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ch the ghost munchkin! RAW novel - Chapter 365
365화
바이칼 호수 인근에 텐트 두 동이 쳐졌다. 솥이 걸렸고 식사를 할 수 있는 식탁도 마련되었다. 장기전을 예고한 듯, 대형 아이스 박스가 두 개나 보였다.
캉..캉..캉..
검과 검이 부딪치는 소리가 흥겹게 들려왔다. 길동과 소룡이 멋진 검무를 펼쳐내고 있었다.
“길동이의 기량이 많이 올라갔지?”
“소룡이와 박빙이군.”
“슬슬 끝내라고 하고 우리도 한판 붙어봐야지?”
진우가 몸을 일으키며 한 손에 천문도룡도를 쥐자 몽달이 피식 웃으며 월향을 집어 들었다. 두 사람이 벌판으로 나가자 소룡과 길동이 알아서 물러나 주었다.
“어찌 될 것 같냐?”
“오늘도 승부는 나지 않겠죠.”
“아니, 나는 왠지 오늘쯤이면 승부가 날 것 같아.”
“제 아버님도 만만치 않으십니다.”
소룡의 말에는 몽달이 진우에게 밀리고 있음을 전제하고 있었다.
“어제 마지막 오십 수 동안 몽달이 크게 밀렸어. 아마도 진우의 검이 한 단계 더 성장한 듯해.”
길동의 예상과 같이 초반부터 몽달이 밀리고 있었다. 지난 한 달간 먹고, 마시고, 자는 것 외에는 오직 검을 맞대는 일만 해왔다. 그사이 몽달은 한 차원 높은 경지에 이를 수 있었다. 본디 진우보다 반수 아래로 처져있던 몽달이 진우와 동수를 이루자 두 사람의 대결은 날이 바뀌는 줄도 모르고 계속되었다.
“천문도룡도를 쥔 진우는 정말 무섭군.”
“저도 공감하고 있습니다.”
월향을 쥔 몽달과 천문도룡도를 쥔 진우의 진검승부는 보는 이들에게도 큰 도움이 되고 있어 길동의 진화에도 한 몫을 하였다.
“저봐.. 밀리잖아.”
“그렇군요. 백부님께서 다시 반수 앞서시기 시작하신 모양입니다.”
겨우 반수였지만 초고수들 사이에서는 한 치 차이로 승부가 결정되었기에 곳곳에서 몽달의 허점이 드러났다. 승부는 예상보다 쉽게 끝이 나고 말았다.
“졌네. 친구. 새로운 깨달음을 축하하네.”
“고마워, 천문도룡도의 잇점이 없었다면 다른 결과가 나왔을 거야. 아직 나는 너에게 배울 게 많아.”
“하하하, 말이라도 그리 해주니 고맙군. 하지만 방심하지 말게. 나도 조만간…”
몽달이 주먹을 꾸욱 쥐었다. 아마도 이번 대련을 통해 무언가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있는 실마리를 잡은 모양이었다.
“대련이 필요하다면 언제든 불러줘.”
“알겠네. 일단 식사를 한 후에 다시 한번 붙어보지.”
사이 좋은 두 친구가 나란히 모닥불 앞에 섰다.
“오늘은 체력 보충을 위해 오리와 삼겹살을 구워보기로 할까?”
“와우!”
어디엔가 짱 박혀 있던 사이마루가 튀어나와 함성을 내질렀다.
“좋아! 사이마루! 장작을 더 구해오도록!!”
즐거운 식사가 시작되었다. 고기 굽는 냄새가 주변으로 풍겨 나갔다. 그러자 호수 저쪽에서 물보라가 일더니 형체를 알기 어려운 물체가 진우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저 양반 또 왔다.”
길동이 진우에게 눈치를 주었다. 진우가 피식 웃으며 모른 척 불을 더 키웠다. 고기가 지글지글 구워지며 고소한 냄새가 사방으로 요동쳤다.
꿀꺽..
“지금 침 넘어가는 소리 맞지?”
귀가 밝은 길동이 킥킥거리며 웃었다.
“주고 싶어도 먹을 수가 없으니 별 수 없지 뭐. 많이들 먹어.”
진우표 쌈장과 야채가 곁드려진 삼겹살은 꿀맛이었다. 사이마루가 어디서 구해왔는지 맥주도 한 잔씩 돌아갔다. 시원한 맥주에 삼겹살 식사가 계속 되었다.
진우들이 식사에 열중하는 사이 호수 저편에 있던 물체가 어느새 진우들 앞에 당도해 있었다.
[맛있더냐?]“꿀 맛이죠.”
길동이 치우의 속을 긁었다.
