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ch the ghost munchkin! RAW novel - Chapter 341
341화
성민이 돌아가고 한참 후에야 황민식이 진우를 찾아왔다.
“성민이가 자기 자리를 빼놓으라고 하던데 무슨 일이냐?”
진우가 씨익 웃으며 그간의 일을 털어놓자 황민식이 혀를 빼물었다.
“녀석, 간도 크구나.”
“하급 헌터들도 사람답게 살 수 있었으면 해서 무리를 했어요.”
“이 낡아빠진 건물로 말이냐?”
“후후, 지금은 이 모양이지만 이 필드가 사라지고 나면 꽤 그럴듯한 건물이 생기죠. 그래서 부탁이 있어요.”
“부탁? 나에게?”
황민식이 자못 궁금하다는 듯 진우를 바라보자 진우가 황민식의 귓가에 작게 속삭였다. 진우의 말이 계속될수록 황민식의 눈이 점점 커졌다.
“나보고? 나는… 그럴 주제가..”
“아버지와 아저씨 중 어느 분께 부탁을 드려야 할지 망설였어요.”
“네 아버지시라면 잘하실 거다. 나보다는…”
“아뇨.”
진우가 고개를 저으며 다시 말을 이었다.
“요 며칠간 아저씨가 헌터들을 통솔하는 것을 보고 마음을 굳혔죠. 아저씨도, 제 아버지도 모두 탱커다 보니 본능처럼 주위 사람들을 돌아보는 습관이 생기셨어요. 하지만 그들을 통제하고, 통솔하는 능력은 제 아버지보다 아저씨가 훨씬 나아요. 아저씨는 통제불능 춘기형도 통제하신 분이잖아요.”
진우가 씨익 웃자 황민식이 망설이는 기색을 보이더니 이내 결심을 하였는지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진우가 황민식의 등을 밀며 헌터들이 한창 헌팅을 하고 있는 신령수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자.. 그러면 얼마 남지 않은 꿀을 마저 빨아볼까요?”
**
대한헌터 협회는 마치 공인된 헌터 기구처럼 인식되고 있었지만 알고 보면 사설 기관이었다. 황제가 헌터들의 통제를 위해 김성민의 할아버지를 통해 급조한 사설 기관이 바로 대한헌터 협회인 것이다.
물론 협회가 만들어지고 수십 년이 흐르면서 대한헌터 협회는 모든 헌터의 정점에 올라있었지만 다른 헌터 협회가 만들어지지 말라는 법도 없었다. 진우가 이 점을 노렸다.
F급 헌터들은 불과 2달간 헌팅을 한 결과 수년간 벌어야 만질 수 있는 큰 돈을 벌 수 있었다. 그런데 그런 필드가 사라진다고 하니 조금만 더 필드를 열어 달라고 아우성을 쳤다. 황민식이 나섰지만 돈 앞에서는 장사가 없었는지 모두 눈이 돌아가 있는 상태였다.
진우가 헌터들에게 걸어주었던 버프를 회수하고, 헌터들 뒤에서 고약을 늘어놓고 팔기 시작했다. 한 칼이면 픽픽 쓰러졌던 악귀들이 어느 순간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해지자 헌터들이 당황하여 뒤로 물러났다.
몸 곳곳에 상처를 입었지만 악귀들이 몰아치는 통에 고약을 바를 시간도 없었다. 제때 악귀들을 처리하지 못하니 시간이 지날수록 병원 안에서 리젠된 악귀들이 쌓이게 되었다. 결국 헌터들은 악귀들의 물량공세를 이겨내지 못하고 뿔뿔이 도망쳐야 했다.
그러나 악귀들이 악착같이 헌터들의 뒤를 따르며 헌터들의 몸 이곳저곳에 상처를 입혔다. 끝내 악귀들이 정문 밖으로 나가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진우가 정문 앞을 지키고 있던 몽달과 길동에게 눈치를 주었다. 두 신령이 나서자 필드는 금세 정리되었다. 헌터들도 한숨을 돌렸는지 병원 마당 이곳저곳에 널브러진 채 상처를 돌보기 시작했다.
