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ch the ghost munchkin! RAW novel - Chapter 42
42화
“엄마, 내가 빙의되었을 때 우리 집에 경호원이 없어서 그랬던 것은 아니잖아. 내 안전에 대해서 엄마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도 없어.”
“그럼 꼭 그놈 옆에 있어야 한다는 거니? 너.. 그놈 옆에 있으려고 거짓말하는 거지?”
“엄마, 나 지금껏 살면서 소개팅, 미팅 한번 해본 적 없어. 아프기 전에도 그랬어. 스스로 못났다고 생각하지 않았고 많은 남자가 대시를 해왔지만 무시했어. 남자에 대해서 관심이 없었거든.
자라면서 많이 보아 왔잖아. 그 남자들.. 그래서 그랬어. 오만했고 언제고 남자들은 필요에 따라 구할 수 있을 거라고 확신했어. 엄마가 주선한 그 선의 상대방이 누군지 잘 알고 있어. 엄마가 그를 통해 무엇을 하려고 하는지도 어렴풋이 짐작은 돼.
하지만 내 기준에서는 그냥 그럼 남자야. 아빠도 아마 나와 같은 생각일 거야.”
“그런 네가 왜 하필 그놈이야? 더 좋은 남자들도 많잖아.”
“엄마는 그의 환경 때문에 그를 무시하고 있어. 그래서 그를 제대로 보지 못하고 있어. 그는 인신재단의 이사장이야. 실상 그 재단의 귀속된 자산만 1천억이 넘어. 대부분이 그가 스승으로부터 물려받은 것들이야. 모르겠어? 그는 가난하지 않아. 엄마가 소개해주려 했던 그 남자의 집안보다 훨씬 더 부자일지도 몰라.
이모는 건물을 사들이고 있어. 귀신이 붙어서 시세보다 훨씬 싸게 나온 건물들만. 이번에 사무실을 이전한 건물도 그런 건물이지. 건물에 붙어있는 귀신을 누가 해결했을까?”
“그게 정당한 거니? 그게 떳떳한 일이야?”
“그가 마음만 먹는다면 10년 안에, 아니 5년 안에 엄마가 가지고 있는 것보다 더 많은 돈을 가질 수 있어. 돈만 놓고 본다면 그래. 하지만 아빠는 그의 다른 면을 보았나 봐.”
“네 아빠는 바보야. 그런 놈이 뭐가 좋다고!”
“엄마가 아빠를 모를 리 없으니 아빠 얘기는 하지 않을께. 하지만 아빠 곁에 있는 사람들을 봐. 누구 하나 부족한 사람이 없어. 모두 빛이 나는 사람들이야. 아빠 옆에 있지 않았다면 어쩌면 더 큰 성공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이야. 그런 사람들이 오직 아빠만 보고 곁에 있어. 나도 그것은 알아. 아빠가 퇴직하게 되면 대한 그룹은 한동안 인재난에 시달릴 거야.”
“그러게 누가 아빠를 그렇게 밀어내래? 다 그 집안에서 자초한 일이야.”
“맞아, 그런 면도 있어. 하지만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사람 보는 눈이 그렇게 좋은 아빠가 덕팔씨를 탐내고 있다는 거야. 엄마 몰래 덕팔씨와 소주를 먹던 날, 아빠가 돌아가시면서 내게 그랬어.
덕팔씨만 있다면 그가 자신의 사위였다면 어쩌면 그룹을 탐낼 수도 있었겠다고, 진혁이 오빠보다 덕팔씨가 훨씬 더 많은 재능을 가지고 있다면서 아쉬워하셨어.”
“네 아빠가?”
황예리가 조금 놀란 눈이 되었다. 절대 그런 속내를 비치는 사람이 아니었다. 무엇보다도 집안에 대한 책임과 의무에 대해 결벽증에 가까울 정도로 철저한 사람이었다. 그런데 그 사람이 덕팔을 후계로 하여 그룹에 욕심을 부렸다면 덕팔은 자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큰 인물이라는 것이었다.
“미안하더라고.. 덕팔씨가 아빠의 아들이었으면 엄마도 아빠도 참 좋아했을 텐데.. 덕팔씨가 아빠의 아들로 태어났다면 그런 고통의 시간을 보내지 않아도 되었을 텐데.. 하고 말이야.”
“너 지금 무슨 소리 하는 거야? 아빠가 그런 아쉬움 때문에 그런 말을 했겠니?”
