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ch the ghost munchkin! RAW novel - Chapter 364
364화
망설임! 어쩌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최진학의 머릿속에는 S급과 A급으로 구성된 정예 헌터팀이 들어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곳이 함정이고 사지라면 그들을 보낼 순 없다. 자칫 그들이 잘못된다면 대한제국은 사실상 헌팅을 할 수 없는 국가가 되어 버린다.
그렇다고 하급 헌터들을 보낼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하급헌터들은 포탈 안에 있는 악귀들조차 제대로 상대하지 못하고 초기에 전멸할 가능성이 컸다. 아니, 거의 확실시 되었다. 만약 진우의 예상이 틀렸다면 대한제국은 전 세계적으로 웃음거리가 되고 마는 것이다.
“어찌할 생각인가?”
“대한제국에서 보유하고 있는 S급 헌터들이 몇이나 되나요?”
“100명 남짓일세.”
“흐음… 그렇군요.”
진우가 잠시 생각에 잠기는 듯하더니 눈빛을 빛냈다.
“S급 헌터 전원을 징발하고, A급과 B급 헌터들을 대상으로 지원을 받는 것은 어떨까요?”
“징발과 지원이라.. S급들 사이에서 불만이 튀어나올 수 있네.”
“세계대회 참가조건으로 향후 국가에서 시행하는 징발을 면제하겠다고 하면 되지 않을까요?”
“그것이 하나의 방법이 될 수는 있지만 그렇게 되면 나중에 포탈을 운영하는데 어려움이 있을 거네.”
“그것까지 우리가 신경 쓸 필요는 없겠죠?”
진우가 웃자 최진학이 마주 웃어주었다. 맞다. 당장 헌터들이 몰살을 당할 수 있는 상황에서 뒷일까지 걱정할 필요는 없었다.
“헌터보조자들과 짐꾼들도 선발을 해야 하겠군.”
“최대한 살려오겠습니다.”
“나도 S급 헌터일세.”
“최소한 이 제국을 지킬 S급 헌터 한 명 정도는 남아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그렇다면… 아닐세.”
마음속으로는 자신 대신 은수를 빼달라는 말을 하고 싶었다. 하지만 차마 그 이기심 가득한 말이 입 밖으로 튀어나오지 않았다.
“은수는 제가 어떻게 해서든 잘 지켜내겠습니다.”
“후후.. 고맙군. 잘 부탁하네.”
이렇게 역할분담이 끝났다.
“아 참, 그런데 대회는 언제 개최됩니까?”
“아, 내가 얘길 안 했던가? 대회까지 이제 두 달 남았군. 말 안 듣는 S급 헌터들을 징발하려면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겠어.”
최진학이 몸을 일으키더니 불이 나게 사무실을 빠져나갔다. 아무래도 최진학이 협상에서 밀린 모양이다.
**
S급 헌터 징발은 생각보다 쉽게 이루어졌다. 황궁에서 대한헌터 협회와 헌터그룹을 압박한 탓에 덤으로 A급 헌터들까지 내놓아야 하는 상황이었다.
“허어, 이거 참.”
제국 헌터 협회 소속 헌터 중 대한헌터그룹 소속 헌터들을 제외하면 징발이나 모집 대상이 되는 이가 아무도 없었다. 황민식은 그 점에서 자존심이 상했다.
“하급은 어쩔 수 없는 하급이라는 건가?”
“기가 많이 죽어 있나요?”
“아무래도 그렇지.”
“상위 헌터들이 대회에 출전하고 나면 대한제국의 헌팅은 우리 제국헌터 협회 소속 헌터들이 도맡아야 하는대두요?”
“아.. 말이 그렇게 되나?”
“각자의 역할이 있는 거라고 헌터분들에게 꼭 주지시켜주세요.”
“녀석! 알았다.”
진우가 상실감에 허우적될 하급 헌터들에게 마음을 쓴다는 걸 알았다. 그런 진우의 마음이 헌터들에게 잘 전달 될 수 있도록 작전을 짜는 것은 황민식과 김성민의 몫이었다.
“그런데 또 어디로 간다고?”
“네, 콧바람이나 좀 쐬고 오려구요.”
“이번엔 혼자 간다며?”
