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ch the ghost munchkin! RAW novel - Chapter 292
292화
“B급 디펜더 황민식, A급 딜러 장춘기, B급 딜러 김성민으로 구성된 팀이군요. 리더는 누구죠?”
“황민식입니다.”
“짐꾼은 누굽니까?”
“오진우. 일반인입니다.”
“담당하는 지역은요?”
“1지역입니다.”
“그럼 9개를 드리면 되겠습니까?”
황민식이 고개를 끄덕이자 남자가 함을 열고 구슬을 꺼내 주었다. 그러자 헌터들이 손목에 차고 있던 헌터 게이지에 구슬을 세 개씩 끼워 넣었다.
“자.. 그럼 가볼까?”
황민식이 진우와 헌터들을 돌아보며 웃자 남자가 옆에 세워 놓았던 ‘ㄱ‘자 모양의 길쭉한 막대 모양의 기계를 작동시켰다.
우웅!!
묵직한 기계음을 내며 파란색 스크린이 생겨났다. 황민식이 거침없이 그 스크린을 지나치자 황민식의 모습이 사라졌다. 뒤를 이어 장춘기와 김성민이 들어갔다. 진우도 침을 한번 삼키곤 그들의 뒤를 따랐다.
화악~
영화의 화면이 바뀌듯 갑자기 세상이 바뀌었다. 같은 장소였지만 확실히 다르다는 걸 몸으로 알 수 있었다.
“포탈을 지나온 느낌이 어떠냐?”
“와우.. 친구들에게 자랑해야겠어요.”
“크크.. 살아 돌아가면 그렇게 하라고.. 지금부터 정신줄 빼놓고 있으면 바로 황천행이니까 조심해라.”
“허얼.. 춘기 형이 사람이 됐네.”
“맛있는 밥을 먹여준 보상이다. 자식아.”
김성민과 장춘기가 다시금 투닥이며 황민식의 뒤를 따랐다. 황민식은 이미 이 지역에 대해서 잘 알고 있는지 거침없이 길을 찾아갔다.
“아저씨는 여길 잘 아시나 봐요.”
“당연하지. 벌써 10번도 넘게 온 곳이니까.. 누구 덕분에 벌칙으로 말이야. 크크”
장춘기의 폭행건으로 다른 헌터들이 기피하는 이 지역에 의무적으로 와야 했었던 모양이었다.
“이 자식이, 그만 하라고! 나라고 그러고 싶었겠냐? 끕도 되지 않는 놈들이 앵기는데 너 같으면 참겠어?”
“네, 참죠. 참고말고요.”
장춘기는 성격이 급한 탓에 손해를 보는 스타일 같았고, 김성민은 의외로 능구렁이 같은 성격을 가진 것 같았다.
“저 앞에 악귀들이 모여 있다. 집중하자고! 진우는 뒤에서 대기하고. 절대로 앞으로 다가 오면 안된다. 알았지?”
“네. 아저씨.”
헌터들이 앞서 나갔다. 진우가 그 자리에 쪼그리고 앉아 몸을 숨겼다. 몸을 숨긴다고 악귀들이 진우의 존재를 눈치 채지 못할 리 없지만 그래도 그렇게 하는 편이 저들에게는 안심이 될 것이다.
“호오.. 꽤 하네.”
헌터들이 각자의 주문을 외우자 푸른 기운이 돌더니 강신이 이루어졌다. 진우로서도 강신술을 직접 본 것은 처음이었는지라 신기한 눈초리가 되어 있었다.
“어라?”
강신술이란 인간 숙주의 몸에 신령이 깃드는 것을 말한다. 강신이 펼쳐지면 인간 숙주는 몸에 깃든 신령의 힘을 사용할 수 있다. 덕분에 귀신을 때리기도 하고 칼로 밸 수도 있는 것이다. 일반적인 강신술이 그렇다는 말이다.
물론 진우는 그와는 많이 다른 강신술을 알고 있었다. 김혁성이 그를 이겨 내기 위한 방법을 찾던 중에 얻어걸린 부산물이었지만 현실화만 되었다면 능히 큰 힘을 낼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김혁성의 강신술은 이론에 그치고 말았다. 일본 강점기에 국토 전역에 박힌 쇠기둥 때문에 장군신으로 각성 가능한 선신들이 없어 현실화가 불가능했던 것이다.
그런데 저들의 강신술은 진우가 알고 특별한 강신술과도 판이하게 달랐다.
“강신술을 저렇게 펴기도 하는구나.”
헌터들 앞에 신령이 나타나더니 헌터들의 지시에 따라 그들이 악귀들을 상대하였다. 장춘기의 몸에 강신한 신령은 무사의 복장을 하고 있었다. 검술이 매우 능숙하였는지 악귀라고 부르기에는 많이 모자란 잡귀들을 손쉽게 처리하고 있었다.
