넌 나에게 뭘 해주겠느냐?”
“치료비를 드리겠습니다.”
“얼마를 줄 수 있느냐?”
진우가 품에서 종이봉투를 꺼냈다. 남은 돈은 50만 원 뿐.. 전부를 내밀었다.
“어허.. 신병을 고치는데 50만 원? 어린 녀석이라 세상 물정을 모르는 군.”
인신이 오두막 문을 닫으려고 하자 덕팔이 다급히 외쳤다.
“그럼.. 신투장갑만 빌려주세요. 그럼.. 제가 치료를 할게요.”
“신투장갑? 네 놈이 그걸 어떻게 알지?”
조금 전까지는 손자를 데리고 노는 할아비의 모습이었다면 지금을 달랐다. 오두막 문을 열고 튀어나온 인신이 진우의 목을 움켜쥐었다. 진우가 버둥거렸지만 어디서 그런 힘이 났는지 인신의 손은 단단히 진우의 목을 쥐고 놓지 않았다.
“말하거라. 너는 어떻게 신투장갑에 대해서 알고 있는지..”
“목을…놔…놔.. 줘야.. 말씀…”
인신의 손이 내려가자 진우가 크게 기침을 하며 받은 숨을 내쉬었다. 그러면서 머리를 굴렸다.
‘회귀를 했다고 말을 할까?’
인신의 제자로 다시 10년을 살고 싶지 않았다.
‘그냥 알게 되었다고 말을 할까?’
그 말이 나오는 순간 당장 죽을 지도 모를 일이다.
‘김향숙 변호사.. 아.. 지금은 서로 모를 때구나. 그렇다면 그에게서 들었다고 할까?’
진우가 결심이 섰는지 입을 열려고 하자 인신이 입꼬리를 올리며 비웃었다.
“거짓은 통하지 않는다.”
“… 아.. 제기랄..”
진우가 자신도 모르게 나직하게 욕을 했다.
“방금.. 뭐라고 했느냐?”
“스승님, 다시 뵈어서 정말 행복합니다.”
진우, 아니 덕팔이 납작 업드렸다.
***
나란히 평상에 걸터앉아 덕팔의 이야기를 조용히 듣고 있던 인신이 크게 웃었다.
“어린 놈의 상상력이 아주 범 우주적이구나.”
“증명할 수 있습니다.”
“증명? 어떻게?”
“구품지희를 해보시죠.”
“닭이 없다.”
“그럼.. 스승님께서 만드신 이론에 대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덕팔이 한참 떠들어 대자 인신이 귀를 후비며 따분해 하였다.
“그런 생각은 해본 적도 없다.”
“그럼.. 제가 그와 마찬가지로 신안의 능력자라는 것은 어떻습니까?”
“… 그냥 봐서는 개뿔 아무것도 없는 것 같은데?”
인신이 심드렁한 얼굴로 덕팔을 바라보자 진우가 마지막 카드를 꺼내 들었다.
“스승님께서 제게 덕팔이라는 이름을 내려주셨습니다. 제 사주와 아주 딱 맞는 이름이라며..”
“뭐라?”
인신의 표정이 변했다. 덕팔은 아차 했다.
“실언을 했습니다. 거짓말을 한 것이니..”
“네놈은 진짜 내 제자였구나.”
“…네?”
“허어.. 이런 기이한 일이.. 그렇다면 진짜로 천문이라는 것을 열 수 있단 말인가?”
모든 걸 부인 하던 인신이 덕팔이라는 두 글자에 반응했다.
“아이야, 너는 내 제자가 맞구나.”
“아닙니다. 스승, 아니 선생님. 제가 거짓말을 한 겁니다. 저는 다시는 덕팔로 살고 싶지 않습니다.”
진우가 급히 손사레를 치자 인신이 방긋 웃었다.
“덕팔은 내 손자의 이름이었다. 팔자 돌림이라 어쩔 수 없이 덕팔이라고 지었지. 그런데 그놈이 지 아비와 함께 먼저 세상을 떠나더구나. 내가 너에게 덕팔이라는 이름을 주었다면 널 제자가 아닌 손자로 생각했다는 의미였을 것이다. 그래도 싫으냐?”
“…… 그런 의미가 있었는지는 몰랐어요. 스승님께서 막무가내로 떠넘기신 이름이라.. 사회생활할 때 조금 쪽팔리기도 하고… 하지만 스승님께서 원하신다면 오덕팔로 살겠습니다.”
“허허허.. 아니다, 아니야. 그럴 필요는 없다. 이미 너는 나의 손자가 되었는데 이름이 뭐가 중요하겠느냐.”
인신이 처음으로 진우의 어깨를 두드려 주었다. 진우가 한숨을 내쉬었다. 이번에는 진우로 살 수 있다.
“하지만 덕팔아! 네가 좋다면 나도 좋다.”
“… 젠장!”
“허허허.. 농담이다. 이 녀석아.”
인신이 평상에서 몸을 일으키며 하늘을 보았다.