“혼자는 아니구요. 애완동물 두 마리와 함께합니다. 하하”
진우가 웃으며 짐 가방을 어깨에 맸다. 여행 전에 황민식을 찾아 인사를 하러 온 모양이었다.
**
바이칼 호수 인근.
“아아.. 날씨 좋다~!”
배낭을 내려놓은 진우가 크게 기지개를 펴더니 품안에서 호리병을 꺼내 탈탈 털어냈다. 그러자 몽달, 길동, 소룡, 발, 사이마루가 차례대로 튀어나왔다.
[나는 말이야. 친구가 하는 일이라면 대부분 불만이 없는데 오늘 일은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군.] [나는 삐쳤다. 진우야. 그걸 꼭 잘 기억해야 해.] [백부님께서 나름의 이유가 있을 거라 믿습니다.] [이유는 개뿔~ 차비 아끼려고 그런 거지.] [주인놈이 쪼잔한 줄은 진즉 알고 있어.]“흐음.. 장군신과 신령수, 그리고 애완동물 여러분!”
[누가 애완동물이야!!]발이 공중으로 펄쩍 뛰어올라 진우의 가슴에 몸통 박치기를 하려다가 진우의 품에 쏘옥 안겨들었다. 얼굴이 붉게 물들자 얼굴을 몸통에 감추고 꼬리를 말아버렸다.
“여러분들과 해외여행을 하기 위해서는 신분증을 만들어야 하고, 여권과 비자까지 발급을 받아야 하는 매우 거추장스러운 절차가 기다리고 있더군요? 하여 저는 부득이하게 여러분들을 1등 칸 호리병에 모셔온 것입니다.”
사이마루 만이 현실을 직시했지만 진우의 주먹 세례에 더이상 진실을 말할 수 없게 되었다.
“무엇보다도 우리 팀의 최강전력인 여러분을 적들에게 노출시키고 싶지 않았습니다.”
[역시, 친구는 대단하군. 그런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을 쓰다니.. 그런데 친구. 이곳에는 왜 온 것인가?]“이곳은 바이칼 호수! 우리 민족의 시작점이 되었다는 전설적인 장소! 이 호수 깊숙한 곳에 우리를 도와줄 도우미 한 분이 살고 계시지.”
진우가 바이칼 호수를 돌아보며 크게 숨을 들이쉬더니 있는 힘껏 내뱉으며 외쳤다.
“야이~ 빌어먹을 치우 새끼야!!!”
진우의 욕지거리에 몽달도, 소룡도 움찔거렸다. 간덩이가 쇳덩이로 되어있는 길동만이 재미있는 꼴을 본다며 피식거리고 있을 뿐…
“후아.. 한번으로는 안 나오겠다는 거지?”
“야이~ 씨부XX XXX XXXXXX XX XXX같은 놈아! 어서 기어 나오란 말이야.”
[오호.. 우리 진우가 저리 욕을 잘했네. 찰지구나. 아주 찰져.]길동이 감탄을 했다는 듯 기립박수를 쳤다. 그때, 길동에게 한줄기 벼락이 떨어졌다. 때리는 시어미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다고 했던가? 치우 입장에서는 옆에서 이죽거리는 길동이 더 얄미웠던 모양이다.
길동이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벼락을 피해내며 입꼬리를 올렸다.
그러나 치우도 과거의 치우가 아닌 듯했다. 하늘에서 길동의 머리 위로 떨어지던 벼락이 길동의 움직임에 따라 좌로 우로 꺾이며 기어코 길동을 때려 눕히고야 말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었다.
[오호.. 저게 말로만 듣던 유도 벼락이라는 건가? 세상 참 좋아졌군.]몽달이 벼락을 피해 이리저리 도망을 치는 길동을 바라보며 호기심 가득한 눈이 되었다.
[길동 숙부의 움직임이 많이 좋아졌습니다. 아버님.] [그래 그렇구나. 전과 같다면 이미 한방 맞았어야 했는데 말이야. 허허]진우는 두 부자의 만담을 뒤로하고 다시 호수에 시선을 두었다.
“이제 그만 빼고 나오시죠. 그 동네에서 제일 잘 나간 제갈량도 두 번 밖에 안 뺐습니다.”