황민식에게 강신한 신령은 덩치가 크고 힘 좀 쓰게 생긴 건장한 남자였다. 격투가라고 하기에는 체계가 없는 것으로 보아 잡신보다 조금 더 강한 신력을 가진 일반인 출신 신령인 듯했다.
김성민에게 강신한 신령은 몸이 날쌔 보이는 남자였다. 과거에 암살자를 했다고 하면 딱 믿을 수 있는 그런 복장을 하고 있었는데 그가 쓰는 검술도 빠른 몸놀림을 기반으로 적의 약점을 집요하게 노리고 있었다.
김성민에게 악귀들이 몰렸다. 그러자 황민식이 신령을 불러 김성민에게 덤비는 악귀들을 해치웠다. 김성민에게 여유가 생기자 다시금 장춘기의 공격을 보조하기도 했다. 황민식의 역할은 악귀들을 때려잡는 것 보다 두 딜러들이 위기에 빠지지 않게끔 전황을 조율하는 역할인 듯 싶었다.
“아저씨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구나. 저래서 디펜더가 리더가 되는 거였어.”
황민식이 알아서 보조를 해주니 두 딜러들은 자신들에게 달려오는 악귀들을 마음 편히 때려잡기만 하면 되었다. 잠시 오진철이 생각났다. 그도 디펜더라고 했다. 동료들을 위해 전황을 조율하며 그들을 보조했을 것이다. 그런데 왜 부상을 입은 것일까?
진우가 머리를 흔들더니 다시금 앞의 상황에 집중을 하였다. 멀리서도 신력의 유동이 느껴졌다. 다른 팀도 본격적으로 전투를 시작한 모양이었다. 저들은 저렇게 밤 새워 전투를 하게 될 것이다. 악귀들이 소멸하며 발생되는 신력들이 세 헌터들이 가지고 있는 헌터 게이지에 차곡차곡 쌓이고 있었다.
“하아.. 저 중에 한줄기만 얻을 수 있어도 신투 장갑을 만들 수 있는데.. 쩝!”
진우가 입맛을 다시며 가방을 열었다. 벌써 두시간째 전투를 하고 있으니 목도 마를 것이고 배도 고플 것이다. 일꾼들에게 가장 위험한 일을 해야 할 때가 되었다.
미리 만들어온 주먹밥과 보온 통에 담긴 된장국을 꺼냈다. 적당한 위치에 가져다 놓으면 순서대로 식사를 할 것이다.
“배고픈 건 정신력으로 버텨야 하는데 말이지.”
과거에 거의 10년간 악귀를 잡았지만 단 한번도 중간에 식사를 한 적이 없었다. 밤이 새도록 싸워 진이 빠진 상태가 되었지만 당연히 그렇게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스승은 늘 말했다.
[배고픔은 정신력으로 버텨야 하는 법이니라.. 그러니 어서 아침밥이나 차리거라.]***
꾸역꾸역 잘도 먹었다. 두 주먹을 합한 크기의 주먹밥을 6개나 준비하였건만 모두 다 처먹었다. 본래 1개씩만 먹이고 전투가 끝난 후에 1개씩 더 먹일 생각이었는데 장춘기가 주먹밥을 더 내놓으라고 난리를 치는 통에 준비해온 주먹밥이 모두 소진되었다.
저들이 전투를 끝내고 나면 또 처먹을 것인데 준비된 음식이 없었다. 잠시 고민에 빠진 진우가 과감한 결단을 내렸다. 배낭에서 버너가 나왔고, 코펠이 나왔다.
“하아.. 이건 오버 같은데..”
저녁 식사를 하며 남긴 누룽지와 간식으로 먹기 위해 싸 가지고 온 바삭한 누룽지가 총출동하여 커다란 코펠에 담겨졌다. 주먹밥과 함께 먹으라고 준비한 된장국이 꽤 많이 남아 있어 된장국도 코펠에 부어졌다.
양념이 조금 부족한 듯 하여 쌈장도 조금 풀렸다. 보글보글 끓어오르자 음식 냄새를 맡았는지 장춘기가 뒤를 힐끗거리더니 피식 웃었다. 헌터 생활을 10년째 하고 있지만 저렇게 간이 큰 짐꾼은 본적이 없다.
처음 짐꾼으로 나온 놈이 악귀가 드글거리는 이곳에서 태연히 음식을 한다는 것 상식 밖의 일이었다. 빨리 저 악귀 놈들을 해치우고 저 간덩이 큰 놈이 끓이고 있는 음식도 해치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강신 2단계!”
장춘기 몸 밖에서 악귀를 잡고 있던 무사 신령이 장춘기의 몸에 흡수되었다. 그러자 장춘기의 손에 영검이 들려 있었다.
“감질맛 나서 못 해 먹겠네. 형님! 나 먼저 가우!”
장춘기가 검을 휘두르며 악귀를 빠르게 베어나가자 황민식이 피식 웃었다.