[내가 살아 있을 때에도 돼지는 존재하였다. 하지만 돼지고기 안에 삼겹살이라는 부위가 있다는 걸 몰랐다. 내 인생이 참으로 후회막심이구나.]“한점 드실라우?”
길동이 고기를 쌈장에 찍어 잘 구워진 김치에 돌돌 말아 치우에게 내밀었지만 영체인 치우는 고기를 먹을 수 없었다. 벌써 준비된 삼겹살이 동나자 이번에는 오리고기가 불판에 올려졌다.
[내가 살아 있을 때에도 오리는 흔한 동물이었다. 하지만 우리 중 누구도 오리고기를 불판에 구워 먹을 생각을 하지 못했다. 참으로 죄 많은 인생이었어.]쫀득한 오리고기가 순식간에 입속으로 사라지고 마지막으로 남은 볶음밥. 잘 구워진 김치가 쫑쫑 썰어지며 찬밥 세 덩이가 철판 위로 올라왔다. 고추장 조금과 김치 국물이 더해진 후 쓱쓱 비벼 놓으니 그럴듯한 볶음밥이 되었다.
길동이 수저를 들어 볶음밥에 손을 대려 하니 치우가 비명을 질렀다.
[이 무슨 무식한 짓이더냐! 볶음밥에는 김 가루가 빠져서는 아니된다.]“아참, 그렇지!”
진우가 웃으며 김 가루를 솔솔 뿌리자 길동이 참지 못하겠다는 듯 숟가락을 가져다 대려하였다.
[어허.. 이게 무슨 경거망동이더냐! 볶음밥은 자고로 잘 눌러 붙은 누른밥이 최고다! 어찌 그 찰나의 순간을 참지 못해 대사를 망치려 하는 것이냐!!]지난 한 달 동안 이틀에 한번 꼴로 굽고 있는 고기 때문에 치우는 볶음밥 박사가 되어가고 있었다. 진우가 웃으며 입을 열었다.
“그녀를 풀어주시면 식사를 할 수 있게 해드리겠습니다.”
[그럴 수 있었다면 진즉 그리했을 것이다.]“치우님의 능력으로도 어려우신 겁니까?”
[저 아이의 거울은 최은수였다. 허나 역사가 뒤틀리면서 자신의 몸을 잃고 말았지. 하여 신기의 영물인 발의 몸에 봉인된 것이다. 즉, 합당한 그릇이 없다면 저 아이를 불러내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야.]“합당한 그릇이라…”
전혀 불가능한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인신과의 관계가 예전 같지 않아 부탁을 하기 껄끄러웠다. 게다가 그 몸을 가진다고 하여도 은혜가 부활한다는 보장도 없었고, 시도라도 해보기 위해서는 저 고집 센 치우를 설득하는 것이 가장 먼저 선행되어야 했다. 결국 치우가 고집을 꺾지 않는 한 치우의 입속에 들어갈 고기는 없다는 의미였다.
“이보쇼. 치우님. 그러지 말고 빨리 강신해서 같이 식사나 합시다. 대회가 시작되면 그것도 못한다니까? 버텨봐야 밥 먹을 수 있는 시간만 줄어드니 님만 손해라고!”
[크음.. 나는 가련다. 그리고 너! 검을 그렇게 쓰면 안 되지.]치우가 작은 손놀림을 보이자 몽달이 젓가락을 내려놓고 일어나 치우에게 허리를 굽혀 인사를 하더니 월향을 들고 벌판으로 나아갔다.
“고맙습니다. 치우님.”
[별것도 아닌 걸로.. 뭘!]고압적이던 치우는 없었다. 처음 치우를 만나고 며칠이 지나 삼겹살 굽는 냄새에 이끌려 치우가 처음 나타난 그 날부터 치우는 조금씩 진우 일행에 동화되어 가고 있었다.
다시 며칠이 훌쩍 지났다. 이젠 더 이상 이곳에서 마음 편히 수련을 할 수 있는 시간이 없었다. 몽달은 치우가 내놓은 작은 힌트를 집요하게 파고들어 끝내 진우와 동수를 이루었다. 진우도 몽달도 마지막 대련을 마치고 환하게 웃었다.
“축하해. 친구.”
“고맙다. 친구.”
[흥, 쓸데없이 사이만 좋아서는…]치우가 잔소리를 하고 있었지만 사이 좋은 두 친구는 치우가 뭐라고 하거나 말거나 진심을 담아 서로를 축하해 주고 있었다.
“마음의 결정은 내리셨나요?”
진우가 툭 던진 질문에 치우가 움찔거렸다.
[조건이 있다.]“말씀하시죠.”
