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ch the ghost munchkin! RAW novel - Chapter 59
59화
진향은 그렇게 추측을 하였지만 덕팔은 그 추측이 틀렸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덕팔이 듣기로 자신의 스승은 악귀들로부터 끊임없이 괴롭힘을 당하는 괴목 아래에서 자라는 귀한 약재를 얻기 위해 그 자리에 오두막을 짓고 기거를 시작했다고 했다.
나중에는 괴목이 신성을 얻어가는 것이 신기하여 그 과정을 지켜보느라 그곳을 떠나지 못했고, 더 시간이 흐른 후에는 덕팔 때문에 그곳을 떠나지 못하였다고 하였다. 평생을 떠돌던 자신의 스승은 귀한 약재라는 눈앞의 이익 때문에 발목이 잡힌 것일 뿐, 도사나 신선이 추구하는 그런 거창한 이유 때문에 산속에 숨어 산 것이 아니었다.
진향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어느새 북한산이 눈앞에 보였다. 서울 중심을 관통하여 다시 변두리에 이르니 시골 마을의 정취가 느껴지는 곳이 나왔다.
“서울에 아직 이런 곳이 남아 있었군요.”
“네, 아버지께서 인근을 모두 구입하셔서 개발을 하지 않으셨어요.”
“그럼 여기에 사시는 분들은?”
“가끔 저희의 일을 도와주시며 무상으로 기거를 하시는 거죠.”
“아…”
작은 마을길을 따라 5분여 더 들어갔을 때, 웅장한 모습을 한 한옥집이 모습을 보였다.
“우아.. 민속촌을 보는 것 같네요?”
뒷 차에서 내린 한유리의 첫 감상평이었다. 진향이 웃었다. 그녀는 첫인상과는 달리 웃음도, 정도 많은 인물 같았다.
대문이 열렸다. 그리고 김혁성의 신딸들이 우르르 나와 덕팔에게 허리를 숙여 인사를 하였다.
“어서 오세요. 어르신.”
“반갑습니다. 여러분, 그리고 미안합니다.”
덕팔이 허리를 숙여 인사를 하자 신모들의 허리가 더 납작 엎드려졌다. 진향이 덕팔의 팔을 잡아 일으켜 세우곤 안으로 안내를 하였다.
청송에서 보았던 신터와 크게 다르지 않는 규모를 가진 한옥이었다. 그러나 그 내부는 많이 달랐다. 겉은 틀림없는 한옥이었는데 내부는 생활하기에 편리한 현대식으로 지어져 있었다.
“잘 지어졌네요?”
“이곳에는 손님들이 많이 오시기 때문에 이렇게 지었어요. 그래서 아버지께서 별로 좋아하지 않으셨죠. 일이 없으시면 제 신터로 오시는 이유도 가짜 집에 살고 싶지 않다는 이유셨죠.”
“가짜집? 하하. 큰 어르신께서도 오두막 취향이신 모양입니다.”
“그러신 모양이에요. 덕분에 막내가 고생하였죠.”
“왜요?”
“신터가 전라남도 끝자락에 있거든요. 청송까지 오려면 가장 힘이 들었을 거예요.”
“아… 하하, 고생이 많으셨습니다.”
“아..아니에요. 그땐 죄송했고..”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막내가 얼굴을 붉히며 허리를 숙이자 덕팔이 손사래를 쳤다.
“어르신을 뵈었으면 합니다.”
진향이 덕팔을 데리고 한옥 심처로 데리고 갔다. 응당 산소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납골함이 유리 진열장에 고이 모셔져 있었다.
“화장하신 겁니까?”
“아버지의 유언이셨어요. 죄 많은 인생의 육신으로 이 땅을 더럽히고 싶지 않으시다며 화장을 하여 바다에 뿌려달라고 하셨지만 차마 뿌릴 수는 없어 이렇게 모셔 두었답니다.”
“잘하셨습니다.”
덕팔이 유리 진열장을 열고 유골함을 어루만졌다.
“죄송합니다. 큰 어르신, 못난 저 때문에…”
“아버님께서 어르신을 위해 남은 몇 개월을 버리신 이유는 어르신께서 만들어오신 약 때문이었다고 해요.”
“그 약요?”
“네, 인신 선생님의 비기라 들었어요. 맞나요?”
“뭐, 그렇긴 하죠.”
“세상에서 구하기 힘든 약재로만 만들어진다고 하였어요. 그랬나요?”
“네, 근데 우연히 오두막에 갔다가 구할 수 있어…”
“아버지께서는 인신 선생님께서도 평생토록 10번을 만들지 못했다고 하셨어요. 그 말씀도 맞나요?”