“또 성질 나왔네. 어떻게 할래?”
황민식이 악귀를 상대하며 옆을 돌아보지 않았지만 그가 누구에게 말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아, 놔! 저 형하고 헌팅을 하면 피곤하다니까!! 강신 2단계!”
김성민이 신령을 온몸으로 받아들인 후, 단검을 꼬나 쥐고는 앞으로 달려나갔다. 황민식이 피식 웃더니 크게 외쳤다.
“강신 2단계!”
**
헌팅 속도가 훨씬 빨라졌다. 하지만 진우는 썩 흡족한 얼굴이 아니었다.
“아니지, 저걸 저렇게 하면 몸만 피곤하지. 한 번에 둘을 벨 수 있었는데.. 아휴! 우리 몽달이가 보면 혀를 차겠네. 혀를 차겠어.”
철저히 관중 모드가 된 진우가 세 헌터들의 헌팅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훈수라도 두고 싶었지만 장춘기에게 두드려 맞을 것이 분명하였기에 입을 꾸욱 다물고 있을 뿐이었다.
벌써 해가 뜨려고 하고 있었다. 장춘기의 닦달 때문에 누룽지 된장국은 이미 저들의 뱃속으로 들어간지 오래! 저들을 이곳에 묶어두기 위한 뭔가 새로운 아이템이 필요했다. 저들이 이곳에서 식사를 하는 동안 진우에게는 꼭 해야 할 일이 있었기에!
배낭에서 진우의 히든 아이템이 꺼내졌다. 진우가 주변을 돌며 대충 큰 돌멩이들을 가져와 네 귀퉁이에 고정을 하더니 그 위에 철판 하나를 올렸다. 금세 불이 피워지더니 철판 위에 먹음직한 삼겹살이 올려졌다.
치이익…
삼겹살과 달아오른 철판이 만나는 소리에 헌터들의 귀가 쫑긋해졌다.
“형님, 빨리 합시다. 빨리!!”
진우가 직접 만든 특제 쌈장을 꺼내 놓고 고기를 앞뒤로 뒤집으며 냄새를 풍기자 장춘기의 움직임이 점점 빨라졌다.
“끝!!!!”
장춘기의 외침과 함께 세 헌터들이 진우에게 몰려들었다.
“야! 이 미친놈아! 이런 곳에서 고기를 구우면 어떻게 하냐! 네놈이 정신이 있는… 우물우물.. 기가 막히네.”
진우가 삼겹살을 쌈장에 찍어 장춘기 입에 밀어 넣자 장춘기가 진우의 젓가락을 빼앗아 들더니 본격적으로 고기를 흡입하기 시작했다. 황민식도, 김성민도 그 대열에 합류하였다.
“저는 저쪽에 가서 쌈이 될만 한 것 좀 뜯어 올게요.”
황민식이 뒤를 돌아 조금 전 전투가 일어났던 곳을 살피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조심해라.”
“네, 아저씨!”
진우가 비닐봉투 몇 개를 들고 달리기 시작했다. 진우의 예상대로 이곳은 진우에겐 천국이었다. 진우가 원하는 약초들이 사방에 즐비하게 늘어져 있었다.
“대~박!!”
고기를 모두 흡입하였음에도 진우가 돌아오질 않자 황민식이 진우에게 다가왔다.
“여기서 뭐 하니?”
“아, 아저씨! 필요한 게 있어서 좀 따 갈려구요.”
“풀대기를 따가서 뭐 하려고.”
“아버지한테 배운 건대요. 한약재로 쓸모가 있대요.”
“그래? 슬슬 사람들 눈에 띄기 전에 돌아가야 하니까 대충 정리하고 오도록 해.”
“네, 아저씨!”
진우가 남은 약초들을 미련 가득한 눈으로 바라보더니 이내 몸을 일으켰다. 진우가 양손에 주렁주렁 비닐 봉투를 들고 나타나자 장춘기가 물었다.
“야, 짐꾼! 뭐하고 돌아다니는 거냐? 여긴 위험한 곳이라고!”
“네, 형님. 주의할게요. 어.. 근데 다치셨어요?”
진우가 장춘기의 팔을 살피더니 인상을 찌푸렸다.
“괜찮아.. 이 정도는 병원에서 신력으로 치료하면 금방에 나아.”
“신력으로 치료하면 무지 비싸던데… 제가 치료해 드릴까요?”
“네가? 무슨 재주로?”
장춘기가 못 믿겠다는 얼굴이 되자 진우가 씨익 웃었다.
“한번 맡겨 보세요. 낫질 않으면 병원 가시구요.”
장춘기가 진우를 한동안 바라만 보더니 이내 팔을 내밀었다. 진우가 가져온 비닐 봉투에서 풀 쪼가리 몇 개를 꺼내더니 곱게 빻아 장춘기의 팔에 붙여 주곤 비닐 봉투로 대충 감아 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