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ch the ghost munchkin! RAW novel - Chapter 327
327화
진우의 선택은 대병촌에서 발생하는 백귀야행이었다. 물론 사전 탐사가 필요한 부분이었다. 일본 헌터들이 대병촌 벌판을 지키고 있다면 진우로서는 끼어들 틈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진우로서도 한가닥 희망이 있었다. 진우가 필요로 하는 생기의 양은 선천진기를 감싸고 선천진기를 생기로 변화시킬 수 있는 아주 작은 양이었다. 그 정도라면 일본 헌터들의 눈을 피해 슬쩍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였다.
그것을 위해 우리의 호프! 장춘기와 동행을 한 것이었다. 일단 시비를 유도한다면 장춘기는 얼마든지 진우를 위해 소란을 만들어 줄 것이다. 진우는 그 틈을 노리기로 했다.
“백귀야행은 내일이에요. 정말 신선한 경험이 될 것 같아요.”
“일본 헌터들이 좀 걱정이다. 야쿠자 출신들이라 좀 거칠다고 하던데..”
“오올.. 우리의 장춘기 파이터께서 그런 걸 걱정하실 줄은 진짜 몰랐네요.”
“나 혼자면 괜찮은데.. 네가 있잖냐. 그리고 민식이 형님이 하신 말씀도 있고…”
“뭐라고 하셨는데요?”
“그날 나는 헌터들에게 목숨 빚을 졌단다. 그래서 내가 열 받을 때마다 그 헌터들을 기억하며 참으래. 그렇게 하나씩 빚을 갚으라고 하더라고…”
‘하아.. 이 양반은 쓸데없이 좋은 말을 해서 일을 그르치나..’
백번 동의를 할 수밖에 없는 말이었지만 지금으로서는 살짝 곤란한 말이었다.
“뭐, 그럼 피하면 되죠. 그냥 구경이나 하자구요.”
“나야 그럴 수 있는데 너는 어떻게 하냐? 요괴를 못 볼 거 아냐?”
“요괴들은 죽은 영혼이 아니잖아요. 살아 있는 생명체이기 때문에 힘이 강한 요괴들은 인간의 눈에도 보인대요. 특히 백귀야행을 하는 날에는 아주 잘 보인데요.”
“그래? 그럼.. 흐흐.. 기대되는데?”
장춘기가 기대 가득한 얼굴로 냉장고에서 캔 맥주를 꺼내 진우에게 던져주었다.
“내일을 위해 오늘 한번 달려보자!”
핑계는 그럴 듯 했지만 결국 술이나 먹자는 말이었다.
**
“형, 내가 왕년에 여기서 홍길동이라는 영화를 찍었는데 말이야. 내가 주인공이었어.”
“짐꾼아, 내가 왕년에 말이야 우리 동네에 짱 먹고 살 때 내 별명이 상판리 시라소니였다.”
“형, 내 여자친구가 얼마나 예뻤는지 모르지? 착하고 그림도 잘 그리고 배려심도 깊고, 나한테 얼마나 잘 덤비던지. 크크크”
“짐꾼아, 내가 처음 서울 올라왔을 때, 연애기획사에서 배우해보라고 그렇게 날 쫓아다녔다. 얼마나 귀찮던지..”
“형… 내가 말이야. 얼마나 천재였던지 한국대 의대하고 통합의대에서 서로 데려가려고 교수님들이 얼마나 난리친 줄 알아?”
“땡! 내가 이겼다.”
진우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왜? 형?”
“넌 지금도 한국대 법대 다니고 있잖아. 네가 의대나 통합의대를 갔으면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본다. 그러니까 네 말은 땡이야! 땡!
“… 아냐, 누가 학생 하나 때문에 자존심 쎈 교수님들이 싸우겠어? 뻥이야. 뻥!”
“너는 그럴 수 있어. 그러니까 얌전히 내일 저녁 술도 네가 사라. 크크크 역시 이 게임은 내가 유리할 줄 알았어!”