“나도 알지, 아빠가 그런 뜻으로 하신 말씀이 아니라는 거.. 다만, 아빠는 그만큼 덕팔씨를 높게 보고 있는 거야. 사실 나도 덕팔씨에게 매달리는 아영씨 때문에 약간의 호기심이 있었을 뿐, 그 사람을 이성으로 생각하진 않았어.
생각해봐, 재학시절 사법고시에 합격하고 현직 검사로 재직 중인 아영씨가 겨우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산에서 나무나 하고 있는 남자를 데려왔어. 아무리 그에게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 때문에 남자에게 매달린다는 건 쉽게 납득이 될 일이 아니야.
처음엔 좀 이상했어. 붙은 귀신이 처녀 귀신이어서 외로웠던 건가? 아니면, 오랜 시간 함께 자라면서 쌓아 왔던 정 때문인가? 뭐, 이런저런 이유가 있었지만 덕팔씨를 바라보는 아영씨의 눈은 그런 단순한 차원이 아닌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지.
그리고 함께 삼 개월을 생활해 보니까 알 수 있었어. 그 사람은 변하지 않을 사람이야. 평생 그 모습 그대로 곁에 있어 줄 사람이야. 그런데 그 모습이 너무 매력적이야. 화려하게 드러나진 않지만, 그의 진면목을 알게 되면 빠져나오기 힘든 마력이 있어. 그는 그런 사람이야.”
“너, 단단히 미쳤구나. 그건 그냥 네 감정에 대한 합리화잖아.”
“맞아. 그럴지도 몰라. 하지만 내 마음이 그렇게 말을 하고 있는 걸? 18살 여고생 시절에 가졌어야 할 두근거림이 이제야 그 사람을 보면서 느껴지는걸?”
“…. 휴우.. 말을 말자. 네 생각은 알았으니까 엄마도 더 깊게 생각해볼게.”
“그에게 배울 게 많아. 내 능력은 내 몸을 내가 지킬 수 있는 그런 능력이 아니야. 일단은 그가 말하는 기술이라는 걸 배워야 해. 그러니까.. 엄마, 방해하지 말아줘.”
“네 나이가… 애휴, 아니다. 지금 네 말을 들어보니 그 친구가 없었어도 결혼을 시키긴 힘들었을 것 같구나. 알았어, 엄마가 잘 생각해 볼게. 근데.. 엄마가 승낙하면 너희 두 사람 결혼은 할 수 있는 거야?”
은혜가 머쓱한 얼굴이 되어 고개를 흔들었다.
“뭬야?”
“그 사람 날 여자로 보지도 않아. 아영씨도 마찬가지인 것 같고. 차라리 아영씨와 경쟁을 하는 것이라면 더 쉬울 것 같은데..”
“이… 이놈이!!”
덕팔에 대한 호칭이 그 친구에서 다시 이놈으로 바뀌며 황예리의 혈압이 급상승하였다.
“엄마, 화내지 말고 돌아가. 그 문제는 내가 알아서 할게.”
“같이 가자. 오랜만에 엄마랑 밥도 먹고 마사지도 받고..”
“교문 앞에 있어야 해.”
“그런다고 그놈이 알아줄 것 같아?”
“그 사람 때문이 아니야. 교문 앞에 잡귀들이 한가득이야. 수험생 어머니들의 열망에 부합하는 잡귀들이 시시탐탐 그 어머니들을 노리고 있어.”
“그럼 너도 위험한 거잖아.”
“나는 덕팔씨가 준 부적하고, 이 목걸이 때문에 안전해. 이 목걸이가 잡귀들을 몰아내고 있어. 그게 오늘에서야 확실히 느껴지네.”
은혜가 조잡하게 만들어진 목걸이를 내밀자 황예리가 인상을 썼다. 조잡해도 너무 조잡했다.
“그 사람이 직접 만든 거야. 확실히 신은 인간에게 모든 능력을 주진 않나 봐. 이렇게 못 만든 조각은 처음 봐. 근데 엄마, 되게 따뜻해. 서툰 손놀림으로 직접 만들고 자신의 피까지 먹여서 나를 위해 준 거야. 그 사람의 마음이 느껴져.”
“너한테만 준거야?”
“아니, 민수하고, 아영씨에게도 하나씩 줬어.”
“그럼 별것도 아닌데 무슨 호들갑이야.”
“이거 벼락 맞은 신령수의 일부야. 그중 반을 나눠 우리 세 사람에게 준거란 말이야.”
