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ch the ghost munchkin! RAW novel - Chapter 62
62화
두 남자가 좌우로 갈라지며 덕팔을 압박해 들어왔다. 긴 칼이 먼저 덕팔의 옆구리를 베고 지나갔다. 덕팔이 용케 잘 피했지만 이어지는 횟 칼 공격을 피할 수 없었다. 덕팔이 손을 내려 천문도룡도로 횟 칼과 부딪쳐 갔다.
쨍..
맑은 소리와 함께 남자의 횟 칼이 깔끔하게 부러졌다. 칼이 부러지며 두 번째 남자가 중심을 잃자 덕팔의 무릎이 남자의 복부에 꽂혔다. 앞선 남자가 재차 공격하였지만 덕팔이 피하지 않았다.
남자의 큰 칼이 덕팔의 얼굴을 덮치려 하였을 때, 남자가 그대로 굳어버렸다. 남자의 등에 이쑤시개 3개가 나란히 박혀 있었다.
덕팔이 고개를 돌려 3층을 올려다보며 인상을 구겼다. 덕팔이 급히 3층으로 올라가 보니 한유리가 목에 칼이 드리운 채로 여자에게 잡혀 있었다. 한성병원에서 간호사로 분장하여 한유리를 죽이려고 하였던 바로 그 여자였다.
“미…미안해요.”
“… 숨어있으라니까!”
덕팔이 인상을 찌푸렸다.
“칼을 버려라.”
여자의 딱딱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덕팔이 미련 없이 천문도룡도를 바닥에 던졌다.
“비켜서!”
하지만 덕팔은 꼼짝도 하지 않고 그 자리에 서 있었다.
한유리의 목에서 피가 베어 나왔다. 여자가 위협을 하고 있었다. 덕팔이 조금만 허튼 짓하면 그대로 한유리의 목을 베어버리겠다는 의지를 풀풀 내 품고 있었다.
“어차피 이년을 죽이러 온 거야. 허튼짓을 하면 그대로 목을 베어 버릴 테니 알아서 판단하도록!”
“그대로 데리고 가도 죽일 생각 아닌가?”
“그거야, 알 수 없지.”
여자가 비릿하게 웃었다. 덕팔도 하얀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덕팔이 한 걸음, 두 걸음 한유리를 향해 다가갔다. 그러나 처음과는 달리 여자는 더 이상 아무것도 하지 못하였다. 덕팔이 손을 뻗어 한유리의 목에 겨눠진 날카로운 칼을 잡아 치워버렸다.
그럼에도 여자는 아무런 움직임이 없었다. 덕팔이 한유리의 팔을 잡아 앞으로 당기자 한유리가 덕팔의 품에 안겨 왔다. 그제야 비로소 여자가 그 자리에서 풀썩 쓰러졌다. 얼굴에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한 채로..
“나오지 말라면 나오지 말아야지.”
“엉엉.. 미안해요.. 어엉… 걱정돼서… 흐엉…”
한유리가 덕팔의 품에 안긴 채로 통곡을 하였다. 덕팔은 그런 한유리를 안은 채 1층으로 내려왔다. 남자 두 명이 거실에 쓰러져 있자 통곡을 하던 한유리가 울음을 멈춘 채 덕팔의 가슴에 얼굴을 묻었다.
“이대로 지하로 갈 겁니다. 궁금하다고 또 지하에서 올라오면 다음에는 구해주지 않을 겁니다.”
한유리가 열심히 도리질을 쳤다. 현관을 나가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을 밟았다. 덕팔이 허공에 눈치를 하자 마당 한가운데 심어진 작은 소나무에서 푸른 기운이 일렁이기 시작했다.
“여기 숨어 있어요. 절대로 밖을 내다봐서도 안 되고, 나와서도 안 돼요.”
“…네”
덕팔이 지하 출입문을 닫아 둔 채로 마당으로 나왔다.
“이젠 나오시죠. 얼굴 좀 봅시다. 신모님.”
덕팔의 태평한 말에 대문이 열리고 안색이 창백한 남자와 노파가 마당으로 들어왔다.
“그대인가?”
“그쪽 분이셨던 모양이네요.”
“이 작은 나라에 이런 힘을 가진 도사가 또 있을 줄은 몰랐군.”
“한국어를 꽤 잘하십니다.”
“그런가? 그대도 중국어를 꽤 잘하는 것 같던데.. 그렇지 않은가? 쥐새끼 군.”
“하하.. 쥐새끼치고는 좀 큰 편이죠.”
