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ch the ghost munchkin! RAW novel - Chapter 340
340화
“부르셨습니까?”
“왜 나에게 말하지 않았나?”
최진학의 질책에 진우가 손가락으로 장 실장을 가리켰다.
“왜 나에게 말을 하지 않았느냐고 물었네.”
“저는 필드의 생성이나 구조에 대해서 아는 바가 전혀 없었습니다. 그래서 확신이 없었다고나 할까요?”
“확인이 필요했다는 말인가?”
“네, 그런 일은 저보다 장 실장님이 더 잘하실 것이기에 말씀을 드린 것이구요.”
“나에게 말을 했어야했네. 그랬다면 더 빠르게 대응할 수 있을 것이고 협회에게 약점이 잡힐 일도 없었을 것이네.”
최진학의 말에 진우가 옅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흔들었다.
“아뇨. 회장님은 이 병원에 포탈을 여는 순간 이미 그들에게 약점이 잡히셨습니다.”
“내가 함정에 빠졌다는 말인가?”
“네, 그들은 이 병원의 존재를 이미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미리 함정을 파둔 거죠. 누구라도 걸려라 하는 마음으로 말이죠. 그런데 애석하게도..”
“날 함정에 빠트리려고 했던 것이 아니라는 말인가?”
“네, 헌터 길드라면 누구든 상관이 없었을 거예요. 아니, 한 가지 바라는 건 있었을 겁니다.”
“그게 뭔가?”
“가급적 대형 길드가 걸려들길 바랬을 겁니다.”
“왜 그렇지?”
“작은 길드였다면 이 필드에서 버틸 수 있었을까요? 제 생각엔 이틀을 넘기지 못했을 겁니다. 또 하나 이 필드는 입구가 개방형입니다. 회장님도 아시겠지만 개방형 필드는 자칫 악귀들을 세상에 풀어 놓는 위험천만한 곳입니다. 그런데 길드 하나를 길들이기 위해 협회가 그런 무리수를 두진 않았을 것 같거든요. 이 두 가지 단서를 조합해보면 협회가 대형 길드를 목표로 삼았다는 것이 분명해지죠.”
“그들이 왜 길드의 약점을 잡으려고 하는 건가? 그것도 불특정한 대상을 상대로 말이야.”
“글쎄요. 그것은 김혁성 어르신만이 알 일이죠. 하지만 머지않은 시간에 회장님도 알게 되실 겁니다.”
“머지않은 시간이라… 때가 되었다는 말이군.”
“밀려드는 악귀들 때문에 백기 투항을 할 거라고 생각했을 텐데 생각보다 잘 버티니 그들로서도 초조할 겁니다. 이러다가 대한헌터길드만 좋은 꼴 나는 것이 아닐까 해서 밤잠을 못 이루고 있겠죠. 그러니 조만간 제 발로 찾아올 겁니다.”
“어찌하면 좋겠나?”
“두 가지 방법이 있지 않을까요?”
“두 가지?”
절벽 끝이라고 생각했는데 이 문제를 타개할 수 있는 길이 두 가지나 있다니 쪼였던 심장이 풀리는 기분이었다. 그러나 진우의 이어지는 대답은 최진학이 바라는 대답이 아니었다.
“하나는 지금처럼 이곳에서 잘 버티다가 협회 인사들이 이곳을 방문하면 협회의 요구를 들어주고 필드를 해체하는 방법!”
최진학의 얼굴이 일그러지자 진우가 입꼬리를 올리며 뒷말을 이었다.
“저에게 매우 비싼 대가를 치르시고 리젠을 멈추는 방법!”
“자네에게 리젠을 멈추게 할 방법이 있나?”
“뭐.. 대충 있습니다.”
“뭘 원하나?”
“흐음..”
진우가 병원장실을 돌아보며 씨익 웃었다.
“약속대로 이곳으로 이사를 할 수 있게 해주시면 됩니다.”
“…..허어!”
최진학이 벙찐 얼굴이 되었다. 물에 빠진 보따리를 건져주는 대가로 보따리를 내놓으란다.
최진학이 고민에 빠져 대답을 미루고 있는 사이 원장실 문이 열리고 눈에 익은 남자의 얼굴이 보였다.
“어?”
진우가 크게 놀란 눈으로 남자를 바라보았지만 남자는 무표정한 얼굴로 최진학을 바라보았다.
**
“헌터 협회 감사팀 김성민이라고 합니다.”
김성민이 뭔가 있어 보이는 금장 명함을 내밀자 최진학이 이를 받아 들곤 품에서 자신의 명함을 꺼내 김성민에게 건네주었다.
“대한헌터그룹 최진학이오.”
“제가 찾아뵌 이유는…”
김성민이 슬쩍 진우를 돌아보며 최진학에게 눈짓을 했다. 진우가 있는 자리에서 말을 꺼내도 되느냐는 의미였다.
“말씀하셔도 됩니다.”
아들뻘 밖에 되지 않은 김성민이었지만 최진학은 예의를 잃지 않았다.