장춘기가 실실 쪼개며 고개를 살짝 들어 앞에 상황을 살폈다. 이들은 지금 어디에서 뭘 하고 있는 걸까?
세 시간 전,
오늘은 대병촌에서 백귀야행이 있는 날!
진우와 장춘기가 항구에서 시내로 들어오는 들판 초입에 가보니 일본 헌터들이 북적거리고 있었다. 한쪽에서는 포탈이 열려 있었고 한쪽에서는 헌팅을 준비하는 이들이 있었다.
“야, 왜 이렇게 사람이 많냐?”
“아… 오늘은 현실에서도 백귀야행이 진행되기 때문에 포탈을 타고 과거로 가는 헌터들 외에도 오늘 진행될 백귀야행을 준비하는 헌터들까지 모여 있나 봐요.”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겨?”
“일단 포탈은 못 탈 것 같고.. 여기서 얌전히 저녁 늦게 시작될 백귀야행이나 기다려야 되지 않을까요?”
경비가 삼엄했다. 그냥 봐도 한 강신 할 것 같은 이들이 포탈 주변으로 일반인들이 모이지 않도록 경계를 서고 있었다.
“우리나라하고는 많이 다르다. 그치?”
“네, 그러네요.”
진우도 일본의 헌팅 준비과정이 대한대국과 사뭇 다르다는 걸 느끼고 있었다. 헌팅을 준비하는 헌터들도 서너 명씩 팀으로 구성된 것이 아니라 최소 10인 이상의 헌터들이 소규모 부대를 이루고 있었다. 그 안에는 생기가 충만한 이들도 있었고 그보다 부족한 이들도 있었다.
심지어 헌팅을 하기 전 마지막으로 헌팅에 대한 전반적인 과정과 주의 사항을 교육하는 팀도 있었다. 마치 헌팅과 훈련을 병행하는 느낌이었다.
“특이하긴 하네요. 고참이 신참들을 가르치면서 헌팅을 하네요.”
“그랴? 하긴 우리나라가 좀 이상한 거지. 다른 나라는 헌터들이 교육을 받을 수 있는 학교도 있다고 허더라. 우리나라만 주먹구구식으로다가 대충 자격증이나 던져주고 알아서 먹고 살라고 한다고 허더라고.”
진우가 고개를 주억였다. 국가는 헌터에 대한 교육을 별도로 실시하지 않고 있고 대형 헌터그룹이 자체적으로 교육기관을 두고 있긴 하지만 그들은 유능한 헌터들만 채용하여 교육을 하는 것 같았다. 그러다 보니 F급, E급 헌터들은 그대로 방치가 되고 있는 것이었다.
진우가 황민식에게 헌터들의 교육을 제안한 것도 그런 이유였다. 정확히 알고 헌팅 노하우를 가지고 헌팅을 한다면 그들도 부상 때문에 두려워하지 않을 것인데 헌터 협회에서는 하급 헌터들을 방치한다는 느낌을 주고 있었다.
“그나저나, 우리는 뭐 한다냐?”
“일단 대기를 타 봐야죠. 본격적으로 백귀야행이 시작되면 뭔가 수가 있지 않을까요?”
“그럼 그 사이에 뻥 게임이나 해볼까나?”
“뻥 게임요? 그게 뭔데요?”
“상대가 봤을 때, 나한티 절대 일어날 수 없는 것들을 야그 하는 거지. 근디 나의 야그가 상대가 봤을 때 일어날 법한 일이다 싶으면 지는 거고..”
“그건 왜 해요?”
“그냥 꿈을 크게 가져보자는 의미로다가.. 나부터 헌다잉? 나는 말여, 걸그룹 가시나들이 어찌나 나를 쫓아다니는지 아주 괴로워 죽것다!”
“허얼… 이런 거구나. 저는요. 이 세상을 구할 슈퍼히어로에요. 캡틴 아메리카도 저한텐 쨉도 안되죠.”