노파가 중국어로 떠들기 시작했다. 사실 덕팔의 중국어 실력이 최상급은 아니었다. 그런데 노파가 흥분하였는지 점점 말이 빨라져 종국에는 알아들을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 결국 제가 일을 망쳤다는 말씀인가요? 말씀이 너무 빨라서 반도 못 알아들었습니다.”
“흘흘.. 애석하군, 자네가 왜 죽어야 하는지 기껏 이유를 설명해 주었더니.. 너무 궁금해하지 말게. 결국 내가 하고 싶었던 말은 바로 그 말이었으니까..”
얼굴이 창백한 남자가 움직였다. 덕팔에게는 낯설지 않은 얼굴이었다. 바로 덕팔의 영혼에 상처를 냈던 바로 그 강시였다.
“오랜만이지? 그때 큰일 날 뻔했었어.”
“흘흘흘… 역시 강시의 손끝에 남아 있던 기운과 비슷하더라니…”
강시가 움직였다. 다리의 움직임은 빠르지 않았는데 두 손의 움직임이 매우 빨랐다. 인간이 저렇게 움직인다면 분명히 과부하가 걸려 근육이 파열될 것이 틀림없었다.
덕팔이 슬슬 뒤로 물러서며 강시의 손길을 피했다. 강시가 덕팔에게 거리를 내주지 않으며 공격을 계속 퍼부었다. 한발, 한발, 물러나다 보니 벌써 마당의 절반을 뒷걸음질 쳐야 했다.
그때, 신령수에서 푸른 기운이 폭사 되더니 강시를 휘감았다. 강시가 몸부림을 치며 그 기운에 대항하였지만 끝내 힘을 잃었는지 그대로 푹 꼬꾸라졌다. 노파가 놀란 눈으로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
“놀랍죠? 아직 어린 신령수지만 꽤 훌륭하게 잘 자랐답니다.”
“어림없는 소리, 저건 신령수가 낼 수 있는 힘이 아니다. 내 제령술은…”
“예, 맞습니다. 그래서 제가 힘을 조금 보태주었습니다. 이 집 전체를 덫으로 만들기 위해서 말이죠.”
노파가 흠칫 놀라며 뒤를 돌아보더니 안색이 창백해졌다.
“딱 그 자리였습니다. 신모께서 조심성이 많으셔서 그 자리까지 오지 않으시면 어쩌나 전전긍긍했지 뭡니까?”
덕팔이 웃으며 노파에게 다가갔다. 노파가 품에서 부적을 꺼내 들더니 덕팔에게 뿌렸다.
“제가 말씀드렸잖아요. 여긴 덫이라고..”
부적이 팔랑거리며 바닥에 떨어졌지만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노파가 다시 한번 품에서 부적을 꺼내더니 손가락을 깨물어 피를 내어 부적에 묻혔다. 그리곤 덕팔을 향해 던졌다. 부적이 비수가 된 것인 양 쏜살같이 날아와 덕팔의 가슴에 꽂혔다.
“멋진 부적술이십니다.”
덕팔이 가슴에 꽂힌 부적을 떼어 내더니 바닥에 버려버렸다. 노파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리곤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 한걸음 더 뒤로 물러나려 하였지만 마치 보이지 않는 벽이라도 있는 듯 더 이상 뒤로 나아가지지 않았다.
“제가 1년간 악령을 잡으며 모았던 신력을 여기에 다 쏟아부었습니다. 절대 그냥 가실 수는 없습니다.”
“암살자들이 이 집에 그냥 들어오게 한 것도 날 방심시키기 위함이었군.”
“맞습니다. 꽤 위험한 일이 벌어질 뻔했지만 신모님을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었죠.”
덕팔이 빙그레 웃으며 평상을 가리켰다. 덕팔이 평상에 자리를 잡자 신모도 평상 끝에 앉았다.
“자, 그럼 서로 유익할 수 있는 대화를 나눠볼까요?”
덕팔이 활짝 웃었다.
**
활기찬 아침이 시작되었다.
한유리는 몸살이 났다며 방안에서 꼼짝도 하지 못했다. 덕팔이 직접 아침 식사와 몸에 좋은 건강보조식품을 챙겨 룸서비스까지 해주는 친절을 보였지만 한유리는 덕팔과 눈도 마주치려 하지 않았다.
“한유리씨, 어서 먹어요.”
“… 사람이, 그러면 안 되는 거죠.”
“절대, 밖의 상황을 듣지도 보지도 말라고 했거늘, 한유리씨는 또 약속을 어겼습니다.”