“크음.. 제가 찾아뵌 이유는 대한헌터그룹에서 미신고된 헌팅을 하고 있다는 제보를 받아서입니다.”
김성민이 잠시 말을 멈추었다가 시선을 창밖으로 주며 다시 입을 열었다.
“운동장에서 열심히 헌팅을 하고 계시는데… 저희 자료에는 대한헌터그룹이 이곳에 필드를 열었다는 보고가 없더군요.”
최진학이 급히 변명을 하려 하자 진우가 최진학의 말을 자르고 들어왔다.
“필드을 연 게 아니라 열린 거죠. 말이라는 게 ‘아’ 다르고 ‘어’ 다른 거라서 말이죠.”
김성민과 최진학의 시선이 진우에게로 쏠렸다. 김성민과 함께 온 헌터 협회 직원들이 진우를 제지하려고 하였지만 김성민이 손을 들어 그들을 말렸다. 김성민이 가볍게 턱짓을 하였다.
“이곳은 본래 대한헌터그룹의 사옥 예정지였다가 얼마 전에 저에게 양도된 건물입니다. 맞죠? 회장님?”
진우가 입꼬리를 올리며 확인 사살을 하자 최진학이 마지 못해 고개를 주억였다.
“오호.. 양도가 되었다는 말이군요?”
“네, 아직 정식으로 양도 절차가 이루어진 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저희 양 당사자들 간에는 그렇게 합의가 되었었죠.”
“그렇다면 최 회장님은 왜 이곳에 계시는 겁니까?”
김성민의 질문은 실로 타당했다. 최진학이 이 병원을 진우에게 건네주었다면 최진학은 이곳에서 무엇을 하고 있단 말인가?
“그건! 양도된 건물에 하자가 발생하여 하자를 치유하고 계시죠.”
“하자? 무슨 하자를 말하는 거죠?”
김성민이 날카로운 눈을 빛내며 진우를 추궁하였다.
“어느 날 갑자기 악령들이 튀어나오지 뭡니까?”
진우가 속이 뒤집어지는지 가슴을 두드리며 과장된 행동을 하자 최진학의 입술이 씰룩였다. 겨우 웃음을 참아낸 최진학이 진우의 말에 한마디를 보탰다.
“나는 이미 이 병원을 자네에게 양도했네. 그러니 이제는 자네가 알아서 해야 할 일! 우리 대한은 더이상 자네를 도울 수 없네.”
“회장님, 그건 말이 안되죠. 회장님께서 이 병원을 제게 공짜로 주셨습니까? 아니잖아요. 제게 차를 독점 공급받는 대가로 이 병원을 주신 것이 아닙니까? 근데 악귀들이 드글거려서 사람이 살 수가 없게 되었는데 그냥 발을 빼시겠다구요?”
“어허.. 이 사람아! 나는 이 병원을 주겠다고 했지 병원에서 나오는 악귀들까지 다 잡아주겠다고 하지는 않았네. 게다가 내가 알고 그런 것이 아니지 않나?”
김성민이 두 사람의 대화를 조용히 듣고 있다가 눈꼬리를 휘었다. 누가 봐도 둘이 짜고 입을 맞추고 있는 것이라는 걸 금방 알 수 있었다.
“오진우씨?”
“네?”
“지금 대한헌터그룹을 대신하여 그 죄를 뒤집어쓰시겠다는 건가요?”
“죄요? 무슨 죄요?”
진우가 눈을 동그랗게 뜨자 김성민이 이죽거리며 설명을 시작했다.
“수일 전 과거의 소담병원이었던 이 자리에서 과거로 가는 포탈이 열렸습니다. 그것은 알고 있습니까?”
진우가 고개를 흔들었다.
“어떤 헌터든 허락되지 않은 곳에서 과거로 가는 포탈을 여는 것은 헌터법에 의거 매우 엄중한 처벌을 받게 되어 있습니다. 그것은 아십니까?”
진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헌터법 제 184조 2항에 의거 최고 사형에 처할 수 있는 중대범죄죠.”
“맞습니다. 방금 오진우씨는 스스로 그러한 중대범죄를 저질렀다는 사실을 자백하신 것입니다. 자 다시 묻겠습니다. 이 소담병원은 누구의 것이죠?”
진우가 대답 대신 고개를 갸웃거렸다.
“거참 이상하네요.”
“뭐가 말입니까?”
“김성민씨는 이 병원을 소유한 사람이 범인이라고 단정하시는 듯한데.. 저는 이 병원의 소유자지만 포탈을 연 적은 없거든요?”
“지금 이 기록에 보시면…”
김성민이 기록을 들이밀자 진우가 그 기록을 다시금 김성민에 되물리며 물었다.
“포탈이 열렸다는 걸 부정하는 게 아닙니다. 누구든 포탈을 열 수 있는 기술을 가진 이라면 이곳에서 포탈을 열 수 있었겠죠. 하지만 이곳에서 포탈이 열렸다는 사실이 곧바로 이 병원의 소유자가 포탈을 열었다는 의미가 되는 것은 아니죠. 그렇지 않나요? 김성민씨?”