[날 너희들의 스승으로 모셔라.]치우의 뜬금없는 요구에 진우가 눈을 크게 뜨고 치우를 바라보았다. 그러나 치우를 흡족케하는 목소리는 몽달에게서 들려왔다.
“이미 우리의 스승이 아니셨소?”
[크음… 그럼 날 잘 모셔…]“큰 가르침에 은혜를 입었는데 구배지례인들 못하겠소? 내가 스승을 잘 모실터이니 그런 걱정은 하지 마시구려.”
[너는 다 좋은데 그 말투가 영 거슬려! 네놈이 스승인지 내가 스승인지 가끔 헛갈릴 때가 있다니까?]치우가 투덜대자 몽달이 걷건 걸음을 멈추고 치우에게 넙쭉 엎드려 절을 하였다. 한번, 두 번, 세 번.. 아홉 번의 절을 끝낸 몽달이 몸을 일으키며 씨익 웃었다.
[고금 제일의 검사 치우님을 스승으로 모신 걸 평생의 영광으로 삼겠소.]흡족한 얼굴을 한 치우의 시선이 진우에게로 향했다. 진우가 손가락으로 몽달을 가리켰다. 몽달이 스승으로 모셨으니 된 것이 아니냐는 제스처였지만 치우가 고개를 흔들었다. 진우도 마지 못해 치우에게 절을 하기 시작했다.
절을 하다만 진우가 고개를 쳐들었다.
[1분이라도 먼저 입문한 이가 사형 아니겠느냐? 그렇지 않느냐? 이야.]“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스승님.”
몽달이 오랜만에 보는 개구쟁이 같은 미소를 머금었다. 진우가 죽상이 되어 남은 절을 마치곤 길게 읍했다.
“무신 치우님을 스승으로 뵈게 되어 크나큰 영광으로 아오. 인중 제일 여포를 능가하는 무재를 가진 몽달 남이 장군을 사형으로 모시게 되어 기쁨이 충만하오.”
진우의 연기 같은 읍이 끝나자 치우가 길동을 바라보았다.
“뭐여? 나도 하라고? 나는 배운 게 없는데?”
길동은 당황했지만 진우는 웃었다.
**
치우의 강신에는 상상 이상의 신력이 소모되었다. 그 정도는 각오한 일이었기에 신력만 소모되었다면 그러려니 하였겠지만 치우의 강신에는 엄청난 양의 생기도 필요했다.
“처음부터.. 이러실 작정이셨습니까? 치우 스승님?”
“허음.. 크음…”
어쩌면 치우가 진우를 이러한 길로 인도한 것은 그와 맞서 싸우기 위한 조건을 마련하기 위함이 아니라 자신을 강신시킬 수 있는 유일한 존재를 진우로 낙점하고 진우에게 강신의 조건을 성취하도록 함이었을지도 모른다는 합리적인 의심이 들었다.
“그러실 거면서 왜 그렇게 오래 빼고 그러셨습니까?”
허겁지겁 삼겹살 김치말이를 흡입하고 있는 치우에게 핀잔 아닌 핀잔을 주었지만 진우의 손길은 무척 분주했다. 대제자 몽달이 고기를 구웠고, 막내 제자 길동이 김치를 굽는 사이 진우가 적당히 구운 김치에 고기, 마늘, 파에 쌈장을 곁들여 먹기 좋은 말이를 만들어 놓았다.
“크아.. 역시 소맥이구나. 소주는 어디서 구했누?”
“길동이가 먹겠다고 하여 호리병에 한 박스 정도 챙겨 놓은 것이 있었습니다.”
“헌데 지금까지는 왜 먹질 않은 것이지?”
“수련을 하는데 과도한 음주는 좋지 않을 것 같아 먹지 못하게 한 거죠.”
“허허허, 너희들은 아직 멀었군. 한 말의 술을 마시고도 변함없는 검을 휘둘러야 진정한 검사니라. 알겠느냐?”
“가르침, 명심하겠습니다. 스승님.”
몽달은 스승의 가르침에 목말라 있었던 모양인지 치우를 잘 따랐다. 처음 가지고 있던 반감을 고려하면 의외의 변신이었다.
“사형은 스승님이 좋은가봐?”
“어허, 사제. 당연한 말을.. 스승의 가르침은 버릴 것이 없으니 어찌 좋지 않겠느냐?”
“허얼…”
소룡이 웃으며 호리병에서 맥주를 꺼내 냉기를 입히니 살얼음이 살짝 도는 시원한 맥주가 되었다.
“너희들끼리 모여 장사를 해보는 것이 어떻겠느냐? 아주 대박이 날 것 같은데 말이다.”
“그렇지 않아도 저희 세상으로 돌아가면….”