[하하하. 하하하. 너는 무척 재미있는 아이다.]거신 치우가 등장했다.
**
30분 째 소소한 대화를 나누던 진우가 자리에 벌러덩 누웠다. 치우가 괴기한 짓을 하는 진우를 묘한 시선으로 바라보자 진우의 입이 열렸다.
“굳이 그런 모습으로 서 계시겠다면 저는 좀 누워야겠습니다. 목이 아파서 디스크에 걸린 판이거든요.”
[뭐라? 하하하, 처음 보았을 때 제정신이 아닌 것은 알았다만 이 정도 일 줄은 몰랐군.]치우의 모습이 점점 줄어들더니 이내 진우와 비슷한 크기가 되었다.
“진즉 이런 모습으로 나타나셨으면 제가 그런 추태를 보이지 않았을 것 아닙니까?”
“네, 너무 과하셨습니다.”
[무엇이 말이더냐?]“소정방! 도요토미 히데요시! 모두 치우님께서 보내신 것 아닙니까?”
[어찌 그리 생각하지?]“치우님! 소정방, 풍신수 길이 한 일들은 각각 다른 일이긴 합니다만, 그 결과를 이어보면 제 선천진기에 생기를 입히는 작업이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발과 사이마루를 빈사 상태로 보내신 것도 제가 천문도룡도를 손에 쥐는 것을 전제하에 몸 안의 생기와 신력의 균형을 맞추기 위한 장치였죠. 한마디로 말하면 저는 치우님의 손에 놀아난 겁니다.”
[하하하, 네 말만 들으면 내가 꽤 괜찮은 모사꾼 같구나.]“사실이니까요.”
[뭐, 좋다. 네가 그리 생각하겠다면 굳이 말리지는 않겠다. 헌데, 너는 그 결과 네가 원하는 최상의 것을 얻었는데 어찌 이곳에 온 것이냐?]“부탁을 드리러 왔습니다.”
[부탁?]“제 장군신이 되어 주십시오.”
진우의 폭탄 발언에 치우가 잠시 할 말을 잊었다. 무려 치우였다. 그 누가 있어 치우에게 장군신이 되라 말을 했겠는가?
[제정신인 게냐?]치우의 주변에 벼락이 형성되더니 스파크가 튀기 시작했다.
“저도 치우님을 강신시키고 싶은 마음 따윈 없습니다. 하지만 그럴 이유가 있어 그런 것입니다.”
[이유? 합당하지 않으면 너는 이 자리에서 숯불이 될 줄 알아라.]“이번에 제가 들어갈 곳에 그가 있습니다.”
“그 곳의 시간, 공간이 불안정하다고 합니다. 저는 그 공간을 고정하고 싶습니다.”
[그런데?]“치우님께서는 헌원과 배신한 수하들을 불러들여 하나의 공간을 만들고 시간을 고정시켰습니다. 추측컨데, 치우님이라면 그 포탈 안의 공간과 시간을 고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흐음.. 확실히 네 이유는 타당하다. 하지만 네가 알지 못하는 것이 있다. 나는 반신이다. 하여 나의 권능으로 시간과 공간의 일부를 고정할 수 있을 뿐 모든 영역의 시간과 공간을 고정할 순 없다. 더불어.. 내가 시공간을 고정하게 되면 나는 그 어떤 일도 할 수 없게 된다. 즉 너는 내 힘을 빌어 쓸 수 없게 되느니라.]“그런 겁니까? 반신도 별거 아니군요.”
진우가 진심 실망했다는 표정을 짓자 치우의 안색이 변했다.
“그래도 일정 공간 안에 그를 가둘 수 있다면 그와 제가 한판 붙어 볼 수는 있는 것이잖아요?”
[그러니까 너는 그와 싸울 수 있는 판을 깔기 위해 내게 장군신이 될 것을 청하는 것이냐?]“처음부터 그럴 의도는 아니었는데 결과적으로 그렇게 되고 말았네요.”
[하하하.. 하하하.. 배포가 큰 아인줄 알았거들, 그것이 아니라 그냥 미친놈이었군.]치우의 몸이 옅어지더니 스르륵 사라져 버렸다.
“하아.. 좋은 말로 해서는 꼬셔지지 않는구나. 그래도 아직은 시간이 많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