“흐음…”
김성민이 낮게 신음성만 내자 김성민의 뒤에서 조용히 시립을 하고 있던 헌터 협회 직원이 끼어들었다.
“소담병원에 악귀가 많다는 사실을 알고 부정하게 신력을 모으기 위해 포탈을 열었다는 걸 우리가 모를 줄 아나?”
헌터 협회 직원의 말에 진우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걸 제가 어떻게 아나요? 저는 최신식 건물이 지어진 이후에 이 건물을 양도 받았는 걸요?”
“당신 말고! 대한헌터그룹에서 이 소담병원에…”
헌터 협회 직원이 흥분을 하는 듯하자 진우가 손을 들어 직원의 말을 막았다.
“증명하세요.”
“뭐?”
“제가 포탈을 열 수 있는 기술이 있다는 사실과.. 또 하나, 헌터 협회에 있는 초보자 필드처럼 악귀들을 무한히 반복시킬 수 있는 기술이 있다는 사실을 말이죠.”
진우가 상체를 소파 등받이에 기대며 헌터 협회 직원을 노려보자 헌터 협회 직원이 김성민을 바라보았다. 김성민이 그 직원을 날카롭게 쏘아주더니 진우를 돌아보았다.
“굳이 어려운 싸움에 뛰어들 생각이라면 말리지 않겠습니다. 이번에는 그저 인사 정도라고 생각하시면 될 겁니다. 나중에 헌터 협회 조사실에서 보도록 하죠.”
“아뇨. 검찰청 조사실에서 고발인과 피고발인 신분으로 만나고 싶군요. 저는 헌터 협회가 직접 수사권이 없는 민간기관이라고 알고 있거든요.”
진우가 씨익 웃자 김성민이 피식 웃음을 터트려버렸다.
“이거 참, 똑똑하다고 생각은 했는데! 진우, 네 앞서는 공갈도 못 치겠다.”
“팀장님!!”
김성민의 반 자백에 헌터 협회 직원이 딱딱한 얼굴이 되어 급히 김성민을 불렀다.
“나가들 계세요. 오진우씨는 제가 원래 잘 아는 동생입니다.”
김성민의 말에도 직원들이 꼼짝하지 않자 김성민의 입에서 일갈이 터져 나왔다.
“지금 낙하산이라고 절 무시하시는 겁니까?”
“… 나가 있겠습니다.”
직원들이 나가자 김성민이 한숨을 내쉬며 목을 옭죄고 있는 넥타이를 풀었다.
“적성에 안 맞아서 못해 먹겠다.”
“하하, 잘 어울리는데요. 뭘!”
갑자기 화해 무드로 변해버린 분위기에 적응하지 못한 최진학이 두 사람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김성민이라고 합니다. 김혁성 협회장님의 둘째 아들입니다.”
“….아!”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김민성이 헌터 협회 감사팀 팀장인 이유를 이제야 알 것 같았다.
“진우랑은 함께 헌팅을 한 사이죠.”
진우와의 관계도 설명되었다. 최진학은 알겠다는 듯 고개를 주억이더니 잠시 자리를 비워주었다.
“밖에 민식이 아저씨랑, 춘기형도 있어요.”
“들어오는 길에 눈인사는 했다. 근데…”
김성민이 목소리를 낮춰 진우에게 물었다.
“이 건물 진짜 네 거냐?”
“네, 형 덕분에 줄다리기에서 제가 이겼네요.”
“….뭐?”
진우가 옅은 미소를 짓자 성민이 잠시 영문을 몰라 하더니 이내 크게 웃어버렸다.
“하하하.. 그런 거냐?”
“형은 언제나 저에게 은인이세요.”
“하하.. 도움이 되었다니 다행이다만, 사실 상황은 그리 좋지 않아.”
“헌터 협회에서 함정을 파 놓은 거요?”
“알고 있었어?”
“모를 수가 없죠. 혹시 차인성 국장의 작품인가요?”
김성민이 크게 놀란 얼굴이 되었다. 이번 일은 협회장과 몇몇 인사들만 아는 극비였다. 자신도 오늘 아침, 감사를 하라는 명령을 받으며 겨우 내막을 알게 되었다. 그런데 진우는 그런 극비사항을 어떻게 알고 있단 말인가?
“어떻게.. 안 거지?”
“돌아가는 모양새에서 차인성 국장의 냄새를 맡았다고나 할까요?”
“뭐? 하하하?”
오늘 자신의 임무는 실패다. 하지만 그 결과, 진우에게 큰 이득을 안겨주었다고 하니 그날 진우에게 진 신세를 갚은 것이 되었다. 물론 협회로 돌아가면 모가지가 간당거리겠지만 그래도 상관없었다. 어차피 적성에도 맞지 않는 자리였으니..
“나 잘리면 네가 책임져야 한다?”
“하하, 언제나 환영입니다.”
진우가 오른손을 내밀자 김성민이 진우의 손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이내 굳게 잡곤 입꼬리를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