“그것은 제가 잘 모르겠습니다. 제가 스승님을 모시고 있었을 때는 딱 한 번 만들었습니다. 스승님께서 몸이 쇠하셔서 제가 스승님의 지도를 받아 만들었죠.”
“아버지께서는 그 약의 가치를 제대로 아는 자에게 판다면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라고 하셨어요. 그런데 어르신께서는 아무런 사심도 없이 보온병에 약을 담아오셨다고 하더군요.”
“어르신께서 그렇게 몸이 좋지 않다는 걸 몰랐었습니다. 그러다 우연히 가장 구하기 힘든 약재를 얻게 되어 그냥…”
“그 진심에 마음이 움직이셨다고 하더군요.”
“별일이 아니었습니다.”
“그 약은 누가 먹게 되었나요?”
덕팔이 손가락으로 밖에서 신모들에게 이런저런 것을 물으며 신기해하는 한유리를 가리키자 진향이 웃었다.
“그녀는 자신이 어떤 복을 받았는지 알고 있나요?”
“하하, 욕을 먹었죠. 사기꾼이라고.”
“호호, 가치를 모르는군요.”
“꿀 피부가 되었다며 좋아하고 있습니다.”
덕팔이 웃자 진향이 마주 웃어주었다.
“아버지께서 그 약을 드셨다면 더 오래 사실 수 있으셨겠죠?”
“그것은 알 수 없습니다. 명을 늘리는 약은 아니니까요.”
진향이 고개를 주억였다. 김혁성도 같은 말을 하였기 때문이었다. 김혁성은 그날 약을 거절하였지만 덕팔의 진심만은 가슴 깊이 받았다고 하였다.
“저희는 어르신을 받아들이는 걸 반대했어요. 서운하신가요?”
덕팔이 고개를 흔들자 진향이 다시금 웃었다.
“저희는 어르신을 적이라고 생각했죠. 실제로 아버지의 행사를 어르신께서 막으셨고 끝내 일이 틀어졌다 생각했어요.”
“저도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아니었더군요.”
“네, 모든 것이 아버지의 계획이라는 것은 나중에 알게 되었어요. 그 은혜라는 아가씨..”
덕팔의 눈이 살짝 커지자 진향이 다시 웃었다.
“아무 일도 없었답니다.”
“…다행이군요. 그녀는 이 세상에 살면 안 되는 사람입니다.”
진향이 덕팔의 말을 이해했는지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저기 검사 아가씨도 마찬가지인가요?”
“네, 그녀도, 그 옆에 있는 철없는 배우 아가씨도 모두 이 세상에 발을 들여서는 안 되는 사람들입니다.”
“그런가요? 저 검사 아가씨는 생각이 다른 것 같던데요?”
“그래서 걱정이죠. 진짜 무서움을 직면한 적이 없으니까요.”
“그런가요?”
진향이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으며 심처를 나섰다. 덕팔이 그녀와 함께 걸으며 물었다.
“신모님, 저는 무엇을 해야 하는 겁니까?”
“그 이야기는 제 동생들과 함께 있는 자리에서 말씀을 나누시죠.”
**
일종의 회의실이었다.
아주 오래된 고목을 길게 절단하여 긴 탁자를 만들어 놓았다. 무거워서 절대 훔쳐 갈 수 없다는 장점과 함께 이사갈 때 이 탁자를 옮기기 거의 불가능 하다는 단점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고풍스러운 탁자였다.
그 좌우로 신모들이 앉아 있었고 그 중앙에 덕팔이 앉았다. 진향이 그렇게 앉기를 원해 덕팔이 여섯 신모의 시선을 한 몸에 받고 있었다.
“우리는 아버지의 유지를 따르기로 모두 약속했다. 맞지?”
진향의 물음에 나머지 신모들이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어르신께서 아버지를 대신하실 거야.”
“어르신께서 아버지를 대신할 능력을 가지고 계시나요?”
막내가 나서서 물었지만, 신모들의 눈은 막내가 가지고 있는 의문과 같은 의문을 가지고 있었다.
“충분히.. 아니, 그 이상이시지.”
“저는 납득이 안 돼요. 아버지께서는 최고위 신안을 가지고 계셨어요. 그런데 어르신께서 아버지와 같은 능력을 가졌다는 게 가능한가요?”
“아버지께서는 신안, 정확히 말하자면 신속의 능력을 가지고 계셨다. 신속이 신안의 하위 능력이라는 것은 알고 있지?”
“네”
“이 어르신은 진짜 신안의 능력을 가지고 계신다.”
진향의 발언에 신모들이 웅성거렸다.
“… 말도 안 돼. 진짜 신안은 인신 선생님만 가지고 계신 능력이라면서요? 세계적으로 그분의 능력을… 설마.. 그래서 그분의 제자인 건가요?”