“크크크.. 잘하는데? 나는 말여…”
장난으로 시작된 두 사람의 뻥 게임이 세 시간 째 계속되고 있었다.
**
달이 중천에 걸리자 본격적인 백귀야행이 시작되었다. 이쿠치, 엔엔라, 코쿠리 할멈 등등 눈에 익숙한 요괴들이 선빵을 뛰고 있었다.
“야야.. 저그 저 가시나는 검나 이쁘다? 요괴 맞아?”
“네, 이쿠치라고 해서 물에 사는 요괸데 남자를 홀려서 물로 끌고 들어간데요.”
“진짜? 물귀신여?”
“살아 있으니까 귀신은 아닌데 뭐 하는 짓은 비슷하다고 하네요.”
“저 할머니는 누구야? 걷는 것도 힘들어… 허헉…”
장춘기가 코쿠리 할멈을 가리키며 묻고 있을 때 코쿠리 할멈의 머리카락이 길게 늘어지더니 앞장서 있던 헌터의 몸을 칭칭 감고는 요괴들 쪽으로 끌어당기고 있었다.
“저게 특기에요. 저렇게 당겨서 목을 졸라 죽이죠. 저기 꼬마는 주판알을 조심하면 되요. 맞으면 검나 아파요.”
“짐꾼! 대단한데? 일본 요괴들까지 빠삭하네?”
“관심이 있어서 인터넷 서칭을 한 거죠. 뭐.”
진우가 눈을 반짝이며 전황을 지켜보았다. 일본 헌터들이 조금 밀렸다. 진우의 느낌으로는 일본 헌터들은 요괴들을 죽일 생각이 없어 보였다. 그저 더 이상 진행을 하지 못하도록 막고만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애들이 왜 이렇게 힘을 못 쓰냐? 속 뒤집어 지네.”
헌터들이 밀리자 같은 헌터랍시고 장춘기가 발을 동동 굴렸다.
“죽이지 않고 막고만 있는 것 같아요.”
“왜?”
“요괴는 살아 있는 생명이잖아요. 죽이면 다음은 없는 거죠.”
“포탈이 있잖아. 여기서 전부 죽이고 포탈을 타고 과거로 가면 되지 왜 저렇게 번거로운 일을 하지?”
“글쎄요. 저도 모르겠네요. 꿍꿍이가 뭔지…”
누구나 장춘기와 같은 생각을 할 것이다. 생기를 얻기 위함이라면 다 죽이고 과거로 돌아가 요괴들을 사냥하면 그뿐이었다. 그런데 일본 헌터들은 그러지 않았다. 그렇게 의미 없는 공방이 계속되더니 지휘관으로 보이는 자가 어디론가 연락을 하였다.
워낙 거리가 멀어서 정확히 들리지는 않았지만 누군가를 투입하라는 말 같았다.
“짐꾼아! 쟤들 봐라.”
진우가 장춘기가 손가락을 가리키는 방향을 바라보니 헌터들의 후미에서 한 요괴 무리가 위풍당당한 모습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 아! 이게 목적이었군.”
헌터들은 요괴들이 나타났음에도 그들이 지나칠 수 있도록 길을 터주었다. 요괴들도 당연하다는 듯 헌터들을 지나 백귀야행을 하는 요괴들과 마주섰다.
요괴 대 요괴의 상황이 되자 헌터들이 자연스럽게 뒤로 물러나 상황을 지켜보았다. 진우가 청력을 높여 요괴들의 이야기를 들으려 하였지만 들리지 않았다.
“아.. 뭐래는 거야.”
진우가 아쉬움에 입맛을 다셨다. 그때, 백귀야행의 무리 안쪽에서 눈에 익은 요괴가 나타났다. 카리스텐구라고 불리는 까마귀 요괴! 전의 삶에서도 이 백귀야행의 우두머리는 카리스텐구였다. 상황은 전혀 바뀌지 않은 것이었다.