“벌써 해가 지려 하고 있구나. 나는 아랫마을로 내려가 네 아비를 돌볼 테니 너는 오늘 밤, 이곳에서 악귀들이나 잡고 있으려무나. 내 제자였다면 그 정도는 식은 죽 먹기겠지?”
“…. 스승님, 차라리 그 장갑을 제게 빌려주시면 제가 아버지를 치료…”
“허허허, 너를 완전히 믿기 위한 마지막 시험이기도 하단다.”
인신이 허허로운 웃음을 터트리면 산 아래로 내려갔다. 심지어 장갑이 있는 위치도 알려주지 않았다. 어쩌면 시험은 숨겨져 있는 장갑을 찾는 것부터 시작이리라.
“평소에 놓던 곳에 두셨어야 할 텐데..”
덕팔, 아니 진우, 아니 앞으로 어떻게 이름이 불리게 될지 알 수 없는 젊은 놈이 터덜 거리며 오두막 안으로 들어갔다.
***
아침이 되었다. 진우가 지친 기색으로 널브러져 있었다.
“아.. 고되다.”
진우가 겨우 평상에서 몸을 일으키더니 자신의 손과 팔에 딱 달라붙어 있는 신투장갑을 바라보았다.
“고생 많았다. 장갑아!”
진우가 오두막과 주변을 오가며 바쁘게 움직였다. 어제 밤, 날을 새긴 했지만 아버지를 치료하고 돌아올 스승을 굶게 할 수는 없었다. 물론 이 작은 배려가 진우로 하여금 어떤 고초를 겪게 할지 지금은 알지 못하며 휘파람까지 불고 있었다.
된장찌개가 보글보글 끓자 살짝 맛을 보았다. 스승은 자신이 해주는 된장찌개를 가장 좋아하였다. 아마도 고슬거리는 밥과 함께 된장찌개를 내어놓으면 두 그릇은 뚝딱 해치울 것이다.
아직 해도 다 뜨지 않은 이른 아침이건만 멀리서 인신의 모습이 보였다.
“어?”
진우가 옅은 웃음을 흘렸다. 아마도 자신만 두고 산을 내려간 것이 마음에 걸려 일찍 올라온 것이리라. 그런데 인신의 뒤를 따르는 이가 있었다.
“어??”
마을 이장이었다.
“이장님이 왜?”
인신이 진우와 눈을 마주치자 움찔하였다.
“이런 악독한 영감탱이가!”
진우는 소심하게 아주 작은 목소리로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인신을 맞이하였다. 이장이 함께 올라온 이유? 송장을 치우기 위함일 것이다.
“오셨습니까?”
“허허.. 살아있네? 이장이 헛걸음을 했구나.”
인신이 뒤를 돌아 이장에게 미안하다고 하며 이장을 내려보내려고 하자 진우가 이장을 잡았다.
“식사 준비를 했는데 드시고 저랑 함께 내려가시죠.”
“네 아비의 소식은 궁금하지 않더냐?”
“스승님께서 내려가셨는데 아버지의 안위가 물을 필요도 없는 거죠.”
“입에 꿀을 발랐군. 대체로 저런 놈은 사기꾼이 되던데..”
“아녀라. 저 학상은 참으로 효자랑께요. 지도 저런 아들내미 하나 있었으면 소원이 없당께요.”
“이장은.. 밥이나 먹어.”
“야..”
이장이 군말 없이 밥을 먹기 시작했다. 된장찌개를 한 술 떠 먹더니 크게 놀랐다.
“학상, 요리사여? 뭔 요리를 요로코롬 잘한당까? 깜짝 놀라부렀네.”
이장의 말에 인신이 수저를 들어 된장맛을 보고 작게 인상을 썼다.
“나는 호박이 들어간 된장찌개를…”
“무척 좋아하셨죠. 싫다고 하시면서도 다 드시곤 했어요.”
“험험…”
두 사람이 식사를 하는 동안 진우가 잠시 사라졌다가 돌아왔다. 신투장갑을 벗어 인신에게 반납을 한 후, 깨끗하게 설거지까지 마치고 작별 인사를 고했다.
“스승님, 건강하세요. 명절 즈음에는 꼭 찾아뵐게요.”
물론 그럴 마음은 티끌만큼도 없었다.
“허엄.. 그냥 가려고?”
“아비를 돌봐야 하니 어쩔 수 없네요. 하지만 마음만큼은 늘 스승님 곁에 있겠습니다.”
진우가 다시 허리를 숙여 인사를 하곤 이장을 재촉하여 산 아래로 내려가려 하자 인신이 진우를 불러세웠다.
“덕팔아…”
“네?”
“이 스승도 마침 서울에 볼 일이 있으니 함께 내려가자꾸나. 잠시 기다리거라.”
진우가 와락 인상을 썼다. 아무래도 이번 생도 덕팔로 살아야 할 모양이었다.
“튈까?”
마음속의 말이 입으로 튀어나왔다. 이장이 그 말을 듣고 진우의 어깨를 두드려 주었다.
“이 산에서 저 양반만큼 빠른 사람을 본 적이 없당께?”
“그니까요. 저도 그걸 본 적이 없네요.”
진우가 고개를 떨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