상처 난 부위가 많아서 그런지 반창고로 해결이 안되자 진우가 늘어놓은 고약에 관심을 보였다. 그때, 진우의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자자~ 고약 팝니다. 한 번만 발라도 금방 낫는 고약 팝니다. 단돈 100만 원! 싸다. 싸~”
헌터들이 우르르 몰려와 진우가 팔고 있는 고약을 사기 시작했다. 꽤 많은 양을 준비했지만 고약은 금방 동이 났다.
“나도 고약이 필요한데!!”
헌터들이 아우성을 치며 고약을 더 내놓으라고 하였지만 진우는 어깨만 으쓱 일뿐 더 이상 고약을 팔지 않았다.
“민식이 아저씨가 고약을 꽤 많이 가지고 계시던데..”
경환이 슬쩍 흘린 한마디에 고약을 사지 못한 헌터들이 우르르 황민식 쪽으로 달려갔다. 그런 모습을 지켜보던 경환이 입꼬리를 올리며 툭하고 진우의 팔을 쳤다.
“무슨 꿍꿍이냐?”
“꿍꿍이는 무슨..”
진우가 말을 아꼈지만 입꼬리가 올라가는 것까지는 어쩔 수 없었던 모양이었는지 경환의 집요한 추궁에 꿍꿍이를 털어놓아야 했다.
“진짜?”
민경환의 눈이 크게 떠졌다.
“응.. 그렇게 해보려고!”
웃음을 한가득 머금은 진우가 민경환의 물음에 대답을 해주다 말고 얼굴을 딱딱히 굳혔다.
“경환아, 지금부터 뒤돌아보지 말고 민식이 아저씨한테 전력으로 달려가서 헌터들을 데리고 무조건 도망치라고 해.”
“…응?”
지금껏 농을 주고 받듯 미래의 계획을 털어놓던 친구의 분위기가 갑자기 변하자 민경환이 뒤를 돌아보려 하였다. 그러나 진우의 단단한 손에 붙들려 그 뜻을 이루지 못했다.
“어서.. 그렇지 않으면 다 죽어.”
**
진우의 나지막한 말에 민경환의 얼굴도 딱딱히 굳어졌다. 더이상 농담이 아니라는 걸 직감한 것이다. 민경환이 전력을 다해 황민식에게 달려가는 사이 몽달과 길동이 진우 곁에 섰다.
“누군가가 오는군.”
“아… 쫄린다.”
각자의 스타일대로 지금 이곳으로 조금씩 다가오는 존재에 대한 평가를 내 놓았다. 진우가 조용히 몸을 돌려 저 먼 곳을 응시했다. 시야에는 잡히지 않았다. 하지만 그 중압감은 그 어떤 존재의 그것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컸다.
눈으로 볼 수도 없는 먼 거리에서 이 정도의 기운이라면? 진우를 비롯한 두 장군신의 기운을 합해도 그를 상대할 수 없다는 결론이었다.
진우가 크게 호흡을 하였다. 짐작하는 바가 있었다. 그날, 그곳에서 그와 눈이 마주쳤다는 착각은 착각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틀림없이 발이 봉인을 걸었다고 했는데…”
진우가 작게 중얼거리며 입맛을 다시자 몽달이 진우를 돌아보았다.
[지금 이곳으로 다가오는 그가 누구인지 아는가? 친구?]“…아마도.. 아는 존재일 거야.”
진우가 몽달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러자 몽달이 말없이 월향을 진우의 손에 쥐어 주었다.
[마지막까지 친우 곁에 있을 것이네.]“훗.. 위험하면 토껴. 나도 튈 테니까!!”
이 땅을 발판으로 새로운 헌터 협회를 만들어보겠다는 야심 찬 계획은 채 하루도 지나지 못하고 물거품이 되고 말 것 같았다.
‘그때, 욕심을 부리지 말걸 그랬나?’
후회가 밀려왔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지금은 최대의 위기와 대면할 때! 그저 그가 자신과 대화를 나눌 수 있을 정도로 기분이 좋길 바랬다.
**
그 존재가 이곳에 나타난 것도 그리 좋은 상황은 아니었지만 그의 손에 잡혀 있는 두 존재를 보니 인상이 절로 찌푸려졌다.
“발.. 사이마루..”
[도둑놈처럼 신력을 훔쳐 달아나더니 이 변방에 숨어 있었군.]“딱히 숨어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일단 내 친구들부터 풀어 주신 후에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어떨까요?”