그리고… 진우가 눈이 빠지게 기다린 또 다른 요괴가 목격되었다. 오늘 진우가 이곳에 온 진짜 이유가 나타났다.
**
진우가 등에 지고 있던 가방을 내리더니 열었다.
[발발아, 네가 활약할 때가 되었어.] [진우! 약속한 거다? 그놈은 잡으면 무조건 내 꼬봉 시켜주는 거야!!] [당연하지, 네 노예로 부리든, 남편으로 삼든 네가 알아서 해. 하지만 그 놈은 교활한 놈이니까 조심하고.] [고양이 간식 100봉지도 확실한 거지?] [당근!] [오케이! 콜!!]진우가 안아 든 발을 조심스럽게 땅에 내려놓자 발이 소리 없이 달리기 시작했다.
“야, 네 고양이 도망간다.”
“제가 풀어준 거예요. 발발이가 오늘 여기에서 할 일이 있거든요.”
진우가 싱긋 웃었다.
백귀야행 무리와 요괴 무리 간에 대화가 계속되었지만 결국 결렬이 된 모양이었다. 요괴 무리가 뒤로 물러났고 헌터들이 다시 앞으로 진격하였다.
또 이어지는 의미 없는 공방! 진우는 그들의 행태에서 헌터들이 원하는 바를 알 것 같았다. 헌터들은 요괴들을 사냥하기 위해 이곳에 온 것이 아니다. 그들은 백귀야행을 하고 있는 요괴들을 포섭하여 자신의 편으로 끌어 들이기 위해 계속하여 이곳을 찾고 있는 것이었다.
물론 그 협상은 이미 다른 곳에서 포섭된 요괴들이 담당하였다. 그러나 그들은 자존심 강한 카리스텐구의 의지를 꺾지 못했고, 헌터들은 다시금 다음을 기약하며 어쩔 수 없이 늘 그랬듯 백귀야행 요괴들과 놀아주고 있는 것이었다.
“그렇단 말이지? 이거 이거 좋은 거 배워가네.”
“뭐가요?”
“야, 요괴들도 포섭이 되는데 악귀라고 포섭이 안 되겠어?”
“…. 되긴 하죠. 하지만 인간이 악귀들과 함께 있는 것은 인간들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줘요. 그런 면에서 형의 칩에 잠들어 있는 선신과는 완전히 달라요.”
“그럼 쟤들은?”
“요괴들은 살아있는 생명이죠. 정령과 같은 존재들이라고나 할까요? 그들은 자연의 일부이니 인간에게 특별한 영향을 주지 않는 존재들이에요.”
“아쉽네. 쎈 악귀들 100명쯤 포섭해서 군단으로 끌고 다니면 헌팅은 땅 집고 헤엄치기 일텐데 말이야.”
“하하.. 그럼 1인 무적 군대가 되게요?”
“짐꾼아. 사실은 말이다.”
장춘기가 목소리를 낮추더니 작게 속삭였다.
“그런 놈이 있다는 얘기를 내가 들은 적이 있어.”
진우의 눈이 크게 떠졌다.
“진짜요? 악귀들은 포탈 밖으로는 못 나오잖아요.”
“그거야 과거에 존재하는 악귀들이니까 그렇지. 하지만 현재에 있는 악귀들은 가능하지 않을까?”
진우가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의심하였다. 그럴 리가 없다. 혼은 시간의 굴레를 벗어난 존재! 시간의 굴레 속에서 살고 있는 인간이 과거와 현재를 오가고 있는데 과거의 악귀라고 하여 현재에 이르지 못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 것이었다.
진우는 포탈에 특별한 장치가 있다고 믿고 있었다. 오직 인간 또는 살아있는 존재만이 출입이 가능하도록 하는 무언가 특별한 장치가 있을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그게 가능하다면 정말.. 대단하겠네요.”
한치 앞도 모르는 것이 사람의 인생! 진우는 모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