길동이 눈치 없이 말을 꺼내자 진우가 길동의 옆구리를 툭 쳤다. 그러나 이미 때가 늦었는지 바쁘게 움직이던 치우의 젓가락이 툭하고 떨어졌다.
“지금 이 스승을 버리고 너희들의 세상으로 돌아가겠다는 말이렸다? 허어.. 통제라..”
“가도 함께 가야 하지 않겠습니까? 스승님?”
“커음.. 그런 것이지?”
“당연히 그런 것입니다. 사제들이 삿된 소리를 하더라도 이 몽달만 믿으십시오. 이 몽달은 영생도록 스승님만을 모실 것입니다.”
“그래, 그래. 이야 뿐이로구나.”
치우가 만족하였는지 다시금 젓가락을 놀리기 시작했다. 한숨을 몰아쉰 진우가 길동에게 눈치를 주자 길동이 쭈글해졌다. 소룡이 이 세 남자의 개그를 지켜보며 소리 없이 배꼽을 잡고 있었다.
**
총 인원 5000명으로 구성된 대한제국 헌터팀이 구성되었다. S급 헌터 109명, A급 헌터 941명, B급 헌터 1300명으로 구성된 헌터팀과 A급부터 C급까지로 구성된 보조자 1000명과 나머지 짐꾼들로 구성된 서브팀이었다.
“A급들이 생각보다 많이 참가를 했네요?”
“거의 전부라고 보면 될 것이네.”
“이 전력을 모두 데리고 가면 제국은 괜찮겠습니까?”
“황실 소속 헌터들은 모두 배제되었네. 황제 폐하의 뜻이라고 하더군.”
최진학의 설명에 진우가 피식 웃었다. 살을 내줄지언정 뼈까지 내놓은 생각은 없었던 모양이다. 예비 소집을 위해 모인 헌터들의 면면을 살피다가 눈에 띄는 이를 발견하고 급히 달려갔다.
“아버지!”
“오, 진우왔냐?”
“아버지가 왜 여기 계세요?”
“나도 지원했다.”
“아버지가 왜요?”
“왜라니? 녀석아!”
“아버진 헌터도 아니잖아요.”
“대신 S급 보조자가 되었다. 쉴드를 칠 수 있고, 위급 시에는 A급 장군신까지 강신시킬 수 있는 만능형이지. 대한제국에서 처음 나온 S급 보조자란다. 하하하”
“… 아버지..”
진우의 목소리가 축 가라앉자 오진철이 진우의 뒷통수를 긁어주며 웃었다.
“복길씨도 남이 공 곁에서 함께 싸우고 싶다고 하더라. 나도 우리 아들 곁에서 싸우고 싶어 지원을 한 것이니 그런 표정하지 말거라.”
“김 변호사님은요? 찬성하신 거예요?”
“내 등을 떠민 것도 네 새엄마다. 돌아가면 결혼식을 올리기로 했다. 축하해 줄 거지?”
“당연하죠. 당연히.. 그런데 민수도 아는 얘긴가요?”
“그럼 당연히 알지. 장군신을 도로 빼앗아간 얄미운 형이 되겠지만 그래도 새아빠는 무척 마음에 든다고 하더라. 하하하”
포탈을 타게 되면 신력의 흐름이 끊기게 되므로 민수가 참전을 하지 않은 한 몽달이 현신을 할 수 없게 되는 불이익이 생겼다. 하여 부득이 민수의 강신을 취소하고 진우에게 강신을 하게 한 것이었다. 길동을 강신했던 덕팔이도 길동의 강신을 해제하며 아쉬워하는 얼굴이 되었었다.
결국 치우, 몽달, 길동까지 모두 진우의 신력을 기반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그럼에도 진우의 신력에는 거의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진우의 신력의 규모가 일반적인 헌터들로서는 상상도 하지 못할 정도가 되었기에 치우조차도 신력만으로는 반신급이라고 할 정도였다.
그럼에도 진우는 A급 보조자로서 이 대회에 참전하게 되었다.
“굳이 보조자로 참가할 필요가 있겠나?”
최진학의 당연한 물음이었다.
“제가 헌터로 나서면 더 많은 성과를 올릴 수 있겠지만 틀림없이 피해도 발생될 겁니다. 하지만 제가 보조자로 남게 되면 피해를 크게 줄일 수 있죠. 성과보다는 저들의 안전이 최우선입니다.”
“자네의 뜻이 그렇다면 더는 말리지 않겠네. 오늘 저녁에 황궁으로 입궁하여 폐하를 뵌 후에 내일 출발하는 것으로 하지.”
진우가 고개를 주억이며 최진학을 따라 입궁을 준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