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ch the ghost munchkin! RAW novel - Chapter 291
291화
황민식이 저녁 식사를 하자고 제안했지만 몸이 불편한 아버지가 집에 혼자 계신다고 하며 거절을 하였다. 헌팅은 내일 밤에 시작된다고 한다. 포털이 열리는 장소까지 이동을 해야 하기 때문에 아침에 만나기로 약속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아빠~ 이거 선물!”
진우가 돌아오는 길에 휴대폰 매장을 들려 휴대폰 두 개를 구입해 왔다. 미성년이라 부모의 동의가 필요하다고 하여 집을 나서기 전에 오진철의 신분증과 도장까지 챙겨나갔었다.
“휴대폰이네?”
“신력으로 충전되는 휴대폰은 너무 비싸서 일반폰으로 구입했어요.”
휴대폰 매장 직원의 설명에 따르면, 고가의 휴대폰은 신력으로 한번 충전을 하면 최대 2년을 사용할 수 있다고 하였다. 휴대폰을 수시로 바꾸는 이들은 한번 충전하는 것으로 휴대폰을 바꿀 때까지 충전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였다. 편리했지만 가격이 비쌌다. 일반 휴대폰 가격의 두 배 가까이 되었다.
그런 휴대폰은 진우에게 당장 필요한 것이 아니었다. 하여 하루에 한번씩 충전을 해야 하는 일반 휴대폰을 두 개 구입하여 하나를 오진철에게 내밀었던 것이다.
“집에만 있는 내가 이런 게 왜 필요하겠어?”
“저한테 전화 하시라구요.”
진우가 웃으며 휴대폰 케이스에서 휴대폰을 꺼내 사용방법을 설명해 주었다. 당연히 단축번호 1번은 진우의 번호였다.
“좋구나. 버튼을 누르지 않고 화면을 눌러서 전화를 걸 수 있다니..”
“더 좋은 휴대폰도 있대요. 돈 많이 벌어서 꼭 사드릴 테니까 기다리세요.”
“진우야, 아빠는 네가 위험한 게 싫어.”
진우의 가슴이 뜨끔하였다. 보지도 않고 어찌 저리 잘 알까?
“그런 일 없어요. 법대 가려구요. 사법고시 준비해서 변호사 하면 돈 많이 벌 수 있잖아요. 그래서 그거 할려구요.”
“그래? 하하하, 그럼 이 아빠가 변호사 아빠가 되는 거야?”
“네, 그러니까 조금만..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암, 기다리고말고..”
오진철이 흐뭇한 얼굴이 되었다. 진우가 주전부리로 만든 누룽지를 오진철의 머리맡에 두곤 몸을 일으켰다.
“알바 다녀올게요.”
“그래, 잘 다녀와.”
진우가 방문을 열고 나가자 환하게 웃던 오진철의 얼굴에 그늘이 졌다.
“다치지 않으면 좋으련만…”
**
다음날 아침, 봉고차 한 대가 진우 집 아래 동네에 멈춰 섰다.
“뭐야? 진짜 이런데 사는 거야?”
장춘기가 끝도 없이 오르막이 펼쳐져 있는 골목길을 바라보며 휘파람을 불었다.
“시간이 다 되었는데 어디에 있으려나?”
“형님, 오늘 헌팅 잘 되면 그 놈 휴대폰 한 대 사주쇼. 연락이 안되니 영 답답해서 말이지..”
늘 툴툴대고 화를 내는 장춘기지만 정이 없는 놈은 아니었다. 황민식이 웃으며 휴대폰을 꺼내들었다.
“어.. 진우냐? 우리 도착했는데 어디에 있어? 알았다. 기다리마.”
“뭐야? 그놈 휴대폰 있었수?”
“어제 저녁에 문자가 왔다. 우리랑 연락이 되지 않으면 안되니까 급하게 휴대폰을 장만한 모양이더라고.”
“아.. 그랬수? 그놈 참, 일은 야무지게 하네.”
저쪽에서 큰 배낭을 짊어진 진우가 헐레벌떡 뛰어왔다.
“얌마, 어린놈이 이 형님을 기다리게 해?”
“죄송합니다. 식사거리를 준비하느라구요.”
“네가 밥을 할라고? 야, 그냥 대충 사가지고 가야지. 언제 밥을 해?”
“세끼나 먹어야 한다고 하시길래.”
진우가 뒷머리를 긁적이자 황민식이 웃으며 운전석 문을 열었다.
“음식이 맛있으면 따로 밥값은 챙겨주마.”
“감사합니다. 아저씨.”
“면허도 따고! 원래 운전은 짐꾼이 하는 거야.”
“네, 그렇지 않아도 신청하려구요.”
“자식! 마음에 드는 소리만 하네.”
진우를 태운 봉고차가 긴 엔진소리를 내며 오늘의 포탈이 열릴 강원도 인제로 출발하였다.