“엄마도 그런 거 하나 받을 수 있어?”
은혜가 웃으며 고개를 흔들었다. 황예리는 불만이었다. 그런 귀한 게 있으면 기부를 많이 하는 자신이나 최진학에게 선물로 들어왔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엄마나 아빠는 필요 없잖아. 그보다 엄마랑, 아빠는 그보다 더 좋은 선물을 받은 거로 아는데?”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지.”
“이 목걸이를 받았다는 거는 보호를 할 필요가 있다는 의미야. 위험하다는 거지.”
“아직 반이나 남았다며?”
“그걸로… 후후.. 이쑤시개 3개를 만들었어.”
“뭐? 그 귀한 거로?”
“자신은 비도라고 해. 실제로 하늘을 날기도 하고, 근데 내가 볼 때는 이쑤시개 같아. 호호..”
황예리가 은혜를 바라보았다. 환하게 웃는 저 웃음, 정말 오랜만에 딸의 얼굴에서 본 것 같았다.
“지금이 좋으니?”
“응”
“알았다. 교문에 가는 것도 승낙할게. 하지만, 얼굴은 좀 가려. 이 엄마 말려 죽이지 않으려면!”
**
덕팔의 시험장.
점심식사를 대충 해결한 어머니들이 다시 하나둘씩 모여들고 있었다. 그 사람들 속에 잠자리 선그래스에 목도리를 머리까지 칭칭 감은 아주 수상해 보이는 여자가 끼어 있었다. 이 여자는 아주머니들 틈에 끼어 수다 삼매경에 빠져있었다.
“오호호호.. 우리 자기, 점심은 맛있게 먹었는지 모르겠네요. 도시락이 입맛에 맞았어야 할 텐데..”
당연히 입맛에 맞았을 것이다. 왜? 덕팔이 직접 만들고 직접 쌌기 때문에 입맛에 맞지 않을 리 없었다.
“아가씨도 참 지극 정성이네. 아가씨는 직업이 뭐야?”
“호호..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쳐요”
“아, 선생님이구나. 어디? 고등학교? 중학교? 요즘은 초등학교 선생님이 참 좋은 직업이라고 하던데, 혹시 초등학교 선생님이야?”
“아뇨, 한국대에서 고고미술사를 가르쳐요.”
“시간강사?”
“전임강사요. 호호호”
은혜가 턱을 내밀며 당당하게 웃자 어머니들이 부러운 얼굴이 되었다.
“아이고, 아가씨 어머니는 얼마나 좋을까? 이렇게 참하고 예쁜 딸이 공부까지 잘해서 교수님이 되었으니..”
“호호호, 좋구 말구요. 우리 딸이 어려서부터 그림이면 그림, 공부면 공부, 못하는 게 없었다니까요?”
모피코트로 온몸을 휘감은 중년 여인이 은혜와 마찬가지로 짙은 잠자리 선그래스를 쓰고 목도리로 머리까지 칭칭 감은 채 은혜 뒤에 서 있었다.
“엄마?”
“너 잠깐 나랑 얘기 좀 하자.”
황예리가 시험이 끝나고 나오는 학생들을 촬영하기 위해 대기 중인 카메라를 피해 은혜를 끌고 나갔다.
“여긴 왜 왔어?”
“집에 가는 길에 생각해보니까 아빠가 그 친구를 높게 평가했다는 게 믿기지가 않았어. 그래서 아빠에게 전화를 해봤더니 김치찌개가 참 맛있었다는 말만 하더구나?”
“그.. 그랬어?”
“너에게 했다는 그룹 얘기도, 아들 타령도 모르쇠로 일관하던데?”
“서..설마?”
“따라서 네가 내게 했던 그 모든 말이 다 신빙성 없는 말이 되었다. 이제 어떻게 증명할 거니?”
“내가.. 증명해야 돼?”
“그렇게 능력이 좋다면 한국대 정도는 우스울 거고! 만점을 기대해 봐도 되겠지?”
“만점 맞으면?”
“사위감으로 아주~ 진지하게 생각해볼게.”
“못 맞으면?”
“훗… 내 대답을 들어야겠니?”
“… 아니.”
황예리가 입꼬리를 올리더니 승자의 미소를 머금은 채 자리를 떴다.
“만점… 입이 방정이지.”
은혜가 자신의 입을 손바닥으로 톡 때리더니 표정을 바꾸곤 다시 수험생 어머니들 속으로 파고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