그의 신력에서 풍기는 압박 때문에 몽달과 길동은 이미 두어 걸음 밀려난 상태였다. 진우 역시 그의 기운에 겨우 맞서고 있을 뿐 상태가 딱히 좋은 편은 아니었다. 그러나 진우의 입은 그 형편과는 다르게 여유가 있었다.
[입만 살은 아해로군.]“제가 도망을 칠까봐 그들을 잡아 두신거라면 굳이 그러지 않아도 된다고 말씀드리고 싶군요.”
[훗!]자신의 손에 들린 두 영체를 힐끗 거린 그가 발과 사이마루를 진우 앞에 던져주었다. 발과 사이마루는 의식이 없는 상태로 진우의 발아래로 떨어져 내렸다. 두 영체의 상태를 살핀 진우의 손이 멈칫 거리더니 그를 올려다보았다.
처음 몽달을 만났을 때 보았던 거대한 몸뚱이가 목을 아프게 했지만 그걸 따질 상황이 아니었다. 진우의 시선이 그의 손에 들린 털이 복실한 하얀 여우에 고정되어 있었다.
진우가 꼬리를 풀어 호리병을 꺼내더니 발과 사이마루를 그 안으로 넣어 버리곤 다시 꼬리를 감췄다.
[허어…]그의 입에서 한숨이 흘러나왔다. 그의 눈이 진우를 경멸하고 있었다.
[기껏 그 정도의 존재였더냐?]“크음.. 일종의 부작용이죠. 저의 의지는 아니었습니다.”
진우가 민망했는지 헛기침을 한번 하곤 대화 주제를 슬그머니 돌렸다.
“그런데 치우님께서는 이곳까지 어인 일이십니까?”
진우의 말에 몽달도, 길동도 모두 깜짝 놀라는 눈이 되었다.
그랬다. 전신 치우가 진우를 찾아왔다.
**
치우의 강력한 힘 때문이었을까? 소담 병원에는 더 이상 남아 있는 이가 없었다. 척준경이 어물쩡한 모습으로 진우가 있는 곳을 기웃거렸지만 어느새 사라지고 없었다. 최은수도 최진학의 손에 이끌려 병원을 나갔다. 황민식은 헌터들을 통솔하여 안전하게 험지를 벗어났다.
하여 이곳에는 진우와 치우, 그리고 두 장군신 만이 서로를 노려보며 일촉즉발의 형세를 유지하고 있었다.
[날 이길 수 있더냐?]“그거야 붙어봐야 아는 거죠. 헌데…”
대화 주제가 한판 붙을 분위기로 돌아가자 진우가 다시 주제를 바꾸었다.
“수천 년간 베프로 지내시던 헌원은 어디에 두고 이리 홀로 외유를 오신 겁니까?”
[헌원? 하하하하]치우가 크게 웃었다. 치우가 왜 웃는지는 모르겠으나 진우도 덩달아 미소를 지었다.
“그?”
치우가 말하는 첫 번째 그는 헌원이었다. 헌데 헌원을 데려간 그는 진우로서도 알 수 없는 존재였다.
[그렇다. 그가 그를 데려갔다. 하여 난 염제의 힘을 이은 너를 찾아 온 것이다. 헌데…]치우가 말꼬리를 늘이더니 마뜩치않다는 표정이 되었다.
[요괴들이나 하는 잡스러운 짓을 하는 너를 보니 나의 판단이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드는구나.]“크음.. 그것은 사정이 있어서..”
[물론 그랬겠지. 너는 마음이 급하면 똥물도 쳐 먹을 아해니..]“아니 그런 게 아니라…”
진우가 변명을 하다 말고 치우를 노려보았다.
“생각해 보니까 제가 요괴의 술법을 쓰든 말든 치우님께서 무슨 상관이라고…”
[상관이 있다. 내가 상관이 없다면 네가 무슨 짓을 하든 무에 신경을 썼겠느냐!]“무슨 상관요?!”
진우가 자신의 처지도 잊고 고함을 빽 질렀다.
[네가 제대로 된 네 힘을 쓰지 못한다면 이 세상은 멸망할 것이니 내가 어찌 상관을 하지 않겠느냐?]“이.. 세상이 멸망을 한다구요?”
진우의 눈이 동그래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