**
산길을 걷게 될 거라는 건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인계산보다 더 깊고 높은 산에 오르게 될 것이라는 건 모르고 있었다. 남자 네 명이 3시간째 묵묵히 산길을 오르고 있었다.
“형님, 여기서 뭐 좀 먹고 갑시다.”
장춘기가 지쳤는지 비탈진 풀밭에 풀썩 주저앉았다. 황민식이 시계를 힐끔거리더니 진우를 바라보았다.
“진우는 괜찮냐?”
“네, 아저씨. 식사 준비할까요?”
“그래, 네 음식 맛 좀 보자.”
황민식이 껄껄거리며 수통을 꺼내 목을 축였다. 그 사이 진우가 평평한 곳을 고르더니 바닥을 큰 돌로 내리쳤다. 한참을 그렇게 내리치더니 버너와 코펠을 꺼냈다. 잘 씻은 쌀을 꺼내더니 밥을 시작했다. 충분히 불려 놓았는지 적은 물에도 밥은 잘 되었다.
“산에서 밥이 잘 안 된다는 건 어떻게 알았냐?”
“아버지가 헌터셨어요. 지금은 부상 때문에 일을 못하시지만…”
황민식이 고개를 주억였다. 일을 못할 정도라면 상황은 뻔하다. 진우의 가정형편과 부상당한 헌터를 조합해보면 답은 정해져 있다. 중상을 입고 치료비로 모든 재산을 날렸을 것이다.
“그럼 헌터일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겠구나?”
“주워들은 이야기가 좀 있지만 한번도 본적은 없어서요.”
“신력감응테스트에서 부적응 판정을 받았다고?”
“네..”
“어머니가 헌터가 아니셨던 모양이지?”
“그런 가봐요. 일찍 돌아가셔서 잘 모르겠네요.”
황민식이 다시금 고개를 주억였다. 몇 마디 대화로도 대충 이해가 되었다.
“치료비가 많이 들지?”
“네, 엄청 비싸잖아요.”
“그래도 짐꾼 일은 오래 하지 마.”
“네, 아저씨. 감사합니다.”
대화를 나누는 사이에 밥이 되었다. 진우가 밥을 덜어내고 배낭에서 꽁꽁 얼어 있는 비닐봉투를 꺼냈다. 널직한 코펠에 그대로 집어넣고 녹여 끓이기 시작했다. 지금껏 말없이 진우의 하는 양을 지켜보고 있던 김성민이 물었다.
“찌개를 끓여온 거야?”
“네, 여기서 음식을 준비하려면 너무 오래 걸려서요. 바로 냉동한 거라 맛은 괜찮을 거예요.”
“초짠줄 알았는데 준비성이 좋네.”
김성민이 끓기 시작하는 코펠에 얼굴을 박고는 코를 벌렁거렸다.
“냄새도 좋고.. 아저씨! 아무래도 우리가 짐꾼을 잘 뽑은 것 같은데요?”
“하하. 그러냐?”
금세 밥과 찌개, 밑반찬 몇 가지가 놓인 식사가 준비되었다. 비록 상이 없어 풀밭에서 먹어야 했지만 꿀맛이었다.
“맛있네?”
“그러게요. 너 요리사냐?”
“아뇨. 그냥 어릴 때부터 요리를 해서 좀 능숙한 편이죠.”
세 사람이 만족한 식사를 마치니 진우가 남은 음식을 모아 숲 안쪽으로 들어가 땅을 파고 묻었다.
“왜? 그냥 버리지?”
“음식 냄새를 맡고 산짐승들이 모이면 뒤에 이 길을 다니시는 분들이 위험해 질 수도 있으니까요.”
“호오…”
황민식이 진우의 행동 하나하나에 감탄했다. 전문 짐꾼들을 수도 없이 보았지만 저렇게 깔끔하게 일 처리를 하는 놈을 본 적이 없었다. 초짜라고 하여 걱정을 하였는데 의외로 괜찮은 녀석을 알게 된 것 같아 기분이 좋아졌다.
다시 산행이 시작되었다. 두 시간을 더 오르니 정산 근처에 이르게 되었다. 진우의 눈빛이 반짝였다. 포털 하나에 한 팀만 들어가진 않을 거라고 생각을 하긴 했지만 다른 헌터팀들의 수가 진우가 생각한 그 이상이었다.
“꽤 많지?”
“그러네요? 이렇게 많을 줄은 몰랐어요.”
“여기가 D급 포탈이라 개나 소나 다 모여서 그래.”
“D급요?”
“어, 포탈은 F급부터 S급까지 있어. F급은 잡신들을 강신 받은 헌터들이 들어가는 곳이고, A급은 저 형처럼 A급 신령을 강신 받은 사람들이 주로 다니지. 단계가 올라갈수록 모을 수 있는 신력의 양도 달라지지만 그만큼 위험해. 뭐, 어떤 헌터들은 포털 안에서 A급 신령을 강신했다는 사람도 있는데 그런 경우는 매우 드물지.”