모든 시선이 덕팔에게 모아졌다. 덕팔이 머리를 긁으며 대답했다.
“그래서 스승님의 제자가 된 것은 아닙니다만, 뭐 신안이라면 제 능력이 맞습니다. 단지 지금은…”
덕팔이 봉인이 되었다는 말하려고 하였을 때, 진향이 말을 자르고 나섰다.
“단지 지금은 그 능력을 제한적으로만 사용하실 수 있다.”
“왜요?”
“인신 선생님의 안배가 있었어.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아버지와 거의 같은, 아니 그 이상의 힘을 가지고 계신다. 게다가 너희들도 알다시피 아버지께서 당신의 능력을 어르신께 남겼다. 이게 무슨 말인지는 모두 알겠지?”
신모들이 납득하였는지 모두 눈빛을 빛내고 있었다.
“그럼 아버지께서 저희에게 해 주셨듯 어르신께서 그 일을 해주시는 건가요?”
“맞아, 아버지께서 어르신께 부탁을 드렸고, 어르신께서 승낙하셨다.”
“다행이네요.”
모두 안심하는 얼굴이 되었다. 이쯤 되니 덕팔이 궁금해졌다. 그녀들을 위해 자신이 해야 할 일이라는 것이 무엇인가?
“하지만, 아직 어르신께서는 그 일이 어떤 것인지 모르고 계신다.”
“네?”
다시금 막내가 놀라는 얼굴이 되었다. 그 일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승낙을 한 덕팔이 이상했던 모양이었다.
“그래서 이 자리에서 그 일이 무엇인지를 말씀드려야 한다.”
진향이 덕팔의 눈치를 살피며 다시 입을 열고자 할 때 성질 급한 막내가 먼저 입을 열었다.
“저희가 감당하지 못하는 악귀를 때려잡아 주시면 돼요. 아주 쉽죠?”
나이에 맞지 않는 아주 상큼한 미소였다. 그러고 보니 신녀들이 모두 고운 얼굴을 하고 있었다. 쪽 진 머리에 소복을 입고 있어 나이 들어 보였지만 모두 미인 소리를 듣고도 남음이 있는 외양을 가지고 있었다.
“악귀를.. 흐음.. 어려운 일은 아니군요. 얼마나 자주 그래야 하나요?”
“일 년에 몇 번이죠. 아버지께서는 아주 쉽게 손 한번 이렇게 휘릭~ 하시면 악귀들이 소멸되었죠. 어르신께서도 그렇게 하실 수 있는 거죠?”
막내의 당돌한 도발. 하지만 덕팔은 웃기만 했다.
“제가 큰 어르신에 비할 바가 되겠습니까? 하지만 최선을 다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덕팔이 겸양을 떨자 진향이 웃으며 만족하였다. 다른 신모들도 대체로 만족하는 얼굴이었다. 그들의 머릿속에는 틀림없이 장사가 된다는 확신이 든 모양이었다. 하지만 막내만은 입을 비쭉였다.
“아버지는 싫어하셨지만, 퍼포먼스가 진짜 중요하거든요? 그냥 대충 그러면 장사가 안 돼요. 알죠?”
“막내야!”
진향이 소리를 높여 막내를 꾸지람하자 막내가 진향의 시선을 피했다.
“알겠습니다. 무슨 말씀이신지.. 최대한 원하시는 대로 맞춰드리죠.”
비즈니스는 비즈니스! 체면 때문에 비즈니스를 망치지 않겠다고 하자 신모들의 표정이 무척 밝아졌다. 진향이 머쓱한 표정으로 사과를 하였다.
“죄송해요. 아이들이 신터를 책임지다 보니 현실적인 문제로부터 자유롭지가 않아..”
“괜찮습니다. 무슨 일을 하든 먹고 사는 데 문제가 없어야죠.”
그것으로 회의는 끝이 났다. 김혁성의 부탁이라는 것은 자신 대신 악귀들을 물리치는 일을 해달라는 것이었다. 물론 신모들의 생계 때문은 아닐 것이다. 태자귀를 가슴에 품은 신모들은 점을 보든, 굿을 하든 독보적인 효과를 내었기 때문에 돈으로부터 자유로웠다.
단지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가 있는 무당과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는 무당은 그 대접이 달랐다. 전국에 신터를 열었기에 한곳이라도 이상이 생긴다면 신망은 한방에 무너지는 것이었다. 그런데 덕팔이 김혁성을 대신해 뒷배가 되었으니 신모들은 대한민국 최고 무당의 지위를 잃지 않아도 되었다. 이른바, 개꿀~ 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