“덕팔씨. 아니 아저씨가 걱정되니까… 아니, 아니, 지금 그게 문제가 아니잖아요. 저를 미끼로 그 무시무시한 할머니를 불러들였다는 거잖아요. 저한테는 말 한마디 없이.”
“미끼가 자신이 미끼가 되었음을 알면 포식자들이 미끼를 물려 하겠습니까?”
“이것 보세요. 오,덕.팔.씨! 제가 이래 봬도 탑배우거든 요?”
“연기는 그럭저럭이라고 하던데?”
“뭐요? 내 연기가 어때서요? 아.. 그럭저럭.. 맞아요. 제 연기가 그럭저럭이죠. 뭔가 이상해. 그럭저럭이 맞는데, 왠지 그럭저럭이면 안될 것 같은 이 느낌적인 느낌은 뭐지? 하여간, 덕팔씨는 제게 빚을 진 거예요.”
“…. 애초에 이 모든 일이 한유리씨 때문에 일어난 일이란 건 잊으신 겁니까?”
“그건 맞지만, 처리하는 방법이 잘못되었다고 말하는 거잖아요.”
“흐음.. 제가 분명히 뒤주에 있으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제 말을 들었다면 한유리씨는 누가 왔는지,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전혀 모른 채로 오늘 한유리씨는 귀가를 했을 겁니다. 제가 그 뒤주에 얼마나 공을 들여 안전장치를 한 줄 아십니까? 그 안을 부적으로 한 땀, 한 땀 정성 들여 도배를 할 때 저의 피가 얼마나 들어갔는지 짐작이나 되십니까?”
“그…. 그게.”
“애초에 한유리씨는 절대 안전했었어야 했습니다. 그런데 그 안전한 곳을 스스로 박차고 나오신 것은 한유리씨입니다. 일을 어렵게 만드신 것도 한유리씨고, 이 일의 발단도 한유리씨입니다. 아, 생각해보니 그 덕분에 저는 칼을 두 방이나 맞고 사경을 헤매야 했던 일도 있었군요.”
“미안해요. 아저씨! 다 제 잘못이에요.”
입장이 바뀌었다. 한유리는 억울했지만, 저 남자를 말로 이길 순 없다고 생각했다.
“그럼, 그 쟁반을 들고 1층으로 내려와 식사하십시오. 이상 끝!”
**
지케이그룹 회장실.
“뭐야? 박 여사가 그냥 돌아가?”
“그렇습니다. 회장님.”
“왜? 왜?”
며칠 새 살이 빠져 전혀 다른 사람이 되어 버린 노 회장이 버럭 화를 내었다. 그러자 비서가 서신 한 장을 노 회장에게 내밀었다.
[사혼식은 실패하였어요. 은훈군의 마음이 바뀌었어요. 은훈군은 아버지에 대한 원망으로 가득 차 악귀가 되었어요. 제가 은훈군의 혼을 봉인하는 동안 회장님께서는 은훈 군이 내린 저주를 풀어야 할 듯싶네요.]“저..저주?”
노 회장이 편지를 비서에게 내밀자 비서가 편지를 훑어보더니 안색이 어두워졌다.
“회장님께서 밤마다 악몽을 꾸시는 것이 그 때문이었던 모양입니다. 어떻게 할까요? 회장님?”
“박 여사, 박 여사를 불러와. 그놈의 혼을 봉인하는 것보다 이 저주를 푸는 게 먼저야..”
“박 여사는 이미 출국을 하여 봉인식을 준비하고 있다고 합니다. 다른 방법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회장님.”
“무슨 방법? 박 여사 말고….”
노 회장이 화를 내려고 하자 비서가 급히 노 회장의 귓가에 작게 속삭였다.
“사실인가?”
“그렇습니다.”
“수소문해서 당장 데려와.”
“저.. 그게..”
“왜?”
“재단의 김향숙 변호사를 통하지 않으면 존재조차 확인할 수 없다고 합니다.”
“김향숙 변호사?”
“예, 그렇습니다.”
“약속을 잡아. 얼마가 들어도 좋으니 무조건..”
노 회장이 더 이상 소리를 지를 기운도 없었는지 등받이에 등을 기댄 채로 손을 휘저었다. 비서가 노 회장에게 인사를 한 후, 회장실을 빠져나오며 휴대폰을 들었다.
“네, 신모님. 명하신 대로 처리를 했습니다. 네, 네, 알겠습니다. 오덕팔이라는 사람 쪽으로 노 회장을 유도하겠습니다. 네.”
전화를 끊은 비서가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