“왜요? 거기에도 신령들이 있는게 아니에요?”
“아니야. 우리가 잡는 것들은 모두 악귀들이야. 선신을 만나는 경우는 무척 드물어.”
“아…”
김성민이 포털에 대해서 친절히 설명을 해주었다. 황민식은 다른 헌터팀과 인사를 나누며 포털 안에서 악귀들을 잡을 포인트를 상의하고 있었다.
“춘기 형이 A급 딜러라서 우리가 악귀들이 가장 많은 곳을 차지하게 될 거야. 민식이 아저씨도 B급은 되니까 여기서는 목에 힘 좀 주지.”
“새끼! 너도 B급이면서 지랄은..”
“하하.. 형! 저는 억지로 B급이 된 거라 사실은 C급하고 똑같아요.”
“시끄러 임마. 네놈 능력을 내가 모르겠냐?”
장충기와 김성민이 투닥거릴 때 진우가 끼어들었다.
“세분이 그렇게 능력이 출중하신데 왜 B급이나 C급 포털로 안 가시는 거예요?”
진우의 물음에 장춘기가 헛 기침을 하며 먼 산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김성민이 웃으며 진우의 귀에 작게 속삭였다.
“저 형이 사고를 쳐서… 흐흐”
“아…”
진우가 장춘기를 슬며시 바라보다가 옅은 미소를 지었다. 아마도 헌터들 간에 트러블이 있었을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A급 헌터가 하수들이 노는 D급 포털에서 놀고 있을 리 없지 않나?
그런 관점에서 생각하면 황민식은 훌륭한 리더 같았다. 불같은 성격을 가진 장춘기를 컨트롤 하면서 헌팅을 한다는 것만으로도 황민식의 리더쉽을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저희는 언제 들어가게 되나요?”
“해가 지면 포탈이 열려. 너도 알지? 악귀들은 그믐밤에만 나온다는 거?”
“네.”
“저 포탈은 1862년 음력 12월 30일로 가는 포탈이야.”
“왜요?”
“1862년도에 민란이 있었나봐. 관군들이 마을 주민들을 엄청 죽였대. 견디다 못한 마을 주민들이 이 산골까지 도망쳐 왔는데 관군들이 끝까지 추격해 이곳에서 몰살을 시키는 바람에 그때 죽은 마을 주민들이 원한을 품고 악귀들이 된 거야. 그래봐야 일반인들이라 잡귀들보다 조금 강한 수준의 악귀들이 되었어. 그래서 D급인 거고..”
“그럼 임진왜란이 일어난 1592년도에는…”
“1592년보다는 1593년 이후 7년 동안에 맞춰 포탈이 열려. 아무래도 전쟁 발발 당해 연도 보다는 그 이후에 더 많은 사람들이 죽었을 거니까. 정유재란이 일어난 1597년과 1598년도 포탈은 헌터들에게는 인기 있는 포탈이지. 근데 거기는 다 A급이야. 일본군 악귀들이 장난 아니거든. 형! 형이 얘기 좀 해줘요.”
“야, 짐꾼 놈이 그런 걸 알아서 뭐하게. 짐꾼! 잘 들어라. 아무리 돈을 많이 줘도 절대 A급 포탈에는 들어가면 안돼! 너 어제 우리랑 계약할 때 어떤 포탈에 들어가는지 묻지도 않았지?”
“네.”
“그게 네 죽음을 재촉하는 길이야. 알았냐? 짐꾼?”
“네, 형님. 고맙습니다.”
“고맙기는 개뿔! 맛있는 돼지고기 찌개 해 준 대가다.”
장춘기가 피식 웃었다. 슬슬 해가 지고 있었다. 포탈은 산 정상에 열린다고 하였다. 악귀들은 이 정상을 중심으로 산 아래 쪽을 빙 둘러 나온다고 하니 슬슬 정상으로 올라가야 할 시간이 된 것이다. 황민식이 돌아왔다. 협상이 잘 되었는지 웃음꽃이 피어있었다.
“우리는 1지역으로 간다. 다들 괜찮지?”
“거긴 너무 빡세지 않수?”
“A급이 죽는 소리를 하면 안 되지. 저쪽 팀에서 그 지역을 맡는다고 했는데 내가 뺏어 온 거야. 구슬 9개 모두 채워보자. 진우한테 밥값도 톡톡히 챙겨 줘야지.”
“거참.. 알았수.”
장춘기가 투덜대면서도 쉽게 수긍을 하였다. 황민식 팀이 먼저 움직였다. 그 뒤로 다른 팀들이 줄을 이었다. 10분 정도 더 걸으니 산 정상에 한 남자가 서 있었다.
“어서 오십시오. 신분증을 확인하겠습니다.”
황민식을 비롯한 헌터들이 품에서 신분증을 꺼내 남자에게 내밀었다. 남자는 신분증을 받아 신용카드 체크기 같은 기계에 꽂더니 화면에 뜬 얼굴과 실물을 대조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